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0.21 낙동강 상류 세평하늘길 산책
“남북 교류가 언제쯤 다시 시작될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하루 종일 낙동강 상류 세평하늘길을 산책했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예불을 한 후 5시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봉화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오전 7시 30분에 봉화 수련원에 도착해서 아침 식사를 한 후 저녁식사를 함께할 장소를 세팅하고, 점심에 먹을 도시락을 만들었습니다.


“도시락을 다 쌌으면 이제 출발합시다.”

손님들이 먹을 도시락까지 싸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서둘러 봉화 수련원을 출발하여 11시 30분에 승부역에서 손님들 일행과 만났습니다. 오늘 일정은 지난봄에 약속한 것이었는데, 그날 비가 많이 와서 연기되었다가 오늘 그 약속을 행하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한파가 와서 겨울 같은 날씨였지만 걷기에는 좋은 날씨였습니다.

“반갑습니다. 잘 지내셨지요?”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가 승부역입니다. 오늘 저희가 함께 걸을 구간은 승부역에서 분천역까지 13km입니다. 여기까지만 겨우 자동차로 접근할 수 있는 오지 중에 오지예요. 하늘도 세평, 밭도 세평이라고 해서 ‘세평하늘길’이라고 불릴 정도로 사람이 살지 않는 협곡이 계속 이어집니다. 경치가 아주 좋아요. 그럼 함께 걸어볼까요?”

승부역을 출발하자마자 협곡 사이에 계곡물이 세차게 흐르는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손님들은 연이어 감탄을 했습니다.

“정말 풍경이 멋지네요.”

“멋지죠? 꼭 외국을 가지 않아도 우리 대한민국 안에도 멋진 풍경이 곳곳에 많아요.”

낙동강 상류에서 하류로 내려가는 방향으로 물길을 따라 계속 걸었습니다. 낙동강변의 기암괴석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걷는 도중 산간 협곡을 달리는 철로를 계속 만났습니다.

운 좋게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만 늦어도 기차를 못 볼 뻔했어요. 다음에는 기차를 한 번 타봐도 좋겠네요.”

걷기 시작한 지 1시간 30분이 지나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앞에 멋진 풍경을 보면서 식사를 하겠습니다.”

김밥과 유부밥, 생수로 배를 채운 후 다시 길을 걸었습니다.


철길 옆으로 난 길을 한참 동안 걸은 후 양원역에 도착했습니다.

“이 역은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 역사입니다. 기차역이 없어서 승부역에서 내려 걸어가던 중 여러 사고가 나자 주민들이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제출해서 1988년에 간이역 허가를 받고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간이역을 지었다고 합니다.”

옛날 모습의 대합실을 그대로 복원해 놓은 모습을 보니 각자 갖고 있는 옛 추억이 술술 흘러나왔습니다.

길을 걷다가 다리를 건너고, 철길을 만나고, 다시 계곡을 넘고,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곧게 뻗은 소나무를 만났습니다.

“역시 경치는 바위, 물, 소나무가 어우러져야 가장 멋있는 것 같아요. 외국에 유명한 곳을 가봐도 세 가지가 함께 어우러진 곳은 거의 없잖아요.”

잠시 산을 올랐다가 철길 다리를 지나 비동역을 지났습니다.


중간중간에 준비해 온 간식도 먹었습니다.

“올 가을에 제가 밤을 많이 주웠어요. 삶은 밤인데 한 번 맛보세요.”

길을 걸으며 손님들은 스님에게 남북 관계와 국내 정치에 대해 여러 가지 질문을 하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 길에는 인공적인 게 전혀 없죠? 사람이 살지 않으니까 곡식이 없어서 그런지 새소리도 별로 들리지 않네요.”

분천역에 거의 다다르자 민가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야 새소리가 많이 들렸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이제 저녁을 먹으러 갑시다.”

해가 질 무렵 봉화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봉화 수련원에 도착하자 개나리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이것 좀 보세요. 지금 가을인데 개나리꽃이 피었어요.” (웃음)

얼마 전에는 철쭉이 핀 모습을 봤는데, 정말 이상 기후라는 것을 다시 실감했습니다. 손님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한 후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 덕분에 구경을 아주 잘했습니다. 봉화는 처음 와봤는데 정말 좋네요.”

