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6.13. 영어 통역 즉문즉설, 아도모례원 감자 캐기, 일요명상
“저에게 분노하는 딸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도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농사일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지난봄에 머위가 많이 났던 논 옆 경사면으로 가보았습니다.

머위대를 수확하기 위해 논둑으로 갔습니다. 여름이 오기 전 울타리 주변과 논둑에 난 풀을 싹 베었는데 어느새 온통 초록색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지난번에 풀을 싹 베고 나서 더 잘 자란 것 같아요.”(웃음)

풀뿐만 아니라 머위도 줄기가 통통하게 잘 자라 있었습니다.

“여름에는 먹을 게 지천으로 깔렸죠.”

저절로 자란 머위만으로도 반찬 걱정은 없겠다 싶었습니다. 스님은 머위 몇 가닥을 한 손에 쥐고 낫으로 아래쪽을 슥 벴습니다. 가지런하게 정리한 후 잎은 싹 베고 줄기만 모았습니다.



“초근목피로 연명했다는 말 들어봤죠? 먹을 게 없으면 풀뿌리랑 나무껍질을 벗겨 먹고 목숨을 부지했다는 거예요. 그런데 곡식은 야생에서 구할 수가 없으니까 귀했어요.”

머위와 함께 풀도 벴습니다. 스님이 지나간 자리가 훤해졌습니다.

한 시간 가까이 머위를 수확했습니다. 가져간 바구니가 가득 찼습니다. 머위에 맺혀있던 이슬이 작업복 곳곳을 적셨습니다.

농사창고로 가서 무게를 재보니 10kg이었습니다. 머윗대를 상자에 가지런히 옮겨 담았습니다.

“보기도 좋은 떡이 먹기도 좋잖아요.”


비닐하우스로 가보니 풀이 또 자라 있었습니다.

“엊그제 풀을 맸는데 또 자랐네요.”

구석에 난 풀만 뽑고 법문 할 시간이 다 되어 울력을 마치고 방송 시작 시간에 맞춰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침 8시부터는 영어 통역 즉문즉설인 ‘Dharma Talk’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미국, 캐나다,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110여 명의 외국인들이 유튜브로 생방송에 접속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진행되는 영어 통역 즉문즉설 시청자들을 위해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저는 요즘 매일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 모내기를 끝냈고요, 요즘은 감자를 캐는 시기입니다. 한국 시간으로 지금 오전 8시인데 새벽에 일어나서 아침 6시부터 농사일을 하다가 씻고 방금 방송실에 들어왔습니다.” (웃음)

곧바로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두 명이 질문을 했습니다.

  • 뇌졸중 후 명상에 필요한 뇌의 일부분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명상을 할 수가 없습니다. 불교를 배우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 상사가 일을 추가로 줄 때 짜증이 나고 화가 납니다. 어떻게 하면 중도를 찾고 화를 효과적으로 지켜볼 수 있을까요?

이어서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방청객 중에서 즉석에서 현장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중 한 명은 딸과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갈등을 풀어야 할지 질문했습니다.

저에게 분노하는 딸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I love your teachings. There is something very unusual in my practice. I’ve been practicing meditation every Sunday, I’ve been doing my prostrations, I was feeling quite happy. I have two daughters, one from my first marriage and one from my actual marriage. I thought that I did the best I could because divorce is not easy. When I divorced, she was 5 years old. I thought I was doing the best for her. I used to bring her all the time to keep a connection with her. I did that for many years and she grew. She’s very angry. She’s been holding anger and I understand her anger. She expects for me to be there and I can’t. She invited me recently and she got extremely angry and wrote me a letter with a lot of pain and poison. And my practice has been shook. I lost my peace in some way. I feel so much hate in the way that she wrote these letters to me. It’s making me suffer right now and I don’t know what to do."

