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6.22. 종교인 모임, 백중 입재식, 평화연구 세미나
“거꾸로 된 것을 바로 세우는 방법”

안녕하세요. 오늘은 서울 정토회관에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백중기도 입재일 맞아 정토회관 앞마당에는 영가등이 수를 놓았습니다.


새벽 2시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5시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했습니다. 새벽 예불과 기도를 마친 후 스님은 곧바로 평화재단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종교인 분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날입니다. 평화재단 실무자들이 스님이 시골에서 직접 농사지은 채소로 정성껏 밥상을 차렸습니다.

“목사님, 오늘도 식사 기도를 해주셔야죠.”

좌장인 김명혁 목사님이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죄와 허물 밖에 없는 우리들이지만 나만을 위해 살지 않고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 원수 진 사람까지 우리의 사랑을 바치며 나눔의 삶을 사는 종교인들이 되도록 보살펴 주시옵소서. 배경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지만 남과 북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서 살아가는 나눔의 삶을 살다가 죽을 수 있도록 은혜를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스님은 힘차게 ‘아멘’을 외친 후 목사님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목사님은 항상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계시네요. 이래도 감사하고, 저래도 감사하고, 모든 것을 좋게 보시거든요. 그래서 사람들과 부딪침이 없으세요. 불교 안에서도 ‘수행’이라는 말만 하고 실제로 그렇게 마음을 가지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데, 목사님은 늘 수행적인 마음을 가지시니까 주위 사람들이 호의적인 것 같아요.” (웃음)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오늘의 대화 주제에 대해 스님이 이야기했습니다.

“전반적인 사회의 변화가 어떨 것 같아요? 무역수지도 그동안 수십 년간은 흑자만 나다가 지금 적자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어요. 물가는 오르는 반면 미쳐 날뛰던 부동산, 코인, 주식은 모두 떨어지고 있죠. 환율은 지금 거의 1300원대에 이른 것 같아요. 이렇게 되면 실질 소득이 줄어들게 됩니다. 국민소득이 3만 5천 달러라고 해도 이름만 그렇지 실질 소득은 이제 줄어드는 겁니다.”

“물가가 5%까지 올랐다고는 들었습니다.”

“그건 그냥 수치에 불과해요. 국민들이 시장에서 체감하는 물가 상승폭은 거의 50%에 달합니다.”

김명혁 목사님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이런 사회 변화 속에서 앞으로 우리 종교인들이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스님이 좀 얘기를 해 주시죠. 북한과 교류할 수도 없고, 국내외적으로도 모두 어려운 일들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인데, 종교인들이 마음을 합해서 어떤 일을 좀 하면 좋을지 한 말씀을 해주시면 좋겠어요.”

먼저 스님이 종교인 모임이 할 수 있는 일로 네 가지를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생각해 볼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네 가지 정도 있습니다. 첫째, 남북 대화가 이뤄질 수 있게 앞장서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이건 지금 불가능한 상황이에요.

둘째, 여당과 야당 사이에 갈등이 심한 상황에서 우리가 국민통합을 촉구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아직은 정부가 새로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바로 이야기를 꺼내기가 어려워요. 그래도 3개월쯤 지난 가을까지 지켜본 뒤에 비판을 하더라도 해야지, 새 정부가 들어선 지 이제 한 달 남짓인데 벌써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어요. 그러나 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당분간 서로 협력하기보다는 갈등이 점점 심해질 것 같습니다. 가을쯤부터는 국민화합을 도모하고 여야가 협력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역할을 다시 한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셋째, 현재의 심각한 기후 위기와 관련된 실천 활동에 우리가 앞장서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는 ‘기후 비상사태’라고 할 정도로 기후 위기가 굉장히 큰 이슈인데, 한국은 아직도 성장만 중시하는 분위기이거든요. 환경운동 단체들도 약간 답보 상태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푸는 데 우리가 힘을 보탤 방법을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넷째, 경제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사회적인 갈등이 계속 심화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도 우리가 목소리를 내거나 어떤 실천 활동을 해볼 수 있을 거예요. 가진 사람이 조금 양보해서 갖지 못한 사람에게 베풀고, 갖지 못한 사람도 빈부격차 문제를 너무 폭력적으로 제기하기보다는 평화적으로 풀어나가도록 조율을 할 수 있겠죠. 올 하반기나 내년 봄쯤 되면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어 사회적 갈등이 큰 문제로 대두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동안은 사람들이 너도 나도 주식을 사고, 집을 사고, 코인을 샀는데, 모두 폭락하고 물가는 오르면서 좌절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거예요. 당장 밥을 못 먹는 건 아니지만 실의에 빠지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런 문제와 관련해 우리 종교인들이 뭔가 역할을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 연구를 좀 해봐야 할 것 같아요.

