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015 정토대전 성전팀 회의, 금요 즉문즉설 강연
“현재 만나는 남자랑 결혼까지 해도 좋을지 고민이에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며칠 비가 계속 내리더니 오늘은 날이 개고 해가 났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늘도 스님은 농사일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비닐하우스에서 수확한 빨간 고추가 매일 쏟아지고 있습니다.

문경과 봉화에서 정토대전 회의를 하기 위해 새벽부터 출발한 법사님들과 함께 아침 울력을 했습니다. 먼저 비닐하우스에 널어둔 빨간 고추를 컨테이너 박스에 담아서 수돗가로 가져왔습니다.


3단으로 대야에 물을 받아놓은 후 1단부터 세 번에 걸쳐 고추를 씻었습니다.


농사팀 행자님은 깨끗이 씻은 고추를 곧바로 건조기에 넣으려고 했습니다.

“물기가 많은 고추를 그냥 넣으면 건조하는 데 더 많은 전기가 들어가게 되잖아요. 수건으로 물기를 닦은 후 넣읍시다.”

스님의 제안으로 고추에 묻은 물기를 수건으로 모두 닦아낸 후 건조기에 넣었습니다. 물기를 닦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노동력이 좀 들더라도 전기를 아껴야죠.”

채반에 물기를 닦은 고추를 고루고루 펼친 후 건조기에 넣었습니다. 칸칸마다 빨간 고추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수고했어요.”

두 대의 건조기에 빨간 고추를 가득 채운 후 산 앞 밭으로 올라갔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속속 도착해서 배추 뽑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앞 밭에는 얼마 전 가을배추를 많이 심었는데, 예년과 달리 올해 9월과 10월에 흐리고 잦은 비에다 고온 현상까지 겹치면서 무름병이 발생했습니다. 배추 밑동이 썩으면서 쓰러지는 배추도 생겼습니다.

우선 한랭사를 모두 벗겨내었습니다.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다 보니 벌레가 먹는 것을 막기 위해 한랭사를 씌웠는데, 한랭사를 벗기고 무름병이 든 배추는 모두 뽑아서 곧바로 김장을 하기로 했습니다.

스님은 한랭사를 벗겨내고, 자원봉사자들은 무름병이 든 배추를 뽑아서 옮기는 일을 했습니다.


“올해는 김장을 10월에 하게 되네요.”

기후 위기의 징조인지 올해는 다양한 병충해를 경험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랭사를 다 벗겨낸 후 스님은 배추밭에 잡초를 뽑았습니다.

잡초를 다 뽑고 난 후 봉사자들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저는 10시부터 회의가 있어서 먼저 들어가 볼게요.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햇살 아래서 일하고 있는 봉사자들을 뒤로하고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오전 10시부터는 정토대전 성전팀 법사님들과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서 오늘도 화엄경 입법계품에 나오는 내용 중 정토대전에 넣으면 좋을 내용들을 각자 발췌해 와서 발표했습니다.

화엄경의 내용이 방대하다 보니 벌써 한 달째 화엄경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각 내용마다 스님으로부터 의견을 들은 후 오후 5시가 다 되어서 회의를 마쳤습니다. 하루 종일 경전을 읽고 공부하다 보니 하루가 금방 지나간 느낌입니다.


해가 지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유튜브 공개 방송 형식으로 진행하여 시청자가 평소보다 많았습니다.

56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올해는 7월에서 8월 초까지 매우 무더웠습니다. 장마도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8월 중순부터 계속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저는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데, 요즘 습도가 너무 높아서 배추가 전부 무름병에 걸리고 있어요. 매일 100포기 이상씩 쓰러져가고 있습니다.