(스님의 가르침을 사랑합니다. 제 수행에 장애가 있습니다. 저는 일요일마다 명상에 참여하고 절도하면서 꽤 행복해졌습니다. 저에겐 첫 번째 결혼에서 얻은 딸과 두 번째 결혼에서 얻은 딸이 있습니다. 이혼이 쉽지 않기 때문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이혼했을 때 딸아이는 5살이었습니다. 제 선택이 아이에게도 최선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자녀와 유대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제 딸은 심한 분노를 갖고 있습니다. 제 딸은 제가 옆에 있길 원하지만 현실은 그럴 수 없습니다. 최근에 저를 초대했는데 극도로 분노했고, 편지로 많은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저의 수행도 많이 흔들렸고, 내면의 평화를 잃었습니다. 딸이 편지를 쓴 것에 대한 분노와 고통에 대해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딸에게 많은 정성을 쏟았는데 돌아오는 것이 질문자가 원하는 보답이라기보다는 원망이 돌아오니까 마음이 많이 아프시겠네요. 그런데 이것은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고 이런 게 인생입니다.

제가 물을 테니까 아주 간단하게 대답해 보세요. 제가 어떤 여자분을 사랑한다고 합시다. 그 여자분이 너무 사랑스러워요. 그런데 그 여자분은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도 그 여자분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사랑해’ 하면서 껴안고 키스를 했습니다. 저는 정말 나쁜 마음 하나 없이 진심을 다해서 사랑을 표현했습니다. 저는 사랑을 했지만 그 여자분 입장에서는 사랑을 받았습니까? 성추행을 당했습니까?”

“She would think she’s sexually harassed.”
(여자분 입장에서는 성추행을 당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나는 사랑했는데 왜 여자분은 성추행을 당했다고 생각할까요? 나는 성추행할 의도가 전혀 없었는데 말이죠. 그러니 좋은 의도로 행동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결과가 따르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질문자 역시 본인 나름대로는 딸을 사랑한다고 하는 행동이었지만 딸은 마치 성추행당한 여인 같은 마음의 상태가 된 거예요. 즉, 딸의 마음에 대해서는 질문자가 고려를 안 한 거예요.

그러면 성추행과 사랑의 차이가 뭘까요? 성추행인지 사랑인지 결정하는 기준은 가해자에게 있을까요? 그걸 받아들이는 여성한테 있을까요? 사랑과 성추행을 구분할 때 가해자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가 판단의 기준일까요? 아니면 피해자가 어떻게 받아들였느냐가 판단의 기준일까요?”

“It could go either way. If she feelsharassed that’s what she feels if she perceives like that. There’s no right orwrong in this one.”
(양쪽 다 가능합니다. 여자분이 그렇게 인지하고 느낀다면 성추행당한 것입니다. 이 경우에 옳고 그름은 없습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어떤 여자분이 저를 아주 좋아해요. 그런데 저는 그 여자분을 싫어해요. 어느 날, 날이 어두워서 제가 그 여자분인 줄 전혀 모르고 욕정에 못 이겨서 껴안았다고 합시다. 그 여자분은 저를 알아보고 있었어요. 그럴 때 그 여자분은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할까요? 성추행을 당했다고 생각할까요?”

“She feels loved.”
(사랑받았다고 느꼈을 겁니다)

“그러면 성추행을 당했느냐 사랑을 받았냐 하는 것은 그 행위를 가하는 사람이 결정합니까? 받는 사람이 결정합니까?”

“받는 사람이 결정합니다.”

“성추행을 했는지 논쟁을 할 때는 가해자가 ‘내가 사랑을 한 것인데 왜 성추행이냐?’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온당한 얘기가 아닙니다. 내가 너를 사랑한 것이지 성추행한 것은 아니라고 아무리 얘기를 해도 그것은 진실과 관계없는 얘기입니다. 상대가 원할 때 해주면 사랑이고, 상대가 싫어할 때 하면 성추행이에요.

마찬가지로 질문자는 아이가 아빠를 원할 때 부부갈등에 정신이 팔려서 딸에게 사랑을 베풀지 못한 거예요. 아이는 그때 상처를 입은 겁니다. 반대로 아이에게 아빠가 그렇게 필요하지 않을 때 질문자가 많은 사랑을 베푼 거예요. 딸이 아빠의 사랑을 원할 때는 사랑을 안 주고, 아빠의 사랑을 원하지 않을 때는 사랑을 준 겁니다.