손님들을 떠나보낸 후 스님 일행은 설거지와 뒷정리를 한 후 저녁 7시 30분에 봉화 수련원을 출발했습니다.

밤길을 달려 밤 10시에 두북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짐을 다 내리자 피곤이 몰려와서 곧바로 잠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20일 수행법회에서 소개하지 못한 내용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남북 교류가 시작되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북한 이야기만 들으면 참 안타깝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남한이 못 말리는 시누이처럼 보일 것 같습니다. 미국에 대해 자주적이지 못하고, 약속을 잘 못 지키니까요. 어떻게 하면 우리가 북한의 체면을 구기지 않으면서 경제적인 지원도 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남한은 기술과 자본이 있고, 북한은 자원이 많기 때문에 서로의 장점을 살려 경제 교류라도 하면 좋겠다 싶습니다. 남북 교류가 시작되려면, 남한 사람들이 수행자가 되어야지 안 그러면 답답해서 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토목 엔지니어인데 남북 교류가 되면 가장 먼저 북한에 가서 일도 하고 봉사도 하고 싶습니다. 남북 교류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지 궁금합니다.”

“남북 교류는 당분간 어려울 것 같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대북 봉쇄 정책이 지금 워낙 엄격하게 되어 있어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습니다. 지난번에 북한이 미국과 대화하기 위한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첫째, 생필품 수출입을 허용해 달라는 겁니다. 물고기 잡은 것을 수출하게 해 주고, 설탕이나 조미료 등 생필품을 수입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거죠. 북한에는 설탕이 없으니까 가격이 국제 시세보다 열 배나 높거든요.

둘째, 경제적 지원은 안 해줘도 좋으니 광물 자원을 수출하게 해 달라는 겁니다. 광물 자원만 수출해도 먹고살 수는 있으니까요. 요즘 석탄 가격이 세계적으로 세 배 정도 올랐다고 하네요. 중국이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해서 중국 내 석탄 부족으로 발전소가 가동을 제대로 못하여 공장에 전기가 50% 밖에 안 들어오는 비상 상황이거든요. 국제 사회에서 석탄 최대 수입국이 중국인데, 이럴 때 북한 석탄이 중국에 들어가면 북한에 큰 도움이 되겠죠.

북한의 석탄 수출이 금지되어 있으니까 중국에서 밀수로 북한 석탄을 갖고 오는데, 가격이 시세보다 많이 낮습니다. 예전에는 석탄이 톤 당 150불 정도 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산 석탄은 중국에 밀수로 들여오니까 40불 밖에 안 합니다. 북한 안에서는 한 때 10불 밖에 안 할 때도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북한 노동자들이 먹고살 수가 없습니다. 수출 제재만 풀어주면 바로 시세대로 150불을 받게 되고, 요즘 석탄의 국제 시세가 오르고 있으니까 400불 정도까지 받는다면 북한에게는 굉장한 수입이 되겠죠. 북한은 석탄, 구리, 아연, 중석 등 광물자원이 많기 때문에 이런 광물 자원의 수출 제재를 좀 풀어달라는 거예요.

셋째, 자동차 기름 수입을 허용해 달라는 겁니다. 휘발유가 없으니까 차도 못 다니고, 트랙터도 못 움직여서 물자 운송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이 세 가지 요구를 들어주면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이에요. 무언가를 지원해 달라는 게 아니라 자신들에 대해서 선의가 있다면 이 세 가지를 허용해 달라는 겁니다.

‘이것도 안 해준다는 것은 결국 우리 보고 죽으라는 것 아니냐. 이렇게 상대를 죽이는 적대 정책을 쓰면서 대화를 하자고 해봐야 대화를 위한 대화밖에 더 되냐.’

이렇게 북한이 제안했는데, 미국은 북한의 요구 조건을 미리 약속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조건 없는 대화를 해야지 대국이 소국의 요구 조건을 사전에 들어주면서 대화를 시작할 수 없다는 거죠. 그런 요구 조건조차도 회담장에 나와서 의논하자는 것이 미국의 입장입니다.

‘우선 아무 조건 없이 대화 테이블에 먼저 나오고, 북한이 요구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만나서 얘기하자.’

이것이 미국의 입장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적어도 이 정도는 들어주겠다고 해야 대화 테이블에 나올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회담을 해 봐야 실속 없는 얘기이고 시간만 끈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만큼 북한과 미국 간의 대화가 어렵다는 거예요.

