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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 원고를 교정했습니다. 원고 교정 업무를 하고 나니 곧 날이 밝았습니다. 아침 식사를 하고 나서 짐정리를 시작했습니다. 수행법회 생방송을 마치면 바로 튀르키예로 이동하기 위해서입니다.
태국 시간으로는 아침 8시, 한국 시간으로는 아침 10시에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생방송에 입장하자 스님이 반갑게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저는 지금 태국에 있습니다. 원래는 어제저녁에 비행기를 타고 파키스탄으로 가려고 했는데 비자가 어제까지 나오지 않아서 파키스탄으로 가지 못했습니다. 오늘 태국에서 이렇게 생방송을 하고 튀르키예로 바로 이동하는 일정으로 변경이 되었습니다. 시간 변경이 되는 바람에 갑자기 저녁 법회를 아침 법회로 앞당겼습니다. 질문하신 분들이 좀 불편했을 거예요.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태국은 지금 1년 중에 가장 더울 때라고 합니다. 태양이 적도에서 북반구로 옮겨오는 시기라 적도 근방에 있는 태국이 가장 더울 때인 것 같아요. 건기인 데다가 기온은 38도에서 40도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제가 태국을 왕래한 지가 30년이 넘었는데 이 시기에 방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 태국이 이렇게 더운 줄은 몰랐습니다.” (웃음)
이어서 지난 베트남 호찌민 일정 이후 일주일 동안의 태국 방문 일정을 상세하게 설명했습니다.
“이곳 태국은 비구니 제도가 아직 인정이 안 되고 있습니다. 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비주류로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래서 어렵게 사는 비구니 절 두 곳을 방문했습니다. 또 넌이 운영하는 고아원도 방문하고, 태국 국경에 가서 난민들을 지원하는 곳도 둘러보고 좋은 벗들과 JTS에서 어떤 지원을 할 수 있을지 살펴보았습니다. 마침 이 시기에 미얀마에서 반군과 정부군 사이에 교전이 있어서 난민이 8천여 명이 태국으로 넘어왔다가 지금은 다시 안정이 되어서 일부는 돌아가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태국에서 환경 보호 운동을 하는 단체도 방문해 보았어요.”
스님은 현장 사진을 보여주면서 자세히 설명해주었습니다. 설명을 마치고 나서 즉문즉설을 했습니다. 사전에 네 명이 질문을 신청하여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사람들의 다양한 요구를 들어주어야 할 때 부담이 된다며 어떤 기준을 가져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수행의 목표는 어떠한 경우에도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그 목표를 아침마다 마음에 새깁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100퍼센트 목표에 도달하지 못합니다. 그래도 지금보다는 괴로움이 더 적어지는 방향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것이죠.
그런데 여기서 잘못하면 두 가지 병폐가 생깁니다. 첫째, ‘내가 10년을 공부했는데도 아직도 열반을 증득하지 못했다!’ 이렇게 실망하는 사람이 생겨요. 둘째, 20퍼센트 정도만 개선해 놓고는 ‘옛날보다 내가 많이 좋아졌잖아. 이만하면 됐지!’ 이렇게 안주하는 사람이 생깁니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수행을 잘못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아직도 내가 부족하다고 실망하는 사람은 뒤를 돌아봐야 합니다. 뒤를 돌아보면 옛날보다 많이 좋아졌어요. 옛날보다 많이 좋아졌으니까 앞으로 점점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이만하면 됐다고 안주하는 사람은 앞을 봐야 합니다. 앞을 보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까마득하기 때문에 안주하지 말고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한다는 관점을 견지해야 합니다.
