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9.11. 필리핀 민다나오 1일째, 콘솔라시온, 키한아이, 수밀라오, 송코
“먼 길을 걸어보면 트럭 짐칸에 타는 것만 해도 감사함을 느껴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필리핀 민다나오에 도착했습니다. 앞으로 7일 동안 스님은 필리핀 민다나오에 머물며 그동안 JTS가 세운 학교를 둘러보고 아이들에게 학용품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어젯밤 10시 20분에 마닐라 공항에 도착해 12시가 다 되어 이원주 필리핀JTS 대표님 댁에 도착했습니다. 잠시 눈을 붙인 후 새벽 2시에 일어나 공항으로 이동했습니다.

새벽 3시에 공항 안에서 필리핀정토회 회원 분들과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수하물을 붙인 후 탑승구 앞에서 출발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새벽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기 위해 모여서 북적거렸습니다.

4시 30분에 마닐라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6시 10분에 민다나오 가가오데오르 라긴딩안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바라본 일출 모습은 장관이었습니다. 저 멀리 민다나오 섬이 보였습니다.

수하물을 찾아 공항 밖으로 나오니 필리핀JTS 사무국장인 향훈 법사님과 활동가들이 스님 일행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민다나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필리핀 민다나오 방문 일정을 위해 마닐라폴티치 군에서 버스 한 대를 대여해 주었습니다. JTS 트럭에 짐을 실은 후 모두 버스에 탑승했습니다.


필리핀JTS 활동가들은 미리 준비해 둔 자료집, 일정표, 김밥, 간식을 방문단에게 차례대로 나누어 주었습니다. 방문객들이 많은 관계로 4개의 조로 나뉘어서 조장을 중심으로 모든 일정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버스가 출발하자 먼저 스님이 방문객들에게 인사말을 했습니다.


“필리핀JTS가 생긴 이래로 가장 많은 한국인 방문객이 민다나오에 온 것 같아요. 이번에 이렇게 많은 방문객이 오게 된 이유는 민다나오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20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함께 일한 분들에게 감사 인사도 드리고, 이원주 대표님을 비롯해 필리핀JTS 활동가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자는 의미에서 프로그램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이번 방문단에 참가하게 된 분들을 한 명씩 소개해 주었습니다. JTS 대표님, JTS 사무국장님, 초창기 활동가들을 비롯해 늘 JTS를 후원하고 함께 활동하고 있는 노희경 작가님, 재능기부로 많은 행사에 참여해주고 있는 김제동님, 그리고 필리핀정토회 활동가들 등 총 30여 명이 이번 방문단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소개를 마친 후 큰 박수와 함께 버스는 첫 번째 방문 장소인 콘솔라시온으로 향했습니다. 중간에 휴게소에 잠시 들러 필리핀JTS 활동가들이 준비해 놓은 아침 식사를 먹었습니다.

옥수수, 바나나, 망고, 코코넛 워터, 커피를 맛있게 먹은 후 다시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오전 9시에 다마이에 도착하여 모두 버스에서 내려 차량을 갈아탔습니다. 지금부터는 비포장길을 가야 하기 때문에 4륜 차량으로 모두 옮겨 탔습니다.


JTS는 그동안 군과 군의 경계지대에 있거나 NPA(신인민군)과 MILF(모로 이슬람 해방 전선)이 활동해서 정부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지원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험준한 길을 오랫동안 가야 하는 오지가 대부분입니다. 지금은 도로가 조금씩 생겨서 이동이 한결 수월해졌지만, 초창기에는 학교를 짓기 위해 활동가들이 직접 걸어 다니거나 오토바이를 타야 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4륜 차에 올라 탄 스님은 옛일을 추억하며 말했습니다.

“이곳은 길이 너무 험해서 학교를 짓기 위해 자재를 싣고 가다가 더 이상 갈 수가 없어 다시 돌아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곳입니다. 지금은 정말 길이 좋아졌죠.”

스님도 4륜 차의 짐칸에 올라탔습니다. 엉덩이에 불이 날 정도로 요동이 심한 비포장 도로를 달리기도 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언덕길을 쉼 없이 올라온 끝에 저 멀리 콘솔라시온 마을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길이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군데군데 바퀴가 빠질 정도로 땅이 질퍽한 오르막길이 있었습니다. 역시 이번에도 앞에 가던 차의 바퀴가 진흙에 빠져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스님과 김제동씨, 그리고 몇몇 거사님들이 차에서 내려 힘껏 차를 뒤에서 밀었습니다. 다행히 금방 진흙탕에서 차가 빠져나왔습니다.

