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10.30 부탄 3일째, 리마퐁·레바티 식수 프로젝트 준공식
“한 달 만에 식수 파이프를 7km나 연결한 것은 기적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부탄을 방문한 지 3일째 되는 날입니다. 리마퐁 마을과 레바티 마을에서 식수 프로젝트를 완료해서 스님과 젬강 주지사님이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을 하기로 했습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5시 30분에 숙소에서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새벽 3시부터 정전이 되어서 휴대폰 불빛을 켜놓고 어제 집주인이 가져다준 과일과 야채로 식사를 대신했습니다. 전기가 안 들어와서 밥은 하지 못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며 JTS 봉사자들이 파견을 오게 되면 머물 수 있는 숙소를 답사했습니다. 마을에 빈 방이 있는 집을 세 곳 답사한 후 수행법회를 하기 위해 다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오전 10시, 현지 시간으로 오전 7시 정각에 수행법회 생방송을 하려고 준비를 다 했는데 직전에 인터넷 신호가 갑자기 약해져 방송을 할 수 없었습니다. 법회가 시작되고 3분이 지나 전기가 들어왔지만, 인터넷 신호는 계속 약했습니다. 결국 수행법회는 한국에서 법회팀이 녹화 영상을 틀어주는 것으로 조정했습니다. 10분이 지나 인터넷 신호가 세졌지만 이미 녹화 법문이 시작된 후였습니다.

“어쩔 수 없네요. 집착을 내려놓읍시다.” (웃음)

방송을 하지 못한 덕분에 예정보다 30분 일찍 아침 8시에 고싱 게옥으로 이동했습니다.

산길을 차로 50분을 달려 고싱 게옥의 리마퐁 치옥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젬강 주지사님과 마을 입구에서 만나 함께 새로 물탱크를 지은 곳을 향해 올라갔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일렬로 서서 스님과 JTS 활동가들, 젬강 주지사님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동자승들은 전통 악기를 연주했습니다.


마을에서 높은 지대에 시멘트로 식수 공급 물탱크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식수 물탱크 앞까지 걸어가서 마을 사람들이 직접 만든 기념판 앞에서 준공식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마을의 라마가 축원 기도를 한 후 마을에서 담근 술로 부처님과 천지신명의 은혜에 감사하는 의식을 하였습니다.

이어서 깃발을 스님이 잡고 축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내빈들이 다 함께 줄을 잡고 기념판을 여는 의식을 했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기념판 위에 지붕도 만들었습니다. 대나무를 기왓장 얹듯이 가지런하게 얹어 놓으니 모양이 깔끔하고 예뻤습니다.


기념판이 모습을 드러내자 모두가 기뻐하며 박수를 쳤습니다.

“와우!”

다 함께 기념판 앞에서 마을 이름을 외치며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리마퐁!”

젬강 주지사님이 물탱크의 뚜껑을 열자 물탱크 안에 물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물이 가득 찬 모습을 보고 스님은 환하게 웃음을 지었습니다.

“이야! 잘 만들었네요. 이 정도 물의 양이면 식수로 사용하기에 충분한가요?”

“학교에서 사용하기에는 충분합니다. 이 물탱크는 학교에 식수를 공급하는 것이고, 마을에 식수를 공급하는 것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이제 식수 부족 문제는 다 해결이 되었어요?”

“네, 다 해결했습니다.”

“고생 많이 하셨어요.”

스님은 마을의 리더인 촉바를 크게 칭찬해 주었습니다.

다시 전통 악기를 연주하는 동자승들을 따라 학교까지 걸어 내려갔습니다.



학교 교실에는 리마퐁 마을 주민들 100여 명이 자리했습니다.

