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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여성 INEB 정토회 스터디 투어 4일째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여성 INEB 정토회 스터디 투어 참가자들과 함께 발우공양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불생가비라 성도마갈다 설법바라나 입멸구시라”
소심경을 외우며 발우를 펴고 밥과 반찬을 발우에 담았습니다. 참가자들도 발우공양의 작법이 조금 익숙해졌습니다.
고요한 가운데 식사를 마치고 숭늉을 부어서 김치 조각으로 발우를 깨끗이 닦아 먹었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대중공사를 했습니다. 각자 계율을 어긴 것에 참회를 하고 전체 대중에게 공지할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여성 INEB 참가자들을 위해 한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두북 수련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곳은 여러분이 생활하기에 좀 불편한 곳입니다. 그렇지만 저희도 살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여러분은 정토회를 체험하러 온 것이니까 불편을 감수하고 생활해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만 교실에 재우고 우리는 더 좋은 집에 가서 자는 게 아니고 우리도 여기서 같이 잠을 잡니다. 이렇게 저희들은 더 이상 학교로 사용되지 않아서 오랫동안 비워져 있던 폐교를 재활용해서 살고 있습니다.
두북 수련원은 이곳 주위에 노인들이 많이 살기 때문에 처음에는 노인들의 생활을 도와주는 복지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해외 구호 활동에 지원하는 물품을 보관하는 창고로 사용을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전 세계적으로 재활용 물품을 받지 않기 때문에 주로 국내에서 서로 교환하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곳은 기후 위기 시대를 대비해서 식량 자급자족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농약과 화학비료로 인해 먹거리가 오염되고 있기 때문에 건강을 위해 가능한 유기농으로 재배를 해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지역은 대부분 노인들이 살고 있어서 경작하지 않는 농토가 생길 때가 있습니다. 정토회에서는 그런 땅을 이용하여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이렇게 저희들은 생활하는 건물도 재활용을 하고, 농사짓는 농토도 재활용을 하고, 사용하고 있는 물건들도 재활용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이곳을 잘 살펴보면 ‘나도 고향에 돌아가서 이런 정도의 활동은 할 수 있겠다’ 하고 하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서울 정토사회문화회관이나 문경 수련원 같은 곳을 가보면 ‘우리도 이런 시설이 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은 들지만 그곳처럼 만들려면 많은 재정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곳 두북 수련원은 대부분 사용하지 않는 버려진 것들을 재활용하기 때문에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습니다.
이곳은 우리가 농사를 짓고 사는 곳이라서 누구든지 이곳에서 생활하려면 하루에 2시간 이상 노동을 해야 합니다. INEB 참가자 여러분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래서 오늘은 밭에 가서 일을 하셔야 합니다. (웃음)
저도 여러분과 같이 농사일을 같이 해야 하는데, 그 시간에 법회가 있어서 함께 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이곳에서의 생활이 불편하긴 하지만 잘 생활해 주시길 바랍니다. 또 대중도 손님들이 덜 불편하도록 잘 살펴봐 주시기 바랍니다. 또 뒤에서 지원해 주시는 자원봉사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잠시 휴식을 했다가 7시 30분부터 참가자 소개 시간을 가졌습니다. 부탄, 라다크, 스리랑카, 태국, 중국 등 각 나라별로 한 명씩 나와 자신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먼저 부탄에서 온 참가자들이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저는 부탄에서 7년 동안 비구니 재단의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해 온 체왕(Tshewang)입니다. 저희 재단은 부탄 내 비구니들의 생활 수준, 건강, 교육을 향상하는 데 힘쓰고 있으며,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의 성장과 자립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비구니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교육과 훈련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각종 연구와 훈련이 이루어지는 국제적인 센터를 운영 중이며, 이를 통해 비구니들이 국내외에서 더 넓은 안목을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저희 재단의 목표는 비구니들이 진정한 리더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이어서 라다크에서 온 스님들이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저는 라다크 비구니 협회에서 온 라돈(Ven. Lhadon)입니다. 저희 협회는 비구니들과 소녀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이 전통 티베트 의학을 배워 지역 사회에 봉사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과거 라다크 여성들은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적었지만, 세링 팔모 박사(Dr. Sering Palmo)의 지도 아래 비구니들이 고등 교육을 받고 전문 경력을 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 저희 협회는 외딴 지역에 두 개의 클리닉을 운영하여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모든 운영을 비구니들이 자율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목표는 여성들이 실질적인 능력을 발휘하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다음은 스리랑카에서 온 비구니 스님이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저는 스리랑카에서 비구니로 활동하고 있는 비하라니(Ven. Viharani Their)입니다. 