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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 뚜벅 사뿐 사뿐' 함께 걸어요!
새터민청소년 교육공동체 셋넷학교 박상영 교장선생님
‘새터민은 외국인이다’ 한 탈북자의 넋두리다. 하나원에서의 3개월 교육기간은 사회를 알고 적응하기에 너무 짧은 시간. 특히 열 살 언저리에 사선을 넘어 타국에서 수년간 생존하느라 청소년기 없이 훌쩍 청년기로 접어든 아이들의 경우 한국의 대학 입시와 경쟁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탈북 청소년을 대상으로 1년 과정의 도시형 대안학교가 바로 셋넷학교다. ‘셋넷학교’는 다양한 체험학습과 문화적응 훈련을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되고 그 수업은 60여명의 자원봉사 선생님들이 맡고 있다.
2004년 9월 개교한 셋넷학교는 현재 정규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한 16살부터 24살까지의 탈북 청소년 21명이 다니고 있다. 매일 아침 9시까지 등교해 오후 6시까지 공부를 한다. 입학자격은 단하나 ‘새터민’일 것. 24살이면 남한의 대학생 정도의 나이지만 아이들은 탈북기간이 길어져 공부의 때를 놓쳐 지금 중, 고등부의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지난 4월 치러진 검정고시에서는 12명 중 11명이 합격했다.
셋넷학교의 교가는 네 개다. ‘뭉게구름, 아침이슬, 사노라면,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뭉게구름을 제외한 나머지는 아이들이 직접 고른 노래라고 한다. 가사를 떠올려보면 그들이 거쳐 온 만만치 않은 삶의 무게와 여정이 느껴지는 듯하다.
내 안의 상처가 만들어낸 소명
이 학교의 박상영 교장 역시 비슷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외롭고 힘들었던 청소년기의 무거운 상처들, 풍물패를 하고 기타를 치며 대학에서 조금 가벼워졌나 싶었는데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 깊은 상처가 다시 떠올랐다. 결국 직장을 그만두고 치유의 길을 찾았던 것이 NGO 활동가. 1990년대 초, 크리스천 아카데미의 교육ㆍ문화 분야의 간사로 6년 동안 활동했다. 특히 1994년부터는 대안 교육에 대해 심도 있게 연구해 갔다. 첫 성과물이 1995년의 ‘따로 또 같이 만드는 학교’다.(‘따또학교’라고도 한다.) 그 6년의 경험은 가르침이란 곧 나눔이라는 교훈을 남겼다. 그 후 2001년, 그는 또 다른 대안 학교 ‘나는 나다 학교(난나학교)’를 만들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과 함께 공연 예술 전문 교육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수유리에 ‘늘푸른 학교’라는 탈북 청소년 생활 공동체를 만든 것이 셋넷학교의 시초가 되었다.
“우리의 중․고등학교 과정을 돌아보면 학교와 선생님들의 억압적인 말고 체제였던 것 같아요. 저는 그걸 넘어서고 싶었어요. 오랜 시간과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자유롭고 건강하고 따뜻한 소통을 할 수 있는 셋넷학교를 만들게 되었어요. 우리 셋넷학교에서 중요한 핵심은 소통이에요. 특히 탈북아이들은 낯선 문화와 낯선 사회에 들어오니까 소통이 어려워요. 물질로도 해결이 안 되는 것이 바로 소통인거에요. 제가 2001년 탈북 아이들을 처음 만났을 때 가장 의아스러웠던 것이 아이들이 외롭다는 거예요. 물질적으로 풍부한 나라에 와서도 해결하지 못한 것이 소통에서의 소외였던 거예요. 탈북자들에 대해 무지한 상태였는데 깜짝 놀랐어요.”
호기심 반 재미 반 시작했던 일에서 그는 소명을 알게 된 듯했다. 그리고 2002년 4월 ‘셋넷교실’을 세웠다. 기존의 탈북자 정착 지원 시설 ‘하나원’을 계승 발전하자는 취지였다. 이후 똘배학교를 거쳐 현재 ‘셋넷학교’라는 이름으로 지난 2004년 문을 열었다.
자기를 지키며 살 수 있게 도와야
“아이들은 비워주는 게 필요해요. 비워주면 스스로 채워갈 수 있는 거죠. 새터민 아이들을 만나서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은 아이들을 이끌어주고 도움을 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가지는 거에요. 그건 우리들의 착각이에요. 비워주고 끈기 있게 바라보는 게 중요해요. 말하자면 아이들이 먼저 말하는 시간과 공간의 여백을 만들어야 해요.”