가난을 소중하게 여기는 운동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난하게 살기 운동입니다. (웃음) 애초에 자꾸 더 잘 살려고 하다가 이런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가난한 걸 소중하게 여기는 삶의 자세를 갖는 운동을 펼쳐야 합니다. 가난 속에서 행복을 얻고, 가난 속에서 가치를 얻는 삶을 살아야 기후 위기가 근본적으로 해결이 될 수 있어요.”

박경조 주교님이 스님의 의견에 적극 동의하며 말했습니다.

“예수님은 가난을 무척 귀중하게 여기셨어요. 성경 말씀을 보면 ‘부자는 지옥 가고. 가난한 자는 천국 간다’라고 하셨거든요. 우리 종교인들도 가난을 좀 귀중하게 여길 수 있으면 좋겠어요.” (웃음)

그러자 스님이 웃으며 반문했습니다. 가난과 기후 위기를 주제로 대화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교회가 부자 되는 걸 은총이라고 하지, 가난한 걸 은총이라고 하지는 않잖아요?”

“그건 성경의 가르침이 아니에요. 예수님은 ‘가난한 자에게 복이 있나니, 천국이 너희 것이로다’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러니 우리 종교인들도 그런 입장을 취하면 좋겠어요.”

“네, 맞습니다. 절에서든 교회에서든 그런 자세를 확산시키는 게 매우 필요합니다. 절에서도 지위가 높아지거나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면 ‘전생에 복을 많이 지었다’ 혹은 ‘전생에 좋은 일을 했다’라고 생각하거든요. 장애인이나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전생에 죄를 지어서 그렇다’라고 하는 경우도 많아요. 이건 완전한 차별입니다. 이런 건 모두 교리를 잘못 적용하는 거예요.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회원들에게 이렇게 가르칩니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소비는 줄여서 검소하게 살아라. 재산이 많은 건 뭐 어쩔 수 없지만 내가 재산이 많다고 해서 그게 다 내 것인 것은 아니다. 그냥 나에게 맡겨진 것일 뿐이니 생활은 검소하게 해야 한다.’

더 나아가 저는 앞으로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소비 상한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돈이 많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일정 한도 이상으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고 정해두는 거예요. 이처럼 소비량에 상한제를 둬야 기후 위기가 해결될 수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검소하게 살기 운동도 널리 해야 하고요.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소비 상한제

이런 가치관이 널리 확산이 된다면, 가난이 아무런 죄도 아니고, 가난이 부끄러운 일도 아니고, 가난하다고 불행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될 거예요. 가난이 좋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가난 속에서도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게 됩니다. 또 부자라고 꼭 좋은 것만은 아닌 줄 알게 되니 부자라 하더라도 다른 모든 사람을 생각해서 검소하게 살게 돼요.