저는 어린 시절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을 겪으며 자라왔기에, 그런 환경에 있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아이들의 서클’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소외된 아이들에게 지식뿐만 아니라 자비심을 기르고 리더십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지식과 연민을 겸비한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저는 이 아이들이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자라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어서 스리랑카에서 온 또 다른 비구니 스님이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저는 스리랑카에서 사캬디타 훈련 및 명상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실라난다( Ven.Silananda)입니다. 저희 센터는 비구니와 일반 대중을 위한 명상 프로그램과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사회와 승가 구성원 모두가 정신적, 신체적 복지를 함께 누릴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특히 출산을 앞둔 여성들에게 상담과 지원을 제공하고 있으며, 매월 정기적인 법회와 명상수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목표는 스리랑카 사회와 전 세계에 평화와 조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다음은 태국에서 온 비구니 스님이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저는 태국에서 명상 지도를 하고 있는 벤(Ven.Ben)입니다. 저의 주요 역할은 명상 프로그램을 통해 불교 가르침을 전파하고, 사람들에게 진정한 평화와 단순함의 가치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또한 제 전공인 학문을 통해 불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돕고 있으며, 사람들과 종교 간의 소통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명상 센터에서는 정기적으로 10일 명상 리트릿을 진행하며, 참가자들이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진정한 자유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저희의 바람은 사람들이 물질주의에서 벗어나 진정한 행복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이어서 태국에서 온 여성 활동가가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저는 태국의 SEM(Spirit in Education Movement)에서 활동하는 벤(Ben)입니다. 저희 단체는 미얀마에서 평화 구축과 종교 간 화합, 난민 지원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미얀마 내에서 대안 교육과 심리사회적 지원을 통해 활발한 시민을 육성하고 있으며, 특히 미얀마의 복잡한 정치적 상황 속에서 평화를 촉진하고자 합니다. 저희는 다양한 종교와 민족이 함께 모여 평화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중국에서 온 여성 활동가가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저는 중국에서 요가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동동(DongDogn)입니다. 중국에서는 종교 활동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저는 온라인 명상과 독서 그룹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내면과 연결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매일 3시간 반씩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며, 중국 전역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저희 그룹은 현재 120명의 회원이 함께하고 있으며, 이들이 마음의 평화를 찾고 서로를 돕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저희가 제공하는 명상과 교육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태국에서 온 INEB 프로젝트 매니저가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저는 INEB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는 안챌리(Anchalee)입니다. INEB는 승가, LGBT 활동가, 재가 수행자가 모여 소외된 사람들의 고통을 듣고 성찰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를 ‘평화’로 보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며 긍정적이고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사회 구조적 고통을 해결하고 더 나은 사회로 변혁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여러분과 함께 이러한 목표를 이루어 나가고 싶습니다.”
스님은 뒷자리에 앉아서 참가자들의 발표 내용을 경청했습니다.
발표가 모두 끝나고 스님이 참가자들을 위해 격려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여러분들의 발표를 잘 들었습니다. 미래에는 여성 활동가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질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옛날 선조들이 선천 시대와 후천 시대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선천 시대에는 나라의 주인이 임금이었지만, 후천 시대에는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 될 것이라고 예언을 한 것입니다. 그것처럼 과거에는 남자가 주인이었는데 미래는 남녀가 함께 주인인 세상이 될 것입니다. 벌써 대부분의 사회가 그렇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러면 과거에는 여성이 왜 남성보다 능력이 부족하다고 여겨졌을까요? 첫째, 여성에게는 교육의 기회가 없었습니다. 둘째, 어떤 사회적인 역할이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여자는 남자에게 의지해서 살아야 했습니다. 모든 국가에서 땅을 농민에게 주든지 어떤 역할을 줄 때 남자에게만 주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아직도 부족하기는 하지만 보통 교육이라고 해서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물론 아직 고등교육 단계에서는 여성에게 충분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지만, 일단 초등학교 기본 교육은 여성들도 다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선진국에서는 여성도 고등교육까지 다 받습니다. 이제는 여성에게도 사회적 역할이 주어졌기 때문에 더 이상 남성에게 의지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런 변화 때문에 성별 간의 갈등이 생기기도 하지만, 앞으로는 여성들의 사회적인 역할이 더욱 커질 겁니다.