“먼 길을 걸어보면 트럭 짐칸에 타는 것만 해도 감사함을 느껴요. 여러분은 스님이 공항에서 잠을 자는 것만 봐도 깜짝 놀라는데, 이런 오지와 비교하면 공항은 천국입니다.” (웃음)

그래도 예전에는 땀을 뻘뻘 흘리며 반나절을 걸어가야 했던 길을 차로 한 시간 만에 달려왔습니다.

스님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학교 전체를 한 바퀴 둘러보았습니다.

“선생님들이 학교 운영을 잘하고 있네요. 학교가 깔끔하고 교실을 잘 꾸며 놓았어요.”

선생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학생들에게 학용품을 나눠주었습니다.

사전에 필리핀JTS 활동가들이 미리 교복을 나눠주어서 전교생이 깔끔한 교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공부 열심히 하세요. 고마워요.”


방문객들 중 내빈들이 한 줄씩 맡아서 학용품을 나눠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한국말 한마디를 미리 학습시켜 놓아서 다 함께 한국말을 한마디 외쳤습니다.

“안녕하세요!” (웃음)

김제동씨는 학생들을 위해 마술을 보여주었습니다. 학생들은 동그란 눈망울로 김제동씨의 마술에 흠뻑 몰입을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고구마와 커피를 준비해 주었습니다. 무더운 날씨에 뜨거운 커피 한 잔이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해 주었습니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뒤로하고 다시 차에 올라타고 다음 장소인 키한아이로 이동했습니다.


키한아이 마을은 콘솔라시온 마을보다 훨씬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학교가 자리한 언덕 위에 올라가니 주위 전경이 한눈에 다 들어왔습니다.

특히 저 멀리에는 스님이 18년 전에 처음 마을을 방문하고 학교를 지었다는 가가후만 마을도 함께 보였습니다. 정말 산 꼭대기에 작은 마을이 있는데, 저런 곳에 어떻게 학교를 지었을까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초창기에는 정말로 차가 접근하지 못하는 곳만 찾아다녔기에 건축 자재도 마을 주민들이 모두 어깨에 지고 나르거나 현지에서 나무를 구해 학교를 지었다고 합니다. 스님은 키한아이 학교 교실 곳곳을 둘러 보았습니다.



키한아이 학교 학생들에게도 다 같이 학용품을 나눠주었습니다. 아이들은 학용품이 든 가방을 받고 나서 교실로 들어가 곧바로 가방을 열어 보았습니다. 공책, 연필, 물감을 보며 아이들은 너무나 기뻐했습니다.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마을 주민들이 준비한 점심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스님은 학부모들에게 다가가서 몇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안고 있는 아이는 왜 학교에 안 보내요?”

“아직 어려서 유아원에 다닙니다. 곧 학교에 보내서 글과 산수를 배우게 하고 싶어요.”

“자녀가 몇 명이예요?”

“아홉 명입니다. 가장 큰 아이가 24살이고, 가장 어린아이가 2살입니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는 세 명입니다.”

“그래요. 아이들을 꼭 학교에 보내야 해요. 감사합니다.”

방문단은 다시 4륜 차에 올라타 비포장 도로를 한 시간 동안 달렸습니다. 4륜 차에 내려 버스로 갈아타고 다음에 도착한 곳은 수밀라오에 세운 장애인 학교입니다. JTS에서는 총 3개의 장애인 학교를 지었는데 그중 하나입니다.

먼저 이원주 대표님이 학교에 대해 소개를 해주었습니다.

“이 학교는 농아, 맹아, 지체부자유 아동들이 다니는 학교입니다.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수 없는 학생들이 있다고 해서 여러 번 요청을 받은 후에야 조사를 하게 되었고, 이 지역에 86명의 장애인 아동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학교를 짓게 되었습니다. 장애인 아동들은 등하교가 어렵기 때문에 기숙사도 함께 지어서 숙식을 같이 하도록 제공을 했습니다.”

일요일이어서 학생들은 없고, 선생님 한 분이 남아서 방문단에게 학교를 안내해 주었습니다.

학교 전체를 둘러본 후 다시 버스에 올라타 다음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다음은 전통문화를 잘 보존하고 있는 송코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민다나오에는 크게 7개의 부족이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방문하는 곳은 그중에 딸란딕 부족이 사는 마을입니다. 딸란딕 부족은 자신들의 문화를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악기를 자체적으로 제작해서 사용하고, 물감은 자연에서 채취하여 그림을 그리고,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춤도 갖고 있는 부족입니다. 그래서 몇 년 전에 스님이 딸란딕 부족을 한국에 초청하여 공연을 선보일 수 있게 한 적도 있었습니다.