정토회는 이런 내용을 계율로 정해 두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정토회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회원 자격을 얻으려면 그 사람이 부자인 것까지는 간섭하지 않지만 사는 것은 검소하게 살아야 해요. ‘살생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성추행 하지 말라’, ‘거짓말하지 말라’, ‘술 먹고 취하지 말라’ 이렇게 큰 다섯 가지 계율뿐 아니라 ‘지위가 높거나 재산이 많다고 교만하지 말라’, ‘사치하지 말고 검소하게 살라’, ‘들뜨는 즐거움을 추구하지 말라’ 하는 계율도 있어요. 늘 평정심을 갖고 검소하게 살라는 취지입니다.”

“소비 상한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스님이 자본주의의 적이라고 비난할 거예요.” (웃음)

“며칠 전에 정토회에서 나비장터를 열었어요. 나눔과 비움의 장터라고 이름 붙여서 집에서 안 쓰는 물건을 다 가져와서 내놓는 행사입니다. 필요한 사람이 그 물건을 가져가는 대신 기부를 하고, 그렇게 모은 기부금은 가난한 사람을 돕는 데 사용합니다. 농사팀에서는 농산물을 생산한 것 중 일부를 내놓고, 저는 화분을 만들었습니다. 저희가 생활하는 학교 구석구석에 자연스럽게 피어 있는 꽃을 한 포기씩 뽑아 작은 화분에 넣어서 꽃모종 화분 400개를 만들었습니다. (웃음)

이렇게 만든 화분을 모금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어서 580만 원을 모금했어요. 이 정도 돈이면 인도 둥게스와리 마을 사람들 3천 명 정도에게 마을 잔치를 열어줄 수 있거든요. 그곳에서는 아직도 먹는 게 귀하다 보니 음식을 만들어서 대접하면 사람들이 구름 떼처럼 모여듭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과제는 기후 위기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과 사회 갈등을 해소하는 것입니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가난한 삶이 가치 있게 느껴지도록 하는 활동이 필요해요. 종교가 정말 그런 역할을 해주어야 합니다.”

각자 더 깊이 고민을 좀 해본 후 다음 모임 때 몇 가지 실천 방향을 함께 이야기해 보기로 하고 종교인 모임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떠나는 종교인 분들을 배웅하며 시골에서 만들어 온 꿀단지를 하나씩 선물했습니다.

“시골에 동네 어르신이 양봉을 하시는데 여러분들에게 선물하려고 사 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웃음)

“스님한테 맨날 받기만 해서 미안하네요.”

종교인 분들을 배웅한 후 스님은 법회를 하기 위해 정토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오전 10시부터는 백중기도 입재 법문을 하기 위해 카메라 앞에 자리했습니다. 오늘은 백중 날을 49일 앞두고 백중 기도를 시작하는 날입니다.

정토회 회원들 4천 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에게 입재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백중 기도를 하는 의미에 대해 한 시간 동안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오늘은 음력 7월 15일 백중절을 49일 앞두고 기도에 입재하는 날입니다. 백중은 한자로는 ‘백중(百衆)’ 또는 ‘백종(百種)’이라고 씁니다. ‘백중’은 100명의 대중에게 공양을 올린다는 뜻이고, ‘백종’은 100가지 종류의 음식을, 쉽게 말해 갖가지 종류의 음식을 마련해서 대중에게 공양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울람바나(Ullambana)’라고 하는 인도 말을 중국 사람들이 이렇게도 번역하고 저렇게도 번역을 하면서 나온 말입니다. 원래 인도로 음역 한 한역은 ‘우란분재(盂蘭盆齋)’입니다. 우란분재는 인도말 ‘울람바나(Ullambana)’에서 왔습니다. ‘울람바나’는 거꾸로 매달린 것을 바로 세운다는 뜻입니다.

