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1.27. 천일결사기도, 통일특위 리더십 연수, 볏단 옮기기, 청춘톡톡
“외모 때문에 우울해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새벽 4시 30분에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예불, 삼귀의, 수행문, 참회, 108배, 명상, 경전독송을 차례대로 한 후 스님이 오늘 읽은 경전에 대해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6시 40분에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공양을 마치고 두북 공동체 대중이 스님에게 한 말씀을 청했습니다. 지금 두북 수련원에는 여러 거사님들이 오셔서 실내 난방을 위해 벽체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스님은 대중의 보시와 봉사를 받는 수행공동체 대중이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하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우리 공동체 대중은 늘 대중의 보시와 봉사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중의 보시와 봉사가 일상화되다 보면 마치 옛날에 귀족이나 양반이 늘 하인들이 도와주는 것에 익숙해져서 그게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듯이 우리들도 늘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대중의 봉사를 받는 것에 대해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기가 쉽습니다. 수행자는 이 부분을 굉장히 조심해야 해요. 도와주시는 분들에 대해서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데, 자칫 잘못하면 심부름시키듯이 봉사자들을 대하기가 쉽습니다. 봉건 사회에서는 계급 제도를 이용해서 그렇게 대했다면, 종교는 종교라는 정신적 권력을 이용해서 사람을 부리듯이 대할 위험이 높아요.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는 상가의 구성원들이 빨래도 남을 시키지 않게 할 만큼 늘 대중의 보시와 봉사에 대해 주의를 하도록 했습니다. 주의를 갖지 않으면 우리도 모르게 습관이 되어버릴 수 있어요. 그래서 대중을 위한 공적인 일은 대중의 봉사일감이 되지만, 우리 생활과 관계되는 일은 우리 자신이 해야 합니다. 혹시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이라 도움을 받을 때는 반드시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공동체 대중도 최소한 한 달에 한 번은 남을 위해서 봉사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보시하고, 우리의 일이 아닌 남의 어려운 일을 돕기 위해 봉사도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대중의 보시와 봉사를 받는 것이 습관으로 형성되게 됩니다.

그러니 내일은 가정의날이라 봉사자들이 오지 않으니 우리 다 같이 아도모례원에 있는 배추를 수확해서 지체 장애인들이 거주하는 시설에 전달하는 일을 같이 하도록 합시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나자 이제 막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오전 9시부터는 통일특별위원회 리더십 연수를 온라인으로 진행했습니다. 통일의병 모두가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두북 수련원 방송실의 모니터마다 화면이 꽉 찼습니다.

사전에 설문조사를 통해 활동 속에서 통일의병이 가지는 의문점을 종합하여 이번 연수의 주제를 정했습니다. 먼저 1부에는 행복시민모임 지원 담당의 역할과 자세에 대해 강의를 들은 후, 2부에서는 스님과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전에 세 명이 질문을 하고 다시 예비 질문자 세 명이 스님과 대화를 나눈 후 즉석에서도 두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질문을 했습니다. 대화를 모두 마치고 나서 마지막으로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우리나라는 초기에 대응을 잘해서 ‘K-방역’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초기 대응을 잘한 것에 잠깐 안주하는 사이에 백신을 계약하고 수급하는데 조금 늦게 대응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국민 백신 접종률이 80%만 넘어가면 위드(With) 코로나가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막상 백신 접종률이 높아졌는데도 코로나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 초기 대응을 못한 일본은 당시 욕을 많이 먹었는데 요즘은 하루 확진자가 100명이 안 된다고 합니다. 이런 걸 보면 잘하는 사람이 다음 단계에서는 못하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또 못하는 사람이 그다음 단계에서는 잘하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비난에도 너무 움츠러들지 말고, 칭찬에도 너무 우쭐대지 말아야 합니다. 당당하되 겸손해야 합니다.

