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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2023년 법륜 스님의 해외 순회강연 중 열다섯 번째 강연이 미국 중부 텍사스 주에 위치한 댈러스(Dallas)에서 열렸습니다.
스님은 어젯밤 11시 57분에 비행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출발하여 새벽 5시에 댈러스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시차 2시간을 감안하면 3시간 동안 비행기로 이동했습니다.
공항에서 1시간 동안 대기하다가 6시 15분에 다시 비행기를 타고 댈러스 공항을 출발하여 7시 15분에 오스틴(Austin)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오스틴에 거주하는 김선태 님, 스님과 수행팀의 도시락을 준비해 온 김효정 님, 영상 촬영을 위해 워싱턴에서 온 민덕홍 님이 마중을 나왔습니다. 7시 40분에 공항을 나와 곧바로 약속 장소로 향했습니다.
식사를 할 시간이 없어서 이동하는 중에 차 안에서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아침 8시 40분에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전 한미연합군 사령관 브룩스(Vincent K. Brooks) 님이 먼 길을 달려온 스님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Long time no see. How have you been?”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브룩스 님은 스님의 얼굴을 보자마자 너무나 반갑게 악수를 건넸습니다. 함께 카페로 들어가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브룩스 님은 2017년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 단계까지 갔을 때 평화를 염원하는 스님의 간절한 호소를 경청해 준 분입니다. 스님은 한반도에 다시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을 강조하면서 브룩스 님의 의견을 경청했습니다.
두 분은 현재 동북아시아의 지형이 한미일과 북중러 간 대결 구도로 가고 있는 상황을 깊이 우려하며 어떻게 하면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깊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두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스님은 브룩스 전 사령관에게 풍경을 선물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선물을 하나 준비해 왔습니다.”
“Every time I hear this, I will think about what you said today and reflect on it.”
“이 풍경 소리를 들을 때마다 오늘 스님이 해주신 말씀을 생각하고 되새기겠습니다.”
다음에 만났을 때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작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10시 30분에 오스틴을 출발하여 다음 약속 장소인 칼리지 스테이션(College Station)으로 이동했습니다. 오스틴은 텍사스주의 주도이고 주의회 의사당이 위치한 곳입니다. 가는 길에 차창 밖으로 텍사스주의 주의회가 열리는 텍사스 캐피톨(Texas Capitol)을 볼 수 있었습니다.
차로 두 시간을 달려 12시 30분에 칼리지 스테이션(College Station)에 위치한 텍사스 A&M 대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캠퍼스를 잠시 둘러본 후 약속 장소로 향했습니다.
연구실의 문을 열자 앤드류 나치오스(Andrew Natsios) 교수님이 반가운 얼굴로 스님에게 악수를 건넸습니다.
“Nice to meet you.”
(만나서 반갑습니다.)
나치오스 교수님은 1997년 스님이 국제사회에 북한 주민들의 아사 상황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할 때 스님의 간곡한 호소에 함께 동참해 준 분입니다. 당시 국제 구호 단체 월드비전 부회장으로 일하고 계시면서 워싱턴의 여러 기관과 전문가들에게 스님을 소개해주어 북한 난민과 북한 식량난에 대해 발표할 기회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스님은 교수님을 백두산으로 모시고 가서 북한 난민들을 직접 만날 수 있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그때의 인연으로 두 분은 아주 친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 후 교수님은 USAID(미국 국제개발처)의 책임을 맡으면서 기아 문제 해결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스님은 나치오스 교수님과 4년 만에 만났습니다. 교수님은 스님이 팬데믹 기간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해했습니다.
“저는 팬데믹 기간 동안 시골에서 농사짓고 살았습니다.” (웃음)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은 후 북한 주민들의 식량난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Now, according to several reliable reports, North Korea's food shortage appears to have worsened again. What do you think?”
(현재 몇몇 신뢰할 수 있는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식량 부족 사태가 다시 심각해진 것 같습니다. 스님이 보시기에는 어떤가요?)