그러니 지금 질문자가 억울해할 일은 아니에요.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베풀었냐 하는 건 지금 중요한 게 아닙니다. 딸은 자기가 원할 때 얻지 못한 것에 상처를 입고 분노를 하는 거예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심리적 불안이 더 커지면서 어릴 때 아빠를 찾던 마음이 다시 생겨났고 그래서 질문자를 찾았던 겁니다. 그런데 질문자가 이번에도 또 거절한 거예요. 그래서 어릴 때 입은 상처가 덧나 이제는 분노로 폭발한 겁니다. 지금 거의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폭발해버린 거예요. 이 감정을 풀려면 질문자가 절을 하면서 이렇게 참회를 해야 합니다.

‘네가 원할 때 내가 너의 옆에 있지 못해서 미안하다. 네가 그렇게 간절히 아빠를 원할 줄은 내가 몰랐다. 아빠는 너를 사랑하지만 늘 내 일이 있어서 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그래서 너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정말 미안하다.’

우선 딸을 직접 만나서 사과를 하기 전에 혼자서 이렇게 참회 기도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질문자의 속에 있는 상처를 먼저 치료해야 해요. 지금 질문자도 상처가 덧난 거예요. 자기 상처를 먼저 치료해야 합니다. 지금 하는 참회는 딸을 치료하기 위한 게 아니라 나를 치료하는 방법이에요. 질문자가 치료가 되어서 질문자의 마음속에 분노가 없어져야 딸도 치료해 줄 수 있습니다. 딸을 만났을 때 딸이 아무리 분노해도 내 상처가 없어야 딸을 보듬어 줄 수 있어요.

자기 상처가 치료가 안 된 상태에서 딸을 만나면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과를 하고 나서 딸이 분노하면 자기도 억울해서 분노를 하게 되고, 더 큰 싸움이 벌어져서 결국 원수가 될 수 있어요. 그러니 지금은 딸을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건 그녀의 인생입니다. 지금 나는 내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나를 먼저 치료해야 합니다. 딸의 아픔을 깊이 이해하고 참회할 때 내 상처가 치료가 됩니다. 그렇게 자기를 먼저 치료해서 건강을 회복하면 좋겠어요.

부처님의 가르침은 어떤 사람의 마음병도 다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모두가 건강한 마음 상태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앉아서 명상을 하는 것은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뿐입니다. 명상을 단순히 기술적으로만 접근해서는 절대로 이런 지혜를 얻을 수 없습니다.”

“스님, 정말 감사합니다.”

환해진 질문자의 얼굴 표정을 향해 방청객 모두가 격려의 마음을 보냈습니다. 스님은 질문한 세 명에게 한 줄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자신에게 분노하는 딸에 대해 질문했던 분도 소감을 말했습니다.

“Thank you so much Sunim. I don’t havewords to express the gratitude I feel right now, the first beginning of healinghappen right now because of your words. Thank you.”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 느끼는 감사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스님의 법문으로 치유가 처음으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은 다시 한번 질문자를 격려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듣고 나서 첫마디에 인생이 원래 이렇다고 말했잖아요. 자기만 그런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다 그래요. 그래서 모든 부모는 자식에게 배신감을 느낍니다. 모든 자식은 부모에게 불만을 가져요. 그게 보편적인 겁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면 그게 오히려 소수예요. 그러니 질문자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인생을 잘못 살았다고 자기 학대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것은 전생의 죄도 아니고 하느님의 벌도 아니에요. 그냥 질문자가 어리석었던 거예요. 나만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알고 남을 고려하지 못한 겁니다. 그래서 결국은 자기도 상처를 입고 남에게도 상처를 주게 된 거예요. 그래서 자기 상처를 먼저 치료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행복하게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다음 달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참가자들은 모둠별로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여 영어로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스님은 자리에서 일어나 곧바로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구미 아도모례원으로 향했습니다. 원래 아도모례원에서 심은 감자는 다음 주 토요일에 캐기로 했었습니다. 그런데 연일 비가 내려 감자가 썩기 시작해서 오늘 갑자기 감자를 캐게 되었습니다.