사람들의 참여를 지속적으로 이끌어내는 방법

코로나 사태에 대한 대응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가 여러 가지 정책을 잘 펼치는 것도 있지만, 국민들의 적극적 협조가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대응이 잘 되었을 때 정부는 항상 국민들의 협조에 감사해하는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방역 조치의 최대 피해자는 우선 자영업자들입니다. 자영업자들의 희생 위에 방역 조치가 이뤄지는 것이고, 또 국민들이 정부 정책에 잘 협조하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의료진들의 노력과 희생, 공무원들의 헌신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입니다. 이렇게 공을 국민들에게 돌려야 급할 때 다시 국민들의 협조를 구할 수 있습니다. 국민들도 잘했을 때 잘했다는 칭찬을 받아야 협조가 필요할 때 협조를 하게 됩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성과가 좋을 때는 모두 정부가 잘한 덕분이라고 하고, 성과가 나쁠 때는 국민들이 협조하지 않고 외출을 많이 해서 그렇다면, 그걸 듣는 국민들의 감정이 자연스레 나빠집니다.

인생도 이와 같습니다. 나에게 기회가 찾아왔을 때 들뜨거나 흥분해서는 안 되고, 일이 잘 풀릴 때는 항상 그 공을 다른 이에게 돌려야 합니다. 반대로 상황이 어려울 때는 그 책임을 내가 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걸 반대로 행하면 나중에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게 됩니다. 다른 사람의 비판이라고 해서 늘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좋지 않을 때는 내가 원인 제공을 한 부분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을 할 때도 항상 당당한 자세를 갖되 교만해서는 안 됩니다. 겸손한 자세로 대중과 함께 하고, 공이 있을 때는 시민들의 헌신에 그 공을 돌려야 합니다. 참여도가 낮아도 시민들을 기다려주는 자세를 가져야 그들과 함께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공을 몇몇 개인의 성과로만 돌리면 활동이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꼭 수업시간에만 배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잘하는 것과 실수하는 것 모두가 배움의 과정입니다.

그동안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어려운 고비들도 잘 넘겨주셨습니다. 많은 분들이 행복학교를 확산하기 위해 홍보를 하고 있는데 아직 눈앞에 바로 성과가 드러나지는 않고 있습니다. 자동차도 시동을 건 다음 조금 기다려야 속도가 붙는 것처럼 우리도 홍보를 열심히 하고 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 12월이 되면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할 거예요. 사람들이 없을 때는 참가자가 없어서 문제인데, 막상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그때는 또 진행자가 부족해서 문제가 됩니다. 인생이 늘 그렇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참가하는 분들이 많아지면 여러분들이 주인 된 자세로 그분들을 잘 이끌어 나가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부터 다시 활짝 피어난다는 의미로 꽃이 피어나는 포즈를 취하고 기념사진을 찍은 후 12시가 넘어서 리더십 연수를 모두 마쳤습니다.

곧바로 스님은 점심식사를 한 후 서둘러 작업복을 입고 논으로 나갔습니다. 며칠 전에 이웃 어르신이 트랙터로 볏단을 잘 만들어 놓았는데, 오늘은 볏단을 모두 트럭에 싣고 소를 키우는 동네 어르신 댁에 가져다 드리기로 했습니다.

“2시부터 강의가 있는데 그때까지 다 끝마칠 수 있을까요? 최대한 빨리 해봅시다.”

스님이 도착하자, 봉사자들도 속속 도착했습니다. 트럭을 논 한가운데에 세워놓고 볏단을 차곡차곡 쌓았습니다.

“최대한 높이 쌓아서 세 번 만에 다 나릅시다.”

스님이 트럭 위에 올라가서 볏단이 서로 엇갈리게 하여 아주 튼튼하게 쌓아 나갔습니다. 봉사자들은 부지런히 볏단을 들고 트럭으로 가져왔습니다.

볏단이 높이 쌓이자 다들 쏟아지지 않을까 불안해했습니다.

“괜찮아요. 제가 튼튼하게 쌓았어요. 줄을 치려면 시간이 많이 걸려서 이렇게 옮기는 수밖에 없어요.”

볏단을 가득 실은 트럭은 울퉁불퉁한 골목길을 조심조심하며 소를 키우는 동네 어르신 댁까지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볏단이 아니라 벽돌이었으면 벌써 떨어졌을 겁니다. 볏단은 외부가 까끌까끌하니까 넘어지지 않는 거예요.”

