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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스님은 오세아니아 대륙을 순회하며 즉문즉설 강연을 합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시드니에서 영어 통역으로 강연이 있는 날입니다.
스님은 어젯밤 10시 20분에 방콕 공항을 출발하여 밤새 비행기 의자에 앉은 채로 잠을 잤습니다.
비행기 창밖으로 아침 해가 황금빛으로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스님도 잠에서 깨어 착륙할 채비를 했습니다.
10시 30분에 시드니 공항에 도착하여 입국 수속을 하고 공항 밖으로 나왔습니다. 정토회 해외지부 지부장이고 이번 오세아니아 강연 총괄을 맡은 정은지 님이 스님에게 꽃다발을 선물하며 반갑게 환영을 해주었습니다.
“스님, 호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시드니에 머무는 동안 운전 봉사를 맡은 표정민 님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차를 타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이동하면서 강연을 총괄하는 분이 어떻게 호주 사람들에게 강연을 홍보했는지 소개했습니다.
“봉사자 한 분이 아들과 함께 시드니 곳곳에 강연 포스터를 붙이러 다녔는데 ‘여기에 포스터를 붙이면 금방 떨어질 것 같은데’ 하고 말했답니다. 그랬더니 옆에서 아들이 ‘이틀만 붙어 있어도 대성공이야’ 하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봉사자들이 정말 열심히 홍보를 했어요. 참가 신청자만 70명이 넘습니다.”
정토회 해외지부에서 에어비앤비(Airbnb)를 이용하여 숙소를 마련하고 식사를 준비해 주었습니다. 회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린 후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에는 장시간 이동으로 인한 여독을 풀었습니다.
충분히 휴식하고 정비한 후 저녁 6시 40분에 숙소를 출발하여 강연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시드니 도심을 차로 30분을 달려 강연장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강연이 열리는 곳은 시드니 창업 학교(Sydney School of Entrepreneurship)에서 운영하는 파퀘트리 홀(Parquetry Hall)입니다.
스님이 강연장에 도착하자 곳곳에서 봉사자들이 강연 참가자들을 정성껏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봉사자 중에는 외국어권 대상 불교대학인 정토 담마 스쿨(Jungto Dharma School)을 졸업한 호주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봉사자들이 시드니 곳곳에 강연 포스터를 열심히 붙였습니다.
‘Casual Conversation with Ven. Pomnyun Sunim’이라는 제목의 강연 포스터를 보고 70여 명이 강연을 들으러 왔습니다.
저녁 7시 30분이 되자 큰 박수와 함께 스님이 무대로 걸어 나왔습니다.
먼저 스님이 환한 웃음과 함께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스님이 말하면 곧바로 통역이 이어졌습니다.
스님은 지난 일주일 동안 부탄을 방문하고 온 내용을 공유하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한국을 출발하여 여러 나라를 거쳐서 오늘은 시드니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여기 도착하기 전에는 부탄을 방문했습니다. 부탄에서는 기후 위기 시대에 지속 가능한 개발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기 위해 그 지역 공무원들과 2박 3일 동안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남에게 도움을 요청하기에 앞서 스스로 내가 사는 마을을 좀 더 아름답게 가꾸자’ 이런 구호를 내걸고 주민들과 함께 지역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큰 도로를 닦거나 발전소를 세우는 일들은 정부가 하거나 외국의 지원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마을 안에서의 소규모 일들은 외부에서 지원해 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우리 스스로 우리 마을을 가꾸자’ 하는 자발적인 운동을 지금 부탄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살아가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또는 신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런데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이 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영위하지 못할까요? 야생에 사는 뭇 짐승들을 비롯하여 하물며 작은 벌레조차도 인간보다 훨씬 미약하지만 자기 삶을 스스로 살아갑니다. 그보다 훨씬 더 뛰어나다고 하는 인간이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살지 못해서 남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는 것은 ‘어떤 문제가 있어서 생겨나는 일일까?’ 하고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잘 살펴보면 이것은 생태적인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잘못된 생각으로 인해 빚어진 문제입니다. 특히 선진 개발 국가에 사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남에게 의지하거나 신에게 의지하는 모습은 모두 정신적인 문제로 봐야 합니다.
제가 지금 전 세계를 다니며 하고 있는 활동은 바로 사람들이 ‘내 삶은 내가 자립적으로 살아가자’는 관점을 갖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려면 나의 괴로움과 스트레스가 타인으로부터 오거나 밖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의 어리석음에서 온다는 것을 자각해야 합니다. 그 어리석음에서 벗어나면 우리는 누구나 다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는 여러분이 어떤 괴로움이 있거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 혼자서 끙끙 대지 말고 이 자리에 드러내어 대화를 통해서 함께 풀어나가 보자고 해서 마련된 자리입니다. 괴로움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살펴보고 그 괴로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자는 것입니다.
요즘은 인공지능도 발달하고 여러 가지 검색 기능이 좋아져서 지식적인 문제는 이 자리에서 굳이 거론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건 인터넷에 들어가서 검색을 해보면 다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이 받는 괴로움과 스트레스는 어디 가서 얘기한다고 해서 쉽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대부분 정신과나 상담소에 가서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그런 곳은 상담의 대가, 즉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는 돈을 지불할 필요도 없고, 주제에 제한도 없이 누구나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어려움과 의문이 있다면 바로 질문하시면 됩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이어서 누구든지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하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두 시간 동안 여섯 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상대방 때문에 힘들 때 어떻게 하면 인내심을 가질 수 있는지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인내심은 참는다는 뜻입니다. 왜 참아야 합니까?”
