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7.8. 원고 교정, 고추 따기
“남편이 미우니까 아이도 너무 밉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어제에 이어서 책 원고 교정 업무를 하루 종일 보았습니다.

행자들은 새벽 울력을 하고 발우공양을 한 후 모두 작업복을 입고 비닐하우스로 나왔습니다. 고추에 진딧물이 너무 많이 퍼져서 지금 달려있는 고추를 모두 따고 방제를 하기로 했습니다. 고추를 따고 초록 고추, 익어가는 고추, 상한 고추로 분류를 했습니다.




3동에 고추를 다 따고 2동에 고추를 따고 있을 때 원고 교정을 보던 스님도 작업복을 입고 비닐하우스로 나왔습니다.

“스님, 원고 교정은 다 보셨어요?”

“아직 다 못 봤어요.”

스님도 상자를 하나 들고 아직 고추를 덜 딴 두둑으로 가서 고추를 땄습니다.


“진딧물이 적당히 퍼졌으면 고추도 살고 진딧물도 살았을 텐데 화를 자초하네요. 여기에 삶의 교훈이 있어요.”

곧 고추를 다 땄습니다.


고추를 분류하고 3단계로 씻었습니다.




행자들이 고추를 씻는 동안 스님은 다시 비닐하우스로 들어가서 고랑에 자란 풀을 뽑았습니다.


비닐하우스 끝까지 한 줄을 끝내고 다시 돌아 나오며 비닐하우스 앞까지 한 줄에 난 풀을 다 뽑았습니다. 비닐하우스 앞 풀도 뽑았습니다.


비가 그쳐 저수지로 올라가 보았습니다.

“이야, 물이 가득 찼네요.”

저수지 공사를 하고 나서 물이 더욱 많이 고였습니다.

저수지에서 내려오니 행자들은 아직 고추를 씻고 있었고, 저녁 식사는 아직 준비가 덜 되었습니다. 스님은 양 손에 낫을 들고 4동 비닐하우스로 가서 또 풀을 뽑았습니다.

“저는 풀 담당이에요.”



두 두둑의 풀을 다 매고 농사 창고로 왔습니다. 농사 창고 바닥에는 물이 흥건했습니다. 스님은 빗자루를 가져와 물을 쓸어 담았습니다.

“왜 스님이 바닥을 치우세요.”

한 행자가 안타까워하며 말하자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내가 뒤치다꺼리를 잘하잖아요. 행자님 도와줄 때는 좋아하더니 다른 사람 돕는 건 불만이에요?”(모두 웃음)

곧 공양 준비가 다 되어 일을 멈추고 바로 농사 창고에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스님은 다시 원고 교정을 하고, 행자들은 남아 계속 고추를 씻었습니다. 스님은 밤이 깊도록 계속 원고를 교정했습니다. 오늘 한 권은 끝냈고, 불교대학과 경전대학 교재 교정까지 하려면 내일도 계속 원고를 보아야 합니다.

내일은 오전에는 원고 교정을 하고 오후에는 온라인으로 법사단 회의를 한 후 저녁에는 온라인 즉문즉설 강연이 있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18일 금요 즉문즉설 강연 중에서 소개하지 못한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남편이 미우니까 아이도 너무 밉습니다

“시어머니의 과보호 속에서 자란 신랑을 보면서 아들을 저렇게 키우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런 제 마음이 지나쳤는지 큰 아이에게 유독 엄하고 모질게 대했습니다. 신랑이 사고를 칠 때나 시댁이 미울수록 더욱 아이가 같이 미웠습니다. 지금도 큰 아이가 너무 밉고 싫습니다. 사소한 실수도 그냥 넘기기가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는 아이가 제 눈치를 살핍니다. 아이가 잘못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아이에게 화풀이하는 제 자신을 보면서 제가 한심하고 마음이 속상합니다. 제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엄마가 돼서 아이를 그렇게 대하면 어떡해요. 아이가 잘못을 했더라도 그렇게 야단치면 안 되는데, 아이 탓이 아닌 것을 아이 탓으로 돌려 야단을 친다면 것이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잖아요?”

“네, 아닙니다.”

“바람직한 행동이 아닌 줄 알면 안 하면 되죠. 안 하면 되지 마음을 다스릴 게 뭐 있어요? 질문자가 자기도 모르게 자꾸 그렇게 행동한다면 그 과보를 받아야죠. 아이 입장에서는 억울할까요, 안 할까요?”

“억울합니다.”