산속에 70여 가구가 사는 마을인데요. 마을 주민들과 학교가 같은 수원지를 사용하고 있다 보니 물이 부족하였고, 새로 발견한 수원지를 학교 전용으로 사용해서 부족한 식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촉바(마을리더)의 요청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촉바를 필두로 마을 주민들이 잘 단합하여 9월 초부터 10월 중순까지 45일 동안 수원지에서 마을까지 4km 길이의 파이프를 묻고 물탱크를 제작하는 일을 했습니다. 모두가 하루 작업 양을 정해서 새벽 6시부터 자발적으로 나와서 일을 하였고, 비가 오거나 휴일이 있어도 쉬지 않고 매일 공사를 하였습니다. 그 결과 계획보다 빨리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수원지를 분리하면서 마을 전체에 식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되었고, 학교 내 극심했던 물부족 현상도 모두 해결이 되었습니다. 오늘을 기념해서 전체 주민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먼저 마을 주민들을 대표하여 겁(군수)이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학교에 식수 부족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스님께서 우리 마을을 방문하여 우리의 사정을 듣고 많은 지원을 해주셨습니다. 식수 문제가 해결되니까 생활하기가 참 편리해졌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겁(군수)이 스님에게 한 말씀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수고한 모든 분들을 언급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식수를 마련하기 위해 파이프를 놓는다고 주민 여러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일을 할 때는 힘들었지만 이렇게 완성을 하고 나니 물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고, 지난 일들이 모두 추억으로 남아서 물을 사용할 때마다 기쁨이 생깁니다.

물론 JTS에서 물자를 지원하고 여러분들이 노력하여 이뤄낸 결과이지만, 물 자체는 원래 자연에서 온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게 해주는 물과 다른 모든 음식을 내려준 자연의 소중함을 알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자연에 대한 고마움을 자꾸 잊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인류는 지나친 욕망과 그에 따른 개발의 결과로 기후 위기를 초래하였고 많은 재앙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비록 물이 충분하다 하더라도 항상 아껴 쓰고 감사하는 마음을 내야 합니다.

젬강에서 진행한 첫 번째 프로젝트를 잘 마쳤습니다

우리가 이번 프로젝트를 해낼 수 있었던 것은, 첫째, 부처님의 가피와 국왕님의 보살핌 덕분입니다. 그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평화롭게 살아가고, 이런 소중한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 여기 오신 주지사님과 겁, 그리고 촉바와 같은 행정관료 분들이 이 일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지난번에 젬강 연수원에서 ‘어떻게 하면 공무원들과 행정관료들이 주민들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주제로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때도 주지사님이 오셔서 격려를 해주셨고, 오늘은 젬강에서 진행한 첫 프로젝트라는 의미에서 먼 길을 와주셨습니다. 주지사님에게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겁과 촉바도 아주 열심히 해주셨습니다. 격려 박수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제일 수고한 여러분들을 위해서 박수 부탁드립니다. (박수)

여러분 모두 정말 열심히 하셨습니다. 저도 시간을 내어서 함께 일하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짧은 시간에 젬강에서 제일 먼저 프로젝트를 완성시킨 여러분들의 노고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간판에 ‘JTS에서 지원했다’라고만 적혀 있지만, 앞으로는 ‘JTS와 마을 사람들이 함께 만들었다’라고 적어주세요. (웃음)

이것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리 동네 사람들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JTS에서는 언제든지 함께 하겠습니다. 이번처럼 여러분들이 함께 협동할 수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지 함께 하겠습니다.”

마을 주민들 모두 큰 박수를 보내며 함께 기뻐했습니다.

이어서 학교 교장선생님이 감사 인사를 하고, 이어서 젬강 주지사님이 한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젬강에서 JTS 프로젝트를 완료하여 준공식을 한 것이 여기가 첫 번째입니다. JTS에서 지원해 주고, 주민 여러분들이 땀 흘려 노동을 했기 때문에 이런 좋은 결과가 생겼습니다. 한번 보십시오. 우리가 이렇게 노력을 하니까 생활이 편리해졌지 않습니까. 이제 겨울에도 물이 부족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여기서 정말 멀리 떨어진 나라이고, 스님께서는 정말 바쁘신 분인데, 여러분에 대해 자비심을 갖고 여기까지 오셔서 지원을 해주시고 계십니다. 여러분, 스님과 JTS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마십시오. 마무리되었다고 그냥 내버려 두지 말고, 문제가 없는지 자주 살펴보고 수리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보건소 직원이 지난번에 스님이 나눠준 보청기를 사용해 본 결과를 공유해 주었습니다.

“이번에 JTS에서 귀가 안 들리는 분들을 위해 보청기를 지원해 주셨습니다. 고싱 게옥에는 귀가 안 들리는 사람이 26명이 있는데, 그중에 6명이 보청기를 시범적으로 사용해 보았습니다. 보청기를 착용하니까 소리가 더 잘 들렸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나머지 분들에게도 지원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문제점은 다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다 보니 일을 할 때 귀에서 떨어질 때가 자주 있다는 것입니다.”