거꾸로 된 것을 바로 세우는 방법

거꾸로 매달린다는 게 무슨 말일까요? 우리는 다들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나아지려고 이렇게 열심히 삽니다. 그런데 나는 열심히 나아지려고 살았는데 결과가 더 나빠지는 경우가 있어요. 이럴 때 ‘거꾸로 살았다’ 이렇게 표현합니다. 나는 천상에 가려고 살았는데 결국 내가 도착한 곳은 지옥인 거예요. 우란분(盂蘭盆)은 지옥을 벗어나서 다시 천상에 가도록 한다는 뜻입니다. 원래의 인도 말은 ‘울람바나’인데 한자로 옮겨서 읽으니까 ‘우란분(盂蘭盆)’이 된 거예요.

어떻게 하면 거꾸로 된 것을 바로 세울 수 있을까요? 베풀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란분재(盂蘭盆齋)’에서 ‘재(齋)’ 자는 제사 지낸다고 할 때의 ‘제(祭)’ 자가 아니라 ‘베풀 재(齋)’ 자를 씁니다. 내가 가진 것을 어려운 사람에게 베풀어야 거꾸로 가는 삶을 바르게 세울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이어서 스님은 우란분절(백중)의 유래가 된 목련존자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목련존자는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자랐는데, 20대가 되었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의 가업을 계승하게 된 목련존자는 재산을 삼등분했습니다. 3분의 1은 아버지를 위해서 베풀기로 하고, 3분의 1은 자기 사업 자금으로 쓰고, 나머지 3분의 1은 어머니가 생활 밑천으로 쓰시라고 어머니에게 드렸습니다. 당시에는 유산을 여자에게는 주지 않고 전부 남자에게만 상속했기 때문에 일단 자기가 다 받은 다음 3 등분해서 나눈 거예요. 목련존자는 유산의 3분의 1을 어머니에게 드리고 나머지 3분의 1도 이렇게 말하며 어머니에게 맡겼습니다.

‘이것은 아버지의 넋을 기리기 위해서 가난한 사람에게 베풀어야 합니다. 어머니께서 대신해서 베풀어 주십시오.’

그런데 아들이 떠나고 어머니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재산을 남 주는 게 아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힘들여 모은 아까운 재산을 왜 남에게 주느냐?’

이렇게 생각해서, 오히려 자기 재산과 남편을 위해서 베풀기로 한 재산을 모두 합쳐서 축산업을 했어요. 가축을 기른 뒤 도축해서 판매하는 것으로 재산을 점점 불렸습니다.

백중이 생긴 유래

그 사이 목련존자는 멀리 가서 사업에 큰 성공을 거두었는데, 도중에 부처님을 만나 귀의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자기 재산을 어머니께 마저 드리고 자기는 출가를 하겠노라고 마음먹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목련존자의 어머니는 아들이 분명히 유산의 3분의 1은 어려운 사람에게 베풀어 달라고 했으니까 아들이 돌아오면 문제 제기를 받을 것 같아 걱정이 되었어요. 그래서 평소에 하인을 마을 입구에 세워두고 아들이 오나 안 오나 지켜보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몇 년이 지나 아들이 돌아온다는 소문이 들린 거예요. 며칠이면 여기 도착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가축 키우던 걸 다 정리하고 집안을 깨끗이 청소한 다음, 뜰에다 빈 그릇을 많이 벌려놓았어요.

목련존자가 돌아오는 길에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기 어머니가 도축업을 하고 가난한 사람이나 수행자가 먹을 것을 얻으러 오면 문전박대를 한다는 둥 나쁜 소문이 아주 많이 나 있었습니다. 목련존자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어머니의 재산을 헐어서 베풀라고 한 것도 아니고, 자기 재산을 어머니에게 드려서 베풀어 달라고 부탁한 건데 왜 이런 소문이 났는지 이상하게 느꼈습니다. 그래서 집에 도착해 인사를 올린 뒤 어머니에게 여쭈었습니다.

‘오다가 이러이러한 소문이 들리던데 사실입니까?’

그러자 어머니가 펄쩍 뛰며 말했습니다.

‘네가 하라는 대로 나는 매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베풀었다. 뒤뜰에 가봐라. 빈 그릇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오늘도 밥을 못 먹은 사람들이 500명이나 와서 내가 밥을 해줬다. 무슨 그런 소리를 하느냐?’

