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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돌아보고, 기쁨으로 섬기면서 하나님 중심, 말씀 중심, 교회 중심적인 신앙생활에 힘쓴다.’는 기치로 지난 1980년 문을 연 강변교회의 김명혁 목사. 그는 정통 신학자로서 국내외에 널리 알려졌고, 선교와 구호활동에서도 남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 2002년부터 ‘한국복음주의협의회’의 회장으로 취임하여 현재까지 교파와 종교를 뛰어넘는 대화와 나눔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매봉역에 내려 출구 계단을 오르자 저어기 ‘강변교회’ 표지가 보인다. 골목길 안의 작은 교회지만 독특한 설계를 엿볼 수 있는 건물이 인상적이다. 화요일 낮 교회는 산사처럼 고즈넉했다. 담임 목사실에 가까이 가자 서정적인 가곡의 선율이 흘러나온다.
목사님께서는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글쓰기를 하고 계시다가 반갑게 맞아주시며 악수를 청하셨다. 일흔 노장의 손길에서는 보드라운 힘이 느껴졌다. 쓰던 글을 마무리 짓고 이야기를 나누자는 말씀에 집무실을 찬찬히 돌아보았다. 책상 앞에는 초록의 화분들이 빼곡하고, 사무실벽면은 책으로 가득하다. 남는 공간에는 흑백의 낡고 바랜 가족사진이며 아이들이 보내온 카드, 여행하며 직접 찍은 사진들, 세계를 다니며 수집한 물건들로 가득 차 있어 박물관에 온 기분이 들었다. 화창하게 웃으시며 소파에 앉아 인터뷰에 응하시는 목사님은 봄을 닮았다.
목사님은 일상적으로 강변 교회 목회를 중심에 두고 선교단체 모임활동, 외국 선교지 순방, 기독교 간의 연합운동 협력 관계를 조성하는 일에 가교역할도 하고 계신다. 짬나는 대로 글을 써서 책도 내고, 신문, 잡지에 꾸준히 기고를 하시고, 방송국 녹화까지 ‘요즘 너무 바쁘다’고 하시지만 표정은 참 여유로우시다.
목사님은 자신의 삶의 과정에서 ‘복음주의’의 씨앗을 마음에 심었다. 심문을 받는 가운데서도 평정을 잃지 않았고, 심문을 받다 잠시 쉬는 틈이 생기면 주일에 설교할 것을 연구했다고 한다. 목사님께서 쓰신 책 어느 구절에는 ‘그 안에서 있었던 일들을 일절 말하거나 알리지 않기로 각서를 썼는데, 그것을 무시하고 그 일을 알리게 된 것에 대하여 양해를 구한다’는 글이 있다. 이후 목사님은 한국복음주의협의회(이하 한복협)와 신학회를 만들어 기독교 안에서 ‘복음주의 운동’을 펼쳐나가기 시작하셨다.
목사님께서는 인생을 ‘만남과 나눔’이라고 말씀하셨다. 미국 유학생활에서 다양한 인종과 문화 속에서 마음을 열어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일을 하면서 마음이 넓어짐을 느끼셨단다. 귀찮기도 하지만 모든 것이 만남에서 이루어진다고 믿는다는 그는 문화적, 종교적으로 이질적인 사람들도 가까이 하면서 ‘인간은 문화가 다르고, 종교가 달라도 고귀한 존재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셨다고 한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에서는 월례 기도회를 한다. 그날은 한국 개신교의 보수,진보를 대표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대표자급이 모두 모여서 함께 기도하고 노래도 부른다. 최근에는 정치인도 참여해서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와서 자기 생각을 발표도 하고, 공동 사업을 논의하기도 하는 이 자리는 참가하는 누구나 기분좋아한단다. 목사님은 지난 1월에, 고 강원용 목사, 김창인 목사, 조용기 목사 등이 참여하여 통회와 고백의 기도를 한 것을 <제가 잘못했습니다>라는 책으로 엮어내기도 하셨다.
"나는 아직 석가탄신일날 가지 못해서 좀 미안한데 정토회에서는 성탄절에 늘 와서 참 고마워요. 계속 많이 오면 좋겠어요. 예전에 추수감사절 때도 정토회에서 한 열명이 와서 사랑의 노래도 시켰어요. 그때 강원용 목사님 살아 계실 때여서 마침 설교를 하셨어요. 사실 우리교회는 보수 쪽에 속하는 편이라 강 목사님 같은 분을 모시면 교회에서 싫어해요. 근데 그날 정토회에서 열명이 와서 노래를 하니까 강 목사님이 깜짝 놀란거에요. 우리 교회에서도 이렇게 하면 큰 야단나는데 어떻게 강변교회에서 불교도들이 와서 예배시간에 노래까지 하냐면서요.
하여튼 예배는 따로 들여도 우리는 같이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이 사회와 북한을 위해서 우리 종교인들이 가까워지면 좋겠어요. 그래서 석가탄신을 축하드리고, 석가의 가르침을 순수하게 받아서 사회에 소금이 되고, 빛이 되는 그런 역할을 하면 좋겠습니다. "
- 월간정토 5월호 '우리 곁에 계신 스승을 찾아서' 코너에서 더욱 깊은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