보건소 직원의 평가가 좋아서 추가로 보청기를 더 지원해 주었습니다.

“보청기를 더 드릴 테니까 테스트를 조금 더 해주십시오.”

다음은 학교에 동화책을 선물했습니다. 팀푸에서 한국음식점을 운영하는 산마루 식당 사장님이 기부를 해주었습니다.

학교 선생님이 대표로 동화책을 받았습니다. 이어서 이번 공사에 참여한 마을 사람들에게 양말을 선물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오느라 선물을 많이 가져올 수가 없었어요. 작은 선물이지만 여러분들이 정말 수고한 것에 대해 감사함을 표시하고 싶었습니다.”

촉바가 주민들을 대표해서 선물을 받고 나서 간단히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일을 할 때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주민들이 함께 일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일들을 재미있게 해나가고 싶습니다.”

주민들 중에서도 한 명이 일어나서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재였는데 JTS가 자재를 지원해주니 아무 걱정이 없었습니다. 노동은 우리가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집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집을 지어주는 일도 해보고 싶고, 도로를 포장하는 일도 해보고 싶습니다.”

주민들의 소감을 들은 후 스님이 JTS가 일하는 원칙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여러분이 앞으로 명심해야 할 것이 JTS에서 추구하는 일곱 가지 원칙입니다.

첫째, 가능하면 돈을 적게 들이고 합니다.

둘째, 가능하면 이용가치가 있게 효율적으로 합니다.

셋째, 많은 사람이 함께 참여해서 합니다.

넷째,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합니다.

다섯째, 가능하면 우리 지역에서 나는 재료를 사용합니다.

여섯째, 가능하면 우리 지역 사람들이 가진 기술로 합니다.

일곱째, 결과만 좋은 게 아니라 하는 과정도 기쁘고 좋아야 합니다.

이번에 같이 일해보니까 어땠어요? 육체적으로는 조금 힘들었지만, 같이 일하니까 즐겁기도 했을 겁니다. 집을 크게 짓거나 시설을 좋게 하는 것보다 우리의 마음이 더 행복한 것이 JTS가 하는 프로젝트의 가장 큰 목적입니다. 이것이 바로 부탄 정부가 추구하는 GNH(국민총행복도)가 높아지는 정책입니다.

부탄에서도 최근에 외국에 나가 돈 벌어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꾸 집을 크게 짓고 시설을 더 좋게 하려는 바람이 심하게 부는 것 같아요. 자꾸 외국에 나가려고만 하지 말고 ‘우리가 사는 동네를 우리 스스로 아름답게 가꾸자’ 하는 마음으로 같이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어제도 누구 얘기를 들으니까 핏덩이 아이를 낳아놓고는 부모가 돈을 벌기 위해 외국에 가버려서 아이를 다른 사람이 키운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돈은 좀 벌지 몰라도 아이들이 부모 없이 자라면 나중에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물론 물질적인 개선도 필요하지만, 너무 물질적인 것을 통해 행복을 추구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사는 마을은 우리가 가꾸자

그렇지만 사람이 살려면 마실 물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식수를 확보하는 일을 우리가 함께 한 것입니다. 또 크든 작든 잠을 잘 수 있는 집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주지사님이 작은 집 하나를 샘플로 만들어서 집 없는 사람들이 보고 따라지을 수 있도록 설계를 해주셨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저 사람은 집을 지어주는 게 필요하다’ 이렇게 생각해서 모두가 동의하면 JTS가 집을 지을 수 있는 자재를 제공해 주겠습니다. 여러분들도 같이 협력해서 집을 지어야 합니다. 또 여러분들 중에 집은 있지만 집안 시설이 너무 열악한 사람이 있다면 집안 시설을 좀 수리해야 합니다.