덤프트럭이 적재함의 기울기를 높이 세우자 볏단이 우수수 떨어졌습니다. 먼지가 풀풀 날렸습니다. 한 사람이 들기에 볏단은 꽤 무거웠습니다. 두 명이서 볏단을 힘껏 들고 스님에게 전달하면 스님이 볏단을 하나씩 차곡차곡 쌓았습니다.


볏단을 보고 소들도 반가운지 ‘음메’ 하고 소리를 내었습니다.

트럭은 다시 논으로 이동해서 볏단을 실은 후 외양간으로 돌아왔습니다. 스님의 계획대로 트럭을 세 번 만에 이동해서 볏단을 모두 이동했습니다.

“수고했어요. 여러분들이 아니었으면 2시까지 못 끝냈을 겁니다.”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오후 2시부터는 청년들을 위한 즉문즉설 ‘청춘톡톡’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1800여 명의 청년들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연말 특집으로 1부와 2부로 나누어서 즉문즉설을 진행했습니다. 1부에서는 올 한 해 동안 즉문즉설 시간에 질문을 했던 분들이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하고 스님이 준 수행 과제를 직접 실천해 보고 나서 다시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2부에서는 이번에 질문 신청을 한 분들이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분은 자신의 외모가 별로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우울하다며 외모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외모 때문에 우울해요

"원래 저는 엄청 밝은 성격이고 낙천적인데 요즘 외모가 별로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우울합니다. 집착하지 않으려고 해도 외모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부분이라 자꾸 마음이 쓰입니다."

“인생의 문제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게 해결된다고 해서 끝나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은 외모만 나아지면 다 해결될 것 같지만 막상 외모를 고쳐도 인생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돈이 지금보다 조금만 많았으면 하는 사람은 막상 돈이 많아져도 문제가 끝나지 않습니다. 여자친구가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은 막상 여자친구가 생기면 ‘지금보다 조금 더 예뻤으면’하고 바라게 되거나 ‘나한테 더 잘해줬으면’하고 다른 기대가 생깁니다. 그게 해결되면 그다음으로 또 다른 기대가 생겨나기 때문에 이렇게 접근하면 인생의 문제가 끝이 안 납니다.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항상 ‘이대로 좋다’는 관점을 가져야 해요. 이대로 좋다는 관점에서 기대치를 최대로 낮춘 것이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자세입니다. 이건 기준치를 제로로 두는 거예요. 아침에 눈 떠서 살아있으면 ‘아이고 감사합니다’ 이렇게 마음을 내는 거예요. 그런데 일상에서 이런 자세로 사는 것이 잘 안 됩니다. 늘 ‘이것만 해결되면’, ‘저것만 해결되면’하고 바라게 되고, ‘이것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저것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게 죽을 때까지 계속 헐떡거리게 됩니다.

질문자도 외모에 대한 불만을 해결하려면 현재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합니다. 키 때문에 열등감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신의 키가 이 정도 되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나폴레옹이나 등소평을 봐도 나보다 작은 키인데 이 정도만 해도 다행이잖아요. 혼자 사는 사람은 혼자 사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애인이 있는 사람은 애인이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면 문제가 될 게 없어요. 이런 관점을 가져야 내 삶이 지금 좋을 수 있습니다. 그러지 않고 ‘이것만 해결되면, 저것만 해결되면’이렇게 생각하면 영원히 껄떡거리면서 살아야 합니다.

성형수술은 보통 사람들이 볼 때 일반적으로 예쁘다는 사람들이 성형수술을 많이 할까요, 못생겼다는 사람들이 성형수술을 많이 할까요? 여러분들이 생각할 때는 못생겼다는 사람들이 많이 할 것 같죠?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예쁘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성형수술을 더 많이 합니다. 사람들한테 예쁘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은 자기가 예쁜 줄 알고 있는데 연예인 누구랑 비교를 하면 코만 조금 높으면 더 예쁠 것 같거든요. 그러면 코 수술을 합니다. 코 수술을 하고 나면 이제는 턱만 조금 깎으면 정말 예쁠 것 같이 느껴져요. 그래서 턱 수술을 합니다. 그렇게 계속 수술을 하게 되는 거예요.