“북한 주민들의 고통이 너무나 긴 시간 동안 계속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식량 생산량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북한 정부가 장마당 규제와 양곡 관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입이 없어진 사람들이 보이지 않게 굶어 죽어가고 있습니다. 우선 식량 생산량 자체가 부족하고, 그래서 가장 취약한 계층부터 아사자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 상황은 관공서나 공기업에 종사하지 않는 한 일반 주민들에게는 배급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개인이 자력으로 생존해야 하기 때문에 취약 계층부터 기아 상태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 문제가 해결이 안 되는 이유는 정치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북한 주민들의 아사를 막으려면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되어야 합니다. 최근에 긴장이 고조되니까 주민들의 고통은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한미일과 북중러 간 대결 구도가 가져올 위험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현재 미국의 대북 정책은 북한이 핵기술을 고도화하는 것을 방치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한반도의 전쟁 위험을 더욱 높이게 된다는 스님의 지적에 나치오스 교수님도 적극 동의했습니다.
“미국이 북한에 경제 제재를 가하는 목적이 무엇이냐는 문제입니다. 북한 주민들을 고통스럽게 하기 위해서입니까? 그렇다면 성공적입니다. 그것이 아니라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멈추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경제 제재는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은 빠른 속도로 핵무기를 확산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미국이 북한에 경제 제재를 가하는 목적이 북한 정권의 붕괴입니까? 북한 정부는 지금 붕괴되기보다는 체제를 더욱 강화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국의 북한 경제 제재의 목적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풀고 관계를 정상화해서 북한 핵 동결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무엇이 미국에 진정으로 이익이 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스님의 생각에 동의하지만 며칠 전 김정은과 푸틴의 정상회담 영향으로 미국의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는 더욱 강화될 것 같습니다.”
“북한 국경 변에서 주민들을 돕는 NGO의 활동도 중국의 통제가 강화되어 어려워졌습니다. 조금만 활동을 해도 간첩 죄로 감옥에 잡혀갑니다.”
“저도 스님을 따라 북한 국경 변에 가면 간첩이 되는 겁니까?” (웃음)
“당신이 감옥에 잡혀가 있어야 북미 관계가 개선이 좀 될 것 같습니다.” (웃음)
아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었지만 마지막 대화는 유머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두 분은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두 시간 동안 아이디어를 주고받았습니다.
“조금 더 지켜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북한 주민들의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함께 연구해 봅시다.”
“Thank you so much for coming this far.”
(먼 길을 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다음을 기약하며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오후 2시 30분에 텍사스 A&M 대학교를 출발하여 즉문즉설 강연을 하기 위해 댈러스로 향했습니다. 자칫하면 강연 시작 시간에 늦을 수도 있어서 쉼 없이 도로 위를 달렸습니다.
3시간 30분 동안 차를 타고 이동하여 오후 6시에 댈러스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강연이 열리는 곳은 허라이즌 유니테리언 유니버설리스트 교회(Horizon Unitarian Universalist Church)입니다.
스님은 2013년, 2014년, 2016년, 2019년에 이어 다섯 번째로 댈러스를 방문했습니다. 강연 총괄을 맡은 정수진 님과 매년 댈러스 강연을 준비해 준 한용우 님 부부가 올해도 반갑게 스님을 맞이해 주었습니다.
교회 안에 마련된 대기실에서 김밥으로 저녁 식사를 한 후 봉사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저녁 7시 정각에 즉문즉설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작은 교회에 160여 명이 자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스님이 지난 9월 1일부터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순회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영상이 끝나자 뜨거운 박수와 함성 속에서 스님이 무대 위로 올라왔습니다.
“저는 어젯밤에 샌프란시스코에서 강의를 하고 바로 공항으로 가서 밤 비행기를 타고 오늘 아침에 오스틴에 도착했습니다. 한미 연합군 사령관을 지냈던 분이 오스틴에 살고 있어서 그분과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고, 텍사스 A&M 대학교에 가서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함께했던 교수님을 만나 북한 주민들의 어려움과 인도적 지원 문제에 대해서 대화를 하고 나서 총알 같이 댈러스로 달려왔습니다. 강의 시간에 늦지 않을까 했는데 다행히 강의 시간 전에 안전하게 도착해서 여러분들을 만나게 됐습니다.” (웃음)
먼 길을 달려온 스님에게 청중 모두가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24명이 질문을 신청했는데 주어진 두 시간 동안 7명이 스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테니스를 너무 좋아하는데 자녀 교육을 위해 운동 시간을 줄이라는 아내의 제안 때문에 답답한 마음이 든다며 해결책이 무엇인지 질문했습니다.
