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11.8 INEB와 국제협력팀 미팅, 금요 즉문즉설
“저녁만 되면 매일 술을 마시는 습관을 고치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INEB(참여불교국제네트워크)와 정토회 국제협력팀이 하루 종일 회의를 하기로 한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3시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하여 서울로 향했습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 6시 30분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했습니다.

아침 식사를 하고 원고 교정을 본 후 업무를 보다가 회의를 하기 위해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접견실에서 INEB 사무총장 무(Moo) 님과 집행위원 안챌리(Anchalee) 님이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방콕에서 서울까지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하루 종일 회의를 하자고 해서 저도 하루 종일 시간을 비워 놓았습니다. 시간이 충분하니까 의논하고 싶은 게 있으면 충분히 이야기하시기 바랍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먼저 무(Moo) 님이 스님에게 제안하고 싶은 내용을 이야기했습니다.

“정토회 스터디 투어 프로그램을 스님들 그룹, 여성 활동가 그룹, 이렇게 두 그룹이나 진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세 번째로 청년 그룹을 진행해 보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안챌리(Anchalee) 님도 추가로 제안하고 싶은 내용을 이야기했습니다.

“기존의 정토회 스터디 투어 프로그램을 심화시켜서 평화재단에서 다양한 종교인들이 모여서 협력하는 모델도 배우고 싶고, JTS에서 다양한 나라에서 구호 활동을 하거나 지속가능한 개발을 해나가는 모델도 배우고 싶습니다.”

두 분의 제안을 듣고 스님이 의견을 이야기했습니다.

“동남아의 청년들을 교육하고 훈련시키고 싶다면, 제 생각에는 인도 보드가야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JTS에서 장소를 제공해 줄 테니까 수자타 아카데미에서 마을을 개발하는 봉사 활동과 세미나를 하고, 보드가야와 라즈길을 성지순례 하는 프로그램을 겸하면 청년들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겁니다. 왜냐하면 동남아 청년들 중에는 보드가야를 순례해 보는 게 꿈인 사람들이 많거든요.”

다시 무(Moo) 님이 의견을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구상하는 청년 INEB 프로그램은 붓다 담마를 현대 사회에 적용하는 사례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주요 목표인데, 성지순례와는 조금 성격이 다른 것 같습니다.”

스님은 붓다 담마를 현대 사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부처님의 일생을 깊이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현대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붓다 담마에 기반해야 지속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붓다 담마란 단순히 불교 교리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붓다가 실제로 어떻게 살았는지 직접 현지에 가서 공부를 하게 되면 훨씬 더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불가촉천민 마을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해 가는지, JTS가 주민들과 함께 어떻게 마을 개발을 해나가고 있는지를 보게 되면 청년들이 굉장한 자극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수자타 아카데미는 상급생이 하급생을 가르치는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 아이들이 남에게 도움을 받으면서 자기들도 남에게 도움을 주는 이런 방식은 돈도 적게 들고 가난한 나라에서도 누구든지 적용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정토회에서는 이렇게 청년 프로그램을 진행해 보고 싶어도 인력이 없어서 못하고 있는데, 만약 INEB가 프로그램을 진행해 보고자 하면 장소는 얼마든지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사회 실천을 할 때 붓다 담마에 기반해야 하는 이유

정토회에서는 다양한 사회 실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가장 바탕이 되는 것은 붓다 담마에 대한 깊은 이해입니다.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붓다 담마에 기초해서 이해할 때 사회 실천 활동이 나오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정토회가 자원봉사 방식으로 운영되는 모습이 좋아 보이니까 우리도 한번 적용해 보겠다고 해도 쉽게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정토회 회원이 된 사람들은 모두 붓다 담마를 깊이 이해해서 자신의 고뇌를 해소한 체험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정토회가 자원봉사 방식으로 조직 운영이 가능한 것입니다. 자원봉사로 운영한다는 방식만 취한다고 해서 그것이 활성화되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에서도 1980년대에 민중 불교운동이라고 해서 사회 참여를 하는 많은 운동 단체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의 사회 참여 동력이 붓다 담마가 아닌 사회 과학에 근거해서 나왔습니다. 30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이 소멸되고 아주 일부분만 남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토회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붓다 담마를 바탕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붓다 담마를 공부한 사람이 사회 과학을 공부한 사람보다 더 오랫동안 사회 실천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붓다 담마는 수행을 기초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자기 변화와 사회 변화가 어느 정도 일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INEB 스터디 투어 프로그램이 붓다 담마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체험하는 쪽으로 더욱더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에는 지금까지 INEB 스터디 투어를 하고 간 사람들 중에 지금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만 다시 초청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여기저기 둘러보는 것보다는 몇 가지 주제를 정해서 붓다 담마에 대해 더 깊이 토론하고, 필요하면 그 현장을 직접 가보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짜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Good idea!”
(좋은 생각입니다!)