우리처럼 평범하게 생긴 사람들은 진짜로 성형수술을 하려고 하면 어디부터 손을 봐야 될지를 모르니까 그런 생각 자체를 안 합니다.(웃음) 그런데 나보다 잘난 사람과 비교해서 ‘이것만 되면 좋을 텐데’, ‘저것만 되면 좋을 텐데’ 이렇게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성형에 중독이 되기 쉽습니다.

질문자도 이런 사고에서 벗어나면 어떨까 싶어요. 그렇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껄떡거리고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육체적인 미의 평가 기준은 시대마다 다릅니다. 또, 원래 성형이라는 건 미용이 아니라 의술이었습니다. 화상을 입은 경우 등 치료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의술인데 요즘은 미용의 목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거예요. 이럴 때는 엄격하게 말하면 의사가 아니라 미용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말 가까운 사람들끼리는 내면이 중요하지만 사회를 살아가다 보면 형식적으로 만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과 마주할 때는 아무래도 외적인 부분이 많이 작용을 하니까 제가 조금 더 집착을 했던 것 같습니다.”

“만약 사람을 사귀는데 나의 외모 때문에, 또는 내가 결혼을 한 번 했었다는 과거 때문에, 또는 나의 학벌 때문에 등 그런 이유로 관계가 잘 안 풀린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상대방 때문이 아니에요. 내가 외적인 기준에 가치를 두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만약 누군가 스님한테 그런 평가를 한다면 저는 그냥 웃고 넘어갑니다. 그런 관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헤어지는 게 낫지, 굳이 같이 지내서 뭐하겠어요? 이건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사귀는 과정에 그런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면 결혼하기 전에 헤어지는 게 낫지, 결혼한 다음에 그런 이야기를 하면 문제가 더 복잡해집니다. 또 그런 사람은 여러 번 만난 다음 헤어지는 것보다 한 번 만난 다음에 헤어지는 게 낫습니다.

상대방이 나의 외모를 이유로 헤어지자고 한다면 상대방이 헤어지자고 하기 전에 그런 사람이라면 내가 싫다는 생각이 들어야죠. 오히려 내가 스스로 ‘내 외모 때문에 그만두는구나’하고 생각이 든다면 나 역시 상대방을 만난 이유가 그 사람이 나보다 외모가 낫기 때문인 겁니다. 그러면 정작 나는 나보다 외모가 나은 사람을 찾으면서, 상대방이 외모가 나은 사람을 찾는 걸 문제 삼지 말아야죠.

만약 외모 때문에 누군가를 좋아했다면 질문자는 가치관을 외모에 두는 거예요. 그렇다면 상대방도 잘생긴 사람을 좋아하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못생긴 내가 잘생긴 사람을 욕심내는 것처럼 그 사람도 자기보다 잘생긴 사람을 욕심내겠죠. 내가 나보다 잘생긴 사람을 찾는 건 당연하고, 상대방이 잘생긴 사람을 찾는 건 문제라고 한다면 그건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는 거예요.

상대방이 외모를 기준으로 평가를 하는 사람일 때, 만약 나도 외모에 가치관을 두는 사람이라면 상대방의 그런 가치관을 그대로 인정해야 하고, 만약 나는 외모에 가치관을 두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런 상대방과의 관계는 일찌감치 정리하는 게 좋습니다. 그러니 어떤 관점에서 봐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만약 만나는 사람이 내 나이가 많다는 걸 문제 삼으면 그때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돌아보면 됩니다. 만약 나도 나이를 따지는 사람이면, 내가 상대 나이를 따지듯이 상대방도 내 나이를 따지는 게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면 돼요. 만약 내가 나이를 따지는 사람이 아니면, 사람을 만나는데 나이 같은 걸 따지는 사람과는 내가 굳이 만날 필요가 없습니다. 만약 내가 상대가 결혼을 했던 사람인지 아닌 사람인지를 따지는 사람이라면 상대방도 그런 걸 따지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면 됩니다. 반대로 내가 그런 걸 따지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런 걸 따지는 사람과는 굳이 만날 필요가 없습니다.