전체 도로를 포장하는 것은 앞으로 정부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산에서 내려오는 물로 인해 도로의 일부가 심하게 파이거나, 가파른 도로가 생기는 문제는 주민들이 협력하여 고칠 수 있습니다. 비포장 도로라 하더라도 일부만 조금 포장하면 비가 올 때도 다닐 수 있게 할 수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동의하면 뭐든지 개선하고 고칠 수가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 마을에 필요한 일은 우리가 하겠습니다’ 이런 입장만 가져 주신다면 뭐든지 검토해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마을은 우리가 가꾸자’ 이런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이런 관점이 잡힌 상태에서 ‘재료가 좀 부족합니다’ 하고 JTS에 요청하면 지원을 해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주체가 돼서 일을 하는데 좀 부족한 게 있다고 하면 그때 JTS가 함께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항상 여러분이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수확이 끝나고 겨울이 오면 여러분들이 조금 여유가 생기니까 할 수 있는 만큼 준비해서 뭐든지 시작해 보세요.

귀가 안 들리고, 치아가 없고, 눈이 안 보이는 사람들을 위한 보건 의료 지원은 시간이 좀 걸립니다. 우선 보청기만 시범적으로 지원을 해드렸고, 앞으로는 눈과 치아도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와 협력해서 의료 캠프를 열도록 하겠습니다.

학생 여러분들은 ‘이렇게 물을 쓸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마을 어르신들께 인사를 해야 합니다. 이 식수는 JTS가 지원한 게 아니라 여러분들의 부모님들이 만들어 주신 거예요. 그러니 물을 마실 때 항상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럼 학생들은 모두 일어나세요. 뒤로 돌아서서 부모님들을 향해 ‘어머니, 아버지, 수돗물 놔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해 보세요.”

학생들이 허리 숙여 인사를 하면서 큰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수돗물 놔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모님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다시 스님이 말을 이었습니다.

“이 식수가 저절로 생긴 게 아닙니다. 여러분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저 멀리 산까지 파이프를 메고 올라가서 땅에 묻는 일을 했습니다.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서 물을 마실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이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해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해요.”

“아이고, 잘 대답했어요.”

스님은 학생들을 칭찬해 준 후 다 함께 밖으로 나가서 완공된 식수대를 살펴보았습니다. 촉바가 아주 기뻐하면서 식수대를 소개했습니다.

“원래 있던 식수대인데 거의 새로 만들다시피 수리를 했습니다. 이제 물이 잘 나옵니다. 여기뿐만 아니라 화장실에도 물이 나오고, 기숙사에도 물이 나옵니다.”

스님은 수도꼭지를 틀어서 손을 씻고 물을 마셔 보았습니다.

“물이 잘 나오네요.”

스님은 수고가 많았던 촉바와 행정관에게 당부를 했습니다.

“일을 아주 잘했어요. 여기서 멈추지 말고 계속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해주세요. 길이 많이 험해서 일부 구간은 포장을 해야 하고, 사람들이 사는 집도 수리를 많이 해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예정보다 30분 일찍 준공식을 마친 후 리마퐁 치옥을 출발하여 낭라 게옥의 레바티 치옥으로 향했습니다.

산길을 차로 1시간 동안 이동하여 오전 11시 10분에 레바티 치옥에 도착했습니다.

스님과 젬강 주지사님이 차에서 내리자 마을 주민들이 일렬로 서서 환영해 주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공터에 나뭇잎을 깔고 천막을 쳐서 행사장을 정성껏 마련해 놓았습니다.

부처님과 천지신명에 감사하는 전통 의식을 한 후 깃발을 스님이 잡고 축원을 해주었습니다.

레바티 치옥에서는 주민들이 무려 7km 거리에 이르는 구간에 식수 파이프를 묻는 공사를 했습니다. 촉바를 필두로 하여 특히 젊은 청년들이 많이 참여했고, 남자들은 파이프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여자들은 파이프를 놓기 위해 땅 파는 일을 하고, 서로 역할을 잘 나누어서 효율적으로 공사를 했다고 합니다. 다행히 마을에 배관공과 미장공 등 기술자들이 있어서 모두 자원봉사를 해준 덕분에 인건비도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촉바는 최대한 돈을 아껴서 JTS 기금으로 사용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게 하자고 주민들을 독려했다고 합니다.

스님이 수고한 마을 주민들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7km나 되는 구간에 파이프를 깐다고 정말 수고를 많이 하셨습니다. 거리가 너무 멀어서 처음에는 안될 줄 알았습니다. 제가 두 번이나 방문해서 너무 힘들지 않으냐고 말렸는데, 여러분들이 계속하자고 해서 결국 시작했는데 정말 잘했어요. 그것도 두 달도 안 돼서 완공을 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에요. 완공을 하고 나니까 어때요?”

