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1.18 정토불교대학 강의 계획 준비
“난치성 질환 판정을 받은 아버지가 인공호흡기를 거부해요, 어떡하죠?”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두북 공동체 성원들 모두가 지난 한 달 동안의 수행 생활을 돌아보는 포살과 연찬에 참여하는 공동체의 날입니다. 그래서 농사 일정과 방송 일정을 잡지 않았습니다.

대중이 하루 종일 포살과 연찬을 하는 동안 스님은 3월에 시작하는 정토불교대학 강의 계획안을 준비하는 일을 하루 종일 했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공동체 법사단에서 강의계획안 초안을 마련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이번 주부터는 스님이 직접 강의계획안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스님은 밤늦게까지 책상 앞에 앉아서 불교와 환경, 불교와 복지, 불교와 평화, 3개의 강의계획안을 완성했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11일 금요 즉문즉설 강연에서 소개하지 못한 질문과 답변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난치성 질환 판정을 받은 아버지가 인공호흡기를 거부해요, 어떡하죠?

“최근 아버지께서 난치성 질환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호흡근을 포함한 전신의 근육이 서서히 약해지는 질병인데 큰 병원에서도 아직 획기적인 치료법은 없다고 합니다. 의사 선생님은 아버지께서 평균 2년 정도의 자가 호흡이 가능하실 것이라고 합니다. 간혹 10년 넘게 유지하는 분도 있다고 합니다. 자가 호흡이 어려워지면 기관 절개를 해서 인공호흡기에 의지를 하고 관을 통해서 음식을 공급받아야 합니다. 더 시간이 지나면 모든 근육을 쓸 수 없어서 누워서 눈만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되고 24시간 누군가의 케어를 받아야 하고요. 그런데 아버지는 기관 절개를 절대 받지 않겠다고 하십니다. 2년 혹은 더 먼 미래에 결정해야 될 일일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그 순간이 오지 않도록 저는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순간이 왔을 때 아버지의 뜻대로 해야 할지, 아니면 그래도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자가 호흡이 어려워진 아버지를 응급실로 보내서 기관 절개를 받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어떠한 마음으로 지금 이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 지혜로운 것일지 궁금합니다.”

“병의 종류에는 현재의 우리의 능력으로 고쳐질 수 있는 병이 있고, 고칠 수 없는 병이 있습니다. 고칠 수 있는 병은 최선을 다해서 고치는 것이 필요해요. 그러나 고칠 수 없는 병에 지나치게 집착을 하게 되면, 환자도 힘들고, 환자를 돌보는 가족도 힘들게 되고, 결과도 좋지 않게 됩니다. 즉, 많은 에너지를 쓰지만 그 결과는 좋지 않게 돼요.

집착을 하면 괴로움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어떤 일이든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되 그 결과에 대해서는 오는 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에 대해 옛날 선조들은 ‘일은 사람이 하고, 뜻은 하늘이 이룬다’ 이렇게 표현을 했어요. 요즘 식으로 표현하면 ‘최선을 다하되 그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운동선수라면 경기에 임할 때 최선을 다하되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해요. 경기에서 졌다고 울분을 토하고 자학을 하고 남을 미워한다면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된다고 목숨을 헤치는 살인이나 자살은 자연의 법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그것을 행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아버님의 수명이 현재 주어진 조건에서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면 본인도 가족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인공호흡기를 달거나, 목에 관을 넣고 음식을 투여하거나 해서 생명을 어느 정도 연장을 시켜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해요. 수명을 하루나 이틀, 한 달 연장시켜서 그 기간에 병이 낫고 회복이 된다면 그럴 때는 우리가 응급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 회복이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다만 생명을 한 달이든 일 년이든 연장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환자에게 고통이 될 수 있습니다. 가족의 입장에서는 아쉬움을 덜어준다는 측면에서 도움이 될지 몰라도 오히려 환자에게는 큰 고통이 될 수가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요즘은 자신의 생을 존엄하게 마칠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나의 죽음을 비참하게 하지 말고, 내가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달라’ 하는 그들의 주장을 받아들여서 불치병인 경우나 통증이 지나치게 심한 경우 안락사를 허용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어요.