“돈은 좀 있어요?”
“예. 먹고살 만큼은 있습니다.”
“질문자가 돈을 들여서 조용한 공간에 에어컨을 설치한 테니스장을 만든 다음 낮에 테니스를 치세요.”
“혼자서 테니스를 치라고요?”
“에어컨을 설치한 테니스장을 만들어서 친구들을 초대하면 되지요. 무료로 테니스장을 제공하면 사람들이 안 올 이유가 없잖아요. 아니면 지금 나가는 테니스장에 재정 지원을 해서 에어컨을 설치하세요. 돈이 있다면 그렇게 하면 됩니다. 돈이 없으면 불가능하고요.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본인이 테니스를 치고 싶은 마음과 아내의 요구를 모두 충족하려면 돈이 좀 들 수밖에 없습니다.”
“돈이 너무 많이 들 것 같습니다. 댈러스의 땅값이 너무 비쌉니다.”
“댈러스는 워낙 땅이 넓어서 외곽에 장소를 구하면 돈이 많이 들지는 않아요.”
“한 시간은 교외로 나가야 되는 문제가 생겨요.”
“낮에 한 시간 정도 교외로 나가면 되죠. 그리고 그 근방에 있는 친구들을 사귀어서 테니스를 치면 됩니다. 꼭 지금 있는 친구를 교외로 데려가려고 하지 말고요.
두 번째 방법은 내 생각을 바꾸는 겁니다. 만약 질문자가 교통사고가 나서 다리를 다치면 테니스를 치고 싶어도 못 치잖아요. 그렇다고 죽을 수는 없잖아요. 휠체어를 타고라도 살아야겠죠. 그렇게 생각하면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성한 다리로 테니스를 칠 수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돈이 부족하면 이렇게 생각을 바꿔야 해요.”
“와이프한테 억눌려서 살아간다는 생각을 하니까 '내가 왜 그 말을 들어야 되지' 하는 마음이 듭니다.”
“자꾸 그렇게 생각하다가 어느 날 교통사고가 나서 두 다리를 다치면 그제서야 '스님이 한 얘기가 맞네' 하게 될 겁니다. 지금이라도 내 생각을 내려놓고 건강한 몸을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테니스를 치는 것으로도 만족하며 살 수가 있어요. 테니스를 치고 싶어서 죽을 것 같으면 좀 덥더라도 낮에 가서 치면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했을 경우에는 약간 위험이 있습니다. 내가 이렇게 희생을 했는데도 아이가 공부를 못하거나 부모의 말을 안 들으면 아내와 아이에게 굉장히 화가 날 겁니다.
‘나는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테니스도 안 치고 당신을 위해서 그리고 너를 위해서 시간을 냈는데 너희는 왜 이거밖에 안 하느냐?’
자신을 희생했다고 생각하면 상대에 대한 요구가 생깁니다. 앞으로 그 요구가 불만으로 튀어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질문자의 생각이고, 아내와 아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부가 헤어져서 자녀 교육을 위해 아내가 아이만 데리고 온 사람을 ‘기러기 엄마’라고 하잖아요. 하지만 그렇게 유학을 온 아이들의 대부분이 공부로는 성공하지 못합니다. 아이의 공부를 위해서 해외까지 온 엄마는 남편도 없고 친구도 없고 하니까 오직 자녀에게 집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향해 ‘나는 너를 위해서 아빠와 헤어지고 이렇게까지 와 있는데 너는 공부도 안 하고 딴짓하느냐?’ 이런 마음을 항상 갖게 됩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잔소리를 많이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부모의 마음을 헤아릴 수가 없죠. 그걸 헤아릴 줄 알면 어른이지 아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점점 아이와 갈등이 심해지고, 결국 아이는 엄마를 향해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듭니다.
