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9.26 전법활동가 법회, 화상 회의
“반말을 들으면 화가 올라와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법회와 화상 회의가 연달아 있는 날입니다.

오전 10시에는 주간반 활동가들을 위한 전법활동가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화상회의 방에 전법활동가들이 모두 입장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지난주에 불교대학을 시작하고, 이번 주에는 경전대학 기본반도 시작해서 전법활동가 여러분이 다 바쁘실 텐데요. 여러분이 불교대학 다니고, 경전대학에서 공부해서 전법활동가가 되었듯이 학생들에게도 편안하게 다가가면 됩니다. 내가 아는 것만으로도, 내 삶만으로도 충분히 그들을 안내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말고, 긴장하지 마세요. 그렇다고 과하게 친절하거나 압박하지도 말고, 편안하게 안내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사람이 없어서 즉석에서 누구든지 자유롭게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반말을 들으면 화가 올라온다며 어떻게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반말을 들으면 화가 나요

“저는 반말을 들으면 화가 올라옵니다. 그 이유가 제가 살면서 받아온 교육 때문인지 제가 잘났다는 생각 때문인지 알고 싶어요. 진행자가 회의 때 반말을 살짝 섞는 것을 보고, 본인이 잘 모르는 거 같아 한두 번 얘기한 적도 있습니다. 이렇게 얘기해 주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좋은지 그것도 알고 싶습니다.”

“두 가지가 다 겸해 있습니다. 사람들이 반말을 할 때는 보통 두 가지예요. 첫째, 화가 날 때 반말을 합니다. 욕할 때 경어를 써서 욕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아이고, 당신은 나쁜 놈이네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잘 없어요. ‘야, 이 나쁜 놈아!’ 이렇게 얘기하죠. 화가 나서 반말할 때는 자기가 잘났다는 생각이나 자기도 모르게 자기중심적 사고에 사로잡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친해졌거나, 친근감을 표현하고 싶을 때 반말을 합니다. 경어는 예의를 갖추는 거잖아요. 경어를 쓰다가도 친해지면 ‘야, 우리말 놓자!’라고 하잖아요. 선배가 나에게 존대를 하면 ‘아이고, 편하게 말 놓으세요.’라고 하죠. 이렇게 두 가지 경우가 있어요.

언어를 배울 때 처음부터 경어만 배웠다면 그 말은 경어도 아니고 반말도 아니고 그냥 말일뿐이겠죠. 그런데 우리는 말을 배울 때 반말을 먼저 배우고 경어를 나중에 배웁니다. 왜 그럴까요. 말을 엄마로부터 배우는데 엄마가 애한테 반말하니까 애도 반말을 배우는 거예요. 미국 교민사회에서 생긴 일인데요. 미국으로 이민을 간 교민이 장사하느라 바쁘니까 한국에서 친정어머니를 모셔 와서 애들을 봐달라고 했어요. 한국에서 온 할머니는 영어를 할 줄 모르니까 아이들에게 한국어로 말을 하죠. 그런데 아이한테는 ‘밥 잡수세요’라고 하지 않고 ‘밥 먹어! 안 먹으면 치운다’ 이렇게 말하잖아요. 아이는 한국말이라고 배운 게 그렇거든요. 그러니까 어른한테도 ‘밥 먹어’ 이렇게 말을 한다는 거예요.

인도에 가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호객행위하는 장사꾼들이 한국 관광객한테 염주 같은 걸 사라고 따라다니거든요. 그때 ‘저는 안 삽니다’ 이렇게 존댓말로 대답하는 한국 사람은 거의 드물어요. 대부분 다 ‘안 사! 저리 가!’ 이렇게 말합니다. 아니면 가격을 물어보고 ‘비싸!’ 이렇게 얘기하거든요. 그렇다 보니 인도 상인들이 반말을 배워서 ‘안 사?’ 이러면서 따라와요. (스님 웃음) 우리가 들으면 기분이 나쁘잖아요. 그런데 그 사람은 한국 사람을 만나서 배운 말이 그거밖에 없단 말이에요. 본인은 한국말을 쓴다고 ‘안 사?’ 한단 말이에요. 그리고 또 물건을 보여주면서 계속 ‘비싸, 이거 비싸’ 이런단 말이에요. 한국말이라고 배운 게 그거밖에 없으니까 그렇습니다.

우리는 아기 때 엄마로부터 반말부터 배웠지만,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경어를 배웁니다. 그런데 성질이 확 나면 무의식적으로 말이 나오거든요. 그러니까 자기도 모르게 반말이 튀어나오는 거예요. 또 편한 사이에도 자기도 모르게 반말이 나옵니다. 50대 남편하고 30대 부인이 선생과 제자로 만나서 결혼했다 하더라도 둘이 있을 때는 반말하겠죠. 나이에 상관없이 편해지면 반말을 하게 된다는 거예요. 우리가 어릴 때 아이들도 엄마에게 반말하는 이유가 엄마가 반말을 가르치고 대화하기 때문이에요. 아버지는 반말하면 야단치기 때문에 조심하니까 아버지와는 정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무의식 세계에서는 반말이 언어의 중심이 되고, 예의를 갖출 때는 경어를 쓰는 습관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상대보다 자기가 잘났다거나, 자기가 높다거나, 어른이면 아랫사람한테 반말해도 된다고 여깁니다. 반대로 서로 편해도 반말하기 쉬워요. 그러니까 반말에는 나쁜 요소만 있는 게 아니라 좋은 요소도 있습니다.