우리 가까이에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기후 위기

일조량 부족으로 인해 벼도 쭉정이가 굉장히 많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1980년 광주 민주화 항쟁이 일어나던 해에도 올해처럼 일조량이 부족했었던 것 같습니다. 올해는 그해에 버금갈 만큼 일조량이 부족한 해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다가 10월 들어서는 기온이 거의 30도에 육박할 정도로 날씨가 더웠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가을에 따뜻한 날이 계속되는 것을 ‘인디언 썸머(Indian summer)’라고 해요. 그렇게 한동안 날씨가 덥더니 내일과 모레에는 일부 지역에서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정도로 급강하한다고 합니다. 10월에 기온이 이렇게 영하로 떨어지는 것도 몇십 년 만에 처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후의 변동이 극심한 이런 기후 위기가 앞으로 수십 년 후에 닥쳐올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제는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에 모두 겪을 수 있을 만큼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대 문명은 기술 발전이나 경제적 성장의 측면에서는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발전을 가져왔다고 볼 수도 있지만, 어쩌면 문명의 위기와 종말을 앞당기게 할 위험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꼭 코로나 감염 때문이 아니더라도 소비와 이동을 줄이면서 기후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줄곧 많이 생산해서 많이 소비하는 게 잘 사는 것이라고 보는 ‘소비주의’에 중독되어 살아왔기 때문에 거기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기후 위기가 점점 현실로 다가온다는 점을 자각해서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가치관이나 습관을 과감하게 바꾸는 자세를 가지지 않고서는 기후 위기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습니다. 국가 정책 역시 과감하게 바꾸지 않으면 정말로 문명의 위기가 도래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됩니다.

기후 위기가 이렇게 심각하다면, 선거 때 대통령 후보로 나온 사람들이 ‘기후 위기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생활 방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이런 주제에 대해 토론을 해야 하는데, 지나간 옛날이야기나 계속하고 있잖아요. 이것이 한국 정치의 현주소라고도 볼 수 있지만, 이것은 꼭 지도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국민들부터 ‘공장을 세운다’, ‘돈이 벌린다’ 이런 문제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정치인들도 역시 그런 문제를 이야기해야 표를 얻을 수 있는 겁니다. 그 나라의 정치 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의식 수준을 반영한다는 말도 있듯이 더 깊이 들여다보면 국민의 의식 수준도 그러한 정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얘기를 하면 국민들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하죠. 정치인들의 행태가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국민들이 ‘어떻게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것인가’, ‘우리의 미래 희망은 무엇인가’ 이런 관점에서 투표에 임해야 국가의 백년대계가 제대로 설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행복도를 높여 나가는 국민운동

그리고 국민들이 좀 더 행복해지려면 사회제도 개선이나 사회안전망 구축도 필요하지만, 삶의 가치관이나 인생의 관점도 바뀌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즉문즉설은 개인적으로는 개인이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을 추구하지만, 사회적으로는 대한민국의 국민 행복도를 높여 나가는 국민운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날씨 변화와 관련하여 이야기를 하다가 사회적인 과제까지 이야기하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네 명이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현재 만나고 있는 남자와 결혼까지 해도 좋을지 애매한 마음이 든다며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현재 만나는 남자랑 결혼까지 해도 좋을지 고민이에요

“현재 만나고 있는 남자랑 결혼까지 해도 좋을지 고민입니다. 설레는 감정보다는 잘해주니까 만남을 이어가고는 있습니다. 속박당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서 그때마다 대화를 통해 풀면서 좋은 관계로 변화하고 싶은데, 대화를 하는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결혼을 하려고 해도 고민이고, 혼자 살려고 해도 자신이 없어서 헤어지지 못해 고민입니다. 불안하니까 잡고 있다는 생각에 복잡한 마음만 듭니다. 이 정도 사람이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면서도 너무 좋다는 마음까지는 아니어서 애매합니다.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지 너무 고민입니다.”

“사람 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될지도 모르겠고, 혼자 살 자신도 없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배우자를 선택하는 데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자기 스스로 대화하는 방법도 잘 모르겠고, 잘해 주니까 그저 좀 좋을 뿐이고, 그렇다고 딱히 만족하는 것도 아니면서 혼자 살 자신도 없다고 한다면, 질문자가 좀 부족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지 않겠어요?

질문자가 집안이나 인물이 괜찮은지는 모르겠지만 질문자가 이야기하는 것만을 놓고 보면 인생을 사는 데 부족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상태로 결혼을 하겠다면 상대방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해서는 안 됩니다. 결혼 생활에서 늘 즐거움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조금 무리가 아닌가 싶네요.

