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9.8. 수행법회, 농사일
“딸이 사이비 종교에 빠졌어요. 어떡하죠?”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드디어 구름 사이로 파란 가을 하늘이 보였습니다. 한 달 가까이 비가 내리고 구름 가득한 하늘이 계속 이어졌는데, 오랜만에 본 파란 하늘이 무척 반가운 아침이었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자 정토대전 회의를 하기 위해 문경 연수원과 수련원에서 법사님들이 속속 도착했습니다. 다 함께 작업복을 입고 밭으로 나갔습니다.

법사님들은 앞밭에서 배추 모종에 추가 비료를 주는 일을 했습니다. 배추벌레가 곳곳에 등장하기 시작해서 한랭사를 벗기고 벌레도 잡았습니다.



스님은 비닐하우스 4동에 물을 주는 일을 했습니다. 저수지에서 새어 나오는 물을 그냥 버리지 않고 어떻게 하면 비닐하우스 작물을 키우는 데에 사용할 수 있을지 스님은 며칠 째 연구 중입니다. 어제는 윗논에서 새어 나오는 물을 아랫 논까지 파이프로 연결한 후 다시 아랫논에서 비닐하우스까지 파이프로 연결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파이프에서 호스로 연결한 부위가 자꾸 풀어지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물을 주려니까 수압이 낮아서 파이프를 저 윗논에서부터 연결했거든요. 그랬더니 수압은 높아졌는데 대신에 여기 연결부위가 자꾸 풀어져요. 파이프에 흠을 내서 단단히 고정을 시켜야겠어요.”

파이프와 호스의 연결부위를 단단히 묶은 후 물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호스는 파종기에 부착해서 구멍 파기와 물 주기를 동시에 해결했습니다.

아침에 여광 법사님이 죽림정사에서 배추 모종을 가져오기로 해서 스님은 배추 모종이 도착하기 전에 미리 구멍을 파 놓았습니다.

“이제 물이 잘 나오네요.”

며칠 연구 끝에 이제 논에서 새어 나오는 물도 잘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능한 지하수는 사용하지 맙시다. 산에 사람이 살지 않기 때문에 산에서 내려오는 이 물은 온도도 적당하고 아주 좋은 물이에요.”

구멍 하나하나 마다 물을 듬뿍 준 후 며칠 전 심어 놓은 가을감자와 배추 모종에도 하나하나 마다 물을 흠뻑 주었습니다.


구멍마다 파종기를 넣고 빼는 일을 계속 반복했습니다.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서 스님 혼자서 비닐하우스 전체에 물을 주어야 하다 보니 울력 시간 2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8시에 아침 울력을 마치고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씻고 다시 법복을 입은 후 9시부터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10시부터는 주간반 정토회 회원들을 위한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수행법회는 매주 저녁에 생방송을 했는데, 오늘부터 경전대학 졸업생이 수행법회에 새로 합류하게 되면서 오전에도 특별히 생방송을 하게 되었습니다.

선배 도반들의 환영의 마음을 담은 영상을 함께 시청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신입 정토회 회원인 경전대학 졸업생들을 기쁜 마음으로 환영했습니다.

“오늘은 경전대학을 졸업하신 분들이 정토회의 회원으로 새로 가입을 해서 수행법회에 1400명 정도가 참여한다고 합니다. 이분들을 환영하기 위해서 오늘은 제가 오전에도 직접 법회를 하고, 오후에도 직접 법회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어요. 갑자기 요청을 받아서 원래 잡힌 일정들을 연기하고 변경했습니다. 정토회 회원이 되어 수행법회에 처음 참석하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웃음)

스님은 수행법회에 처음 오신 분들을 위해서 정토회 회원이 된다는 것과 수행법회에 참여한다는 게 어떤 뜻인지 이야기한 다음 처음 참가하신 분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네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마지막 질문자는 딸이 사이비 종교에 빠진 것 같다며 어떡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했습니다.

딸이 사이비 종교에 빠진 것 같아요. 어떡하죠?

“현재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딸아이가 언젠가 성경 공부를 하겠다고 해서 허락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 달 전에 말하길 성경 공부하는 곳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사이비라고 말하는 특정 종교라고 했습니다. 딸아이는 사회적인 인식과는 달리 올바른 곳이니 계속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인정을 해달라고 합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대한민국에는 종교의 자유가 있으니 어떡하겠어요. 종교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니까 그걸 함부로 할 수는 없잖아요. (웃음)

기독교에서는 그 종교를 사이비로 취급합니다. 사이비 취급을 하니까 그들 입장에서는 저항이 많은데, 역사를 보면 진짜 이단도 있고, 이단이 아닌데 이단으로 취급받은 경우도 있어요. 예수님이 태어나 활동하실 당시 사람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잖아요. 유대교에서 볼 때는 예수가 이단이었기 때문입니다. 또 기독교 안에도 가톨릭에서 볼 때 개신교가 초기에는 이단이었어요. 그래서 종교 재판의 대상으로 삼기도 했잖아요.