우리가 편한 사이에서 자꾸 경어를 쓰면 그 관계가 약간 멀어지는 것 같고, 부담스럽잖아요. 그런 것도 다 엄마와의 관계에서 반말로 대화했기 때문에 오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어른한테 자꾸 경어를 쓰라고 배웠기 때문에 나보다 어린 사람이 반말하면 기분 나쁘게 느껴지는 거예요.

영어는 원래 경어가 따로 없고 다 반말이잖아요. 아버지나 선생님도 이름을 부르잖아요. 문화가 그러면 그런 줄 아는 거예요. 다 벌거벗고 다니면 원래 그런 줄 아는 거예요. 동물들은 그러고 다니잖아요. 그런데 또 입고 다니면 종아리만 내놔도 난리가 나요. 해수욕장 가면 다 수영복만 입고 있어도 아무 문제를 안 느끼는데 시내에서 그러면 이상하게 봐요. 이런 것도 다 우리들의 의식 작용일 뿐입니다.

남이 나한테 반말할 때 기분이 나쁜 것도 카르마의 반응입니다. 내가 남한테 반말하면 저 사람도 카르마에 부정적 반응이 일어날 확률이 높으니까 남을 기분 나쁘게 안 하려면 가능하면 경어를 쓰는 게 좋아요. 저도 여러분들에게 반말할 때가 있잖아요. 저도 계속 주의를 받고 있어요. 저도 재밌게 말을 하려고 하다 보면 반말을 하게 됩니다. ‘당신 눈을 당신이 찌른 겁니다’ 이렇게 말하면 재미가 없어요. ‘네 눈깔 네가 찔렀네!’ 이렇게 직설적으로 얘기해야 재미도 있고 집중도 잘해요. 하지만 청중이 많은 대중 강연이나 방송에서는 경어를 쓰는 게 좋겠다고 해서 경어를 쓰죠. 그러면 직설적으로 표현도 잘 안 되고, 강의가 좀 지루해지는 문제가 생겨요. 그래서 반말과 경어를 처지와 상황에 맞게 사용해야 합니다.

불교대학이나 경전대학에서 진행자가 안내할 때는 상대가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반말하는 것은 옳지 않아요. 그래서 나이 많은 사람을 진행자로 하지 말라는 의견도 있어요. 학생이 내 아들 같고 딸 같으니까 ‘너 모르지!’ 이런 식으로 자기도 모르게 반말이 나온다는 겁니다. 그런데 젊은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면 기분이 나쁘거든요. 특히 진행자가 나이 많은 남자일 때 그런 경우가 많다고 해요. 그래서 건의사항에 나이 드신 남자분은 진행자로 배정 안 했으면 좋겠다는 건의가 자꾸 올라오고 있어요.

꼭 마음이 나빠서가 아니라 언어습관에서 오는 겁니다. 정토회 공동체에서도 처음 들어온 젊은 사람들은 나이 든 사람을 싫어합니다. 왜냐하면 자꾸 가르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젊은이들은 처음이니까 틀릴 수가 있는데 그걸 자꾸 지적하는 거예요. 젊은이들은 자기 아버지가 지적하는 것도 싫어서 집을 나와 정토회에 들어와서 사는데 여기까지 와서 그런 잔소리 듣고 싶겠어요? 그래서 아는 것도 문제예요. 어른들은 다 좋은 마음으로 하는 소리이기는 하죠. 그런데 어른은 ‘내가 뭐 나쁜 마음으로 한 것도 아니고 좋은 마음으로 하는데 그것도 못 받아들이나?’ 이렇게 생각하거든요. 이런 차이가 있으니 진행자는 원칙적으로 경어를 써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진행자들에게 교육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잘 알겠습니다. 언어도 습관에서 나오는 것이고, 반말에도 장점도 있으니까 신경 쓰지 말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불교대학 운영에 대해, 그리고 인공지능 기술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등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이번 주부터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이 시작되면서 전법활동가들이 무척 바빠졌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서 마지막으로 스님은 전법활동가들에게 바쁜 가운데 어떤 마음을 갖고 활동을 해야 하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이해하되 흔들리지 않는 수행자의 자세

“여러분이 직장 생활하고, 가정생활하고, 전법 활동까지 하면 바쁜 건 당연합니다. 바쁠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가족들, 이 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볼 때는 왜 저러는지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여러분도 그들이 보는 시각으로 자신을 본다면 여러분들은 수행자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전법활동가는 다 버리고 출가수행을 못 할지언정 아무리 생활이 어렵거나 직장에 일이 많더라도 시간을 내서 전법하겠다고 발심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전법활동가가 돼서 자꾸 이게 힘들고 저게 힘들고 불평불만을 한다면 그것은 본인에게도 정토회에도 바람직하지 않아요.

