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9.7 정토경전대학 입학식, 농사일
“불교 공부가 지식화 되지 않고 자기 체험이 되려면”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스님은 산 밑밭으로 올라갔습니다. 오늘도 농사일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나날이 쑥쑥 크는 가지, 오이, 호박을 수확하고, 행자님들은 비닐하우스에서 빨간 고추를 따서 꼭지를 따고 씻는 일을 했습니다.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멈추기를 반복했습니다.

“해가 안 나서 농작물에게는 큰일이네요.”

아침 울력을 마치고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불교대학과 경전대학 입학생들이 공부할 교재 점검이 급해서 스님은 발우공양에 참석하지 않고 교재를 점검했습니다.

오전 10시에 정토경전대학 입학식을 시작했습니다. 국내에서 1500여 명, 해외에서 120여 명이 정토경전대학에 입학하여 생방송에 접속했습니다.

정토회 대표님의 환영 인사를 듣고 나서 경전대학을 졸업한 선배들이 준비한 축하 공연을 영상으로 보았습니다. 화상회의 공간에서 연출한 축하 노래를 들으며 입학식의 열기가 한층 뜨거워졌습니다.

이어서 입학생 모두가 스님에게 기념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입학생들에게 축하의 마음을 전하면서 경전대학의 교과과정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자세히 안내해 주었습니다.

“정토불교대학을 졸업하고 정토경전대학에 입학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불교대학에서도 수행을 배웠지만 경전대학에서는 지식보다는 경험과 체득에 더 집중해서 정진을 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경전대학에서 배우는 내용

정토경전대학에서 첫 번째로 공부할 경전은 ‘금강반야바라밀경’입니다. 줄여서 ‘금강경’이라고 부르는데요. 거의 3개월 남짓 공부하게 됩니다. 금강경은 우리나라 불교신자들이 가장 많이 독송하는 경전입니다.

두 번째로 공부할 경전은 ‘반야심경’입니다. 일반사찰에서 행사 때마다 일상적으로 읽는 경전이죠.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에서는 우리말로 번역한 삼귀의와 수행문을 읽고 매번 수업을 진행하지만, 경전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전법활동가 법회, 수행법회, 초파일법회, 백중법회 등 정토회의 모든 행사 때마다 일반사찰과 똑같이 반야심경을 독송합니다. 여러분들은 아직 반야심경 강의를 안 들은 상태이기 때문에 온라인 수업에서는 삼귀의와 수행문으로 반야심경을 대체하고 있는 겁니다. 반야심경의 뜻도 모르고 독송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여러분들이 경전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반야심경의 뜻을 알게 되니까 그때부터는 행사에 참여할 때마다 반야심경을 독송하면 됩니다.

반야심경은 비록 한 페이지짜리 짧은 경전이지만 대승불교의 핵심사상이 녹아 있는 아주 논리적이고 함축적인 경전입니다. 그래서 반야심경은 충분한 해설을 들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설을 듣지 않고 읽기만 해서는 무슨 말인지 도통 알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정토경전대학에서는 반야심경에 대해 한 달 동안 공부하게 됩니다.

세 번째로 공부할 경전은 ‘육조단경’입니다. 육조단경은 선불교의 핵심사상이 들어 있는 경전이에요. 우리가 만약 소승불교인 태국불교의 신자라면 소승 경전인 아함경만 공부하면 됩니다. 그런데 한국불교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대승불교를 거쳐서 다시 선불교를 거쳐서 오늘날 우리들에게 전해졌기 때문에 소승불교, 대승불교, 선불교의 역사를 모두 계승한 것이 한국불교의 정체성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소승경전도 공부해야 하고, 대승경전도 공부해야 하고, 선불교도 공부해야 합니다. 대신에 핵심 요점만 뽑아서 공부를 하게 됩니다.

경험하고 체험하는 수행으로서의 불교

경전대학은 이렇게 교과 과정이 배치되어 있는데, 불교대학 6개월 과정보다 배우는 양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그래서 온라인 강의만 들으면 불교를 지식으로만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그래서 경전대학에서는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대신에 수행 과제를 매주 제시하고, 마음 나누기 수업을 통해서 수행 실천을 밀착해서 도와주는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왜냐하면 불교 공부를 하는 데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자기 체험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가르침도 자기화가 되어야 합니다. 감동적인 법문과 훌륭한 부처님의 일대기를 수없이 들어봐야 부처님의 얘기일 뿐이고 법륜스님의 얘기일 뿐이지 자신이 경험해서 체득한 자기 얘기가 아닙니다. 마치 프로 운동선수가 야구공을 잘 던지고 축구공을 잘 차 봐야 그건 그들의 운동이지 관중석에 앉아서 응원하는 나에게는 아무런 운동도 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운동을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가 직접 운동장에서 야구공을 한 번 던지고, 축구공을 한 번 차고, 농구공을 한 번 던지고, 그럴 때 나한테 운동이 되는 거예요. 관중석에 앉아서 운동선수들을 평가하고 있는 것은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대학에서 배우는 내용들이 대부분 ‘이해’가 핵심입니다. 그러나 정토경전대학의 핵심은 이해가 아니라 ‘체험’입니다. 물론 경전에 대한 이해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정토경전대학에서는 매주 제시되는 실천 과제를 집에서 직접 경험해보고 그 내용을 도반들에게 공유하고 나누어야 합니다.