청년 INEB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문제를 시작으로 점점 논의의 주제를 넓혀갔습니다. 스님은 정토회뿐만이 아니라 참여불교의 모델이 될 수 있는 다른 불교 단체는 어떤 것이 있는지, 기독교 단체 중에는 어떤 모델이 있는지 소개해 주었습니다.

이어서 라오스, 베트남 등 종단의 지도 그룹을 초청하는 프로그램, 비구니 스님들을 초청하는 프로그램, 여성 활동가들을 초대하는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무엇을 개선하면 좋을지 구체적으로 의논했습니다.

내년 7월에 열리는 국제화해학회 행사에 종교 간의 화합을 추구하는 사례로 누구를 초대하면 좋을지, 인도 성지순례에 INEB가 참가하는 방식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등 여러 가지 주제로 대화를 나눈 후 오전 회의를 마쳤습니다.

점심 식사를 하고 다시 오후 1시부터 회의를 이어나갔습니다. 오후에는 지난 일주일 동안 진행한 여성 INEB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를 한 후 다시 종합해서 오전에 논의한 내용을 하나씩 정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들을 초대하는 INEB 프로그램은 매년 진행하되, 청년 INEB 프로그램과 여성 INEB 프로그램은 해를 번갈아 가며 교대로 진행해 보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INEB의 무(Moo) 님, 안챌리(Anchalee) 님, 그리고 국제협력팀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일주일 동안 수고 많았어요. 조심히 가세요. 미얀마 난민들을 지원하는 일은 JTS의 원칙에 맞게끔만 세팅해 주면 언제든지 계속 지원을 하겠습니다.”

“Thank you. Sunim.”

이어서 오후 2시에는 스리랑카에서 JTS가 긴급 지원을 할 때 봉사자 대표 역할을 했던 나말 님이 찾아왔습니다. 2주 전에도 한 번 만나서 스리랑카에 집이 없는 사람들의 주거 문제와 암 환자 의약품 지원 문제에 대해 의논을 했었는데, 오늘은 스리랑카에 JTS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문제에 대해 의논을 했습니다.

“스리랑카에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한 일은 무엇이든지 지원을 할 테니까 열심히 한 번 해봐요.”

“감사합니다. 스님께서 부탄에서 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지금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나말 님은 스리랑카에 JTS 법인의 설립 방법에 대해 조사를 해오기로 하고, 스님은 나말 님이 더욱 열심히 활동할 수 있게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오후 3시에는 평화재단 사무국장으로부터 다가오는 14일에 백범 김구 기념관에서 진행할 예정인 평화재단 20주년 기념식에 대해 보고를 받고, 남은 일주일 동안 어떤 준비를 더 해야 하는지 의견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하루 종일 회의를 한 후 평화재단을 나와 서울 정토회관으로 돌아왔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에는 정토회관 방송실에서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47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죠. 어제 아침 중부 지역 일부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오늘 오후부터는 날이 풀린다고 하네요. 올여름은 너무 더웠습니다. 가을도 가을답지 않게 추석 때까지 더위가 계속 됐습니다. 그 영향으로 채소나 과일 농사가 잘 되지 않아서 채소도 과일도 아주 값이 비싸졌습니다. 마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채소나 과일 가격이 비싼 이유에는 기후변화도 있지만 농촌에서 일할 사람이 부족한 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농민들이 이제 나이가 들어서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서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합니다. 농민들은 직접 농사지을 때 자기 인건비는 따로 계산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면 일당을 줘야 하니까 그 인건비가 채소값에 반영이 돼서 전체적으로 가격이 오르는 것 같습니다. 비싼 채소나 과일을 먹는 일이 올해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2주 전에 부탄을 다녀왔습니다. 부탄에 가서 가을 추수 상황도 점검하고 마을의 식수 문제 해결 사업을 살펴보고 왔습니다. 이 지역은 물이 귀해서 멀리 있는 수원지에서 파이프를 연결해 물을 공급했습니다. 물이 급한 만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공사가 완료된 마을들도 있었어요. 그 영상을 잠깐 보고 여러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지난주에 부탄을 방문하고 온 모습을 영상으로 보았습니다.