‘엄마가 원해서 나를 여기에 데려와 놓고 내 핑계 대고 나한테 책임을 지우네’
하지만 화가 나면 반드시 속으로 생각한 것을 밖으로 내뱉는 시점이 옵니다. 그렇게 되면 엄마의 속이 완전히 뒤집어지죠. 그래서 자녀 교육이 원만하지 못합니다. 왜 이런 결과가 빚어지게 될까요? 자신이 희생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옛날에는 아내가 항상 ‘내가 남편을 위해서 희생하지만 남편은 내 마음을 몰라준다’ 하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직장을 나가지 않는 가정주부들은 대부분 주말이 되면 남편이 자신을 데리고 외출해 주기를 원합니다. 왜냐하면 일주일 내내 아이하고 집에만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직장을 다니는 대부분의 남편들은 ‘나는 직장에서 일주일 내내 스트레스를 받아서 주말에는 쉬고 싶은데, 아내가 주말마다 나를 못살게 군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내는 ‘일주일 내내 집에 갇힌 나를 위해 주말이라도 시간을 내주어야 하지 않느냐?’ 이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완전히 시각이 다릅니다.
은퇴 후에도 부부 갈등의 양상이 비슷합니다. 남편은 ‘직장에서 40년 일했으니까 이제는 좀 놀아도 되겠지’ 이렇게 생각하는데, 아내는 ‘당신이 돈을 벌어줄 때는 밥도 해주고 빨래도 해주었지만 이제는 집에서 노는데 왜 그런 일을 내가 해줘야 하느냐?’ 하면서 화를 냅니다. 그래서 은퇴 후에 갈등이 더욱 심해집니다. 왜냐하면 서로의 관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질문자 역시 그렇게 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교통사고가 났다고 생각해라’ 이렇게 얘기하는 겁니다. 만약 질문자가 ‘나는 아이와 아내를 위해서 참고 헌신했다’ 하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되면 나중에 갈등이 점점 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세 번째 방법은 그냥 테니스를 치고 싶은 대로 치고 사는 겁니다. 아내가 뭐라고 하면 ‘나는 이걸 안 하면 죽을 것 같아’ 하고 말하고 테니스를 계속 치면 돼요.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사는 거죠. 그래서 만약 아내가 보따리를 싸서 가면 ‘안녕히 가세요’ 하면 됩니다.
‘이런 나를 받아들이면 같이 살고, 이런 나를 못 받아들이면 나도 같이 살 수가 없다. 나는 결혼하기 전에도 이야기를 다 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양보를 못 한다.’
이렇게 아내에게 말한 후 마지노선을 긋고 살면 됩니다.”
“와이프는 알고 있다고 얘기하지만 서약은 안 했기 때문에 바뀔 수도 있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지금은 자녀 교육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만약 서약을 했다면 갈등이 더욱 심해집니다. 서약을 하면 질문자가 정당성을 더 주장하게 되거든요. ‘똥 누러 갈 때의 마음하고 똥 누고 난 뒤의 마음은 다르다’ 하는 속담도 있잖아요. 결혼하기 전에는 결혼을 하기 위해 그렇게 약속을 한 것이고, 이미 결혼을 했는데 약속을 지킬 필요가 뭐가 있어요? 사람의 마음은 이렇게 항상 변하는 거예요. 이 때는 이렇게 되고 저 때는 저렇게 되는 것이 사람의 마음입니다. 사람의 마음이 한결같아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겁니다. ‘상대가 나를 배신했다’, ‘상대가 약속을 안 지켰다’ 그런 말들은 모두 틀린 말입니다. 사기꾼이 아닌 이상 처음부터 약속을 어길 작정을 하고 약속을 하진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사기꾼은 아니잖아요. 그때는 마음이 그랬고 지금은 이런 겁니다.
아내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세요. 아이가 없을 때는 질문자의 취미를 포용한 겁니다. 하지만 아이가 크니까 아빠와 아이가 같이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 거예요.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요? 지금 아이가 아내의 말을 안 듣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남편의 힘을 빌리려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아이가 어떻게 하길 원하는지 물어보고 질문자가 아이와 조용히 협상을 해보는 게 필요합니다.