‘그런데 왜 이런 소문이 들렸습니까?’

‘만약 내가 한 말이 거짓말이라면 내가 7일 안에 죽어서 지옥에 갈 거다.’

급기야는 이렇게까지 맹세를 한 거예요. 아들은 약간 의심이 들었지만 어머니가 그렇게까지 맹세하니까 ‘알았습니다’ 하고 대답하고 넘어갔는데, 정말로 어머니가 7일 만에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좋은 일을 했으면 그 인연으로 구제할 수 있다

그래도 어머니가 돌아가신 게 그 맹세와 관계있다는 생각은 못 했어요. 이제 어머니도 돌아가셨으니까 자기 재산과 어머니의 재산은 모두 왕에게 줘서 가난한 사람에게 베풀어 달라고 하고 본인은 출가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출가해서 수행을 하다가 부모님이 어디 계신지 신통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아버지는 천상계에 잘 계시는데, 어머니는 안 보였어요. 인간 세계를 봐도 없고, 축생계에도 없고, 아수라계에도 없고, 아귀계에도 없었어요. 그래서 더 살펴보았더니 어머니는 지옥에 떨어져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었습니다. 날마다 창에 찔리고, 칼에 베이고, 불에 데고, 뜨거운 물에 삶기고, 얼음에 얼려지는 등 그 고통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어요. 목련존자는 신통제일이라고 불릴 정도로 신통이 뛰어났지만 어머니를 구할 정도까지는 힘이 미치지 못했어요. 그래서 부처님을 찾아가서 하소연을 했더니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네 어머니가 살아생전에 어떤 좋은 일을 했는지 한번 보자꾸나. 좋은 일을 했으면 그 인연으로 구제할 수 있다.’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살펴보니까, 사람이 살다 보면 정말 한 번 정도는 좋은 일을 할 수도 있을 텐데, 어머니는 좋은 일을 한 게 하나도 없었어요. 그렇게 뒤지고 또 뒤지다 보니까 딱 한 번 좋은 일을 한 것을 찾아냈습니다. 바로 거미 한 마리를 살려준 적이 있었던 거예요. 천장에서 떨어진 거미가 하필 화롯가에 떨어져 또르르 굴러가서 불에 떨어질 지경이 되었는데, 마침 어머니가 냄새난다며 손으로 탕 튕겼던 거예요. 살려주려고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거미는 살았어요. 그렇게 거미를 살려준 공덕이 있었기에 거미줄을 내려 보내서 어머니를 지옥에서 건져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온갖 극한의 고통을 겪던 어머니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밧줄을 딱 잡았어요. ‘이제 살았다’ 하고 한참 매달려 있다가 밑을 내려다봤더니, 지옥에 있는 모든 중생이 목련존자 어머니의 팔과 다리에 매달리고, 그 밑에 또 매달리고 또 매달리길 반복하며 딸려 올라오고 있었어요. 나 혼자 매달려도 떨어질까 봐 조마조마한데 저렇게 많은 사람이 매달리니까 이 줄은 끊어질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발로 차고 손으로 때려서 다 떨어뜨리고 자기 혼자 딱 남았어요. ‘아이고, 살았다’ 하는 순간 줄이 툭 끊어지고, 어머니는 다시 지옥에 떨어져 버렸어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거죠. ‘내가 못 가는 한이 있더라도 이 사람들을 다 데려가야겠다. 내가 지옥을 겪어보니 이건 말 못 할 고통이구나’ 이렇게 생각해야 할 텐데, 아직도 그 업을 버리지 못하니까 본인이 지은 선업의 공덕으로는 구제가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부처님이 다른 방도를 또 제시해 주셨습니다.

‘그렇다면 베풀어야 하겠구나. 너의 재산을 가지고 안거가 끝나는 날 수행승 500명에게 공양을 베풀어라.’

