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7.20 평화재단 회의, 정토회 기획위원회 회의, 백일법문 콘텐츠 회의
“미래 30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다 함께 가메달 밭에 단호박을 수확하고 콩밭 고랑에 잡초 매트를 깔았습니다.

“껍질이 진해지고 꼭지가 코르크처럼 변한 단호박만 따면 됩니다. 단호박 줄기를 밟지 않도록 조심해주세요.”

단호박을 따는 사람과 단호박을 전달받아서 통에 넣는 사람으로 나누어 일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잘 익은 단호박을 찾아 이리저리 얽혀있는 줄기 사이로 발걸음을 조심조심 옮겼습니다. 곧 잘 익은 단호박을 속속 찾아냈습니다.



단호박을 찾는 일도, 단호박을 던져주는 일도 마치 재미있는 놀이처럼 느껴졌습니다.




여럿이서 함께 하니 단호박을 금방 수확할 수 있었습니다. 스님이 안거 전에 할 일이 많아 힘들어 하던 농사 담당자에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금방 끝나네요. 해보니까 별 일 아닌데 왜 그렇게 힘들어 했어요?”

“그렇네요. 스님. (웃음) 그래도 저 혼자 와서 하려면 한참 걸려요.”



단호박을 다 옮겨놓고 콩밭으로 갔습니다. 감자를 캔 자리에 심은 콩이 어느새 한 뼘 이상 자라 있었습니다.

먼저 아래쪽 콩밭 고랑에 잡초 매트를 깔았습니다.

고랑은 폭이 제각각이었습니다. 길면 긴 대로, 짧으면 짧은대로 고랑 이쪽저쪽을 맞추고 철심을 드문드문 박아 고정시켰습니다.




곧 아래쪽 콩밭에 잡초 매트를 다 깔고 위쪽 콩밭으로 갔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햇살은 뜨거워졌습니다. 그늘 하나 없는 밭에서 일을 하니 땀이 줄줄 흘렀습니다.




고불고불 폭도 길이도 다른 고랑에 잡초 매트를 하나로 깔기도 하고 두 개를 겹쳐서 깔며 풀이 자라날 틈을 없앴습니다.


잡초 매트를 다 깔고 스님이 농사담당 행자에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다음번에 두둑을 만들 때는 고랑을 일정하게 반듯이 만들면 안 될까요?”

“네.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위쪽 콩밭까지 잡초 매트를 다 깔고 울력을 마쳤습니다. 2시간이 지났습니다. 곧 발우공양 할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스님은 오늘도 작업복이 흠뻑 젖었습니다. 흐르는 냇물로 얼굴을 씻어냈습니다.

농사일을 마치고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오전 10시부터 평화재단 활동가들과 화상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지난주에 이어서 11월에 예정된 평화재단 창립 17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앞두고, 팀 구성과 역할분담 관련해서 논의를 이어나갔습니다. 대한민국이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안보, 정치, 사회문화, 각 파트별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평화재단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점검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오후 1시부터는 정토회 기획위원회 회의를 온라인으로 진행했습니다. 기획위원 모두가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준비된 안건에 대한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토론 중에는 2차 만일결사 준비위원회와 2-1차 천일결사 준비위원회의 역할 분담에 대한 논의가 많았습니다. 스님은 2차 만일결사를 준비할 때 고려해야 할 점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우선 2차 만일결사의 기본 목표를 설정하는 게 필요합니다, 30년 전 1차 만일결사를 시작할 때는 수행 운동이 기초가 되고 환경 운동, 빈곤 퇴치, 평화 운동을 전개하는 것까지 4대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제 2차 만일결사의 목표를 세우기 위해서는 몇 가지를 더 고려해야 합니다.

미래 30년을 준비하기 위해 고려할 점

수행은 항상 기초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대로 가면 됩니다. 그러나 환경, 빈곤퇴치, 평화가 2차 만일결사에도 목표로 두어야 할 내용인지, 이 중에서 환경과 평화는 그대로 가지만, 빈곤퇴치는 하위 변수로 두는 게 나을지, 그렇지 않으면 다른 이슈가 더 큰 변수로 올라올지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1차 만일결사를 시작할 때는 연기적 세계관에 입각해 이 세상의 과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목표를 잡았습니다. 2차 만일결사에서도 이와 동일하게 목표를 설정할지 아니면 일부 수정 또는 보완을 할지 먼저 검토를 해야 해요.

우선 우리가 새로 개척하고 있는 사업들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첫째, 최근에 시작한 재활용 유통 사업이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추진해나갈 것인지 검토해봐야 합니다.