여러분이 정토회 활동을 하는데 제일 불편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바로 여러분의 남편이나 아내예요. 그런데 여자는 외출했다가 집에 오면 남자가 없어도 되는데, 왜 남자는 외출했다 집에 오면 여자가 집에 꼭 있어야 할까요? 아이가 학교 갔다가 집에 오면 엄마가 있어야 하는 것 같은 심정이거든요. 그리고 남자는 주말에 무슨 일이 있으면 일해도 되는데, 왜 아내는 주말에 남편을 위해서 기다려야 할까요? 이런 것들은 모두 전통적인 성 역할 분담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해서 일어나는 생각들입니다.

저는 가정주부 활동가들에게는 가정에 시간을 더 할애하라고 말해요. 낮에 봉사할 수 있는 것은 남편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주말에는 남편과 시간을 보내도 된다고 말해줍니다. 그런데 문제는 부부가 둘 다 직장에 다니면서 아내가 정토회 활동하느라 가정사를 안 돌 본다고 불평하는 남자들이에요. 이런 경우는 정토회 활동 문제만은 아닌 거 같아요. 우리가 아직도 남성 중심의 사고방식에 있는 거죠. 제가 볼 때는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지 한국 남자들은 아직 정신을 못 차리는 것 같아요.

불교에서는 투쟁하라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나와 다른 상대를 ‘그들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 하고 이해를 해야 된다고 가르칩니다. 내가 출가하면 어머니 입장에서는 반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마음을 이해해서 어머니와 다툴 필요는 없어요. 그러나 수행자라면 자기 갈 길이 세상을 해치는 일이 아니라면 분명하게 가는 자세가 있어야 합니다. 내 삶에 문제 제기를 한다고 해서 혼란이 올 정도라면 삶의 중심이 덜 잡혀서 생긴 문제라고 봐요. 가족이나 부모님이 본다면 여러분의 삶이 얼마나 고단하고, 불쌍하고, 괴롭고 힘들어 보이겠어요. ‘왜 능력이 있는데 바보같이 저렇게 사나, 편안하게 살지’라고 생각하죠. 그러나 그것은 부모가 보는 눈이고, 세속의 눈이죠. 출가 수행자는 그런 세속의 눈을 이해는 하지만 흔들리면 안 됩니다. 그 정도에 흔들린다면 어떻게 수행자라고 하겠어요? 수행자의 관점이 분명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여러분의 심정도 알고, 개인적으로 다 힘들다는 사실도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담배를 끊으려는 사람이 담배를 못 피워서 힘들어한다고 담배를 줘서 문제를 푸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잖아요. 이것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이지, 수용해야 할 과제는 아닙니다. 그런 관점에서 조금 더 당당한 자세, 가벼운 자세로 여러분들이 활동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공지사항에서는 정토회가 2022 인문가치대상 단체상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정토회 단체 이름으로 상을 받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2022 인문가치대상은 한국정신문화재단에서 21세기 인문가치 기반의 정신문화 창출과 확산을 위해 기여한 바가 큰 단체에 부여하는 상입니다. 정토회의 자원봉사 시스템을 비롯해 환경, 복지, 평화를 위한 사회활동들이 국가와 사회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는 점이 인정되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표창도 받았습니다. 지난 21일에 김은숙 정토회 대표님이 정토회 회원들을 대표해서 대상을 수상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공지사항이 끝나고 전법활동가들은 모둠별로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여 마음 나누기를 이어나갔고, 스님은 방송실을 나왔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2시부터는 인도성지순례 실무준비팀과 화상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항공권 구매, 대기자 우선순위, 법사단 역할 배치, 성지별 행사 기획 등 여러 가지 준비 사항에 대해 점검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곧이어 오후 3시에는 정토사회문화회관 개관식 준비 회의를 화상으로 하고, 오후 5시에는 공동체 법사단 회의에 온라인으로 참석했습니다.

오후 내내 화상회의를 하다 보니 해가 저물었습니다. 저녁 7시 30분부터는 저녁반 활동가들을 위한 전법활동가 법회를 생방송했습니다.

오전처럼 즉석에서 질문을 받고 약 한 시간 동안 궁금한 점에 대해 대화를 나눈 후 법회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밤나무 숲에서 밤을 줍고, 국화 분갈이를 한 후, 경주 국립공원 남산 분소 개소식에 참가하고, 저녁에는 정토 경전대학 생방송 수업 제3강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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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각

잘 보았습니다

2022-10-04 08:01:08

다빈

정토회는 대한민국에 희망입니다!
인문가치대상 축하하고 또
축하드립니다~(^:^)

2022-10-03 11:32:17

김희란

2022 인문가치대상 축하드립니다
일찍이 환경 복지평화에 관심을 두고 노력한 결과아것 같습니다

2022-10-03 11: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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