이 세상에서 제일 가난한 사람들은 거지들이에요. 다시 말해 밥을 얻어먹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거지 중에도 상거지가 출가 사문, 즉 수행자들이에요. 그런 수행자가 제일 배고플 때가 바로 안거 끝나는 날입니다. 이 집 저 집 걸식을 다닐 때는 그래도 얻어먹을 수 있는데, 한 군데에서 3개월을 머물면서 얻어먹다 보면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거의 얻어먹지도 못하게 되거든요. 그러니 제일 배고픈 사람이 바로 수행자들입니다. 스님이라서 공양을 올리라고 한 게 아니라 제일 배고픈 사람이니까 공양을 올리라고 한 거예요.

그런데 배고픈 사람이기 때문에 공양을 올리는 것만은 아닙니다. 수행자들은 안거가 끝나는 날 포살(布薩)과 자자(自恣)를 합니다. 자신들의 허물을 다 참회해서 뉘우치고 도반들과 탁마(琢磨)를 해서 가장 청정해진 상태입니다. 그러니 가장 배고플 때이자 가장 청정할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고프다는 것은 음식이 필요하다는 뜻이고, 청정한 자에게 공양을 베풀었을 때 공덕이 가장 크다는 뜻이에요. 바로 이런 이유가 있기 때문에 안거가 끝나는 날 500명의 수행자들에게 베풀어서 그 공덕으로 어머니를 구제하라고 한 겁니다.

그래서 목련 존자가 갖가지 음식을 차려서 안거가 끝나는 7월 15일에 공양을 올렸어요. 우리나라 음력으로 7월 15일입니다. 그렇게 베푼 공덕으로 어머니가 지옥에서는 벗어났는데, 이번에는 아귀도에 떨어졌습니다. 아귀도는 죽이고 때리는 건 없는 대신 먹을 것이 없어서 너무너무 배가 고픈 곳이었어요. 어머니가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려서 거의 기아 상태로 껄떡거리는 모습을 본 목련존자가 발우에 밥을 담아 신통력으로 보냈습니다. 어머니가 그 밥을 딱 받자마자 먹기 시작하려는데, 수백, 수천, 수만 아귀가 그 밥그릇으로 손을 뻗었어요. 이번에도 어머니는 밥그릇을 움켜쥔 채 다른 사람들을 다 내쫓고는 자기 혼자 딱 돌아서서 입에 음식을 넣었습니다. 그러자 음식이 불로 변해 먹기는커녕 목구멍에 불이 나버렸어요. 그래서 괴로워하며 아우성을 쳤습니다.

이렇게 아무리 구제를 하려고 해도 깨우침이 없으니 구제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려서 또 오백 비구들에게 청정한 공양을 올렸습니다. 그 공덕으로 어머니를 비로소 구제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게 사실이냐 아니냐를 논하려고 제가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아니에요. 우란분재가 어떤 유래로 형성이 되었는지를 말씀드리는 거예요. 쉽게 말해 우란분재는 돌아가신 조상의 영혼을 천도(薦度)하는 명절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목련존자의 어머니와 같은 분이 우리 조상 중에도 있을 수가 있어요. 49재를 했지만 천도되지 않은 조상이 혹시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백중날에 천도재를 지내는 것입니다.

이것이 백중절의 유래예요. 인도에서 온 불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전통문화로 정착한 것입니다. 백중절의 이런 의미를 아시고 오늘부터 기도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치를 깨닫지 못한 사람들을 위로하는 방법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생기게 마련이에요. 애인과 헤어진 것, 재물을 잃은 것도 모두 고통이지만 그래도 사람에게 가장 큰 고통은 죽음으로 인한 이별이 아닐까 합니다. 늙는 것도 괴로움이요, 병든 것도 괴로움이지만, 우리에게는 본인이 죽든, 가족이 죽든, 죽는 것이 어쩌면 가장 큰 두려움이 아닐까요?