좌절하는 사람은 출발점을 돌아봐서 많이 좋아진 것을 알고 용기를 내야 하고, 안주하는 사람은 목표를 보고 아직도 갈 길이 먼 줄을 알고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중생에서 부처로 나아가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부처를 향해 나아가는 중생이라고 해서 ‘보디사트바’ 즉 ‘보살’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그러니 너무 욕심내지 말고, 또 너무 안주하지 말고, 꾸준히 정진을 해나가야 됩니다. 모든 중생의 요구를 다 수용하면 좋지만, 현실에서는 다 못 들어주는 것도 받아들여야 해요. 그러나 옛날보다는 사람들의 요구를 많이 들어주는 편이 되어가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정토회 활동을 하다 보면 동시에 여러 개의 소임이 들어올 때가 있습니다. 가족들이나 친구들하고 약속이 동시에 잡힐 때도 있어요. 그런 요구를 다 들어주자니 도저히 시간이 안 됩니다. 수행자가 되어 세상에 잘 쓰이기로 약속을 했는데 거절하는 것도 바른 자세가 아닌 것 같아 고민이 됩니다.”
“누구든지 원하면 거기에 잘 쓰이는 게 목표입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그 목표를 지금 내 수준에서 다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니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고민이 되는 겁니다. 우선은 질문자가 할 수 있는 만큼 한다고 목표를 정해야 해요. 그렇다고 내가 사람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지 못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라는 뜻은 아닙니다. ‘나도 사람인데 어떻게 사람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나!’ 이렇게 생각하면 수행자가 아닙니다. 가능한 사람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는 것이 목표라는 관점을 가져야 해요. 그런데 내가 아직 부처는 아니잖아요. 예전에는 사람들의 요구를 50퍼센트쯤 들어주었다면 이제는 한 70퍼센트쯤 들어주겠다든지, 더 나아가 한 80퍼센트는 들어주는 것을 목표로 삼아보겠다든지, 이렇게 조금씩 목표를 높여 나가야 합니다.
정토회에서 전법 회원이 되었다면 기본 임무는 불교대학이나 경전대학을 진행하는 일입니다. 진행자도 안 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는 전법 회원을 그만두어야 해요. 전법 회원이 된 사람은 불교대학이나 경전대학을 진행하는 일이 의무사항입니다. 그런데 주위에서 사람들이 ‘당신은 시간이 남으니까 진행자 이외에 뭔가를 하나 더 하세요’ 하고 부탁을 한다면 그 일을 할지 말지는 질문자의 선택사항이에요. 그 일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됩니다. 내가 거절한다 해도 미안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도저히 힘에 부치거나 시간이 안 되면 ‘죄송합니다’ 하고 말하면 돼요. 또 할 수 있으면 하면 되고요. 그것은 칭찬받을 일입니다.
내가 자녀를 낳았으면 스무 살까지 키우는 건 의무사항이에요. 힘들다고 아이를 버리면 안 됩니다. 아이를 키우지 못할 상황이면 다른 이에게라도 부탁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부모가 아무리 희생을 해서 자식을 키웠어도 자식이 부모를 모시는 건 선택사항이지 의무사항이 아니에요. 자식이 스무 살이 넘어서 부모님이 요구하는 걸 못 해준다고 해서 불효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해드리면 좋은데 제가 형편이 안 됩니다.’ 이렇게 말하면 돼요. 부모가 원하는 걸 다 해줘야 한다면 그는 부모의 노예이지 자유인이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옛날에는 부모님의 은혜를 죽을 때까지 평생 갚아야 한다고 가르쳤는데 그것은 올바른 가르침이 아닙니다. 부모를 도울 수 있으면 좋은 일이에요. 자기를 키워주지 않은 이웃집 노인도 어려우면 돕는데 당연히 부모를 도울 수 있으면 도와야죠. 부모를 돌보는 건 좋은 일이지만 의무사항은 아닙니다. 그러나 어린 자녀를 낳아서 키우는 것은 의무사항에 들어갑니다. 자연 생태계의 원리가 그렇습니다. 선택사항은 하면 칭찬을 받지만, 하지 않았다고 해서 비난을 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선택사항은 못할 경우 그냥 ‘죄송합니다.’ 하면 되지 미안해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어요.
