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9.9 정토불교대학 입학식, 농사일
"어떻게 하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오늘도 농사일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농사팀 행자님들은 비닐하우스에서 고추를 따고 씻는 일을 하고, 스님은 비닐하우스 주변에 풀이 많이 자라 있어서 예초기를 돌렸습니다.


“비닐하우스 바로 옆에 마을 사람 논이 있어서 빨리 예초를 해줘야 할 것 같아요.”

예초기가 왱하는 소리를 내며 힘차게 돌아가자 스님은 비닐하우스 1동 입구에서 시작해 측면으로 이동하여 예초기를 계속 돌렸습니다.

불과 한 달 전에 깨끗이 풀을 벤 것 같은데, 그 사이 풀이 허리춤까지 자라 있었습니다. 바깥쪽 둑에 있는 풀을 먼저 깎고, 그다음에는 수로에 있는 풀을 깎고, 마지막으로 비닐하우스 바로 옆에 있는 풀을 깎았습니다.




두 시간 동안 예초기를 돌린 후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습니다. 비닐하우스 4동의 측면에서 예초기를 돌리고 있는 가운데 울력을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수고했어요.”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9시부터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식사를 한 후 두북 공동체 대중이 스님에게 한 말씀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발우공양을 하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발우공양은 ‘법공양’이라고 해서 밥을 먹을 때도 깨어있는 연습을 하기 위한 식사법입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이 발우공양을 하는 모습을 보면 그냥 밥을 먹는 데에만 급급해서 밥을 먹을 때 쩝쩝하며 씹는 소리, 숟가락을 달가닥 긁는 소리 등 소리가 많이 납니다. 항상 동작에 깨어 있어서 가능한 소리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한 동작, 한 동작 알아차림을 유지하면서 밥을 먹어야 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발우공양이라는 형식만 남게 되고 그 속에 담긴 수행의 원칙은 점점 사라지게 됩니다. 24시간 늘 깨어있어야 하지만, 그렇게는 못하더라도 발우공양을 할 때만이라도 알아차림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복도를 이동해 오전 10시부터는 방송실에서 정토불교대학 입학생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가을에 새로 입학한 2170여 명의 정토불교대학 신입생들이 생방송에 접속했습니다.

오프닝 영상으로 불교대학을 먼저 공부한 선배들이 보내는 축하 인사를 함께 보았습니다. 실시간 댓글창에도 선배들의 축하 메시지가 줄줄이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입학생들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만나 보았습니다. 온라인으로 모였지만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열기가 후끈 느껴졌습니다.

“정토불교대학 입학생 여러분, 입학을 축하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웃음)

짧은 명상을 한 후 입학생들은 정토불교대학 학장인 스님에게 입학 기념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환영 인사와 더불어 정토불교대학에서 무엇을 배우게 되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정토불교대학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졸업을 했을 때 얼마나 내 괴로움이 줄었는지, 얼마나 화와 근심, 걱정이 줄었는지입니다. 믿음이 얼마나 생겼는지, 불교 교리에 대해서 얼마나 이해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괴로움이 조금이라도 줄어들었다면 불교대학을 공부한 효과가 있는 것이고, 졸업 자격이 있는 거예요. 6개월을 공부했는데도 아무 변화가 없다면, 졸업 자격이 없는 겁니다. 왜냐하면 정토불교대학은 괴로움의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서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체험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입니다.

괴로움이 얼마나 줄어들었는가

그런데 방금 입학생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니까 기대가 너무 큰 것 같아요. 6개월 안에 새로운 사람이 되려고 하는 것 같았어요.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큽니다. 그래서 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옛 선사들은 단박에 깨쳐서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것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누구나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현실에서는 잘 안 됩니다.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면 집착을 내려놓아야 하는데 실제로는 잘 안 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나 남편, 아내에 대한 집착을 탁 놓아버리면 아무 괴로울 일이 없는데 그렇게 잘 안 됩니다. 돈에 대한 집착도 마찬가지이고요.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괴로워하는 것이 운명은 아닙니다. 전생에 정해졌다든지, 사주로 정해졌다든지, 하느님이 벌을 줬다든지, 그런 건 아니에요. 다만 우리가 살아온 삶의 습관이 쉽게 변하지 않을 뿐입니다. 그래서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 첫째, 먼저 이치를 배워서 알아야 합니다. 둘째, 작은 실천이라도 계속해봐야 합니다.

정토불교대학에서 공부를 해나가는 방식

정토불교대학 수업은 사전학습, 법문을 듣고 나서 자신의 소감 나누기, 실천과 연습, 이렇게 3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째, 법문을 듣고 이치를 공부합니다. 예전에는 법당에 와서 법문을 듣는 것을 중심으로 불교대학이 운영되었는데, 온라인 수업으로 바뀌고 나서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법문은 사전학습으로 수업에 오기 전에 각자 미리 들어야 합니다. 수업 시간에는 각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해서 법문을 듣고 나서 자신의 소감을 나눕니다. 소감 나누기를 해보면 각자 똑같은 법문을 들었는데 소감이 서로 달라요. 사람의 생각, 믿음, 가치관, 습관, 입맛 등은 다르기 때문에 나누기를 통해서 ‘서로 다르다’ 하는 것을 자꾸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아,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네’ 이렇게 이해가 됩니다.