남한과 북한의 정상이 만나서 개성공단도 열고, 금강산 관광도 열고, 철도도 연결하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미국이 반대해서 하나도 추진을 못했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이렇게 말하고 있어요.

‘세 개 중에 한 개라도 하든지, 한 개 중에 한 발이라도 실행해야 될 거 아니냐. 약속을 해놓고 하나도 안 하는 사람들하고 무슨 얘기를 더 하겠냐. 말만 번지르르한 거 아니냐.’

반면에 남한 정부는 약속을 어기려고 한 게 아니라, 미국과의 동맹 관계에서 미국의 동의 없이 행동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면 미국은 어떤 입장일까요?

‘제재를 먼저 풀어주면 북한이 비핵화에 협조를 안 할 수 있다. 북한이 이렇게 나오는 건 지금 다급하니까 그렇다. 목을 조금만 더 조르면 북한이 회담장에 나올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경험으로는 북한은 굶어 죽어도 비굴하게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러면 괜히 애꿎은 북한 주민들만 죽으니까 인도적 지원을 비롯해 몇 가지 물꼬는 트자’ 이렇게 미국 정부에 건의를 하는데도 현실적으로 잘 안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설령 개성 공단이 열린다 해도 첨단 기술의 경우에는 북한에 들어가기가 어렵습니다. 첨단 기술이 북한에 들어가면 무기 개발에 전용된다는 우려 때문에 냄비나 옷을 만드는 정도만 허용되지, 전자 상품을 만든다거나 조금이라고 고급 기술은 허용이 안 됩니다. 그리고 북한은 민간사업과 군수 사업에 대한 구분이 없다고 보고, 돈이 벌리면 다 군사적인 무기 개발에 전용될까 우려해서 주민 생활에 필요한 경제활동을 모두 막았고, 외국에 가서 노동하는 것도 다 막았습니다.

이런 상황들을 고려하면 지금으로서는 남한과 북한 간에 아무리 대화를 하려고 해봐야 남북 교류가 확대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미국과 북한 간에 먼저 대화를 해서 북한이 비핵화에 협조하고 미국이 경제 제재를 풀어주는 것이 선행될 때 남북 간에 교류 확대가 가능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의 대통령이 미국과 안보 동맹 관계는 굳건히 하지만 남북 경제 교류는 국내 거래이기 때문에 국제 사회가 제재할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강력하게 경제 교류를 밀고 나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금강산 관광은 유엔 제제가 아니고 미국이 제재하는 것이거든요.

남한 정부가 밀어붙이는 힘이 있든지, 아니면 미국을 잘 설득해서 북미 관계를 풀든지, 이렇게 해야 남북 관계가 풀립니다. 지금처럼 미국도 설득이 안 되고, 그렇다고 남한이 자체적으로 결정권 행사도 못 하면, 남북 교류는 아무런 진척이 없습니다.

굶어 죽는 사람에게 식량을 지원하는 인도주의적 지원이라도 조만간 열리기를 희망해 보지만, 현재 인도적 지원을 못 하고 있는 이유는 북한이 안 받겠다고 문을 딱 닫아버려서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은 북한 주민들입니다.

우리는 항상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생각해야 합니다. 남한 정부, 미국 정부, 북한 정부는 다 자기들 입장대로 할 말을 하고 있는데, 그 사이에서 북한 주민들만 소리 없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주민들의 고통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오직 게임에서 누가 이기느냐만 중요시하죠. 그래서 남북 교류는 지금 쉽지가 않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네, 현재 상황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정토대전 성전팀 법사님들과 회의를 하고, 오후에는 벼를 추수하는 울력을 하고, 저녁에는 금요 즉문즉설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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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주민들의 고통은 별로 신경안쓰는군.. 정말 나쁘다 주민들의 고통을 관심갖는 정토회가 좋다

2021-11-03 18:27:37

자재왕

몇 주 전 영화 '기적'을 관람하였습니다. 양원역이 민자역으로 탄생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였는데요. 감동적인 가족 드라마였습니다. 기회는 만드는 것. 언젠가 '세평하늘길' 걸어보겠습니다.

2021-11-01 07:05:05

자재왕

힘을 가진 사람들의 무지로 인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지요.

2021-11-01 06:5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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