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사르나트에서 마하보디소사이어티 회장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금요 즉문즉설 방송을 진행했습니다.
스님은 전날 밤을 새워 2025년 전체 일정을 정리했습니다. 새벽수행과 명상을 하고 아침 식사를 한 후에는 100일 법문과 특별정진 프로그램 기획안을 수정했습니다. 잠시 휴식을 한 뒤 오전에는 내내 원고를 정리했습니다.
오후 2시 30분이 되어 사르나트에 있는 마하보디소사이어티 본부를 방문했습니다. 마하보디소사이어티에 도착하자 회장 리밧 마하떼로(Revat Maha Thero) 스님이 반갑게 맞아 주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법륜스님! 잘 지내셨습니까?”
“네, 제가 조금 일찍 도착했습니다.”
“괜찮습니다. 어서 들어오세요.”
스님과 마하떼로 스님은 서로의 안부를 나누고 근황을 전했습니다. 스님은 부탄 젬강 지역을 답사했던 활동을 소개하며, 부탄에서 진행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마하떼로 스님은 스님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진심 어린 찬사를 보냈습니다.
“어렵게 살아가는 중생을 돕는 일이야말로 부처님께서 하신 일입니다. 정말 훌륭합니다.”
대화 중에 자연스럽게 전정각산 아래에 있는 학교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전정각산 아래에 있는 학교라면 수자타아카데미 같군요. 제가 30년 전에 세운 학교입니다.”
“오, 스님이 만드신 학교였군요. 저는 지금껏 일본 사람이 세운 학교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네, 저희 JTS에서 설립한 학교입니다. 작년에 개교 30주년 기념행사를 했습니다. 여기 있는 쁘리앙카 님이 10년 동안 교장을 맡았고, 올해도 곧 개교기념식이 있습니다.”
마하떼로 스님은 스님의 설명을 듣고 무척 놀라워했습니다.
“날짜가 언제입니까?”
“1월 15일입니다.”
“제가 그날 아침에 사르나트에서 보드가야로 이동해 개교기념식에 참석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다만 행사 시작 시간에는 조금 늦을 수도 있습니다. 아마 오전 10시쯤 도착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이후 대화는 마하보디소사이어티의 역사와 용성조사님의 대각회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금요 즉문즉설 방송 시간이 가까워지자 스님은 대화를 마무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럼 개교기념식에서 뵙겠습니다.”
“네, 사르나트에 오시면 꼭 방문해 주세요. 오늘처럼 차 한잔이라도 하고 가십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사르나트에 오면 꼭 들르겠습니다.”
스님은 즉문즉설 방송을 진행하기 위해 미얀마 절로 이동했습니다. 성지순례객들이 묵고 있는 미얀마 절의 옥상에 있는 명상원에 인터넷이 잘 된다고 하여 오늘은 그곳에서 방송을 하기로 했습니다.
아슬아슬하게 방송 시작 시간인 오후 4시에 맞춰 도착해 바로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37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제가 2주나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하는 시간에 직접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부탄의 아주 깊은 산속 오지를 다녀서 인터넷이 되지 않고 시간도 맞출 수 없었습니다. 한국과는 시차가 약 3시간 정도 나는데 시간을 맞추려면 제가 부탄 시각으로 오후 4시 반에 참여해야 합니다. 그런데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답사를 다녀야 해서 도저히 시간을 맞출 수가 없었습니다. 보름 간의 부탄 일정을 마치고 지금은 인도의 고대 도시인 바라나시에 왔습니다. 여러분들과 이렇게 직접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어서 네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아내가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다가 아파트에서 투신하였는데 겨우 생명을 건졌다며 앞으로 어떻게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할지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아내가 우울증을 겪다가 아파트에서 투신을 했습니다
“저는 올해 59세로 결혼한 지는 25년쯤 되었습니다. 최근에 집사람이 급성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두 달 정도 힘들어하다가 아파트 5층에서 투신하는 사고가 났습니다. 다행히 생명은 건졌고 수술 뒤에 지금은 재활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척수신경을 다쳐서 하반신 마비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재활치료로 나아지길 기대하고 있지만 앞으로 제가 계속 아내의 대소변을 받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일로 집사람도 크게 후회하고 있고 저도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집사람에 대해서는 미안한 마음, 황당한 마음 등 다양한 감정이 듭니다. 앞으로 장애인으로 살아가야 할 수도 있는데 너무 안타깝고 불쌍합니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제가 아내에게 어떤 위로와 격려를 해야 할까요? 그리고 저는 이 어려움을 어떻게 헤쳐 나가면 좋을까요?”