둘째, 안전한 먹거리라는 측면에서 유기농 식품 생산 유통이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자리매김할 것인지 검토해봐야 합니다.

셋째, 이 사업은 1차 만일결사를 시작할 때 기본적으로 설계해 놓았지만 아직도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사업인데, 바로 종합 웰빙센터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최근에 지부별로 마련한 으뜸절이 바로 종합 웰빙센터의 초기 단계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람들이 와서 운동도 할 수 있고, 명상도 할 수 있고, 휴양도 할 수 있고,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대안학교도 있고, 이런 종합적인 기능을 갖춘 웰빙 공간으로 조금씩 으뜸절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으뜸절은 그렇게 할 만한 어느 정도의 토지 규모도 충분히 갖추고 있습니다. 정토회는 이제 온라인으로 전환을 했기 때문에 으뜸절을 잘 활용하면 원래 우리가 세웠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크게 열렸습니다.

으뜸절에서 유아원이나 유치원을 운영해보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어요. 부모가 키울 수 없는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는 거죠. 아이들을 키우는 건 으뜸절에서 키우되 정토행자들이 각 아이들의 양부모가 되어 주는 겁니다.

그리고 정토회가 초기에 계획하고는 아직 하지 못 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아기 엄마들을 위한 수련입니다. 앞으로 결혼 전후, 아이를 낳기 전과 후, 각각 엄마의 역할이 무엇인지 체험하는 수련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토행자들이 노후를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야 합니다. 물론 노후와 관련된 것은 꼭 우리가 시설을 마련하지 않더라도 다른 요양병원과 자매를 맺어서 정토행자들이 가서 봉사도 하고 재정 지원도 하는 가운데, 그중에 일부 공간을 확보해서 노후가 되면 그 시설을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겠죠. 이렇게 으뜸절에 대한 종합 설계를 해서 방향을 잡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의 변화를 위해서 해야 할 역할

뿐만 아니라 세상의 변화를 위해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권력을 추구하는 정치는 우리가 지향하는 바가 아닙니다. 그렇지만 주민 자치를 비롯해 풀뿌리 민주주의가 실현되도록 하거나 궁극적으로는 국민 행복도를 높이는 정치가 가능하도록 우리가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시민들이 지역 현안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 바로 행복센터입니다.

1차 만일결사 때 목표로 잡은 환경, 빈곤퇴치, 평화 운동은 전 세계인을 상대로 했을 때는 2차 만일결사에서도 여전히 전법과 함께 큰 이슈가 될 겁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2차 만일결사부터 조금 더 지역 밀착형으로 실천적 과제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렇게 2차 만일결사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를 하는 것이 만일준비위원회가 해야 할 역할이에요. 당장 2차 만일결사를 시작할 때부터 다 실행한다는 게 아니라 어느 사업은 몇 차에서 시작하고, 또 어느 사업은 몇 차에서 시작한다는 기본 설계를 해야 된다는 겁니다.

1차 만일결사를 시작할 때는 워낙 막막한 상태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큰 틀밖에 계획하지 못했고, 구체적인 것은 사업을 진행해 가면서 계속 만들어 왔습니다. 물론 2차 만일결사를 시작할 때도 그런 측면이 있겠지만 그래도 2차 만일결사는 1차 만일결사보다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계를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설계들을 하나씩 해나감으로 해서 2차 만일결사에 대한 준비를 지금부터 해나가야 합니다.

지금은 만일결사 준비위원회가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하고, 으뜸절이 자리 잡도록 하고, 그에 따라 이런저런 현안을 다루면서 조직을 재편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이것은 2차 만일결사 중 1차 천일결사를 준비하는 것에 해당합니다. 2차 만일결사 전체를 준비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예요. 기획위원회에서는 이 점을 감안해서 초안을 내고 설계를 해보면 좋겠습니다.”

분과별로 정토회의 미래에 대한 설계를 더욱더 집중해서 해보는 것으로 하고 기획위원회 회의를 마쳤습니다.

2시 40분에 회의를 마치고, 화장실만 다녀오고 곧바로 다음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백일법문 콘텐츠 준비팀과 정토대전 편찬위원회가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했습니다.

지난 회의 때 온라인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의 교과과정 구성에 대해 초안을 발표했는데요. 각 단위별로 심화 논의를 한 후 조금 더 보완이 된 교과과정 구성안을 다시 발표했습니다. 각자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토론을 한 후, 마지막으로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스님은 만약 백일법문을 새로 하게 된다면 과거와 달리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강의를 하면 어떨지 제안을 했습니다.