이런 관점이 명확하면 사람과 헤어질 때 그 이유가 무엇이든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미련이 남을 때는 상대방이 문제가 아니라 내 안에 어떤 욕망이나 욕구가 있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네, 스님. 제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을 쓰다 보니 외모 때문에 고민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머리로는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마음으로는 쉽지가 않아요. 다른 사람의 시선을 덜 신경 쓸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우선 질문자는 인간을 너무 높게 평가하는 것 같아요. 부처님 수준이 아닌 이상 평범한 사람들은 대부분 상대방의 외모를 보고 평가를 하기 마련입니다. 여러분도 사람을 접할 때 외모를 평가하잖아요. 물론 얼굴로만 평가를 하는 건 아닙니다. 상대방의 지위로도 평가를 하고, 상대방의 지식을 기준으로 평가를 하기도 합니다. 우선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외모니까 외모를 기준으로 많이 평가를 하죠. 그래서 옛날에 선을 볼 때도 늘 사진 교환을 했습니다. 사진을 교환했다는 것 자체가 외모를 많이 따졌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렇게 외모, 지위, 지식, 능력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현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역사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사람을 신분으로 평가할 때도 있었습니다. 상대방이 왕족인지 아닌지, 양반인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평가를 했습니다. 그 시절에는 외모보다 신분이 더 중요했습니다. 그러다가 자본주의 사회가 되면서 신분보다는 재산이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돈을 버는 건 주로 능력과 관계되니까 이제 능력을 기준으로 사람을 많이 평가하기 시작했고, 외모도 평가의 큰 기준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현실입니다. 세상이 외모를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데 어떡하겠어요.

그리고 만약 내가 외모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되면 실력으로 보완하면 됩니다. 타고난 외모를 어떡하겠어요. 그러니 외모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 다른 걸로 보완하려고 하면 됩니다.

한 예로, 해외에 가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언어가 부족해서 경쟁에서 손해를 본다고 해요. 아무리 노력해도 외국어를 모국어만큼 잘하기는 어려우니까요. 그리고 동양인의 외모 때문에 손해 본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런 게 아쉬우면 그냥 한국에서 살면 되지 무엇 때문에 해외에 가서 사는지 모르겠어요. 만약 다른 조건들 때문에 해외에 살기로 선택했다면, 외모나 언어가 부족한 대신 다른 걸로 보완하려고 해야죠. 언어가 원어민처럼 자유롭지 못하다면 다른 부분의 실력을 키워서 그걸로 점수를 따든지, 아니면 친절한 태도로 점수를 따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 하잖아요. 그러지 않고 ‘저는 외국인이라서’, ‘저는 돈이 부족해서’, ‘저는 신체가 약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해결책도 되지 못하고 열등의식과 불만만 갖게 합니다. 가난한 환경이나 인종적 차별 속에서도 훌륭한 사람이 나오는데, 그런 경우를 보면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다른 걸 많이 계발한 사례가 많습니다.

저는 승려 사회 안에서는 비주류에 속하지만, 대신 다른 콘텐츠를 많이 개발합니다. 염불을 잘하려면 목소리도 좋아야 하는데 만약 내가 그렇지 못하다면 다른 걸 계발해서 보완을 하면 됩니다. 그렇지 않고 ‘나는 목소리가 안 좋아서 안 된다’ 이런 이야기만 하는 건 자기만 괴롭히는 일이고, 또 자기의 괴로움을 남 탓으로 돌리는 것밖에 안 됩니다.

그렇게 평가하는 세상이 문제가 아닙니다. 만약 그렇게 평가하는 세상이 잘못되었다는 걸 보여주려면 다른 걸로 보완해서 나의 다른 능력을 보여주면 됩니다. 세상이 외모로 평가를 하니 내가 외모를 고쳐서 인정받겠다는 건 일종의 노예근성입니다. 세상이 외모로 평가를 할 때 ‘외모로 평가하는 건 잘못되었어’라고 보여주려면 다른 능력을 보여주면 됩니다. 피부색, 인종, 성별, 종교로 사람을 평가하는 게 잘못되었다는 걸 보여주려면 뭔가 다른 걸로 대체하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상황을 잘 받아들이면 오히려 불리한 조건을 자기 계발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게 됩니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질문자도 삶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임하면 좋겠다 싶어요.