“너무 행복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여러분들이 한 일입니다. 여러분들이 노력한 것을 돈으로 계산을 안 해서 그렇지, 만약 돈으로 계산했다면 여러분들이 절반 이상을 한 거예요. JTS가 해준 게 아니라 JTS와 레바티 주민들이 같이 한 것입니다. 많이 일한 사람은 총 며칠을 일했어요?”

“주민들 대부분이 참여했고요. 28일 동안 매일 일을 한 사람도 있습니다.”

“거의 한 달 가까이 일했네요. 공사한다고 돈도 못 벌었을 텐데 한 달 동안 뭐 먹고살았어요?”

“밥은 제대로 먹으면서 일했습니다.” (웃음)

“어쨌든 돈 버는 것보다 물이 제일 중요하니까요. 여러분이 지난 한 달 동안 힘이 들긴 했지만, 오늘 이렇게 완성을 시켜놓고 만나니 정말 기쁩니다. 그동안 제가 이 마을을 두 번 방문했는데, 저는 속으로 ‘여러분들이 이걸 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스님이 정말로 우리를 도와줄까?’ 하는 생각을 했죠? 이렇게 서로 약간의 의심을 가졌는데, 이제 의심이 다 해소되고 서로를 믿게 되었습니다. 그렇죠?”

“네!”

“오늘 우리가 이렇게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이유는, 첫째, 부처님의 은혜 덕분입니다. 둘째, 국왕님의 은혜 덕분입니다. 이 모든 프로젝트가 국왕님의 관심 하에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셋째, 주지사님께서 바쁘신 중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을 해주셨습니다. 젬강은 땅이 넓어서 주지사님이 이런 오지 마을까지 오기가 힘듭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이 젬강에서 가장 빨리 프로젝트를 진행했기 때문에 주지사님께서 직접 준공식에 참석을 해주셨어요. 주지사님께 감사의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모두 큰 박수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겁과 촉바한테 제가 이 프로젝트는 쉽지 않다고 여러 번 말했는데, 굴하지 않고 프로젝트를 열심히 추진했습니다. 공무원들한테도 감사의 박수를 쳐주세요. 무엇보다 제일 큰일을 한 사람은 바로 여러분들입니다. 여러분들이 한 달간 열심히 일한 덕분에 완공을 할 수 있었으니까 여러분 모두를 위해서 박수를 칩시다.”

모두가 박수를 치며 기뻐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힘을 합하면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마을에 필요한 일이 있으면 힘을 합해서 함께 만들어 갑시다. 부탄 정부에서도 많은 공무원들이 여러분들이 조금 더 편리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 예산이라는 것이 그렇게 넉넉한 것이 아닙니다. 골고루 혜택이 돌아오려면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그러니 혜택이 오기까지 기다리기만 할 것인지, 아니면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우리가 할 것인지, 우리가 선택해야 합니다. 이번처럼 ‘우리가 먹는 물은 우리가 확보하자’ 이렇게 여러분들이 스스로 뜻을 모아서 해보겠다고 하면 JTS에서는 얼마든지 지원을 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모범을 보여준 여러분께 감사를!

우리는 이 마을에서 태어났고, 이 마을에서 자랐고, 죽을 때까지 이 마을에서 살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이 마을을 살기 좋게 만드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합니다. 누군가 우리를 생각해서 이 일을 해주지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노력해서 앞으로 필요한 것을 계속 만들어 갑시다. 가난하긴 하지만 불편한 것은 없도록 우리의 삶을 우리가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누구를 봐도 우리는 부럽지 않다’ 이렇게 자랑할 수 있는 마을을 우리가 만듭시다. 다시 한번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JTS 활동가가 영상을 보내주어서 제가 한국에 있으면서도 여러분들이 도시락을 싸와서 같이 먹으면서 땀 흘려 일하는 모습을 다 볼 수 있었습니다. 저도 와서 일을 거들고 싶었는데 못 와서 죄송합니다. 정말 큰일을 하셨습니다. 앞으로 다른 마을 사람들에게 여러분이 일한 모습을 보여주면 ‘레바티 마을 사람들이 일한 것에 비하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렇게 용기를 줄 것 같아요. 여러분들이 가장 먼저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이어서 젬강 주지사님이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이 마을에 식수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정부에서는 예산이 부족해서 진행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JTS가 지원을 해주어서 프로젝트가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준공식을 계기로 앞으로 많은 일들을 해나가게 될 것입니다. 스님께서는 누구도 우리를 도와주길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셨는데, 바로 스님께서 먼 거리를 와서 지금 도와주고 계십니다. 스님과 JTS가 자재를 제공해주지 않았다면 우리는 공사를 할 수 없었습니다. 스님과 JTS에 우리는 깊이 감사해야 합니다. 스님 말씀처럼 다른 마을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일을 여러분이 해냈습니다. 이제 물이 풍족해졌다고 해서 물을 낭비하면 안 됩니다. 자주 점검해서 이 상태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도 스님과 JTS를 위해 박수를 쳐줍시다.”