처음에는 ‘아니 법문을 듣고 왜 저렇게 생각할까. 말도 안 된다’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자꾸 마음 나누기를 하다 보면 ‘아, 저 사람이 자란 환경, 믿고 있는 종교, 그 사람이 가진 가치관 입장에서는 그렇게 이해할 수도 있겠다’ 이렇게 조금씩 알아져 가는 거예요. 항상 내 관점에서만 보다가, ‘아, 저럴 수도 있네’ 이렇게 이해가 되고, 그것이 남편에게도 적용되고, 아이에게도 적용됩니다. 그래서 도반들과 나누기가 굉장히 중요한 겁니다. 나누기는 법문 들은 소감을 나누는 것이지 지식을 나누는 것이 아니에요.

‘법문을 들어보니까, 불교가 이런 건 줄 알았는데 내 생각과 다르네요. 불교가 내가 알고 있던 것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는 화를 내는 것이 상대가 잘못해서 내는 줄 알았는데, 내 뜻대로 안 되어서 내가 성질을 내는 것이라는 것을 새로 알았습니다.’

이렇게 자신이 느낀 대로 얘기하면 됩니다. 첫째, 사전학습으로 법문을 듣고, 둘째, 수업시간에는 모여서 나누기를 합니다. 셋째, 실천과제를 갖고 집에 가서 법문대로 한 번 실천해 봅니다. 예를 들어 ‘상대는 나와 다르다’ 하는 걸 일상에 적용해 보는 실천과제가 주어졌다면, 집에 가서 남편이나 아이가 뭐라고 할 때 내 입장과 다르다는 것을 계속 체험해 보는 거예요. ‘남편 입장에서는 나와 다르게 볼 수 있지!’ 이렇게 자각이 되면 화가 나지 않는데, 서로 다르다는 걸 인정하지 않으면 성질이 팍 납니다. 그러다가 ‘어, 그래! 남편은 나와 다르지. 다를 뿐인데 왜 화가 날까?’ 이런 식으로 스스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실천과제를 해 보면, 되는 것도 있고, 안 되는 것도 있는데, 대부분 안 되는 것이 많아요. 그런데 안 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자전거를 처음 타는 사람이 넘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과 같아요. 어떻게 타자마자 한 번에 쭉 갈 수가 있어요. 잘 안 되더라도 일단 실천해 보고 나서 다음 수업 시간에 모여서 마음 나누기를 해봅니다. 이렇게 사전학습, 나누기, 실천, 세 가지를 해가면서 하나씩 공부해 나가면 됩니다. 이것이 정토불교대학에서 공부를 해나가는 방식입니다.

정토불교대학에서 배우는 네 가지 과목

그럼 사전학습으로 공부하는 법문은 어떤 내용일까요? 첫째, ‘수행으로서의 불교는 무엇인가’ 하는 내용입니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불교는 종교로서의 불교예요. 남편이 술을 많이 먹어서 괴롭다면, 종교로서의 불교는 ‘부처님, 남편이 술을 안 먹게 해 주세요’ 이렇게 기도하라고 가르칩니다. 기도를 하니까 남편이 술을 안 먹으면 ‘부처님의 가피를 입었다’ 하며 기뻐하고, 남편이 술을 먹으면 ‘기도해봐야 소용없더라’ 하고 실망합니다. 이것이 종교로서의 불교입니다.

철학으로서의 불교는 ‘제법은 공한 거야’, ‘나라고 하는 건 없어’ 이렇게 이치를 공부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이치를 안다고 해서 괴로움이 없어지지는 않아요. 괴로움은 마음에서 생기는 것이지 머리에서 생기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교리를 많이 알고 있어도 괴로움은 없어지지 않아요.

그럼 수행으로서의 불교는 무엇일까요? 남편이 술을 먹는 행위는 내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지만, 남편 입장에서는 답답한 마음, 처지, 가치관 등 술을 먹을 수밖에 없는 조건이 있습니다. 남편은 술을 먹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니까 내가 아무리 먹지 말라고 해도 먹는 거예요. 그렇다고 해서 남편이 내 말 안 듣는다고 괴로워하며 살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술을 먹지 말라는 내 관점을 고집하면, 남편은 술을 그대로 먹고, 나는 괴롭고, 부부 관계에는 갈등이 생겨요. 그럴 때 수행이란 ‘아, 남편은 술을 먹을 수밖에 없구나. 먹을 수밖에 없다면 먹어라’ 이렇게 관점을 갖는 겁니다. 내가 뭐라고 하든 남편은 먹을 수밖에 없는 조건에 있기 때문이에요. 관점을 그렇게 가지면 남편이 술을 먹는 상황은 똑같은데, 나와 갈등도 안 생기고, 나는 괴롭지도 않습니다. 남편이 술을 먹어서 괴로운 것이 아니라, 사실은 술을 먹지 말라는 내 관점을 고집하기 때문에 괴로움이 생기는 거예요.