내가 타고난 코 모양이 예쁘지 않다고 해서 어떡하겠어요. 그런 걸로 누가 문제 삼으면 ‘이래봬도 내 코가 냄새 맡고 숨 쉬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이렇게 당당하게 말을 해야죠. 누가 눈이 작다고 뭐라고 하면 ‘눈은 잘 보이기만 하면 되지, 괜히 커봐야 먼지만 많이 들어간다’ 이렇게 당당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외모에 대해 당당하지 못하고 열등의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저런 주장을 많이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아직 노예근성이 많습니다. 그런 열등의식, 노예근성에서 벗어날 때 ‘검은 것이 아름답다’와 같은 혁명적인 사고와 구호가 만들어집니다. 환경운동을 할 때도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하잖아요.

나폴레옹, 등소평은 키가 작지만 역사에 남는 인물들입니다. 등소평을 보면 외모가 뛰어난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지략을 가졌기 때문에 중국인들에게 존경을 받기도 합니다. 여러분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누가 외모로 평가를 하면 ‘내 외모만 보고 평가하면 나중에 후회할 걸’ 이런 자신감이 필요합니다.

이민을 가면 당연히 그에 따른 불이익이 있을 거라는 걸 감수해야 합니다. 물론 국제법이나 그 나라의 국내법에 저촉된다면 고소를 해야 합니다. 그런 게 아니라 문화적, 관습적인 경우에는 감수하고 보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언어가 부족하면 언어가 부족한 대신 다른 걸로 보완하면 됩니다. 저도 해외에 자주 나가는데 영어를 잘 못합니다. 그런데 영어를 잘하는 사람 중에 마음이 괴로운 사람들이 있어요. 그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니까 그 사람들이 보답으로 제 통역을 해줍니다. 그러니 내가 꼭 다 잘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어떻게 모든 일을 다 잘할 수 있겠어요.

우선 자기가 가진 것에 대해 긍정적이어야 합니다. 현재에 안주하라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자기에 대해 긍정적인 자세를 가져야 삶에 활기가 생깁니다.”

“네, 감사합니다.”

대화를 다 마치고 나서 질문자들과 소감을 나눈 후 방송을 마쳤습니다.

생방송이 끝나고 나니 오후 4시가 되었습니다. 스님은 다시 작업복을 입고 비닐하우스로 향했습니다. 볏단을 날랐던 봉사자들은 배추 수확까지 해주고 돌아갔습니다. 내일 애광원에 수확한 농산물을 나눠주려고 하는데, 배추의 양이 부족했습니다.

“내일 아침 일찍 구미 아도 모례원에 가서 배추를 더 실어서 애광원으로 갑시다. 그리고 오늘은 갓을 더 수확해서 트럭에 실으면 좋겠어요. 기왕에 나눠주는 거 푸짐하게 나누어 줘야죠.”

비닐하우스 측면에 심어둔 갓을 하나씩 칼로 베어냈습니다.

“우와, 올해는 갓 농사가 제일 잘된 것 같네요. 아주 잘 자랐어요.”




줄기가 아주 튼튼하게 잘 자라서 식칼로는 잘 베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쪽가위를 가져와서 하나씩 자른 후 봉지에 가득 담았습니다.

“애광원 식구들이 아주 좋아할 것 같네요.”

수확한 갓을 양손에 가득 들고 비닐하우스를 나왔습니다. 나오는 길에 호박이 주렁주렁 달려 있어서 몇 개 더 수확했습니다.

농산물을 트럭에 모두 싣고 나니 해가 저물었습니다.

“수고했어요.”

저녁에는 서울에서 손님들이 찾아와서 회의를 한 후 하루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아침 일찍 아도 모례원으로 가서 배추를 싣고 애광원으로 이동한 후 농산물을 전달하고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저녁에는 일요 명상을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5

0/200

환희행

저도 그렇게 알고 있어요... 검사수가 적어서 100명 정도 밖에 안나오는 것이지 일본이 방역을 잘해서가 아닌걸로 알고 있어요... 세계적으로도 일본방역에 대해선 믿음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검사를 하나도 하지않는다면 한 명도 안 나올 수도 있겠지요~~~

2021-12-01 20:16:24

해탈지

일본이 코로나 100명이하는 검사비를 유료화(20만원 ) 그렇다고 아는데..... 아닌가요?

2021-12-01 18:21:25

내맘의한줄

지금 이대로 좋습니다.

2021-12-01 15:31:45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