박수를 뒤로 하고 스님이 주민들에게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여자들이 땅을 팠다고 하는데 안 힘들었어요?”

아주머니 한 분이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무척 힘들었지만 우리의 일이니까 열심히 했습니다. 우리가 죽더라도 우리의 후손들이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대화를 마치고 자리를 옮겨서 식수대를 새로 만든 곳으로 향했습니다.

마을에서 7km 떨어진 수원지에서 파이프를 연결한 후 물이 나오는 식수대를 23곳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5곳을 더 만들 예정입니다. 행사장에서 가장 가까운 식수대에 도착하여 준공식을 시작했습니다.

라마가 축원 기도를 한 후 수도꼭지에 연결된 줄을 함께 잡아당겼습니다.

“하나, 둘, 셋!”

모두가 기쁜 마음으로 박수를 쳤습니다. 스님이 수도꼭지를 트니까 물이 콸콸 쏟아졌습니다.

“아이고, 물이 잘 나온다.”

젬강 주지사님도 손을 씻으면서 아주 기뻐했습니다.

“아주 깔끔하게 공사가 잘 되었네요.”

수고한 마을 주민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레바티!”

다시 공터에 마련해 놓은 행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직접 담근 술과 카사바, 계란을 공양으로 올리고 촉바가 스님에게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스님은 식사를 준비해 준 부녀 회장님에게 보시금을 전달했습니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주민들이 점심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스님은 젬강 주지사님과 학교마다 화장실을 개선하는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시범 프로젝트를 몇 군데 해보고, 이후에는 젬강의 모든 학교에 화장실을 새로 지어주거나 청결하게 개선해 주는 일을 추진해 보자고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젬강 종각 차원에서 화장실 개선을 위한 기준을 마련해 주시면, 젬강에 있는 모든 학교에 화장실을 개선하는 일을 하겠습니다.”

점심식사 준비가 끝나자 마을 주민들을 대표하여 한 분이 스님에게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JTS의 지원이 없었으면 우리는 이 일을 시작조차 못했습니다. 말로만이 아니라 진심으로 스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자 스님이 한 말씀을 덧붙였습니다.

한 달 만에 식수 파이프를 7km나 연결한 것은 기적입니다

“물론 JTS가 지원을 하긴 했지만 여러분들이 노력해서 이루어진 일입니다. 여러분들이 저에게 감사하는 것 이상으로 제가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자기 생활도 하기 어려운데 한 달이나 작업을 해서 7km나 되는 구간을 연결한 것은 정말 기적입니다. 앞으로도 여러분들이 이렇게 힘을 모아서 어떤 일을 하겠다고 하면 뭐든지 지원하겠습니다. 이번 일을 정말 성공적으로 해냈기 때문에 앞으로 여러분들이 어떤 프로젝트를 제안하면 아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무엇보다 동네에서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아무런 돈을 받지 않고 봉사를 해준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런 노동을 안 하려고 하는데, 젊은이들도 많이 참여해 준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어서 스님이 마을 주민들 모두에게 양말을 선물로 전달했습니다.

한 사람씩 나와서 스님에게 선물을 받은 후 다 함께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정성껏 차려준 음식을 먹은 후 스님은 젬강 주지사님과 앞으로 프로젝트를 어떻게 추진해 나갈지 의논을 했습니다.