만약 아버지가 아무런 의사표시를 안 하고 의식을 잃어버렸다면, 아버지가 결정을 못하니까 가족이 결정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의식이 있을 때 ‘나는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사는 데까지 살다가 내 힘으로 호흡을 못하면 더 이상 치료를 하지 말라’ 했다면, 그 뜻을 존중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축구 선수가 교통사고가 나서 다리가 하나 부러졌을 때 ‘축구를 못하고 살 바에야 죽는 것이 나으니까 안락사를 시켜 달라’ 이렇게 말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습니다. 이때는 본인의 의사에 반해서라도 치료를 해서 사람을 살려야 됩니다. 이것은 자기 뜻대로 안 된다고 자살하는 것과 같은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경우 수명이 다 된 사람이 ‘더 이상 기계에 의존해서 고통 속에 살고 싶지는 않다’라고 표현하는 것이라면, 저는 아버지의 뜻을 존중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요. 나의 아쉬움에 집착해서 아버지의 고통을 연장시키는 것은 효도가 아니고 오히려 불효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의 아쉬움은 마음을 다스려서 해결해야지 아버지가 원치 않는 것을 하면서까지 나의 아쉬움을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맞지가 않습니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이해했습니다.”

“자신의 삶이나 가족의 삶에 있어서 질문자와 같은 상황에 놓였다는 것은 큰 아픔이고 불행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 삶의 현실입니다. 이것이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외면하고 싶고, 보고 싶지 않고, 알고 싶지 않고, 겪고 싶지가 않는 거예요. 그러나 결국 이 일은 겪고야 마는 것입니다.

주위에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은 내 나이가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릴 때는 관계 맺는 사람 중에 돌아가시는 분이 아주 드뭅니다. 내 주위에 돌아가시는 분이 자꾸 생긴다는 것은 내가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요. 우리는 이것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피할 수 없는 일에 전전긍긍하는 것은 살아 있는 현재의 내 삶을 괴롭게 만드는 거예요.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담담히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가 내 가족이라 하더라도 어쩔 수가 없고, 또 그것이 설령 나의 삶이라 하더라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것은 돈을 가지고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부처님이나 신을 부른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위를 가지고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태어나고 죽는 것은 만인에게 공평합니다. 삶과 죽음은 모두에게 평등한 하나의 자연법칙입니다. 다만 그것이 조금 길거나 짧은 차이밖에 없어요.

그러나 살아 있는 동안은 어떤 생명도 삶을 좀 더 고통이 없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차별하지 않아야 하고, 굶어 죽거나 병들어 죽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고, 강제로 죽임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고,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해요. 가능하면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죽음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죽음은 굉장히 신비한 것이 아닙니다. 천하 만물이 늘 일상적으로 겪는 그냥 하나의 현상에 불과해요. 이런 관점을 가지고 아버지를 대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가 어쨌든 살아계시고 저의 곁에 있다는 것에 두려움보다는 감사한 마음을 많이 갖겠습니다.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일은 오전에 정토불교대학 강의 준비를 위해 교과 개편 회의를 하고, 오후에는 산 윗밭에 올라가서 나무를 정리하는 일을 한 후 평화재단 활동가들과 간담회를 하고, 저녁에는 수행법회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8

0/200

이상홍

감사합니다

2022-02-03 13:16:26

굴뚝연기

아‥질문자분,맘이 너무아프시겠어요ㅠ자꾸 걸으시며(가능하시다면)몸을움직여주시면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요‥목에 관을뚫는 일도 엄청고통이죠ㅠ그렇다고 자식으로 해보는데까진 어떻게든 해보고싶은 맘을 쉽게 놓을수도없구요ㅜ아버지!늙고 병드셔도 곁에 계셨으면하는 이름이죠ㅜ지나간11일 즉문즉설이면,화요일인데요ㅜ사진도,즉문즉설에선 서서하시는데 메칭이안되구요ㅜ에공 힘드시겠어요

2022-01-27 02:04:24

김민정

삶의 자연스러운 현상은 받아들이며 집착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봅니다 감사합니다

2022-01-23 15:25:45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