“자기가 잘못해서 야단을 맞아도 억울한데, 자기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야단을 맞으면 더 억울하겠죠. 억울하면 속에 자꾸 스트레스가 쌓입니다. 아이가 어리니까 힘이 없어서 지금은 저항을 못 하는데, 아이가 어느 정도 커서 힘이 세지면 저항을 합니다. 만약 아이가 사춘기가 됐는데도 엄마가 지금처럼 행동하면, 아이가 엄마에게 욕설을 하거나 손찌검까지 하는 상상도 못 할 일이 발생합니다.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될 확률이 계속 높아져 가고 있다는 거예요.

지금 한 행동의 결과가 오늘 당장 나타나면 탁 고쳐질 텐데, 지금은 그렇게 해도 결과가 안 나타나니까 안심하고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자꾸 하는 거예요. 그러나 질문자의 행동에 대한 결과는 잠재되어서 누적되고 있습니다. 언젠가 그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할 텐데, 그때서야 후회하게 되겠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그래도 할 수 없죠. 그때 실컷 고통을 겪고 과보를 받으면 되니까요.

제가 질문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한 것도 아니고, 질문자가 스스로 그런 행동은 안 하면 좋겠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잖아요. 그럼 안 하면 되죠. 질문자가 안 하려고 하는데 자꾸 그런 행동이 나온다면, 나중에 과보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나중에 아이가 어떻게 저항을 하든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돼요.

‘아이고 미안하다, 너 어릴 때 내가 너한테 나쁜 짓을 많이 했으니까 너도 분풀이 좀 해라. 실컷 해라. 그 정도 갖고 되나’

이렇게 아이가 분풀이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그때 가서도 아무런 괴로움이 안 됩니다. 아이가 욕을 해도 ‘아이고, 내가 너한테 한 것보다 적다, 더 해라’ 이렇게 마음을 내고, 아이가 엄마한테 손찌검을 해도 ‘내가 너 때린 것보다 적다, 더 해라’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과보를 당당하게 받아들이면, 아이가 그런 행동을 해도 괴롭지는 않아요.

지금 돈이 궁해서 빌렸으면 나중에 갚으면 되고, 갚기 싫으면 안 빌리면 되듯이, 나중에 과보를 받기 싫으면 지금 그렇게 하고 싶어도 안 해야 되고, 어쩔 수 없이 자꾸 했다면 나중에 과보를 받으면 됩니다. 아이나 남편을 위해서 그렇게 하라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그렇게 하는 거예요. 어떤 인생을 살 것인지는 내가 결정하는 겁니다. 혼자 살고 싶다면 혼자 살면 되고, 결혼해서 살고 싶다면 결혼해서 살면 됩니다. 대신에 혼자 산다면 혼자 사는 외로움을 반드시 이겨내야 되고, 결혼해서 산다면 서로 맞추는 어려움을 반드시 이겨내야 돼요. 안 그러면 자기가 선택해 놓고 나중에 후회합니다.

인생살이에는 왕도가 없습니다. 자기가 선택하고 자기가 책임지는 거예요. 얼마나 좋아요. 여기에는 하느님도 개입 못 하고, 부처님도 개입 못 하고, 사주팔자나 전생도 개입 못 합니다. 아무도 개입할 수가 없어요. 자기가 선택하고 자기가 결과를 받는 겁니다.

그런 것처럼 질문자가 아무 잘못도 없는 아이에게 화풀이를 했다면, 그 과보가 어디로 가겠어요? 언젠가는 반드시 나에게 돌아오겠죠. 돈을 빌려 쓸 때는 좋았지만 갚을 때는 힘들듯이, 인연을 지을 때는 크게 문제의식이 없었는데 나중에 그 과보를 받을 때는 좀 따갑습니다.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날 거예요.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나 놓고 후회하는 겁니다. 그런데 그때도 후회하지 말라는 거예요. ‘빌렸으니 당연히 갚아야지’ 이런 자세로 임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계속 그렇게 아이한테 짜증내고 화를 내세요. 그래서 나중에 과보를 왕창 받으세요. 괜찮아요. 자기가 그렇게 하겠다는데 어떡하겠어요.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담배 끊는 방법을 물으면 저는 이렇게 대화를 합니다.

‘담배를 피우니까 건강이 안 좋습니다.’
‘그럼 끊으세요.’

‘어떻게 끊습니까? 도저히 못 끊겠습니다.’
‘그럼 피우세요.’

‘피우면 건강에 안 좋잖아요.’
‘네, 안 좋죠.’

‘그런데 왜 피우라고 합니까?’
‘그럼 끊으세요.’

‘어떻게 끊습니까? 안 끊어지는데요.’
‘그럼 피우다 일찍 죽으면 되잖아요.’
...