‘네가 엄마가 원하는 것을 해주면 아빠가 용돈을 좀 줄게. 그리고 주말에 같이 놀아줄게.’
이렇게 아이와 협상이 되면 지혜롭게 문제를 풀 수가 있어요. 아내가 결혼 전에 약속했기 때문에 내가 정당하다고 주장하거나, 사랑하는 아내 때문에 내 취미 생활을 못한다고 불만을 갖거나, 이런 행동은 현실에 깨어있지 못한 겁니다. 옛날에는 그랬고, 지금은 상황이 바뀐 거예요.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문제를 풀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다 할 수도 없고, 상대가 요구하는 것을 다 들어줄 수도 없어요. 그 사이에서 어떻게 조정하는 게 좋겠는지 아내와 대화를 해서 타협을 해야 합니다. 아이와도 협상을 해야 하고요. 자신을 내려놓고 지금 여기에서 길을 모색해 나가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부모님이 저에 대한 기대가 커서 한국에 가서 부모님을 뵐 때마다 미운 마음이 듭니다. 어떡하면 좋을까요?
안정적인 미국 생활을 하면서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을 하고 싶은데, 이상형을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상적인 결혼 생활은 무엇인가요?
지금 불행하지 않지만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습니다.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제가 다른 사람에게 부처님의 법을 전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불교에서 말하는 진정한 사랑의 개념이 무엇인가요?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제 마음이 변하는 상황이 힘듭니다. 어떻게 하면 저의 진심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대화를 마친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인생이 괴롭다면 왜 괴로운지 연구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각자가 자기 좋을 대로 살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기 좋을 대로 인생을 살았는데 왜 괴로운가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 자신이 원해서 이민을 왔고, 처음에는 엄청나게 좋아했잖아요. 그런데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괴롭다고 합니다. 자신이 원해서 취직한 회사에 다니면서 직장 생활 때문에 괴롭다고 합니다. 자신이 원해서 개업한 가게를 운영하면서 가게 때문에 괴롭다고 합니다. 자신이 원해서 결혼한 사람과 같이 살면서 결혼생활 때문에 괴롭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들이 모두 모순이잖아요.
서로가 좋아서 결혼해 놓고 왜 괴롭다고 아우성을 칠까요? 정말로 연구해봐야 할 주제가 아닙니까? 수많은 남자와 여자 중에 그래도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사람과 결혼을 했는데 왜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이 들까요? 여러분은 남편이나 아내를 미워하기만 하지 연구할 생각은 안 하잖아요. 그래서 왜 괴로움이 생기는지 연구를 해보라는 겁니다.
붓다의 가르침은 원래 종교적인 내용이 아니었고 ‘왜 괴로울까?’ 하는 것에 대한 가르침이었습니다. 붓다는 괴롭지 않게 사는 길에 대해 연구하신 분입니다. 죽어서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는지는 붓다의 관심사가 아니었습니다. 부자든 가난하든, 지위가 높든 낮든, 이런 것들은 차치하고, 가장 핵심은 ‘어떻게 하면 괴로움이 없는 삶을 살 수 있는가’입니다. 괴롭지 않은 것을 다른 말로 하면 ‘행복한 삶'이라고 표현하는 겁니다. 여기서 말하는 행복한 삶은 즐거운 삶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우리는 즐거움을 행복으로 삼기 때문에 반드시 괴로움이 뒤따라옵니다.
건강한 삶은 아프지 않은 삶이에요. 100미터 달리기를 남들보다 빠르게 뛰거나, 남들이 들 수 없는 무거운 역기를 들 수 있어야 건강한 것이 아닙니다. 키가 크면 큰 대로, 키가 작으면 작은 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장애가 있으면 장애가 있는 대로, 각자 아프지 않으면 건강한 거예요. 그것처럼 괴롭지 않으면 행복한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즐거움을 행복으로 삼기 때문에 괴로움이 늘 뒤따라오는 거예요.