“경전이라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오히려 현재와 미래를 보고 강의를 해보면 어떨까요? 만약 현재와 미래를 보고 새롭게 강의를 한다면, 세 가지 정도의 주제가 될 것 같아요.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세 가지 주제

첫째, 수행에 대한 주제입니다. 한마디로 ‘불교란 무엇인가?’ 하는 주제예요. 수행으로서의 불교에 대한 관점을 잡는 강의입니다. 불교에 대해서 사람들이 많은 오해를 가지고 있고, 심지어 윤회를 안 믿으면 불교가 아니라는 비판도 있을 정도예요. 그래서 어떤 것이 수행으로서의 불교인지 이야기하는 강의가 필요합니다.

둘째, 붓다의 재발견에 대한 주제입니다. 한마디로 ‘부처님은 누구인가?’ 하는 것에 대한 강의입니다. 부처님에 대해 대중이 갖고 있는 오해가 굉장히 많아요. 그래서 붓다는 어떤 삶을 산 사람인지 이야기하는 강의가 필요합니다. 붓다가 어떤 인격을 가지고, 인도 당시의 어떤 상황 속에서 살았고, 어떤 문제를 제기하신 분인지, 여러 가지 역사적 근거를 갖고 사회적으로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어요.

셋째,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주제입니다. 이것은 수행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이 세상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강의입니다. 즉, 사회적인 실천 문제에 대한 얘기입니다. 세상의 문제를 해석하기 위해 불교를 인용하는 것이 아니라 불교적 관점에서 볼 때 앞으로 환경문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며, 빈부격차 문제는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해요.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해서 사회 발전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사회를 변화시켜 나가는 것과 사회에 적응해나가는 것 사이에 중도적인 관점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거든요.

이렇게 세 가지 주제가 강의의 중심 내용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이런 주제로 강의를 한다면, 강의 방식도 완전히 달라져야 해요.

새로운 방식으로 강의를 해보면 어떨까요?

과거의 경전을 해설해주는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소승이니 대승이니 선이니 하는 이런 구분을 떠나서 이 주제를 이야기할 때 필요한 경전의 내용이 인용 구절로 들어오는 겁니다. 대승 경전에서는 이 주제를 이런 관점으로 보고 있고, 선불교에서는 이럴 때 이렇게 관념을 타파했다고 얘기해주는 방식으로 강의가 진행되는 거예요. 과거를 해설해주는 게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 대해 강의를 하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현재와 같이 불교대학에서 교리를 해설해주고, 경전대학에서 경전 구절을 해설해주는 방식은 미래지향적인 방식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주제로 강의를 하되 필요하면 경전의 일부를 인용하는 방식으로 강의를 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그렇다면 이름도 '경전대학'이 아니라 '보살대학'이라고 부르는 게 더 적절할 수 있습니다. ‘보살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이것이 강의 주제이고, 이 주제를 강의하기 위해서 금강경 1분부터 6분까지를 공부하는 거예요. 필요하면 화엄경의 일부를 공부할 수도 있고, 법화경의 일부를 공부할 수도 있고, 육조단경의 일부를 공부할 수도 있겠죠. 이런 방식으로 오히려 강의를 하는 것이 일반 대중들이 이해하기에는 훨씬 쉽지 않을까요? 불교 학자들이 아닌 이상 일반 대중들은 금강경의 각 구절이 의미하는 바를 자세히 아는 것이 그렇게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스님의 새로운 제안은 당장 구체화시키기에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일단 오늘은 이미 마련된 교과 구성안을 조금 더 세밀하게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두 시간을 논의한 후 다음 회의 때 더 준비해 와서 토론하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오후 5시부터는 정토회 하반기 행사 일정을 조정하기 위해 화상 회의를 했습니다. 각 단위 대표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여 각 단위의 행사 일정을 서로 조정했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에는 원고 교정과 여러 업무들을 처리했습니다.

내일은 농사일과 정토대전 사상팀 법사님들과 하루 종일 회의를 한 후 저녁에는 수행 법회를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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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롱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1년 계획도 지켜보지 못했는데 정토회의 30년 계획에 동참하게 되어 큰 영광입니다. 비록 개인적으로는 해보지 못한 일이지만 정토회의 장기간의 계획 실천의 맛을 보고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2022-04-07 12:59:58

김종근

감사합니다

2021-08-18 21:05:32

류언수

농사짓고,세상의 변화를 위해 우리가 해야할 역할을 이야기하고,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강의내용을 정리하고,새로운 30년을 기획하고....수행자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이정표를 세워 주셔서 고맙습니다. 따라해봅니다.

2021-08-10 06:4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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