눈, 귀, 치아에 대한 치료를 시작하기 위해서 가구 조사를 진행하는 일, 도로 포장하는 일, 농수로 만드는 일 등 전반적으로 어떻게 사업을 추진할지 의견을 나눈 후 마지막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집을 지어주는 일에 대해 스님이 당부를 했습니다.

“도로포장이나 농수로 만드는 일은 공익을 위한 일이니까 주민들이 동참하기가 쉬워요. 그런데 가난한 사람의 집을 지어주는 일은 주민들이 참여하기가 가장 어렵습니다. 자기가 사는 집보다 더 좋은 집을 짓는 일에 봉사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그렇다고 너무 허술하게 지으면 쓸모가 없다고 소문이 날 겁니다. 그 사이에서 적절한 수준의 집을 지어야 해요.”

“그래도 30년 이상 살 집인데 어느 정도는 잘 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주지사님께서 돌집, 나무집, 시멘트집을 다양하게 샘플로 지어봐 주시면, 가격을 비교해서 최종 결정을 합시다. 가격이 차이가 많이 나면 어떻게 조정할지 의논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돌집이 가장 적절한데 비용이 많이 든다면, 어떻게 비용을 낮출 수 있는지 연구를 해봐야 합니다.”

12월 말에 스님이 젬강을 방문하면 그때 더 많은 논의를 하기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일렬로 서서 스님을 배웅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오후 1시 20분에 레바티 치옥을 출발하여 트롱사로 향했습니다.


트롱사로 향하는 길에 판탕 임시 숙소에서 JTS 활동가들을 내려주고 작별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수고 많았어요.”

“스님, 고맙습니다.”

젬강에서 트롱사까지 산속으로 난 도로를 5시간 40분 동안 달렸습니다.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도 잠이 쏟아졌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에 트롱사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이 차에서 내리자 트롱사 주지사님이 스님을 반갑게 환영해 주었습니다.

식당으로 이동하여 함께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오늘 준공식은 잘하셨습니까?”

“네, 잘 마쳤습니다. 주민들이 산속에서 7km나 되는 먼 거리에 식수 파이프를 연결하겠다고 해서 처음에는 불가능할 줄 알았는데 해냈습니다.”

“부탄 사람들이 먼 거리에 파이프를 묻는 실력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트롱사에는 10km를 연결한 곳도 있습니다.”

스님은 지난 이틀 동안 답사한 내용을 공유해 주었습니다. 지도를 보며 납지 치옥에 농로를 어떻게 만들면 좋을지, 절 주위를 어떻게 정비하면 좋을지, 농사를 짓지 않는 빈 땅을 어떻게 활용할지, 스님이 직접 답사하고 난 결과를 설명한 후 트롱사 주지사님의 의견은 어떠한지 경청했습니다. 주지사님도 다음 달에 납지 치옥에 가서 직접 점검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주지사님이 한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제가 지켜보니까 스님께서는 엄청난 에너지를 갖고 활동을 하십니다. 도대체 에너지를 어디서 갖고 오십니까?”

스님이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저는 혼자 사니까 다른 데에 에너지를 쓸 필요가 없어요. 그래서 다른 데에 쓸 에너지를 이 일에 쓰고 있는 겁니다.”

자연스럽게 스님과 주지사님은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주지사님은 JTS가 일하는 방식이 널리 확산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저는 정부 공무원이다 보니 절차를 밟아서 하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그런데 스님께서 일하는 방식은 굉장히 효과적이어서 더 많이 확산이 되면 좋겠습니다.”

“만약 정부가 JTS 방식을 도입하게 되면 부탄 전체에 확산을 시킬 수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도 처음에는 좀 어려움이 있더라도 가능한 정부와 같이 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스님은 공무원들에게 선물을 전달한 후 주지사님과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밤 9시가 넘어서 오늘 일정을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새벽 6시에 트롱사를 출발하여 팀푸를 지나 파로 공항까지 이동하고, 오후에는 파로 공항을 출발하여 방콕 공항에 도착한 후, 비행기를 갈아타고 밤새 인천공항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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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장엄

감사합니다 🙏

2024-11-08 17:36:57

드림하이

“제가 지켜보니까 스님께서는 엄청난 에너지를 갖고 활동을 하십니다. 도대체 에너지를 어디서 갖고 오십니까?”

2024-11-07 10:53:38

김종근

감사합니다

2024-11-05 14: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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