첫째, 실천을 해보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둘째, 이해도 해야 합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질문하고 이해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해에 너무 중심을 두면 지식화 되기가 쉽습니다. 셋째, 믿음도 가져야 합니다. ‘이게 사실이구나’ 하고 체험을 하게 되면 믿음은 저절로 이루어집니다. 체험을 하게 되면 ‘믿어야겠다’, ‘믿어야지’ 이렇게 각오하고 결심할 필요가 없고 저절로 믿어지게 됩니다.

이와는 반대로 종교에서는 믿음을 제일 중요시합니다. 무조건 믿어야 한다고 강조하죠. 반면에 철학은 이해를 중요시합니다. 그러나 수행은 체험이 가장 중요합니다. 정토회는 수행공동체입니다. 그래서 체험을 가장 중요시합니다. 물론 올바른 이해도 해야 하고, 바른 믿음도 가져야 합니다. 그러나 비중을 따지면 체험이 제일 중요하고, 두 번째는 이해이고, 세 번째는 믿음입니다.

여러분들이 법문을 듣고 나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있으면 법사님께 질문하면 됩니다. 수행 과제를 가지고 일주일간 경험을 해보고 온라인으로 도반들과 나누기를 하면서 다른 사람의 경험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똑같은 내용을 듣고도 각자 다르게 느끼는 것을 보면서 사람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는 거예요. 이렇게 체험을 중심으로 한 공부를 해나가야 합니다.

다음은 정토불교사회대학

경전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그다음은 무엇을 공부하게 될까요? 앞으로 신설되는 대학이 있습니다. 바로 ‘정토불교사회대학’입니다. 사회대학은 현재 교과 과정을 어떻게 구성할지 준비 중에 있습니다. 주로 불교적 입장에서 세상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 공부를 하는 대학입니다. 인류에게 큰 위기로 다가온 환경문제와 지금 이 시대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볼 것인지, 우리가 지켜내야 할 평화(平和)는 어떻게 볼 것인지, 정의(正義)는 어떻게 볼 것인지, 낙태와 시험관 아기에 대해 어떻게 볼 것인지, 아름답게 죽을 권리에 대해 어떻게 볼 것인지, 동성애에 대해 어떻게 볼 것인지 등 불교적 관점에서 사회 문제의 해법을 배우게 됩니다. 즉, 미래에 발생하게 될 여러 문제들에 대해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우리 민족의 뿌리로부터 시작해서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를 공부하는 역사 교육도 포함이 됩니다. 학교 다닐 때는 역사를 지식으로만 배웠잖아요. 그러나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지금과 미래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교훈을 얻기 위함입니다.

지금까지는 정토회 회원들조차 사회 문제에 대해 교양 차원에서 분절해서 가르쳤는데 앞으로는 종합적인 교과과정을 갖춘 정토불교사회대학에서 이 내용들을 가르치려고 합니다. 내년 봄까지 교과 과정 준비가 완료되면 여러분들이 졸업하고 나서 바로 입학할 수 있는데, 아직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에 내년 봄에 신설이 안 되더라도 나중에 정토불교사회대학이 개설되면 모두 입학하셔서 공부를 하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정토불교사회대학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을 미리 말씀드리고요. 오늘 여러분들은 경전대학에 입학했으니까 지금 중요한 것은 강의를 듣고 나서 일상에서 체험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지역에서 진행되는 실천 활동에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거예요. 다시 한번 경전대학에 입학한 것을 환영합니다.”

입학 기념 법문이 끝나고 입학생들은 각자 조별로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여 첫인사를 나누고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습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오후에는 비닐하우스 4동으로 가서 어제 작업하고 있던 저수지 물을 비닐하우스까지 연결하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전기 에너지를 가능한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네요.” (웃음)

아랫논에서 물을 받아서 비닐하우스로 연결했는데, 수압이 낮아서 파이프의 길이를 더 길게 늘여서 윗논에서부터 물이 관을 타고 비닐하우스까지 도착하도록 연결하고 나서 일을 마쳤습니다.

“내일 비닐하우스에 직접 물을 한번 주어 봅시다.”

해가 지고 저녁에는 원고 교정과 여러 가지 업무들을 처리하고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아침에 농사일을 하고, 오전에는 주간반을 대상으로 수행법회를 하고, 낮에는 정토대전 사상팀 법사님들과 회의를 한 후, 저녁에는 저녁반을 대상으로 수행법회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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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저

스님! 감사합니다. 늘 일념으로 배워가겠습니다.
스님의 시계는 하루 24시간이 아니신가봐요~

2021-09-18 09:50:07

감로화

정토사회대학이 개설되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2021-09-14 14:13:43

장연숙

입학식에서 들은 법문을 다시 보게되니 몇일 지나지 않았지만 입학식 느낌이 그대로 전해 집니다.
스님의 하루가 길게 힘들게 느껴 져서 보통 사람으론 흉내도 못 낼것 같아 진심 으로 존경스럽습니다.

스님의 하루가 건강을 해칠까 마음이 졸여질 정도 입니다, 하루하루 건강 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2021-09-12 06:5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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