부처가 된다는 것은 중생을 구제하는 것이 의무사항이 된다는 뜻이에요. 가능하면 중생이 원하는 것을 다 해준다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이것은 수행자의 목표입니다. 하지만 지금 나의 현실은 아직 부처가 되기에는 멀었잖아요. 만약 어떤 여성분이 스님한테 ‘나와 결혼합시다’ 하고 요구한다고 해서 중생의 요구에 수순하기 위해서는 결혼을 해줘야 할까요? 결혼을 해줄 수준이 되면 하겠지만 나는 아직 그럴 수준이 못 되잖아요. 그러니 ‘다른 요구는 들어줄 수 있지만 그건 안 됩니다. 죄송합니다’ 하고 관계를 끝내야 하겠죠. 부모님이 절에서 나오라고 애원한다고 해서 부모님의 요구에 수순하기 위해서는 승복을 벗고 속퇴를 해야 할까요? 부모님의 요구에 수순해서 승복을 벗고 나가도 괜찮아요. 하지만 나는 아직 그 수준은 안 되기 때문에 ‘죄송합니다’ 하고 내가 갈 길을 가야 되는 겁니다. 가능하면 중생의 요구에 수순하는 게 목표이지만, 현재 자신이 그 정도가 안 되면 ‘죄송합니다’ 하고 말하면 돼요.”
“감사합니다. 제가 좀 욕심이 많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스님 말씀을 듣고 매우 가벼워졌어요.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살겠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남편과 여동생이 불교대학에 입학하고 저는 불교대학 돕는 이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혹시 남편과 여동생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줄까 봐 조금 신경이 쓰입니다. 어떡하죠?
나쁜 짓을 하고도 뻔뻔한 사람들의 모습에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마침 살인자 앙굴리 말라의 교화 사례를 접하며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깨달음을 얻으면 과거 잘못을 그냥 넘어가도 되는 건가요? 유족에게 참회라도 해야 하지 않나요?
연기법을 공부할 때 물질적으로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게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경험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부처님은 깨달음을 어떻게 현실에서 적용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서 마지막으로 스님이 마무리 인사를 했습니다. 특히 저녁에 생방송을 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 양해를 구했습니다.
“갑자기 법회 일정이 오전 시간으로 바뀌어서 저녁반 회원들에게 죄송합니다. 갑자기 일어난 일이지만 큰일은 아니잖아요. 홍수 피해를 입은 파키스탄 사람들을 돕고 싶어도 나라와 나라 사이에는 출입이 통제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지금 무슬림 사람들은 라마단 기간이에요. 그래서 사무실에서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걸 미리 감안해서 3개월 전에 비자 신청을 해야 했는데 저희는 한 달 전에 비자 신청을 하다 보니 아직까지 비자가 안 나왔습니다. 그러면 또 이 상황에 맞춰서 일정을 변경해서 가야죠. 다음에 또 시간을 내서 파키스탄에 가면 되고요. 내가 세운 계획을 고집하면 만사가 틀어진 게 되지만 크게 보면 별일 아니에요. 이미 끊은 비행기표를 버리고 새로 비행기표를 끊어야 해서 경제적 손실은 좀 생겼습니다. 대신에 다른 곳에서 경비를 좀 아끼면 되니까 큰 문제는 아닙니다. 그럼 다음 주에는 튀르키예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수행법회를 마치고 스님은 잠깐 휴식을 하였습니다. 태국에서 가장 더운 시기인 4월에 매일 쉬지 않고 외부 일정을 했습니다. 오랜만에 갖는 휴식 시간이었습니다.
사용한 숙소를 청소한 후 태국에서의 전 일정을 함께 지원해 주던 황소연 보살님 부부와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바로 공항으로 이동했습니다.
“앞으로 태국에서 해야 할 일이 많이 생길 거예요. 여러 사업들을 잘 준비해 주세요.”
“저희도 스님 덕분에 좋은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황소연 보살님 부부와 작별인사를 하고 스님은 공항 체크인을 시작했습니다.
체크인을 마치고 스님은 공항 라운지에서 한국과 전화 소통을 하면서 업무를 보았습니다.
비행기에 탑승한 스님은 저녁 6시 45분에 방콕 공항을 출발했습니다. 밤새 비행기를 타고 제다를 경유해서 내일 아침에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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