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9.6. 전법활동가 법회, 농사일
“욕심으로 일하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비닐하우스로 향했습니다. 엊그제 비닐하우스 4동에 배추 모종을 심었는데 벌써 모종이 바짝 마르기 시작하는 것 같았습니다. 스님은 집게에 호스를 부착해서 배추 모종에 물을 주었습니다.


“하루 사이에 모종이 시들시들해졌어요.”

모종 하나하나마다 정성을 기울여 물을 흠뻑 주었습니다.

“전기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저수지 물을 이용하면 좋겠는데, 오후에 방법을 한 번 연구해 봅시다.”

스님이 모종에 물을 주고 있는 사이 묘당 법사님과 행자님들은 비닐하우스 측면에 잎채소를 심었습니다.

“채소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무엇이든지 심읍시다.”

레이크로 땅을 평평하게 만든 후 쑷갓, 청경채, 레드상추, 담배상추, 청치마상추, 불꽃상추, 알타리무, 시금치 등 종류별로 줄을 맞춰 씨앗을 뿌렸습니다.




가을에는 채소를 풍성하게 먹을 수 있도록 갖고 있는 씨앗은 남기지 않고 모두 땅에 뿌렸습니다.


씨앗을 뿌리고 흙을 가볍게 덮어준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물뿌리개로 물을 흠뻑 주었습니다.

비닐하우스 반대편 측면에는 양파 씨앗을 뿌렸습니다.

“거기는 물이 흘러내리는 곳이어서 물을 안 줘도 잘 자랄 겁니다.”

배추 모종을 두 줄 더 심는 것을 제외하고는 비닐하우스 4동에 새로 심을 채소는 거의 다 심었습니다.

“수고했어요.”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9시부터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식사 후 이번 주 농사 일감에 대해 의논한 후 발우공양을 마쳤습니다.

오전 10시부터는 전법활동가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350여 명의 주간반 전법활동가들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여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9월에 온라인정토회 정식 출범을 앞두고 무엇이 달라지게 되는지 여러 가지 정토회의 현안에 대해 공유를 해준 후 질문을 받았습니다.

오늘은 네 명이 사전에 질문 신청을 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정토회 활동이 너무 좋은데 혹시 욕심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며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욕심으로 일하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저는 정토회 활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때로는 일이 몰려서 정신없이 바빠서 힘들기도 하지만, 직장을 그만두고 정토회 일을 할 정도로 이렇게 사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법문에서 스님께서 ‘돈을 구하는 사람이나 도를 구하는 사람이나 이름만 돈에서 도로 바뀌었을 뿐 세속적 욕심으로 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람들이 골프 치는 것을 좋아서 하듯이 저도 정토회 활동을 그런 식으로 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집니다. 어떤 마음 자세로 앞으로 정토회 활동을 해야 할까요?”

“욕심과 원(願)의 차이는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괴로우면 욕심이고, 괴롭지 않으면 원(願)입니다. 원(願)을 가진 사람은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좌절하고 절망하거나 괴로워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이루어질 수 있는지 연구합니다. 연구하는 사람은 괴로움이 없습니다. 연구할 때 괴롭다면 노력은 하지 않고 결과만 좋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농사를 짓다가 고추에 병충해가 들었다고 합시다. ‘여름 내내 키워왔는데 고추 농사를 다 망쳤다!’ 하며 괴로워하면 수행자가 아닙니다. 수행자라면 ‘병이 났구나! 어떻게 할까? 올해는 농사를 포기하고 다 뽑아 버릴까? 아니면 약을 칠까?’ 하고 대책을 마련합니다.