한편 남성들에게는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남성들은 권력이나 명예에 대한 욕구가 높고, 또 쾌락을 추구합니다. 그래서 스님들이라 하더라도 지위가 높아지거나, 유명해지거나, 돈이 생기면 절을 크게 지으려고 합니다. 반드시 거기에는 여러 가지 계율에 어긋나는 행동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수행자답지 않게 일반인처럼 좋은 차를 탄다든지, 생활을 호화롭게 한다든지, 낭비가 아주 심해져서 사회적으로 비난이 따르게 됩니다. 그리고 권위주의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하는데, 이것은 오늘날 민주주의 사회에는 적합하지 않은 자세이고, 부처님의 가르침에도 맞지 않습니다. 또한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삶의 태도도 아닙니다.
반면에 여성은 남성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정신이 건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 아직은 적고, 권위주의적인 측면도 적습니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비교적 정신적으로나 생활적으로 건강하기 때문에 대중에게 다가가는 것도 훨씬 쉽습니다. 어떤 권위를 갖고 지배하려는 관점에서는 남성 승려들의 파워가 더 강합니다. 그러나 평등한 입장에서 접근할 때는 여성이 훨씬 더 유리합니다. 남성과 교육도 똑같이 받았고, 사회적인 역할도 주어지고,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고, 소비주의적인 측면도 적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여성의 사회적인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성 활동가들이 더 많이 활동할 수 있도록 얼마나 시스템을 잘 만드느냐, 또한 여러분이 얼마나 건강하게 활동하느냐, 이것이 앞으로의 사회 발전과 불교 발전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여성 활동가는 남성 활동가를 돕는 보조적인 역할에 주로 배치가 되었고, 심지어 그런 역할조차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테라밧다 불교에서 상가 내의 지위가 높은 승려들에게 여성 활동가들의 활동 역량을 높여야 불교가 발전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얘기해도 대부분 귀담아듣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아직 세상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INEB 스터디 투어에 참가하신 스님들은 이런 사실을 점점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여러분이 기존 질서에 대해 저항적인 태도로 활동하게 되면 기존 승단과 갈등이 생기기 쉽습니다. 그래서 저항을 하기보다는 여러분들 스스로 움츠러들거나 비굴하게 굴지 말고 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좀 더 미래를 바라보면서 적극적으로 활동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스님의 격려 말씀을 끝으로 자기소개 시간을 마친 후 여성 INEB 참가자들은 곧바로 농장으로 밭일을 하러 나갔습니다. 스님은 전법회원 법회 생방송을 하기 위해 방송실로 향했습니다.
오전 10시 정각에 전법회원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화상회의 방에 전법회원들이 모두 입장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늦가을인데도 날씨가 봄처럼 따뜻합니다. 뜰에는 철쭉과 장미 등 여러 가지 봄에 피는 꽃들이 많이 피어 있을 정도입니다. 아마 날씨가 따뜻하니까 봄인 줄 착각하고 꽃들이 피는 모양입니다. 어제와 오늘은 더울 정도로 따뜻했지만, 목요일부터는 기온이 급강하해서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환절기에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전법회원들이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운영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질문을 했습니다.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분들과 대화를 나눈 후 즉석에서도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중 한 명은 인공지능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그 부작용을 줄이려면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개발을 안 하는 겁니다. 자연적인 변화의 흐름에 맞춰 사는 게 제일 좋습니다. 그러면 큰 부작용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자연은 수억 년, 수천만 년, 수백만 년, 수십만 년에 걸쳐 변화하기 때문에 급격한 변화로 인한 부작용은 덜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인간이 개발한 기술은 지금은 획기적으로 좋아 보이지만 500년이 지난 후에도 인간에게 무해한지 지금은 알 수가 없어요. 아직 그 기술을 제대로 사용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입니다. 실제로 프레온 가스가 나온 지 50년이 지난 후에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게 밝혀져서 지금은 사용이 금지되어 있지 않습니까? DDT라는 살충제가 개발되어 벼룩, 빈대 등 모든 해충을 다 박멸한다고 좋아했는데, 결국 발암물질이라고 밝혀졌잖아요. 이처럼 부작용은 사용해 보고 나서야 알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도 처음 나왔을 때는 신소재로 각광을 받았지만, 지금은 미세플라스틱이 환경에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 않습니까? 비닐과 스티로폼도 엄청난 각광을 받은 소재였지만, 지금은 환경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인위적으로 만든 것은 그 당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습니다. 지금 나타난 부작용에 대한 조치는 할 수 있지만, 지금 나타나지 않은 부작용은 알 수 없기 때문에 미리 대처하기가 어렵습니다.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알 수 없긴 하지만 대부분의 새로 개발된 물질은 부작용이 있다고 예상하고 접근하는 게 좋습니다.