괴로움은 나의 집착과 무지로 인해서 생깁니다. 집착을 내려놓고 무지를 깨우치면 괴로움이 사라집니다. 어디 가서 빌 일도 없고, 내생이나 전생을 얘기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 내가 어떻게 할 거냐’ 이런 문제입니다. 이런 게 수행으로서의 불교입니다. 이것이 정토불교대학에서 배우는 첫 번째 내용입니다.

그러면 이 좋은 가르침을 누가 발견했을까요? 2천6백 년 전에 히말라야산 기슭에서 태어난 고타마 싯다르타라는 사람입니다. 이 분은 나중에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었습니다. 두 번째로 배우는 내용은 이 분의 삶입니다. 그분은 어디서 태어나서 어떻게 자랐고, 어떤 교육을 받았고, 무슨 문제의식을 느껴서 왕위를 버리고 출가했으며, 수행은 어떻게 했으며, 무엇을 깨달았고, 깨닫고 나서 어떻게 살았으며, 다른 사람을 어떻게 괴로움이 없는 경지로 인도했느냐, 이렇게 그분의 삶에 대해서 공부합니다.

그분의 삶에 대해 공부하면 모든 괴로움이 내 문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상대가 화를 내면 보통 나도 화를 내잖아요. ‘왜 화를 내냐?’, ‘네가 먼저 냈잖냐!’ 이렇게 싸우죠. 그런데 부처님은 상대가 화를 내는데도 빙긋이 웃었어요. 상대가 ‘왜 웃냐’ 하니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당신 집에 손님이 올 때 선물을 갖고 옵니까?’
‘그렇지’
‘당신이 그 선물을 안 받으면, 그 선물은 누구 겁니까?’
‘가져온 사람 거지! 그런데 그건 왜 물어?’
‘당신이 지금 나한테 화를 선물했는데, 내가 빙긋이 웃으면서 안 받으면, 그거 누구 거요?’

그러자 화를 내던 사람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부처님의 삶을 공부해 보면, 부처님은 자기가 행복할 뿐만 아니라 남도 행복하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두 번째 과목에서는 이런 부처님의 삶에 대해 공부하게 됩니다.

세 번째로 배우는 내용은 불교의 철학적 요소인 불교 교리입니다. 부처님은 깨달으신 후에 45년 동안 아주 검소하고 겸손하게 사셨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을 만나서 수많은 얘기를 했기 때문에 그 내용을 다 공부하려면 양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그 가르침의 요지가 무엇인지 정리해 놓은 불교의 근본 사상을 공부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로 배우는 내용은 불교의 역사입니다. 불교가 처음에는 수행을 가르쳤는데 왜 지금 우리 주위에는 종교로서의 불교만 남아있는지, 불교가 2천6백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공부합니다. 불교의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다시 수행으로서의 불교로 돌아가기 위해서입니다.

어떻게 하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특정한 종교나 인종, 나라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마음공부를 배우면 현재 있는 조건에서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좀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실천적 불교사상, 부처님의 일생, 불교의 근본 교리, 불교의 역사, 이렇게 4개의 과목으로 편재한 거예요. 그러니 종교가 있든 없든, 종교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어떻게 하면 내가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 하는 관점을 갖고 수업에 임해주시기 바랍니다. 자칫 잘못하면 지식으로 흐르기 쉬우니까,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항상 작게라도 체험을 해서 여러분 각자의 인생이 모두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입학 기념 법문이 끝난 후 입학생들은 교실별 안내에 따라 온라인 수업 사이트에 접속하여 조별 화상 미팅 방으로 이동했습니다. 조별로 서로 인사하는 시간을 갖고 입학식을 마쳤습니다.

오후에는 추석을 앞두고 부모님 산소를 찾아가 벌초를 한 후 참배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오후 5시에는 공동체 지부 공청회를 시작했습니다. 서울, 문경, 두북에 상주하는 80여 명의 공동체 대중들이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고, 준비된 의결 사항에 대해 토론하고 찬반 투표를 했습니다. 공동체 지부의 의결구조, 지회와 모둠 구성 방안에 대해 최종 결정을 하고, 저녁 7에 공청회를 마쳤습니다.

곧이어 7시 20분부터는 공동체 안거 이후 새로 구성한 분과별 위원회의 활동 결과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공청회를 시작했습니다.

2차 만일결사 방향, 온라인정토회, 농사, 유통, 으뜸절 운영, 사회활동 등 각각의 분과별로 논의 결과를 발표하고 스님의 조언을 들은 후 공청회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정토대전 경전팀 법사님들과 함께 하루 종일 회의를 한 후 저녁에는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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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괴로움을 없애겠습니다

2021-09-20 16:57:24

주유란

경전과 도반들을 통해 삶을 배울 수 있어 감사합니다. 부처님 법 만나 감사합니다

2021-09-16 07:39:20

이가람

차근 차근 배우겠습니다.^^

2021-09-14 13:5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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