요즘 저는 논에 피를 뽑느라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정토회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오셔서 세 차례나 뽑았는데도 피 반 나락 반입니다. 그러자 일부에서는 ‘이런 방식은 아니다’ 하고 불평을 합니다. 대중이 봉사를 와서 도와주니까 간신히 하지 일반인이 하기에는 가능하지 않은 농법이라는 거죠. 요즘은 일반적으로도 벼농사를 지을 때 약을 거의 치지 않습니다. 피약 한 번 치는 것과 볍씨 소독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약을 치지 않아요. 그러니 우리도 저농약 농사로 가야지 완전 무농약 농법은 우리의 노동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주장을 일부에서는 하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고 정토회가 유기농 농사를 지어서 값을 두 배 받고 판매를 할 수도 없잖아요. 이런 토론들이 지금 공동체 안에서 늘 오가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농토는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농토를 줄이고 유기농법으로 조금만 생산할 것인지, 농토를 넓히고 저농약 농법으로 농사를 지어서 정토행자들도 먹을 수 있도록 생산을 늘려갈 것인지에 대해 계속 토론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어떤 문제가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고 괴로워하면 그것은 욕심입니다. 괴로워하지 않으면 어떤 일을 해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질문자가 정토회 활동을 하다가 병이 난다거나, 집에 불이 난다거나, 정토회 활동을 하는 중에 사고가 나거나, 그럴 때 후회하는 마음이 든다면 정토회 활동을 수행으로 한 게 아닙니다. 그저 자기가 좋아서 한 일입니다. 골프 치러 갔다가 교통사고 나서 다쳤을 때 괜히 놀러 갔다가 다쳤다고 후회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후회하는 마음이 드는지 아닌지를 보면 수행으로 한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후회하고 괴로워하면 그것은 수행이 아닙니다.

3개월 참선을 했는데 깨닫지 못했다면서 다리 뻗고 운다면 그것은 참선을 욕심으로 한 겁니다. 명상을 하고 나서 왜 거부 반응이 생기는 사람이 있을까요? 명상을 욕심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명상을 하면서도 무언가를 이루려고 합니다. 모든 번뇌와 욕심을 다 내려놓고 하는 것이 명상이기 때문에 명상이 잘 된다 안 된다 이런 말은 성립할 수가 없습니다. 욕심이 있기 때문에 잘 된다 안 된다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이지 다 놓아버렸는데 잘 된다 안 된다는 것이 어디 있겠어요?

그래서 꾸준히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질문자가 정토회 활동이 골프 치는 것보다 더 좋다면 그것은 좋은 일입니다. 화투를 치거나 맛있는 것을 먹는 것보다 정토회 활동은 돈도 적게 들고 자연환경도 덜 훼손하고 교통체증도 덜 유발하기 때문에 좋은 일입니다. 게다가 남에게도 도움이 되니 더욱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좋은 일이라고 다 수행은 아닙니다. 좋은 일은 나쁜 일보다는 낫지만, 수행은 괴로움이 없는 길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정토회 활동이 좋은 일에 그치지 말고 수행이 되어야 합니다. 질문자가 어떤 어려움에 닥쳤을 때 후회하는 마음이 생긴다면, 그것은 좋은 일을 한 것이지 수행을 한 건 아닙니다. 그래서 좋은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수행입니다.

수행자로서 좋은 일을 하라는 것이지 좋은 일을 하면서 괴로워하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바가 아닙니다. 수행자가 되는 것이 기본이고, 그다음에 좋은 일을 해야 합니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을 하든지, 전법을 하든지, 결국 수행자로서 그 일을 해야 합니다. 이 말의 의미는 이런 일로 괴로움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이런 좋은 정토회 일을 하면서 괴로워하잖아요? 몸이 아프면 치료받으면 되고, 몸이 피곤하면 쉬면서 하면 되고, 바쁘면 밤잠을 좀 줄여가며 하면 되지, 괴로워하면서 한다면 수행적 관점을 놓친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천룡사는 기본 인프라가 너무 열악합니다. 앞으로는 불교대학 학생들을 위한 실천 활동도 진행해야 하는데, 도로나 인터넷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 막막합니다.
  • 올 상반기 전법활동가로 활동을 하다가 전법활동가를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평소 스님께서 직장을 최소 3년은 다녀야 한다고 하셔서 직장을 3년을 다녀야 할지 전법활동가를 해야 할지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 무분별하게 행해지는 산림청 벌목 소식을 접하고 환경운동을 실천하고 있는 정토회가 광범위한 벌목을 막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림청 벌목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대화를 마치고 사홍서원으로 전법활동가 법회를 마쳤습니다.