여기에 달리 길이 있어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해요? 여기에 다른 길이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길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생살이가 복잡한 거예요.

담배를 피우고 건강이 나빠지든지, 건강을 염려하면 아무리 담배를 피우고 싶어도 끊든지, 두 길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어떻게 담배를 끊느냐고 계속 묻는 것은 끊기 싫다는 말이에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담배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뜨거운 물건을 들고서 ‘이거 뜨거운데 어떻게 합니까?’ 하고 물으면 ‘놓아라’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놓습니까?’ 하고 물어요. 어떻게 놓긴요. 그냥 놓으면 되죠. ‘앗, 뜨거!’ 하고 그냥 놓으면 됩니다.

담배를 피워서 건강이 나쁘다고 해도, 아직 죽을 때가 멀었기 때문에 안 고쳐지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냥 피우라고 말하는 겁니다. 죽을 정도가 되면 죽든지 끊든지 할 거니까 계속 피우라고 하는 거예요. 이럴 때 저는 ‘피우고 일찍 죽어라’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에요. 다른 길이 없으니까요. (웃음)

담배를 피워서 건강이 나쁘다면 당연히 끊어야 되고, 너무 많이 먹어서 문제가 있다면 그만 먹어야 되는 거예요. 인생은 다른 길이 없는데, 여러분은 다른 길이 있다고 착각을 하는 거예요. 특히 종교에서 자꾸 환상을 심어주기 때문에 인생이 복잡한 거예요.

인생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다람쥐도 살고 토끼도 살고 노루도 사는데, 사람이 사는데 왜 복잡해요? 사는 건 하나도 힘이 안 들어요. 그냥 밥 먹고 살면 돼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자꾸 복잡하게 생각해서 모순적인 것을 함께 가지려고 합니다. 그것이 욕심이에요. 담배도 피우고 싶고, 건강도 안 해치고 싶은 겁니다. 투자는 하고 싶고, 손실은 안 생기고 싶은 거예요. 아이한테 욕은 실컷 하고 싶고, 나중에 과보는 안 받고 싶은 겁니다. 나는 내 맘대로 하고 싶고, 남편은 자기 맘대로 안 하고 내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인생이 복잡해요. 짜증 많이 내세요. 자꾸 내세요.”

“아니오. 지금 과보를 막고 싶어요.”

“젊을 때는 주로 남편 때문에 고생을 하지만, 남편에게 적응해서 살만하면 이제 아이 때문에 고생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평생 고생하는 거예요. 이것만 해결하면 끝나는 줄 알았더니 더 큰 게 나타나는 거예요. 전생에 죄를 많이 져서 그런 것이 아니고, 질문자가 지금 계속 그런 상황을 만들고 있는 겁니다. 그걸 확실히 알면 딱 정리를 할 수 있죠. 그런데 여러분들은 ‘그래도 설마’ 이렇게 자꾸 생각하기 때문에, 과보가 닥치고 나서야 놀라고 두려워하고 괴로워하고 원망하게 되는 겁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낳은 아이지만 앞으로는 독립된 주체로 생각해야겠다는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더 노력하겠습니다.”

“그런 수준 갖고는 안 돼요. 뼈를 깎는 각오가 있어야 이 문제가 해결이 돼요. 남편이 마음에 안 들면 그래도 미워하지 말라고 할 텐데, 남편이 마음에 안 든다고 자식을 미워하면 그건 앞으로 엄청난 과보를 받아야 할 일이에요. 전파상에 가서 전기 충격기를 하나 사와서 앞으로 아이에게 짜증을 낼 때마다 자기를 콱 찔러서 몇 분 기절했다가 깨는 정도의 각오를 해야 미래의 과보를 막아낼 수 있습니다. 지금 그런 자세는 우선 아이에게도 안 좋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아동학대죄가 됩니다. 그리고 나중에 받을 과보는 질문자가 평생 눈물 속에서 살아야 할 정도이기 때문에 정신을 좀 차리셔야 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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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희

지금도 착각을 하고살고 있나봅니다....
딱 알아차리고 뼈를깎는 각오로 문제(술)를 해결해야하는데 꼭 문제 앞 에서 핑계를 대려는 저를 대하곤 합니다.ㅠㅠ
스님 말씀처럼 다른방법은 없는데 말입니다.
무지해서 놓치고 같은실수를 하고 또 참회하고
그래서 오늘도 정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2021-07-19 09:35:08

김종근

감사합니다

2021-07-16 05:44:54

강원상

어인일인지 오늘 말씀은 이해가 쏙 쏙 들어옵니다
감사합니다 잘 들었습니다 ^^

2021-07-14 11:5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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