"I think I need to have patience to live with people at home or at work. Because even though the other person stresses me out, I still want to be there for them."
(가정이나 직장에서 사람들과 같이 지내려면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사람의 곁에 있어 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어떤 상황에서 인내심을 갖는다는 말은 그 상황에서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뜻입니다. ‘어떻게 하면 참을 수 있지?’ 이렇게 관점을 갖지 말고 ‘왜 스트레스가 생기지?’ 이렇게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즉, 결과를 두고서 논하지 말고 항상 원인을 먼저 살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아내에게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은 아내가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고 내가 그것을 참는다는 뜻입니다. 이때 아내의 어떤 행위가 나에게 스트레스가 되는지를 먼저 살펴야 합니다. 아내는 질문자에게 스트레스를 주기 위해 그런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내는 다만 본인의 스타일대로 살 뿐이에요. 단지 그것이 질문자의 마음에 들지 않아서 질문자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입니다.
이것은 참아야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아내가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아내를 있는 그대로 존중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내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렇게 이해를 하게 되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습니다.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것은 그저 나의 욕망일 뿐이에요. 욕망은 상대가 내 사랑을 받아주지 않을 때 증오와 미움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러나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면 절대로 미움이나 화가 일어나지 않아요. 이해가 곧 사랑입니다. 이해가 없는 사랑은 폭력이에요. 성추행과 성폭력은 상대의 조건에 대해서 아무런 이해도 하지 않고 단순히 내 욕망대로만 하려고 할 때 일어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먼저 상대와 내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아내도 나와 다르고, 아이들도 나와 다르고, 직장 상사나 후배들도 나와 다릅니다.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 내 마음에 화가 생기지 않고 마음이 평화로워집니다.
예를 들어, 내가 이 볼펜을 파는 가게 주인이에요. 판매 가격은 5달러입니다. 그런데 어떤 손님이 와서 1달러에 달라고 하면 ‘공짜로 먹으려고 그러나? 뭐 이런 손님이 다 있어?’ 하면서 기분이 나빠집니다. 그러나 손님의 입장에서는 어떤 물건이든지 싸게 사고 싶은 것이 당연하잖아요. 살 때는 싸게 사고 싶고, 팔 때는 비싸게 팔고 싶은 것이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심리 작용입니다. ‘저 손님은 굉장히 싸게 사고 싶어하는구나’ 하고 그를 이해하면 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즉,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만약 손님의 형편이 굉장히 궁핍해 보인다면 공짜로라도 물건을 주고 싶은 마음이 들 수가 있습니다. 그럴 때 손님이 1달러라도 주겠다고 하면 반가운 마음이 들잖아요. 그렇지 않고 ‘1달러에 도저히 물건을 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이유를 설명하면 됩니다.
‘저도 1달러에 물건을 드리고 싶지만 구입 원가가 3달러이고,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안하면 5달러는 받아야 저도 먹고살 수 있습니다.’
이렇게 손님에게 설명해 주면 됩니다. 그러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장사를 해나갈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장사를 할 때 손님이 스트레스를 주면 어떻게 참아야 합니까?’ 하는 질문은 이치에 맞지 않는 질문입니다. 스트레스가 생기는 이유는 손님의 태도가 아니라 나의 욕망에 그 원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That's a sufficient answer. Thank you."
(충분한 답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저는 전통적인 가부장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랐습니다. 저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 어머니와 형제들 때문에 힘듭니다. 관계를 끊어야 할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내 감정과 주변의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지나치게 신경을 쓰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마음이 편안해질까요?
불교에서는 나와 다른 생각을 인정해야 한다고 하지만, ADHD 장애를 가진 저는 그렇게 하기가 힘듭니다. 어떻게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요?
스님이 어렸을 때 은사 스님께 받았던 질문인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에 대해 지금은 답을 찾으셨나요?
인공지능(AI)의 발달은 세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끼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위험에 대해 우려하지 않고 편리성만 추구하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밤 9시 30분에 강연을 마친 후 곧바로 무대에서 책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스님은 사인을 해주며 한 사람씩 눈을 맞추고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오늘 강연을 잘 들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I recently completed the Introduction to Buddhism I of the Jungto Dharma School. Now, I am continuing my studies in the Introduction to Buddhism II. Thanks to you, my life has become so much happier.”
(얼마 전에 정토담마스쿨의 근본불교를 수료하고 지금은 인간붓다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스님 덕분에 정말 많이 행복해졌습니다..)
책 사인회를 마치고 스님은 강연을 준비한 봉사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다 함께 ‘시드니’를 힘차게 외쳤습니다.
“시드니!”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스님은 숙소로 향했습니다. 봉사자들은 묘덕 법사님과 함께 마음 나누기를 한 후 강연장 뒷정리를 했습니다.
스님은 밤 10시가 넘어서 숙소에 도착한 후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시드니 도심을 벗어나 블루마운틴을 둘러본 후 시드니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하고,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하고, 시드니 정토회 회원들과 간담회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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