“우울증은 정신질환의 일종입니다. 정신질환의 원인은 어떤 정신작용을 일으키는 물질의 과다분비 또는 과소분비라는 견해도 있고, 물질적인 문제가 아닌 정신적인 문제라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어릴 때 상처를 많이 받았거나, 또는 자기 뜻대로 안 되어서 생긴 어떤 죄책감이나 좌절감, 절망감 등이 서로 겹치면서 정신질환이 되었다고 보기도 합니다. 또는 이 두 가지 원인이 복합될 수도 있습니다.
생각에 사로잡힌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생각을 골똘히 하면 그 속에 푹 빠져버리는 것을 말합니다. 밤에 꿈을 꾸면 마치 현실처럼 느껴지죠. 그런데 옆에서 보면 그냥 잠을 잘 뿐입니다. 그러나 꿈을 꾸는 사람은 굉장한 위험에 처해있거나 쫓겨 다니고 있는 겁니다. 이처럼 어떤 한 생각에 깊이 빠지면 순간적으로 ‘나는 아무 쓸모없는 사람이야’, ‘나 같은 사람은 죽는 게 나아’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서 건물에서 확 뛰어내릴 수가 있어요. 옆에서 보면 멀쩡한 사람이 뛰어내린다고 볼 수 있지만, 당사자는 거기서 뛰어내릴 수밖에 없는 그런 정신적 환상에 사로잡힌 것입니다. 그래서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예방하기 위해 약을 먹어야 합니다. 약을 먹으면 병이 낫는다는 게 아니라 신경을 안정시켜서 그런 극단적 선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약을 먹으면 좀 졸린다는 부작용도 있지만 그런 극단적 사로잡힘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어요.
그래서 질문자의 부인 같이 극단적 행동을 하는 경우는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이 병원에 간 적이 없거나 치료받고 있더라도 그때 임의로 약을 끊은 경우에 많이 일어납니다. 사람이 화가 너무 많이 나도 어떤 생각에 확 사로잡혀서 남을 죽이거나 자신을 스스로 헤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것처럼 이번 일도 정신적으로 딱 사로잡힌 상태에서 일어난 겁니다. 사로잡힌 상태에서는 그 사람의 내면에서 그 행위가 정당화되어 버립니다.
질문자가 이런 사실을 미리 알고 부인을 잘 살폈으면 좋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일이에요. 반성은 좀 필요하겠지만, 질문자가 부처님도 아니고 예수님도 아니고 전문의사도 아니잖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잘 모르기 때문에 옆에서 누가 죽겠다고 해도 그러려니 하고 그냥 넘어가는 것입니다. 이런 걸 다 살펴서 세심하게 배려할 수준이 안 되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질문자가 반성하는 것은 좋지만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죄책감을 느낀다는 건 내가 부처님 수준이 된다고 생각하는 과대망상증이에요. 그런 부인을 잘 보살피지 못한 것에 대해 질문자에게 약간의 책임이 있긴 하지만, 질문자의 수준을 보통 사람 정도라고 본다면 죄책감까지 가질 정도의 일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금 반성하고 넘어가면 되는 일로 보시면 좋겠습니다.