인공지능(AI)도 인간에게 어떤 피해를 줄지 지금은 알 수 없어요. 우려했지만 실제로는 이로운 점만 있을 수도 있고,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원천적으로 부작용을 막으려면 아예 개발은 안 하는 게 좋습니다. 편리하기 위해서 인공지능(AI)을 이용하고자 한다면, 사용해 가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 대응해 나가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부작용이 인식이 되어야 그걸 막기 위한 법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어떤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는데,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겠어요? 일단 인공지능(AI) 개발이 진행되어 사용하다 보면 해악이 나타나게 되겠지요.
핵분열의 발견으로 인해 원자 폭탄이 개발되어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지만, 또 이를 이용한 원자력 발전으로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잖아요. 이로 인해 에너지 부족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이로운 줄 알았는데 그 후 핵폐기물과 방사능 유출 때문에 다시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에너지 위기가 오니까 또다시 원자력 발전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왜냐하면 에너지의 필요량이 지금까지는 자동차 운행과 공장 가동하는 수준이었는데,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 기술은 에너지를 먹는 하마라고 표현하기까지 합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고도화되면 에너지의 필요량이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커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경험해 가면서 수정해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가 인공지능(AI)이 초래하는 부작용이 점점 더 커지고, 그 부작용에 대처하는 개선책을 마련하는 속도가 못 따라가면, 어느 순간에 인간은 자기가 개발한 인공지능으로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겠지요. 이것은 업보나 사주팔자 때문이 아니라 다가오는 부작용에 대응할 능력이 부족해서 생긴 결과입니다. 자기 손으로 자기 발등을 찍는 격이 되는 겁니다.
모든 것을 미리 예방할 수는 없습니다. 미리 막는 유일한 방법은 자연의 흐름대로 사는 거예요. 검증되지 않은 것은 사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데 인간이 하고 있는 기술 개발이란 것이 검증이 안 된 새로운 것을 만들고 나서 실제로 사용을 해보면서 검증해 나가는 방식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부작용이 반드시 어디에서든 어떤 형태로든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부작용이 인간의 신체에 나타날지, 기후 환경에 영향을 미칠지, 인간이 그 기술을 악용해서 피해를 입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칼이 날카로울수록 쓰기 편한 반면에 손을 베일 위험이 커집니다. 유용한 기술일수록 편리한 만큼 부작용도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요즘 스님의 법문을 영상으로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리니까 많은 사람들이 그 법문을 들을 수 있게 된 반면에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이미지를 합성하는 기술인 딥페이크로 인해 많은 피해가 발생하기도 하잖아요. 기술을 이용하면 편리한 면이 있는 반면에 그 기술을 악용한 피해도 발생을 하게 되는 겁니다.
이처럼 어떤 부작용이 나올지 모르는데 미리 어떻게 막겠어요? 만약에 모든 부작용을 미리 막고 싶다면 아예 개발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개발을 하려면 부작용이 나타나는 양상을 보면서 거기에 대처하는 방식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어요. 부작용이 나타난 이후에 프레온 가스 생산을 중단시키고, DDT 생산을 중지시켰듯이 인공지능(AI) 기술로 인한 부작용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 사용을 금지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겠지요. 부작용이 나타나는 양상이나 정도에 따라 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일부만 사용을 막을 수도 있고, 아예 전면적으로 사용 금지를 할 수도 있겠지요.