결혼을 너무 무겁게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혼자 사는 것보다는 둘이 사는 게 낫지 않겠느냐, 방을 혼자 쓰면 돈이 많이 드는데 둘이 같이 살면 집값도 반반씩 내니까 돈도 절약이 되지 않겠느냐, 밥도 돌아가면서 하면 시간도 절약되지 않겠느냐, 이렇게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친구끼리 자취를 한다고 해도 둘이 하는 게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이익인 것처럼 결혼을 좀 가볍게 생각하면 좋겠어요. 친구와 자취생활을 할 때는 상대가 인물이 잘 났는지, 돈이 많은지 등을 따지지 않잖아요. 함께 생활하는 데에 상대가 부잣집 자식이든 아니든 그게 뭐가 중요합니까? 약속한 것을 제대로 지키는지 이런 게 더 중요하죠.

질문자의 문제는 자기 처지는 생각하지 않고 결혼에 대해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린다는 거예요. 상대가 돈도 많아야 되고, 인물도 잘나야 하고, 자신에게 잘해줘야 하고, 이렇게 온갖 것을 요구하면서 정작 자기는 어떻게 하겠다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그러면 결혼 생활이 불행해지는 겁니다.

혼자 살기도 어렵고, 둘이 살기도 어렵다고 한다면 부족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혼자 살아도 아무 문제가 없고, 또 같이 살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할 거예요. 혼자도 못 살겠고, 둘이 같이 사는 방법도 모르겠다고 한다면, 굉장히 부족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먼저 자신이 부족한 걸 인정하고 결혼 생활에 대해 이렇게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도 혼자 사는 것보다는 둘이 사는 게 낫지 않냐. 부족한 나하고 같이 살아 주는 남자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고맙다.’

결혼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다면 결혼 생활이 순탄할 것이고, 결혼에 대한 기대가 크다면 그 결혼 생활은 반드시 불행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평생 같이 살 사람을 쉽게 결정하기가...”

“질문자는 지금 욕심을 너무 내고 있어요. 자기 수준을 생각해서 선택을 해야지, 자기 수준은 생각을 안 하고 자꾸 상대에게 요구만 하면 어떡해요? 상대도 나와 마찬가지로 경제적이든 인물이든 어떤 서비스이든 다 자기에게 조금 더 유리한 것을 추구합니다. 예를 들어 남자에게 돈이 많다면 자신이 돈을 벌어주는 대신에 질문자에게 서비스를 확실히 해달라고 요구할 겁니다. 인물이 있으면 인물값을 하고, 돈이 있으면 돈값을 하고, 지위가 있으면 지위 값을 하고, 신체가 건강하면 건강한 값을 하게 됩니다. 사람은 다 그걸 가지고 자기의 무기로 삼아요. 그러니 상대의 어떤 점이 좋아서 결혼을 한다면 살면서 반드시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그건 누구나 다 그래요. 질문자 본인도 인물이 잘났으면 반드시 인물값을 하려고 하잖아요.

‘나같이 예쁜 여자 만났으면 돈을 제대로 벌어주든지, 서비스를 잘해주든지 해야 할 거 아니냐.’

이런 생각이 마음에 있을 수밖에 없어요. 어렵게 상대를 쫓아다녀서 결혼에 성공한 사람일수록 결혼하고 나서 그만한 대가를 받으려고 합니다. 그러니 결혼하고 나면 연애할 때 받은 만큼 결혼해서 잘해줄 각오를 해야지 ‘이렇게 잘해주니까 결혼하면 더 잘해주겠구나!’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결혼해서 더 잘해주면 좋지만 그럴 확률보다는 그동안 자신의 노력에 대한 대가를 바라고 있을 확률이 훨씬 더 큽니다. 결혼을 했다는 기쁨은 잠깐이고, 다음날부터 ‘내가 얼마나 너 만나려고 힘들었는지 아느냐?’ 하면서 자신의 노력에 대한 대가를 받으려고 합니다. 이에 대해 ‘네가 매달리니까 내가 결혼해줬지 않느냐? 그러니 앞으로도 계속 잘해라’ 이렇게 대응한다면 결혼한 다음 날부터 갈등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사람과 만나고자 합니다. 왜 나는 이기심을 갖고 대하면서 상대는 성인군자이기를 바라나요? 이 세상에 성인군자가 어디 있어요? 성인군자는 질문자와 같은 사람하고 결혼할까요? 성인군자가 뭐 때문에 질문자와 결혼을 하겠어요? 그러니 결혼을 너무 추상적으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내가 남자 친구랑 함께 자취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관점에서 결혼을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같이 산다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상대를 보는 눈도 생기게 되고, 나도 내 책임을 다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연애는 다릅니다. 연애는 같이 생활하지 않고 따로 살면서 가끔 만나는 것이니까 나이 차이가 나도 괜찮고, 외국인이라도 괜찮아요. 연애는 좋아하는 감정만 있으면 되니까요. 연애는 국적도 인종도 나이도 다 초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결혼해서 같이 사는 것은 연애하고는 달라요. 결혼은 오히려 자취생활과 비슷합니다.