조금만 관점을 바꾸면 종교와 관계없이 인종과 관계없이 국적과 관계없이 성별과 관계없이 누구나 다 괴로움 없이 살 수 있습니다. 혼자 살아도 괴롭지 않게 살 수 있고, 둘이 살아도 괴롭지 않게 살 수 있고, 늙어도 괴롭지 않게 살 수 있어요. 몸이 아파도 육체적 통증은 있지만 괴롭지 않게 사는 것은 가능합니다.
한국에서 괴롭게 살던 사람이 미국으로 이민을 온다고 해서 괴로움이 사라질까요? 혼자 살 때 괴롭게 살던 사람이 결혼을 했다고 해서 괴로움이 사라질까요? 일시적으로 괴로움이 일어나지 않을 뿐이지 살아보면 똑같이 괴로움이 일어납니다. 왜냐하면 까르마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까르마를 소멸시킬 때 우리는 괴로움에서 벗어나 괴롭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조금 더 자신에 대한 탐구를 했으면 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생각을 많이 하면 안 돼요. 왜냐하면 모든 고통이 생각에서 빚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다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이 관점을 놓치지 말고 사시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자기가 자기를 사랑하는 방법입니다. 남만 쳐다보지 말고 자기 사랑을 좀 하세요. 여러분들은 자기를 너무 괴롭히는 것 같아요.”
큰 박수와 함께 강연을 마쳤습니다.
곧바로 책 사인회를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강연에 참석한 한 분 한 분과 눈을 맞추고 인사를 하며 사인을 해주었습니다.
참석자들이 교회를 모두 빠져나가고 스님은 봉사자들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각자 자기 소개를 하고 봉사를 한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봉사를 하기 위해 인근 도시인 휴스턴, 멤피스, 루이지애나, 조지아, 알칸소에서 먼 길을 달려온 분들이 있었습니다. 소감 나누기를 마치고 몇몇 사람이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에도 스님이 강연을 하러 와 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스님, 휴스턴에도 강연을 와주세요.”
“오스틴에도 강연을 와주시면 안 될까요?”
“텍사스는 아주 넓어서 한 군데에서만 강연을 하면 안 돼요. 여러 곳에서 강연을 해주셔야 합니다.”
“그런데 미국이 너무 커서 스님이 강연을 다니시려면 너무 무리가 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요청을 듣고 나서 스님이 대답했습니다.
“미국만 해도 너무 큰데 미국 밖에 다른 나라까지 여기저기 매일 한 곳씩 이동하며 강연을 하다 보니 조금 힘들긴 합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좀 더 여유 있게 시간을 배정해서 미국 100강을 한번 해보자는 계획을 세운 적이 있었어요. 미국 100강을 하면 더 많은 도시에 강연을 갈 수 있습니다. 댈러스처럼 큰 도시는 잠을 재워줄 사람이 있지만, 조그만 도시에 가면 잠을 재워줄 사람도 없습니다. 그래서 교통비와 숙박비도 아낄 겸 캠핑카를 빌려서 이동도 하고 잠도 자는 계획을 세웠어요. 100명 이상 참가자를 모으면 어디든지 강연을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 계획이 결국 세계 100강으로 바뀌면서 2014년에는 세계 115개 도시에서 강연을 했었어요. 조만간 미국 100강을 한 번 하긴 해야 하는데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웃음)
“꿈을 꾸면 실현이 될 겁니다.”
다들 미국 100강이 현실이 되기를 기대하며 봉사자 모임을 마쳤습니다.
봉사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후 강연장을 나와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한용우 님의 댁에 밤 10시에 도착한 후 곧바로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 준비를 했습니다. 한국 시청자들을 위해 한국 시간에 맞춰 방송을 하려면 이곳 미국 현지 시간으로 밤 12시부터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해야 합니다. 어제는 비행기 안에서 밤을 새우고, 오늘은 생방송을 하며 밤을 새울 예정입니다.
내일은 밤새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하고, 새벽 3시 30분에 공항으로 이동하여 탑승 수속을 한 후 보스턴으로 이동하고, 오후에는 하버드 대학교에 도착해 미팅을 하고, 저녁에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영어 통역으로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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