지금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도 우리 생활을 매우 편리하게 해 주잖아요. 그런데 아이들의 교육에는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수업시간에는 핸드폰 사용을 금지하자는 법안을 제출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요즘은 회의 중에도 심지어 스님과 공청회를 할 때도 서로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보내고 있잖아요. 회의 내용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니까 같이 회의를 해놓고도 나중에 다른 말을 합니다. 스님이 몰라서 가만히 있는 건 아니에요. 다 알고 있습니다. 이런 양상이 심해지면 회의실에 입장할 때 스마트폰을 보관하고 들어오라고 하는 일이 생기겠죠. 또 휴대폰을 이용해서 정보 유출을 할 수 있으니까 미국에서는 정보기관을 방문할 때 입구에 휴대폰을 보관하고 들어가야 합니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녹음도 할 수 있고, 영상 녹화도 되니까 정보를 바로 유출할 수가 있잖아요. 지금 정치권에도 문자 주고받은 것과 대화 녹음한 걸 가지고 온 나라가 시끄럽잖아요.
이처럼 기술의 성능이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당연히 부작용도 커지는 겁니다. 지구상에 있는 생물 중에서 인간의 지능이 가장 뛰어나지 않습니까? 그만큼 인간이 지구 환경에 끼치는 해악도 엄청나게 클 수밖에 없습니다. 기능이 뛰어나니까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겁니다. 기술도 마찬가지로 그 기능이 뛰어나면 부작용이 생길 확률이 높아집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여권 없이 동공 인식이나 지문 인식으로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면 얼마나 편리합니까? 그런데 독재 정부에서는 이것을 가지고 전 국민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어디 가서 뭐 하는지를 다 관찰할 수 있으니까요. CCTV가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을 잡는 데에도 효과적이지만, 주민을 통제하는 데에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술의 발전이 민주주의를 더 발전시킬지, 아니면 반대로 개인에 대한 통제가 더 강화될지 지금은 알 수 없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통제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갈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이 부작용이 생기면 그때 가서 해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원래 인생이 이런 겁니다. 옛날에는 굶어 죽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큰 일이었잖아요?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굶어 죽는 문제가 해결되니까 기후 위기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이제 기후 위기로 인해서 다시 굶어 죽는 문제가 대두될 상황에 처했습니다. 이게 인생이에요. 그러니 지금 내가 고뇌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지 너무 세상을 길게 내다보고 자꾸 미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번뇌가 끝이 없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우주가 영원한지에 대해 질문을 하면 침묵으로 답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모든 질문에 답변을 한 후 12시가 다 되어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여성 INEB 참가자들도 오전 내내 밭에서 양파 심는 일을 한 후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1시부터는 여성 INEB 참가자들과 본격적으로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스님이 웃으며 말을 건넸습니다.
“오전에 농사일을 해보니까 어땠어요? 무슨 일을 했어요?”
“양파를 심었습니다. 좀 더 많이 심고, 좀 더 길게 일하고 싶었는데, 너무 빨리 울력 시간이 끝났습니다.”
“땀을 뻘뻘 흘려야 하는데, 쉬운 일을 하셨네요.” (웃음)
여성 INEB 참가자들은 1일째에 한국 불교와 정토회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을 들었고, 2일째에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3일째에 법회와 천일결사, 수련에 대해서 설명을 들었습니다. 오늘은 정토회의 자원봉사 시스템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내일은 정토회의 사회활동과 조직 운영에 대해 설명을 들을 예정입니다.
오늘도 어제에 이어 정토회에 대해 참가자들이 궁금해하는 다양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행복학교의 커리큘럼, 한국 음식, 천일결사, 공동체, 세계 전법, 절하는 방법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여덟 명이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수행과 사회실천 중에 어느 것이 먼저인지 헷갈린다며 스님은 어떻게 두 가지를 통합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했습니다.
“이런 주장도 있고, 저런 주장도 있는 이유는 이런 측면도 있고, 저런 측면도 있기 때문입니다. ‘둘 중에 어떤 게 옳으냐’ 하고 접근할 것이 아니라 두 가지 측면을 함께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나 처음 시작하는 측면에서 볼 때는 자기 수행이 일단 먼저 되어야 합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그렇습니다.