기존 전통의 입장에서는 전통이 아닌 것은 다 사이비라고 합니다. 대승불교에 대해서도 소승불교에서는 ‘비불설(非佛說)’이라고 말해요. 즉 ‘저건 부처님 말씀이 아니다’ 이렇게 얘기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소승불교를 믿는 국가인 태국에서는 스님들이 비행기를 타면 항공사에서 옆에 여성 승객이 앉지 못하도록 좌석을 배정해서 계율을 지킬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런데 한국처럼 대승불교 문화권에서는 스님들에게 그런 배려를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태국 사람들은 한국 스님들을 정식 스님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거기에다가 일본의 승려들은 결혼까지 허락되어 있다 보니 이런 인식이 더 심해요. 이런 경향이 있기 때문에 어떤 종교적인 행위를 두고 누가 사이비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섣불리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이 종말론이라는 건 좀 위험해요. 곧 지구가 종말을 맞는다거나 교주가 영원히 산다고 하면 좀 허황된 얘기이긴 하지만, 이런 종말론이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끄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내가 ‘지구가 곧 멸망하고 종말이 와서 믿는 자만 구원을 받는다’ 하는 얘기를 들었어요. 나는 지금 서울대학교도 못 갔고 취직도 못 했는데, 지금부터 취직해서 집도 사고 남들을 따라가려면 까마득하잖아요. 그런데 몇 년 안에 종말이 와서 서울대 나온 사람, 좋은 직장 다니는 사람, 돈 많은 사람도 다 지옥에 떨어지고 나만 구원을 받는다고 하면 절망한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까요, 안 될까요?”

“희망이 될 것 같습니다.”

“굉장한 희망이 됩니다. 옆에서 보는 사람들은 ‘미친놈들, 저걸 믿냐?’ 이러지만, 어떤 이유로든 크게 좌절한 사람들에게는 이런 말이 굉장한 희망이 되는 거예요. 그게 뒤처진 것을 따라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거든요. 가슴에 뭔가 허전함이 있고 좌절감이 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에 현혹되기가 쉬운 겁니다.

부처님은 신통력을 가지고 있었던 목련존자에게 신통력을 못 쓰게 했어요. 불법(佛法)이라는 것은 마음의 괴로움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인데, 신통력을 보이면 사람을 현혹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신비한 현상에 혹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아무리 신통력을 좋은 데에 사용한다 하더라도 중생을 어리석게 만들 위험이 있기 때문에 신통을 못 쓰게 한 겁니다.

요즘 우리나라 스님들은 사주를 보거나 길한 날을 잡는 게 예사예요. 이런 걸 스님들이 모르는 게 더 이상하고, 다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계율에는 인간의 운명을 점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나와 있어요.

‘관상을 보거나, 손금을 보거나, 사주를 보거나, 하늘을 보고 별점을 치거나, 이런 인간의 운명을 점치는 행위를 수행자는 일체 하면 안 된다’

이렇게 계율에 딱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런 행위를 많은 스님들이 하다 보니까 오히려 할 줄 아는 게 훌륭한 스님이고 할 줄 모르는 사람은 사이비 스님이라고 생각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웃음)

그런데 사실은 길한 날을 잡고 사주를 봐주는 행위를 수행자는 일절 못 하게 되어 있습니다. 부처님은 ‘지금 여기 깨어있기’를 굉장히 중요시하셨어요. 어떤 상황이 와도 흔들림 없는 길을 항상 가르치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는 절망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면 큰 희망이 될 수도 있습니다. ‘믿으면 복 받는다’, ‘믿으면 사업이 잘 될 수 있다’, ‘믿으면 시험에 걸릴 수 있다’ 이런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절망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종교를 너무 믿어버리면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게 됩니다. 요즘 20대들은 굉장히 절망해 있어요. 취직도 어렵고, 취직한다 해도 직장생활도 힘들고요. 그래서 젊은이들 중에는 코인에 투자하거나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직장 다녀서 돈을 벌어가지고는 도저히 못 따라갈 것 같으니까요. 지금처럼 부동산이 폭등하면 젊은이들은 근로 의욕을 상실하게 됩니다. 부동산은 너무 덩치가 크니까 못 하고, 자기 용돈이나 월급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건 전부 코인이나 주식에 투자를 해놓고 있는 거예요. 그런 것처럼 질문자의 딸도 일종의 투자를 한 겁니다. 이런 믿음에 투자를 해놓는 거죠.