방문단이 버스에서 내리자 전통 옷을 입은 딸란딕 부족이 흥겨운 북소리와 함께 춤을 추며 반갑게 환영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딸란딕 부족의 추장인 다투 미끼다이 씨가 가장 먼저 스님에게 악수를 건넸습니다.

JTS는 지난 2006년 원주민들이 자신들의 전통문화와 생활양식을 후손들에게 교육할 수 있도록 피스홀(Peace hall)과 따글람봉 교육관을 지어주었습니다.

먼저 다투 미끼다이 씨가 환영의 말을 해주었습니다.

“우리의 전통을 지켜나가는 것만이 우리의 존재감을 유지해나갈 수 있게 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컴퓨터, 핸드폰, 태블릿 등 외부에서 많은 것들이 우리에게 접근해서 전통의 유지를 방해하고 있지만, 그것보다 전통문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통문화를 아이들에게 전해주는 것은 여러 가지 삶을 지속적으로 살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계속 자라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한 번은 죽을 것입니다. 그러나 전통문화는 늘 살아 있어서 세대를 거쳐서 내려갈 겁니다.

여러분이 이곳을 방문해주는 것은 우리가 전통문화를 계속해서 지켜나갈 수 있는 힘을 줍니다. 그래서 여러분을 더욱 환영합니다.”

이어서 피스홀 앞에서 딸란딕 부족은 자신들의 전통 춤을 하나씩 보여주었습니다.

새가 나는 모양을 연상시키는 할머니들의 춤, 개구리가 폴짝폴짝 뛰는 모습을 흉내 낸 아이들의 개구리 춤, 원숭이의 모습을 흉내는 춤 등 다양한 춤과 각양각색의 소리를 내는 타악기들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며 모두가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딸란딕 부족은 한국 방문단에도 노래와 춤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최말순 보살님이 한국 가요를 멋들어지게 불러주었고, 김제동씨가 창과 방패를 들고 추는 딸란딕 부족의 춤을 즉석에서 따라 하며 보여주었습니다.



문화 공연이 절정에 달할 무렵에는 구경만 하고 있던 한국 손님들도 결국 흥에 못 이겨 함께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었습니다. 딸란딕 부족과 JTS 방문단이 하나가 되어 흥겹게 춤을 추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다투 미끼다이 씨에게 선물을 전달한 후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다 함께 피스홀 2층으로 올라가 딸란딕 부족이 준비해 준 저녁 식사를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할머니 한 분이 찾아와서 스님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자신이 전통문화에 대한 기능을 보유하고 있는데 죽기 전에 아이들에게 그 기능을 전수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할머니가 기능을 보유하고 있는 노랫소리를 끝까지 듣다 보니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버스에 올라탄 스님은 방문객들에게 딸란딕 부족이 갖고 있는 독특한 문화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대부분의 공연이 무대 위에서 춤추는 사람이 있고 대다수는 그걸 구경하잖아요. 그러나 딸라딕 부족의 공연은 청중이 따로 없어요. 시작도 없어요. 춤을 아이들에게 따로 가르치는 것도 없습니다. 그냥 누구든지 나와서 춤을 추면 어린아이도 나와서 흉내를 내다가 시간이 흐르면 그 춤을 배우게 되는 방식이에요. 보여주기 위한 문화가 아니고 자신들이 즐기는 문화라고 보시면 됩니다.”

모든 프로그램을 마치고 이제 버스는 숙소로 향했습니다. 저녁 8시 30분에 숙소에 도착한 후 필리핀 방문 1일째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정말 긴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새벽 5시에 숙소를 출발해 오전에는 밀루뚱 학교 준공식을 하고, 오후에는 미카실리 학교로 이동해 학용품을 나눠준 후, 저녁에는 방문단 전체가 자기소개와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JTS 후원하기 ► https://www.jts.or.kr/donation/donation.html

전체댓글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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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각

잘 보았습니다

2022-09-19 14:21:16

곽종렬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한 아이들에게 꼭 학교에 가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스님의 말씀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2022-09-19 13:14:17

김영란

JTS는 지역의 문화를 보전시키는 것에 힘을 쓰고 있는 것에 감동받습니다.

2022-09-19 09: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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