자기가 눈을 감은 채 남을 인도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 어느 정도 자신의 눈을 먼저 떠야 합니다. 또 내가 무거운 짐을 지고 갈 때를 생각해 봅시다. 내가 무거운 짐을 지고 있으면 대부분 눈을 땅에만 두지, 주위를 돌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무거운 짐이 보이지 않습니다. 또 설령 본다고 하더라도 내 짐이 무겁기 때문에 도와줄 수가 없습니다. 도리어 ‘누군가 내 짐을 좀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꽉 차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괴로운 것입니다. 왜 자꾸 남에게 도움을 받으려고 하느냐면 내가 괴롭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무거운 짐을 먼저 들어내야 합니다. 그래야 숙였던 고개가 약간 들리게 되고, 주위도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무거운 짐을 진 다른 사람도 눈에 보이게 됩니다. 또 필요하다면 짐을 대신 들어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의 괴로움을 해결하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가 있습니다.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도 다른 사람들의 짐을 덜어주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고맙다고 하면서 뭐라도 하나 보시를 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개인의 괴로움이 없어지면 다른 사람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지구 저편에 있는 사람들의 고통도 보이게 됩니다.
‘그럼 반드시 자신의 눈을 먼저 떠야만 하느냐?’ 하고 묻는다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눈을 뜨고 어려운 사람을 돕다 보면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알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괴로움을 더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남을 돕는 행위는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스트레스는 주로 자기에게 사로잡혀 있을 때 생겨납니다. 그런데 남을 돕기 위해 내 마음을 약간 넓히면 자연적으로 스트레스도 줄어들게 됩니다. 그래서 남을 돕는 것이 결국은 자기를 돕는 것이 됩니다. 어떤 것이 옳다는 뜻이 아닙니다. 내 눈을 뜨는 것이 결국 남을 돕는 행위로 나아가게 되고, 남을 돕는 행위가 다시 내 눈을 뜨는 행위로 돌아오게 됩니다. 수행과 사회실천은 이렇게 서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불교의 핵심 사상인 보살 사상입니다. 위로는 깨달음을 추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구제하는 것입니다. 굳이 덧붙인다면 테라밧다 불교는 자신의 눈을 뜨는 데에 더 비중을 두고 있고, 마하야나 불교는 중생을 구제하는 것이 깨달음의 길로 가는 것이라는 가르침에 더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세속을 떠나서 깨달음을 추구하지 말고, 세상 속에서 중생을 어여삐 여기고 구제하는 마음을 낼 때 나의 깨달음도 점점 깊어진다고 가르치는 것이죠. 그래서 테라밧다 불교는 세상을 떠나 주로 숲 속에 들어가서 명상을 하는 등 수행을 주로 한다면, 마하야나 불교는 사회에 들어가서 어려운 사람을 돕는 봉사활동을 통해서 자기 수행을 주로 해나갑니다. 어느 게 더 좋다고 보면 안 되고, 그런 양쪽 측면이 다 있다고 봐야 합니다.
테라밧다 불교와 마하야나 불교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테라밧다 불교가 지나치게 자기 수행 중심적으로 간 것에 대한 비판으로 마하야나 불교가 나와서 새로운 불교가 된 것입니다. 그러나 마하야나 불교의 부작용은 다시 너무 세속화되는 위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불교 승려가 결혼까지 하는 단계까지 갔습니다. 그러니 ‘테라밧다가 옳으냐, 마하야나가 옳으냐’ 이런 관점에 서면 안 되고 ‘어떤 것이 내 마음의 평화를 가져오고,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길인가’ 하는 관점에 서야 합니다. 왜냐하면 각각의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두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성 INEB 참가자들은 정토회의 자원봉사 시스템과 마음 나누기에 대해 강연을 듣는 시간을 갖고, 스님은 저녁반 전법회원 법회를 하기 위해 방송실로 향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에 전법회원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오전에 주간반 법회처럼 전법회원들이 정토회 운영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스님에게 했습니다.
1시간 30분 동안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한 후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오늘 여러분이 활동을 하면서 느낀 여러 가지 제안을 해주셨는데요. 정토회 사무처에서는 의견들을 잘 수용해서 전법회원들이 부담을 덜 느끼고 효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여러분들도 함께 만들어 갑시다.”
생방송을 마치고 방송실을 나오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여성 IENB 참가자들도 프로그램을 모두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여성 INEB 정토회 스터디 투어 5일째 날로, 오전에는 농사일을 한 후 불국사 사찰 순례를 다녀오고, 오후와 저녁에는 스님과의 대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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