아도모례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주먹밥과 삶은 감자로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10시 30분에 아도모례원에 도착해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바로 밭으로 갔습니다.

밭에 도착하니 뜨거운 뙤약볕 아래 대구경북지부 정토행자들이 감자를 담고 있었습니다.


“제가 법문에서 실천장소에 정토행자들을 절대 동원하지 말라고 했는데 왜 이렇게 많이 모았어요?”

“저희가 자발적으로 왔습니다.”(웃음)

봉사자들은 아침 7시 30분부터 울력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약 오백 평에 심어진 감자는 트랙터로 한 시간 만에 다 캤습니다. 사람이 할 일은 크기별로 분류해서 담는 작업이었습니다. 스님이 도착했을 때 이미 감자를 반 정도 담은 상태였습니다.




스님은 감자를 줍고 난 빈 땅에 남겨진 썩은 감자를 발견했습니다.

“이런 감자도 도려내고 먹으면 돼요. 따로 다 담아주세요.”

밭 아래쪽에 기계가 들어오기 어려운 네 두둑과, 종류가 다른 감자를 심은 두둑은 아직 캐지 않았습니다. 향존법사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주지스님께서 서운하실까봐 남겨두었습니다.”

감자줄기를 걷어내고 호미로 직접 캐보았습니다.


“이야!”

처음 캔 줄기에서 감자가 열여섯 알이 나왔습니다.

본격적으로 감자줄기를 다 걷어내고 감자를 모두 캤습니다.




청정 지역에서만 살 수 있다는 도롱뇽도 곧잘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두북에서 같이 온 행자들은 감자를 캐면서 무척 부러워했습니다.

“우리가 농사짓는 밭 중에 땅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산을 개간해서 만든 두북의 밭이랑은 비교가 안 되네요.”

“가난한 사람들이 땅 타령하면 뭐해요. 주어진 대로 해야죠.”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날씨에 마스크를 끼고 일까지 하니 구슬땀이 뚝뚝 흘렀습니다.

“아이고, 정말 덥네요.”

스님이 직접 감자를 캐는 사이 오백 평 밭에서 캔 감자는 모두 줍고 트랙터로 밭을 갈았습니다.

스님도 곧 감자를 모두 캤습니다.

밭에서 나오니 갓 캔 감자를 어느새 쪄서 참으로 내왔습니다.

울력을 마치고 봉사자들은 각자 싸온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스님은 잠시 쉬었습니다.

수확한 감자는 아도모례원에 모두 보관할 수 없어서 칠곡에 큰 저온저장고를 가지고 있는 정토행자의 농장에 보관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창고에 감자를 내리고 두북으로 가보겠습니다. 모두 수고많으셨어요!”

스님과 거사님 몇 분만 농장으로 가서 감자를 내렸습니다.

감자를 저온저장고에 넣기 전에 서늘한 창고에서 3일간 말리기로 했습니다. 지게차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한 빠레트에 18상자씩 차곡차곡 담았습니다.




애광원, 자재요양병원에 선물할 좋은 감자와 상처가 났거나, 상했거나, 초록색으로 변한 감자는 두북으로 갈 트럭에 실었습니다.

“상한 감자는 공동체에서 빨리 먹겠습니다.”

상자 수를 세어보니 총 159개였습니다. 한 상자에 최소 25kg씩 담겼으니, 약 4000kg을 수확한 셈입니다.

감자를 다 옮기고 스님은 거사님들에게 거듭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고맙습니다.”

두북 수련원에 돌아오니 오후 4시가 넘었습니다. 원고 교정과 여러 업무들을 처리하는 가운데 해가 졌습니다.

온라인 일요 명상

저녁 8시 30분에는 일요명상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62번째로 진행되는 온라인 명상 시간입니다.