결혼은 나이 차이가 너무 나면 그것 때문에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남자가 나보다 나이가 많으면 돈도 있고 딸처럼 잘 대해주는데 나중에는 내 말을 잘 듣지 않습니다. 아버지가 내 말을 잘 안 듣는 것과 같아요. 또 남자가 박력이 있고 학교 다닐 때 리더십이 있었다면 결혼을 해서는 고집이 세고 늘 자기 마음대로 합니다. 반대로 남자다움은 없지만 친구처럼 얘기도 잘해주고 재미있어서 같이 살아보면 친구는 되겠지만 가장으로 책임지는 자세가 없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결혼을 할 때 상대에게 모든 것을 다 원합니다. 때로는 아버지 같아야 하고, 때로는 일꾼 같아야 하고, 때로는 재미있기도 해야 하고, 때로는 남자답기도 해야 하고, 이런 식으로 말이에요. 그러나 한 사람이 그 많은 것을 다 갖출 수는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결혼에 대한 내 기대를 낮추면 결혼 생활이 무난해지고, 결혼에 대한 내 기대를 높이면 결혼 생활이 얼마 가지 못합니다. 그러니 상대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에요. 내가 결혼에 대한 관점을 분명히 가져야 합니다.

결혼 생활에 갈등이 생기는 이유

왜 결혼하면 갈등이 생길까요? 첫째, 생활 습관에서 제일 많이 부딪힙니다. 옷을 아무 데나 벗어서 던져놓는다거나, 남자가 화장실에서 변기를 사용할 때 깨끗하지 못하게 사용한다거나, 음식 맛이 차이가 나거나, 몸을 자주 안 씻는다거나, 이런 문제로 인해 자꾸 잔소리를 하게 되어서 갈등이 생기는 겁니다. 둘째, 성격이 안 맞아서 그렇습니다. 한 사람은 급하고, 한 사람은 느리다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겠죠.

그런데 대부분이 결혼할 때 무엇을 먼저 봅니까? 첫째, 사진을 교환하면서 인물을 먼저 봅니다. 둘째, 능력을 봅니다. ‘집안은 어떠냐?’, ‘어느 대학을 나왔냐?’, ‘직장이 뭐냐?’, ‘수입이 얼마냐?’ 이런 것만 고려하지 성격이나 습관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선택은 인물과 능력으로 하는 반면 실제로 같이 살면서 부딪치는 것은 생활습관과 성격이기 때문에 ‘같이 못 산다’ 이런 결론이 나는 거예요. 연애를 할 때는 좋은 감정만 봐도 되지만, 결혼 생활을 할 때는 생활습관과 성격을 보아야 같이 살 때 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걸 아무도 보지 않으니까 서로 부딪혀서 못 살겠다는 얘기가 나오는 거예요.

그러니 인물과 능력만 보고 결혼을 했다면 성격은 맞춰주어야 합니다. 살아보니 성격이 맞지 않는다면 그걸 고집할 게 아니라 무조건 상대의 성격에 맞춰주는 겁니다. 생활습관도 무조건 인정해야 하고요. 옷을 아무 데나 던져 놓는 걸 한두 번 지적해도 안 되면 ‘오케이’ 하고 인정해야 됩니다. 성격과 생활습관은 상대를 인정해버려야 갈등이 생기지 않아요. 그저 내 성격만 고집하면 같이 살 수가 없습니다. 좋아하는 감정은 잠깐이지만, 살면서 부딪히는 것은 결국 생활이거든요. 그러니 첫째, 나와 다른 상대를 인정해야 합니다. 둘째,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이해한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어야 누구 하고도 살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지금 이런 관점이 잡혀 있지 않아요. ‘어떤 사람을 만나면 내가 행복할까?’ 이 생각만 하는 거예요. ‘내가 어떻게 해야 무난하게 인생을 함께 살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을 해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말씀을 좀 드리고 싶습니다.”