이런 일로 부인이 죽으면 죽어서 문제가 되고, 살면 살아도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죽는 것보다 산 게 낫지만, 부인은 그전에 우울증만으로도 힘들었는데 이제 신체 장애까지 감당해야 하니 본인도 그렇고 주위 사람에게도 일이 많아졌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건강한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신체 장애와 정신 장애가 생겼더라도 사람은 살아있는 한 삶을 유지해 나가야 합니다. 부인의 경우는 원래 정신 장애가 있다가 예방을 못 해서 신체 장애까지 생기게 된 경우예요. 보통 이럴 때 어떤 사람은 정신적 장애가 해결됩니다. 신체적으로는 건강한데 정신적 장애가 심하던 사람이 이런 죽을 고비를 넘기면 삶에 의욕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생명의 원리가 그렇습니다. 반드시 그렇게 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다시 죽으려고 할 확률이 사고가 나기 이전보다 훨씬 낮아지게 됩니다. 오히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삶에 대한 욕구가 더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질문자의 부인도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날 확률이 오히려 낮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부인이 재활 치료를 받는 것이고, 질문자가 부인을 간호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번 일로 질문자가 해야 할 일이 많아졌으니 ‘집사람이 쓸데없는 짓을 해서 내가 일이 많아졌어!’ 이렇게 불평할 수는 있겠죠. 그러나 부인을 잘 살피지 못한 질문자의 책임도 있으니 관점을 다르게 가져 보세요.
‘일은 좀 많아졌지만 그래도 아내가 죽지 않고 살아서 다행이다. 아내도 반성하고 있고, 나도 잘 살피지 못한 점을 반성해야겠다. 서로 협력해서 이 난관을 극복해 보자!’
이렇게 관점을 가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지금 집사람과 함께 잘 이겨내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꾸 원망하는 마음을 갖고 ‘당신이 그러지 않았으면 내가 이럴 필요가 없잖아’ 이렇게 생각하면 질문자도 괴롭고 부인과의 관계도 틀어집니다. 몸이 불편한 사람은 불평을 많이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아내도 예전보다 불평을 더 많이 할 겁니다. 그런데 잘못 생각해서 ‘일은 당신이 저질렀는데 왜 당신이 불평을 하나? 내가 불평을 해야지’ 이렇게 생각할 수가 있거든요.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세요. 대소변을 받아내는 사람이 더 힘들까요? 아니면 대소변을 뭉개고 있는 사람이 더 힘들까요?”
“대소변을 뭉개고 있는 사람이 더 힘듭니다.”
“그래서 부인이 불평할 때 ‘이게 왜 내 잘못이냐? 네 잘못이지’ 이렇게 생각하면 관계가 점점 틀어집니다. ‘얼마나 불편했으면 이렇게 짜증을 낼까. 그래 얼른 내가 갈아 줄게. 늦어서 미안해!’ 이런 관점을 가지시면 이번 일을 전화위복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반성을 많이 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집사람이 회복할 때까지 불평 없이 이 어려움을 잘 헤쳐 나가겠습니다.”
질문자는 끝내 눈물을 참지 못하고 울먹였습니다. 스님이 다시 한번 질문자를 격려해 주었습니다.
“질문자는 지금 부인을 걱정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본인을 걱정하는 것 같아요. ‘내 인생이 아직도 몇십 년이나 남았는데 집사람의 똥오줌 가리면서 어떻게 살지?’ 이런 걱정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지금 부인은 질문자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그런 걱정하지 마시고 ‘그동안 아내가 힘들었는데 몸까지 다쳤네. 그래도 같이 살았으니 큰 도움은 안 되더라도 작은 도움이라도 주며 살아야겠다’ 이런 마음을 가지면 좀 홀가분해지실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네 명의 질문에 모두 답변을 하고 나니 저녁 5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방송을 마친 스님은 숙소로 돌아와 델리 공항에 도착한 순례객들의 상황을 점검하고, 한국과 소통하며 남은 업무를 보았습니다.
내일은 오전 6시 30분에 경전대학 즉문즉설 방송이 예정되어 있으며, 저녁에는 34차 성지순례 입재식이 열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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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무사히 성지순례 다녀온
6호차 빈그릇신정화입니다. 천축선원의 밤 안개비에 인도감기도 경험하니 감기도 즐겁습니다.
34회차인데도 스님께서 몸소 답사를 하신 줄 이제사 알았습니다. 6호차에 타게 된 영광을 누리게 되어 대대손손 영광입니다.
새해엔 지팡이 놓으실 수 있길 빌어드립니다.
무한한 감사와 존경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