▲ 영상 보기

"우리의 작은 정성과 지원이 저분들에게는 큰 기쁨과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지구 반대편에는 물과 식량이 부족하거나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등 여러 어려움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과거에 이런 어려움을 겪었지요. 여러분이 지금 먹고 입고 자는 데에 불편함이 없다면, 그 시절을 떠올리며 생활비 중 일부를 기부해서 저분들에게 물이 되고 밥이 되고 약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어서 네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매일 술을 마시고 자는 습관이 안 고쳐진다며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는지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저녁만 되면 매일 술을 마시는 습관을 고치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매일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있을까요? 15년 가까이 매일 술을 마시면서 지내왔습니다. 심리 치료도 해보고, 병원 치료도 해보고, 이것저것 다 해봤지만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주사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저녁만 되면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매일 술을 찾게 됩니다. 저는 가끔 사람들과 어울릴 때나 필요할 때만 술을 마시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술 마시는 습관을 고칠 수 있을까요?”

“알코올 중독이라고 할 때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습관성인데, 지금 질문자 같은 경우가 해당합니다. 술 마시는 습관을 못 끊는 거예요.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담배를 못 끊는 것도 습관성에 해당합니다.

다른 하나는 중독성인데, 술을 먹으면 주사를 부린다기보다는 밥도 먹지 않고 계속 술만 먹는 경우입니다. 술 마시는 행위를 멈추지 못하는 거예요. 저녁에 잠깐 한잔 먹는 게 아니라 낮이고 저녁이고 술을 계속 먹어야 됩니다. 이렇게 알코올에 중독되면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술 먹는 행위를 멈추는 방법은 병원에 입원을 해서 강제로 술을 끊는 겁니다. 일주일이든 열흘이든 입원을 하면 술을 안 먹게 되고, 술을 안 먹으면 정신이 멀쩡해집니다. 그러다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또 술을 입에 대게 돼요. 일단 술을 한 번 입에 대면 그다음부터는 끊지 못하고 계속 마시게 됩니다. 밥도 안 먹고 술만 계속 먹으면 몸도 망가지겠죠. 그러면 또다시 병원에 입원하게 돼요. 입원을 하고 나면 다시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옵니다. 이런 사람은 술을 아예 입에 대면 안 되는 거예요. 술을 한 번 입에 대면 멈춰지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병으로서의 알코올 중독입니다. 마약 중독처럼 알코올 중독도 중독 환자에 해당합니다.

반면에 담배를 피우는 건 중독이라기보다는 습관성이에요. 습관성도 끊기가 어렵지만 그렇다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지는 않죠. 그런데 이런 사람들은 타인한테 해를 끼치더라도 습관을 멈추지 못합니다. 비행기 안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해도 몰래 화장실에서 피우다 벌금을 물기도 하고, 건물 안에서도 담배 피우지 말라고 하는데 옥상이나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담배를 피워서 폐가 나빠졌다 해도 이미 습관이 되어버려서 끊지를 못합니다. 술도 습관성이 되면 항상 저녁에는 술을 먹어야 잠이 옵니다. 술을 먹고 약간 취해야 잠을 잘 수 있는 겁니다.