오후에는 다시 작업복을 입고 산 윗밭으로 올라갔습니다.

작년 봄에 심은 도라지가 두 해를 지나 여름 내 꽃을 피우더니 드디어 씨방이 줄줄이 달렸습니다.

“여기 보시면 씨방 안에 씨앗이 들어 있어요. 이 씨를 받는 겁니다.”

스님의 설명을 듣고 나서 행자님들도 도라지의 줄기를 성큼성큼 낫으로 베었습니다. 벌써 씨방이 말라서 흑갈색으로 변한 것도 많이 보였습니다.

씨방을 베어서 손으로 흔드니 착착착하며 작은 소리가 났습니다. 씨방 속에 씨가 어떻게 들어 있는지 궁금해서 반으로 잘라 보았습니다.

씨방 하나에 수많은 씨앗이 다섯 개의 방에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잘 익은 씨앗끼리 부딪히며 소리가 났던 모양입니다.


스님은 씨방이 주렁주렁 달린 도라지의 줄기를 성큼성큼 베었습니다. 옆에 천막을 크게 깔아 놓고 베어낸 씨방을 줄기 채 모았습니다.


“이 정도면 씨앗을 엄청 많이 받아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돈 주고 사려고 해 봐요. 엄청나게 비쌀 겁니다.”

줄기 채 베어낸 씨방은 포대에도 가득 담아서 산을 내려왔습니다.

스님은 삽과 파이프 관을 들고 다시 비닐하우스 4동으로 갔습니다.

“전기 에너지를 쓰지 않고 저수지에서 내려오는 물을 최대한 이용해 봅시다.”

저수지에서 내려오는 물은 윗논과 아랫논을 지나 비닐하우스로 옆으로 지나갑니다. 스님은 그 물을 받아서 비닐하우스에서 자라고 있는 채소에 물을 주자고 제안했습니다.



먼저 비닐하우스 4동 끝에 큰 물통을 하나 놓았습니다. 그리고 파이프 관 3개를 연결하여 아랫논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이 물통에 떨어지게 장치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파이프 관에 호스를 연결하니 호스에서 물이 졸졸졸 흘러나왔습니다.




“이렇게 하면 호스로 채소에 물을 줄 수는 있는데, 파이프 관에서 호스로 연결되는 부위에 병목 현상이 생겨서 아랫논에 물이 고여서 넘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해요.”

이것저것 방법을 찾아보다가 해가 저물었습니다.

“오늘은 안 되겠어요. 조금 더 연구해 보고 더 좋은 방법을 찾아봅시다.”

스님에게는 농사일이 연구 거리이고 놀이인 것 같습니다. 전기를 조금만 사용하면 지하수가 펑펑 나오기 때문에 대부분은 지하수를 이용하기가 쉬운데, 어떻게든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한 방법을 찾다 보니 연구 과제가 계속 생기고 있습니다. 연구를 하다 보면 일이 자연스럽게 놀이가 되는 것 같습니다.

해가 질 무렵 농사일을 마쳤습니다. 저녁에는 여러 가지 업무들을 처리한 후 하루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정토경전대학 입학식이 온라인 생방송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8

0/200

임승주

감사합니다. 수행자가 되고, 좋은 일을 하겠습니다.
후회와 괴로움이 일어나면 멈춰서 깊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2022-10-05 06:15:15

장연숙

전 요즘 약을 복욧중이라 기도시간 알람을 못듣고 40분전에 일어나 집에서 20여분 거리에 있는 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스님께선 농사일을 정말 즐기시는것 같아요.
오리 밭에도 크진 않지만 하우스 세동이 있어 채소들을 키워서 가게 식재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 스님 법문할때 마다 손을 잘 보는 일이 많았는데 왜 그렇게 손이 고우신지 이제야 깨달았습다

2021-09-13 06:46:27

오세영

욕심과 윈에 대해서 잘 알았습니다
후회하고 괴로우면 욕심으로 더욱 연구하고 즐기는 원을 채우겠습니다

2021-09-12 22:52:47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