“그럼 상대는 상관이 없고 저만 상대를 잘 이해하고 인정하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질문자는 의지심을 갖고 결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늘 위험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날이 맑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우산을 안 가지고 등산을 갔다면, 갑자기 비가 왔을 때 옷이 젖을 각오를 해야 된다는 거예요. 그러니 이런 모든 상황에서도 괴롭지 않으려면, 첫째, 의지심이 없어야 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지금 혼자 못 살 정도의 의지심을 갖고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질문자는 항상 ‘귀여움을 받는 애완용 동물로 살겠다’ 하고 자기 입장을 딱 정해놓고 살아야 돼요. 자기주장을 하면 안 되고, 그저 밥 주면 밥 먹고, 돈 적게 주면 적게 쓰고, 집에 안 들어오면 그냥 혼자 자고, 이렇게 살겠다는 각오를 해야 갈등이 안 생깁니다. 남편이 3일에 한 번 집에 들어오더라도 나 혼자 사는 것보다는 유리하다는 관점을 갖는다면 특별히 문제 될 것이 없어요.

그런데 질문자에게 아무 하고나 결혼하라고 하면 하겠어요? 물을 필요도 없이 골라서 할 거잖아요. 그러니 골라서 결혼을 하는데, 자기가 고르는 기준이 앞으로의 결혼생활에 큰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건 알고 결혼을 해야 합니다. 자기가 고르는 상대마다 반대급부가 나타날 수밖에 없어요. 그것을 두려워하라는 게 아니라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네, 감사합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서 스님은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방청객들에게 마이크를 넘겼습니다.

“자, 이 문제에 대해서 조언하실 분 있으시면 한 번 해보세요.”

한 분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이와 비슷한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저는 결혼 30년째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뭔가 채워지고 싶은 마음으로 결혼을 했습니다. 그런데 결혼해서 생활하다 보니 제가 막 손해 보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갈등을 참 많이 했는데 3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돌아보니까 오히려 제가 더 많이 도움을 받고 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또 저보다 훨씬 더 남편이 나은 것 같아요. 참고 살아온 결과가 오늘 그렇게 느껴집니다. 제 이야기가 질문자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싶어서 말씀드렸습니다.”

질문자도 스님과 대화를 나눈 후 소감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스님 말씀을 듣고 제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부족하지 않은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고, 기대를 많이 낮추면 더 행복해질 것 같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보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교사라는 직업이 제 성격과 안 맞아 괴롭습니다. 저는 내향적이고 유머나 말 센스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교사라는 직업이 안 맞는 옷을 걸친 것처럼 불편한데, 어떡하면 좋을까요?
  • 남편이 도박중독자라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습니다. 한 번 더 남편을 믿고 가정 유지를 위해 노력해야 할지, 저의 정신건강과 미래를 위해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할지 고민입니다.
  • 같이 있으면 제가 상처 받고 그 사람이 잘못되길 바라는 마음이 커져서 저도 같이 나쁜 사람이 되어가는 기분이 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럴 때 어떡해야 할까요?

대화를 다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실시간 댓글창에서 올라온 소감까지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진 후 다음 주 금요일 이 시간을 기약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천일결사 기도를 생방송한 후 오전에는 정토불교대학 학생들과 즉문즉설 생방송을 하고, 오후에는 행복시민대회를 온라인으로 하고, 저녁에는 전국 지원 담당자들을 대상을 소임자 교육을 온라인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3

0/200

ㅎㅎ

다름을인정하고 그사람입장에서는 그럴수있겠다 감사합니다

2021-10-27 17:42:33

이연희

오늘도 감사합니다. 😊

2021-10-25 11:49:29

전미애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추워진 날씨에 감기 조심하세요

2021-10-19 21:42:04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