질문자의 상태는 알코올 중독 상태까지는 아니고 습관성에 해당합니다. 혼자서 술을 마시면 친구들과 어울려서 마실 때보다 습관성이 될 확률이 더 높습니다. 사람들과 술자리에서 ‘기분이다!’ 하면서 마신 후 차에 실려 올 정도가 되더라도 이튿날 술이 깨면 그만이에요. 몸이 좀 망가져서 하루 고생을 해도 다음 날 괜찮아지고, 그럼 또 며칠 술을 안 먹습니다. 이런 경우는 주사가 있더라도 습관성은 아니에요. 술을 많이 먹는 것과 습관성은 그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많이 먹었다가 또 며칠 안 먹다가 또 많이 먹는 사람은 술을 즐기는 사람이라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질문자처럼 습관성인 사람은 주로 혼자 술을 먹습니다. 혼자서 매일 술을 먹으면, 첫째, 습관성이 될 확률이 높고, 둘째, 나중에 알코올 중독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아직은 젊으니까 습관성 정도인데, 시간이 흐르면 질문자는 술을 못 끊어요. 술을 멈출 수가 없게 되고, 그러면 여러 가지 증상과 문제가 나타나게 됩니다.

나이 육십이 넘은 어른이 저녁에 잠이 잘 오게 하려고 막걸리나 소주 한 잔 먹는 것은 혈액순환을 돕기 때문에 그 정도로는 습관성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옛부터 어른들이 약처럼 술을 먹는 걸 약주라고 불렀어요. 물론 약주도 알코올이지만 그런 정도는 습관성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또 농민들이 일을 하고 막걸리 한 잔 먹는 것도 습관성이 되거나 중독성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에너지를 보충하는 한 방법이에요. 술은 먹으면 열이 금방 나잖아요. 일반 음식은 장으로 내려가서 소장에서 흡수가 되기 때문에 몇 시간이 걸리지만, 알코올은 위에서 바로 흡수가 됩니다. 그래서 30분 이내에 에너지로 쓸 수 있는 상태가 돼요. 이런 이유로 일꾼들이 힘들 때 술을 한잔 먹으면 힘을 내서 일을 할 수가 있어요. 알코올은 단기간에 에너지원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를 꼭 나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술을 많이 먹어서 정신을 잃거나 주사가 있어 남에게 피해를 준다면 당연히 술을 끊어야 합니다. 하지만 질문자처럼 주사가 없더라도 술을 매일 먹고, 술을 안 먹으면 못 견딜 정도라면 습관성으로 볼 수 있어요. 습관성이 지나치면 알코올 중독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알코올 중독이 되면 혼자서는 극복이 어렵고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해요. 그런데 알코올 중독에 이르게 되면 완치할 수 있는 확률이 매우 낮습니다. 계속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가 결국은 일찍 죽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 질문자는 혼자 사나 봐요. 결혼했어요?”

“네, 결혼했습니다.”

“결혼했는데 왜 저녁에 심심해요? 남편이 어디 갔어요? 아니면 남편이랑 같이 술을 먹는 거예요?”

“아니요. 남편은 술을 안 먹고 저만 먹습니다.”

“남편하고 대화를 안 해요?”

“남편과 사이는 좋아요. 오히려 술을 먹으면 남편하고 더 재미있게 놀 수 있고, 대화도 더 많이 나누게 돼요.”

“저녁에 매일 술을 먹더라도 한두 잔만 먹으면 괜찮은데, 취하도록 먹는다니까 건강이 앞으로 많이 나빠질 것 같네요.”

“제가 생각하기에도 계속 이렇게 살면 언젠가 건강이 갑자기 나빠질 것 같아요. 그런데 술을 끊을 수가 없습니다. 심리치료도 여러 번 받아봤고, 최면 치료도 받아 봤고, 병원에 가서 약도 먹어봤는데 안 돼요.”

“술을 먹으면 토하거나 몸에 어떤 고통을 일으키는 약도 있다던데 그건 드셔보셨어요?”

“그런 약이 있어요?”

“네, 그 약을 먹고 술을 먹으면 구토를 하거나 몸에 굉장히 안 좋은 반응이 일어난다고 해요. 그러면 그 증상이 싫어서 술을 안 먹게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그 약을 먹으면 저는 ‘이건 약 때문이야!’ 이러면서 또 먹을 것 같아요.”

“소태라고 들어보셨어요? 옛날에 젖먹이 아기들이 젖을 떼도록 할 때 쓰던 약이 있어요. 아주 쓴 맛을 내는데, 아기들이 젖을 안 떼려고 할 때 그걸 젖꼭지에 발라서 떼게 했어요. 이처럼 술에 습관이 든 사람도 이 약을 먹으면 술에 굉장한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고 해요. 그래서 술을 먹고 싶지 않도록 무의식에 영향을 주는 겁니다. 제가 직접 먹어보고 실험해 본 것은 아니지만 이런 방법도 있습니다.