‘코인이 대박 나듯이 이것도 나중에 어찌 될지 모르잖아. 내가 지금 믿고 열심히 활동하면 나중에 최후의 날이 올 때 내가 구원받는 건 물론이고 나로 인해 엄마까지 구원을 받을 수 있어. 엄마가 지금은 반대하지만, 나는 정말 엄마를 위해서 이렇게 하는 거야. 최후의 날이 오면 엄마가 나한테 고마워할 거야.’

이런 생각을 하니까 엄마가 말린다고 잘 말려지겠어요? 첫째, 딸의 종교적 자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습니다. 어떤 종교든 그것이 사회적으로 큰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은, 즉 사람을 때리거나, 물건을 갈취하거나, 성추행을 하거나, 사기를 치거나, 이런 일을 하지 않는 이상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우리나라에서는 헌법에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면 경계해야겠죠.

둘째, 무조건 사이비라고 단정 짓고 세상 사람들이 하는 기독교적인 논쟁에 끼어들지 말고 찬찬히 딸과 대화해 보면서 딸이 왜 그런 것에 심취하는지 살펴보세요.

‘아, 우리 아이가 지금 세상일에 좀 좌절하고 절망하고 있구나. 그래서 자기 나름대로 어떤 새로운 길을 찾으려고 애쓰는 중이구나.’

이런 것을 살펴서 대화를 해야 서로 감정이 상하지 않고 여유가 생깁니다. 그래야 딸이 그 방향으로 갔다가 나중에 어려움에 봉착할 때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습니다.

그 종교에 심취했다가 빠져나온 사람들이 그 종교의 특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영상들이 인터넷에 많이 나와있어요. 그러니 나름대로 자료를 찾아보고 대화를 나눠보세요. 무조건 딸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마시고요. 딸도 나름대로 자기가 보기에는 합리적인 것 같고 기회가 있는 것 같아서 참여하는 것이니까 딸을 믿고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풀어가는 게 좋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수학을 가르치는 교사인데요. 삶에 대해서 많이 괴로워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지 스님께 여쭙고 싶습니다.
  • 남편이 집 짓는 일을 하는 사람인데 일이 끝나면 종종 잔금을 못 받습니다. 결재를 못해줘서 인부들에게 졸리고, 자재비를 카드로 구입하여 결제일에는 제가 조릅니다. 어떻게 해야 나도 편안하고 남편도 편안하게 될 수 있을까요?
  • 정토회는 백 퍼센트 자원봉사로 운영된다 하셨는데 그럼 보시금은 설비 투자 외에 어디에 쓰이는지 궁금합니다.

질문에 대해 모두 대답을 한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방송실을 나온 스님은 곧바로 복도를 이동하여 수련실로 이동했습니다. 수련실에는 정토대전 사상팀 법사님들이 회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자, 시작합시다. 지난 한 주 동안 준비해 온 발표 내용이 있어요?”

사회사상팀에서 먼저 준비해 온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슈마허, 술락 시바락사 등 불교 경제학을 이야기한 분들의 핵심 사상을 요약하고 정리해 와서 쟁점 토론을 한 후 스님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경청했습니다.

이어서 인간 상호 간의 관계에 대한 가르침이 담긴 육방예경을 분석하여 발표하고, 스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불교사상팀에서 뇌과학의 관점에서 살펴본 ‘오온’에 대해 분석한 내용을 발표하고,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정토대전 회의를 마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후 4시 30분부터는 공동체법사단회의를 시작했습니다. 내일 있을 공동체 공청회를 앞두고 공동체의 의결구조, 지회구성, 모둠구성에 대해 토론한 후 여러 현안에 대해 의논을 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저녁 7시 30분부터는 저녁반 정토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수행법회 생방송을 했습니다. 오전 수행법회와 마찬가지로 얼마 전 경전대학을 졸업한 많은 회원들이 생방송에 참가하고, 선배 도반들로부터 환영을 받았습니다. 처음 수행법회에 참석한 분들 중에 네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긴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정토불교대학 입학식을 생방송한 후 저녁에는 공동체 지부 공청회와 안거 후 마련된 각 위원회와 공청회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2

0/200

봄봄

스님 말씀 새겨서 살겠습니다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2021-09-14 20:34:57

이윤주

감사합니다. 덕분입니다.

2021-09-13 16:54:25

호롱불

법문으로 들었던 내용을 문자로 읽으니 더 와 닿습니다. 자식이 신천지에 갔다고 울고불고 난리를 치면 나중에 신천지에 실망하여 딸이 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말씀이 곧 지혜네요. 첨엔 질문자의 질문에 동요되었지만, 정신차리고 나니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네요. 감사합니다.

2021-09-13 1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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