수행은 이 죽음의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경지로 나아가는 거예요. 죽음에 대해 아무런 두려움이 없는 경지에 이르는 것을 불사(不死), 즉 ‘죽지 않는다’라고 표현합니다. 죽지 않는다는 게 육신이 죽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죽음에 대해 아무런 두려움이 없는 경지에 이른다는 뜻이에요.

우리가 이러한 불사안온(不死安穩)의 경지로 나아가려면 이치를 깨닫고 어리석음을 깨우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러기 전에는 약간의 위로가 필요해요. 그래서 종교적 의식이 생겨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종교적 의식을 할 때도 너무 하나의 문화나 의식을 진실이라고 생각해서 과잉 대응하게 되면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일이 발생하게 돼요. 그래서 재를 지낼 때는 재비가 얼마라는 둥 하며 자꾸 돈으로 계산하는 자세는 옳지 않습니다. 재라는 것은 베푸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자기 형편대로 베풀면 됩니다.”

입재 법문이 끝나고 곧바로 백중 기도 1재를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49일 동안 7재를 지낼 예정입니다.

서울 정토회관에서 백중 기도를 하는 모습이 생방송으로 전송되는 동시에 대중은 각자 자신의 방에서 생방송을 보며 차 한 잔씩 간단하게 올려놓고 다 함께 백중 기도를 했습니다. 각자의 마음속에 돌아가신 분을 떠올리며 간절한 마음으로 장엄염불을 하고 온라인 백중 기도를 마쳤습니다.

스님은 평화재단으로 이동해 오후 1시부터 연구위원들과 함께 하는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오늘은 ‘민주주의의 타락과 진보의 역할’을 주제로 한지원 작가의 발표를 듣고 대화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지원 님은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를 졸업한 후 15년간 사회단체에서 일하며 경제 및 노동 문제를 연구해왔습니다. 책 <자본주의는 왜 멈추는가>, < 대통령의 숙제>를 저술했습니다.


작가님은 현재 한국의 민주주의가 위험한 단계에 처했다며, 우리가 무조건 옳다고 여겼던 민주주의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한국 대통령제가 가진 위험, 민주주의 위기와 경제위기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며 GDP 3만 달러에 도달한 시점에서 우리와 유사한 패턴을 보이며 정체되거나 후퇴했던 일본과 이탈리아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한때 희망고문이란 말이 유행했듯이 이제 희망으로 선도하거나 설득할 수 있는 시기는 좀 지나버린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희망이라는 말로 사람들을 선동하는 대신에 비관적 현실 자체를 직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실을 직시하되 가능한 일들을 해나가면 좋겠습니다. 민주주의라는 게 어떤 특정한 계기로 재생되기도 하니까요.”

스님과 평화재단 연구위원들은 한지원 작가님의 이야기를 경청한 후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또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선할 방안이 무엇인지, 경제 분배와 정치 분권 중 무엇이 더 우선한 지,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3시간 동안 토론을 한 후 세미나를 마쳤습니다.


오후 4시에 평화연구 세미나를 모두 마쳤습니다. 이어서 4시부터는 평화재단 기획위원들과 회의를 이어나갔습니다.

저녁 6시 30분에는 손님이 찾아와서 대화를 나누었고, 밤 9시에도 손님이 찾아와서 차담을 나누고 돌아갔습니다. 오늘도 긴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아침 일찍 북한 전문가들과 조찬 모임을 한 후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연이어 미팅을 하고, 오후에는 두북 수련원으로 이동해 저녁에는 정토불교대학 인간붓다 제8강 수업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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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각행

우란분절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 했습니다
천도재 올리는 마음가짐이 더욱더 간절해지네요
스님 고맙습니다

2022-07-01 06:54:05

호롱불

감사합니다.

2022-06-30 20:17:21

김종근

감사합니다

2022-06-30 15:5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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