질문자가 지금은 괜찮지만 계속 술을 먹으면 알코올 중독이 될 가능성이 있어요. 그래서 한동안 술을 끊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집에서 그게 잘 안되면, 문경 정토수련원에서 하는 ‘깨달음의 장’이라는 수련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제한된 공간에서 5일간 수련하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술을 마실 수가 없어요. 담배를 못 끊던 분들도 깨달음의 장을 하고 나서 많이 끊었습니다. 금연할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하지만 그 수련을 하면 마음의 스트레스가 풀리기 때문에 금연을 시작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질문자도 정말 술을 끊고 싶다면 그런 수련에 참여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예전에 다이어트를 하면서 보름 정도 끊어본 적이 있거든요.”

“수련에 참여해서 술을 멈추는 것은 그냥 의지로 참는 것과는 성격이 달라요. 보통 억지로 참는 것은 마치 눌렀다가 놓으면 다시 튕겨 나가는 용수철과 같습니다. 참으면 나중에 원래대로 돌아갑니다. 예를 들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감옥에 가게 되어 한 2년간 못 피우면, 교도소에 있을 때는 딱히 불편함 없이 살 수 있어요. 그런데 출소하면 나오자마자 바로 담배 가게를 먼저 찾게 됩니다. 그래서 억제하면 원래대로 다시 돌아갑니다.

그런데 깨달음의 장에 참여하면 마음속에 베인 습관을 없앨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몹시 미울 때 ‘그래, 알았다. 내가 용서할게’ 이렇게 마음을 먹더라도 ‘그래도 네가 나한테 이럴 수가 있나!’ 하면서 자다가 벌떡 일어나기도 하잖아요. 깨달음의 장에서는 미움이나 원망, 섭섭함 같은 정신적인 괴로움에 대해 그 원인을 깊이 관찰하여 해소하게 되면 술과 담배도 저절로 함께 끊어지게 됩니다.

질문자는 한동안 술을 끊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적어도 몇 년은 일체 술을 입에 대면 안 돼요. 그런 뒤에 술을 먹더라도 회식 자리에서 건배하고 한잔 하는 정도만 해야지 일상적으로 술을 안 먹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억지로 참으면 안 됩니다. 그러면 스트레스를 받아 어떤 일을 계기로 다시 먹게 돼요.”

“제가 술을 매일 먹는 이유는 살면서 재미있는 것이 술 마시는 것밖에 없어서 그렇거든요. 술을 먹고 노는 것 말고는 일상이 다 지루하고 따분해요.”

“깨달음의 장에 다녀오면, 술과 담배를 안 하고, 결혼도 안 하고, 도박도 안 해도 인생에 재미있는 일이 아주 많아집니다. 질문자는 술을 먹고 말썽을 피우는 것도 아니고,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습관은 언제든 스스로 멈출 줄 알아야 합니다. 한 달간 술 먹는 걸 멈춰보기도 하고, 또 좀 먹다가 안 먹기도 하고, 이렇게 술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그게 안 되면 질문자는 술의 노예가 되었다는 방증이거든요. 아직 질문자가 술을 먹었을 때 큰 부작용은 없지만, 미래를 생각해서 유의하시면 좋겠어요. 제일 먼저 깨달음의 장에 빨리 다녀오세요. 깨달음의 장에 먼저 다녀온 다음에 술을 끊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약속을 못 지켜요. 깨달음의 장을 하고 나면 술을 끊기가 매우 쉽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오늘 스님과 대화하면서 ‘내가 술을 처음에 친구들과 몰래 먹어서 습관이 더 들었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깨달음의 장에 꼭 다녀오겠습니다.”