그는 탈북 청소년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자유와 폭넓은 시야라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본인은 기독교 신자이지만 절에 가서 발우 공양까지 경험하게 한다. 그래서 이 학교가 탈북자만을 위한 게 아니라, 남한의 부적응 청소년도 함께 하는 학교가 되기를 바란다.
“남한에 와 있는 탈북 청소년들이 자기를 지키며 살 수 있게 해야 해요. 처음에 이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면 다 자기를 속여요. 강원도 출신이라든지 중국에서 유학 왔다고 말을 하는 거죠. 그러다보면 하나원 출신 아이들 끼라는 외면을 해요. 아는 척하면 신분이 들통 나니까요. 남한 아이들과는 어울릴 실력이 안 되고, 북한 아이들은 외면하고. 그래서 점점 외톨이가 되는 거예요. 아이들 사이에서는 북한말을 안 쓰고 서울말을 쓰면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많아요.”
셋넷학교에 들어오면 박 교장이 첫 번째로 하는 말이 “너희 말을 사랑하고 지켜야 한다. 너희 말 속에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기억이 있고 수백 년 내려온 선조의 몸짓이 있는데 그걸 부정하면 너는 없어져버린다.”는 것이다.
지난 해 셋넷학교 아이들은 지방을 두루 다니면서 여행을 하고 공연도 했다. 아이들은 지방마다 억양이나 말씨가 달라 못 알아듣기도 하면서 남한 내에서도 이렇게 서로 말이 다르구나 하고 체험하고 ‘서울말은 서울 사투리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아이들이 밖에 나가서 꽤 당당해졌다.
길 위의 아이들
올해 부산 아시아 단편영화제에서 셋넷학교 최금희(24.여.새터민)양이 만든 영화가 다큐멘터리 부문 본선에 올랐다. 새터민 대학생과 남한 대학생이 함께 여행하면서 서로 이해해가는 과정을 스스로 촬영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동갑내기 대학생 김민지(24.여)씨는 함께 떠난 20일 간의 여행에서 셀프 카메라 형식으로 영상일기 ‘길 위의 대화’를 찍었다. 영화는 작년 8월 셋넷학교 새터민 청소년들이 ‘동북아 평화 프로젝트’ 일환으로 중국과 몽골로 여행을 가자 이 학교 제1회 졸업생인 최씨와 자원교사인 김씨가 동행하면서 시작된다.
박 교장이 이야기한 문화 통합교육의 성과가 이렇게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문화통합교육이란 문화를 상대적으로 보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그래서 셋넷학교는 기초과목 배워서 대학 가는 것보다 나와 다른 문화를 상대적으로 보고 그걸 통합해 낼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 뮤지컬, 음악, 연극 등의 문화 활동을 중심으로 아이들과 함께 시간표를 짠다. 도망가고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타협하지 않고 당당하게 나서는 것, 그래서 셋넷 학교 교훈은 ‘뚜벅 뚜벅 사뿐 사뿐’ 이다.
마침 쉬는 시간이 되어 인터뷰를 마치고 무용 수업을 하던 강당으로 갔다. 아이들이 직접 풍선을 불어 칠판에 ‘선생님 사랑해요’라는 글씨를 적어놓았다. 이제 남한 속으로 세 걸음, 네 걸음 들어온 아이들. 그들의 당당하고 밝은 얼굴에서 무지개빛 영롱한 통일을 엿본다.
셋넷의 이념
1. 자유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정성껏, 그리고 당당하게 선택하고 결정하는 힘을 기른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하고 기꺼이 즐길 줄 아는 삶의 태도와 실천방식
2. 자치 자기 삶의 참된 주인이 되고, 누구나 주인임을 인정하는 공동체 소통 능력을 기른다.
- 지금 여기에서 나와 네가 함께 행복해지는 삶을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문제 해결능력!
- 일상 속의 체험을 통해 건강하게 뿌리내려가는 생명의 관계 그물망!
건강한 생명들이 평등하고 따뜻하게 소통하는 상태가 평화입니다.
셋넷이 꿈꾸는 평화는 머리 아닌 몸으로 느끼는 평화입니다.
일상의 삶 속에서 매일매일 만나는 평화입니다.
내가 평화 자체이기에 당신과 함께 나눌 수밖에 없는 평화입니다.
셋넷의 배움은 각자가 품고 있을 평화를 자각하는 감수성을 키우는 일입니다.
셋넷의 배움은 자신이 평화임을 당당하게 선언하고 지켜나가는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행복한 이들은 세상에서 자유롭습니다.
셋넷교육공동체는 성공에 앞서 영혼이 자유롭기 위해서 날마다 살아갑니다.
이 내용은 월간정토 6월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