“술은 그냥 음식의 한 종류이니까 나쁘게 볼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데 술이라는 음식에는 고유의 성질이 있습니다. 첫째, 술은 사람을 약간 흥분시키거나 취하게 합니다. 그래서 술을 먹으면 참는 게 잘 안 돼서 화를 벌컥 내기도 하고, 용기가 나서 이성에게 고백을 할 수도 있습니다. 술에 취하면 마음이 약간 들뜹니다. 들뜨면 용기가 나서 도덕적으로 나쁜 행동을 할 수도 있고요. 어려웠던 좋은 일도 할 수 있게 됩니다. 수행자에게 술을 금지하는 이유는 이렇게 마음이 들뜨는 것은 수행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수행은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입니다. 술에는 이런 성질이 있다는 것에 유의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술을 먹고 실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술 먹고 운전하면 운전을 더 잘하는 기분이 드는 것도 마음이 흥분되어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사고 낼 위험이 큽니다. 성추행 같은 범죄도 대부분 술에 취해서 일어나지, 그렇지 않은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술에 취하면 도덕관념도 약간 약해지고, 어떤 일을 해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되죠. 술의 이런 성질에 좀 유의해야 합니다.

둘째, 술은 습관이 될 수 있습니다. 담배는 술처럼 사람을 흥분시키지는 않지만 습관이 되죠. 마약이라면 약간 흥분시키면서 습관이 되고요. 이렇게 물질마다 성질이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술을 금지하던 시기가 있고, 종교별로 술을 금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것은 다 술의 이런 성질 때문에 그렇습니다. 술은 자주 먹거나 많이 마시면 부작용이 많이 생깁니다. 노는 자리에서는 보통 술이 나오죠. 사람을 약간 흥분시키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취하면 노래도 좀 부르게 되고, 춤을 못 추던 사람이 남들 앞에서 춤도 추게 됩니다. 반대로 부작용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부부간에 싸움을 할 수도 있고, 사람들에게 실수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술은 사람의 마음을 흥분시키는 요소가 있고, 습관이 되는 성질이 있습니다. 질문자가 술을 먹어야 재미있다는 것은 마음을 들뜨게 하는 술의 성질 때문에 일어나는 작용입니다. 또 매일 술을 먹는다는 것은 습관성을 말합니다. 아직 질문자는 술을 먹고 생긴 부작용이 크게 없었기 때문에 술을 인생의 윤활유처럼 여기는 것인데, 앞으로도 계속 술을 먹으면 점점 부작용이 많이 생겨날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질문자가 술을 스스로 멈출 수 없을 정도로 습관이 들었다는 겁니다. 이 습관을 끊으려면 어떤 강한 충격이나 계기가 필요합니다. 자기 의지만 갖고는 술이 끊어지지가 않아요. 깨달음의 장 같은 수련은 질문자의 무의식에 강한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술을 끊는 데 도움이 좀 됩니다. 술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 깨달음의 장을 하고 나서 술을 끊은 경우가 많습니다. 한번 해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 7년째 고양이 호텔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두 달 전 새로운 곳에 1억 가까이 들여 오픈했는데 자꾸 여기저기 망가져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할까요?

  • 아버지 회사에 다니는데 아버지가 업무 중 잡담을 하며 공감해 주기를 원하십니다. 공사를 구분 못 하는 게 싫어 무시했더니 서운해하십니다. 어떡하면 좋을까요?

  • 회사에서 교육과 강의를 계속해야 하는데 매번 긴장을 합니다. 긴장하지 않고 강의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내일은 지난 9월에 입학한 정토불교대학 학생들을 위해 즉문즉설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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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우

술때문에 인생이 망가진다면 참 쓸쓸하지 싶습니다.
습관을 고칠수 있는 방법은 오분이라 작은 시간부터
차곡 차곡 시작 한다면 어떨까요 자기를 생각 하는 시간 단 오분이라도 ~^^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스님 항상 건강 하십시요

2024-11-18 22:52:34

백성철

제가 질문하고 싶었던 내용입니다 . 말씀 새기며 실천하겠습니다

2024-11-18 04:30:49

범해

술! 오묘한 음료지요.저 또한 직장에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음주실력(^^^)을 발휘해서 나름 많은 실적을 이루었다고 자평합니다만.😃
이제 7학년 후반이 되면서 음주습관을 고치려고 하는데 가끔 고삐풀린 주당이 되곤 합니다.과음이 그 때만 즐겁고 위험한 결과를 당할 수 있어서 절주하려고 합니다만 생각대로 안되곤 합니다.스님의 즉설 명심,또 명심하겠 습니다.

2024-11-13 18: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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