먼저 스님이 오늘 하루 일과를 소개하며 인사말을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지난한 주 잘 보내셨나요? 이번 주 들어와서 한국의 날씨는 30도를 넘는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감자 캐기를 했어요. 여러 봉사자들과 함께 4000kg 정도를 수확했습니다. 땀이 너무 많이 나서 일하기가 힘들었어요. 여러분들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셨는지 모르겠네요. 그럼 여러분들의 얘기를 들어 보겠습니다.”

지난주에 영어로 올라온 두 개의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한 후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자세를 바로 하고, 가부좌를 한 뒤, 허리를 똑바로 펴고, 두 눈을 지그시 감습니다. 손은 앞으로 모으고,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아무 할 일 없는 사람처럼 한가한 마음을 가집니다. 무엇을 해야 한다는 어떤 의도나 긴장, 애씀을 내려놓고, 마음을 콧구멍 끝에 딱 모아 봅니다. 숨이 들어가고 숨이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숨이 길게 들어가기도 하고, 짧게 들어가기도 합니다. 숨이 가쁘기도 하고, 부드럽기도 합니다. 어떤 의도를 갖고 호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호흡이 되고 있는 그 상태를 알아차립니다.

숨이 들어갈 때 ‘숨이 들어가는구나’ 하고, 숨이 가쁘면 ‘숨이 가쁘구나’ 하고 알아차립니다. 외부에서 어떤 소리가 들리든지‘ 몸에서 어떤 감각이 일어나든지, 졸음이 오든지, 과거의 생각이 떠오르든지, 미래 이런저런 구상이 떠오르든지, 그 어떤 것에도 의미 부여를 하지 않고 그냥 그런 생각이 떠오르는 줄 알 뿐입니다. 오직 관심은 콧구멍 끝에 두고 호흡의 상태를 알아차립니다.”

탁! 탁! 탁!

죽비 소리와 함께 40분 간 명상을 해보았습니다.

“오늘 명상해 본 소감을 올려 주세요.”

실시간 채팅창에는 수백 개의 소감이 올라왔습니다. 스님이 직접 소감을 읽어 주었습니다.

“죽비 소리만 기다렸습니다.”
“The only thing I was waiting for was the sound of the clapper.”

“호흡을 놓쳤다가 집중하였다가 하였습니다.”
“I lost my breath and refocused and came back again.”

“시간도 너무 길고 다리도 유난히 아팠지만 잘 마쳤습니다.”
“The session was too long for me and my legs really ached but I managed to finish it.”

“오늘은 호흡을 잘 알아차렸습니다.”
“Today I was able to recognize my breath well.”

“오늘은 40분이 4시간 같았습니다.”
“40 minutes are like 4 hours today.”

소감을 다 읽고 나서 마지막으로 스님이 닫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명상을 직접 해보았기 때문에 이런 경험을 하게 됩니다. 자전거를 배우다 보면 쉽게 타는 사람도 있고, 계속 넘어지는 사람도 있듯이, 짧은 시간 안에 관찰하면 차이가 많이 나지만 일주일 정도 긴 시간에서 보면 누구나 다 자전거를 탈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꾸준히 연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합장으로 인사를 하고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농사일과 전법활동가 법회를 한 후 각종 수확물을 챙겨서 서울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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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자

감사합니다

2022-05-05 06:59:08

행자

즉문즉설 질문자 질문에 대답한 게 인상적이네요. 세상을 나 중심으로만 보면, 내가 좋은 뜻으로 어떤 일을 해도 만약 상대가 나와 생각하는 게 다르면 내가 기대하는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겠네요. 다른 사람들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르다는 것에 대해 쓸데없이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고, 많은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2021-08-09 12:42:50

지나가는이

스님 감사합니다. 저는 어릴적 부모에게 버림받았지만 지금은 어머니와의 연은 겨우 이어지는 정도입니다. 그 분도 가정이 있어 1년에 두어번 연락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연락이 없는 아버지를 생각하면 분노라는 감정이 떠오를때도 있는데, 반대로 어머니를 생각하면 차게 식어 갑니다. 저는 제 상처를 충분히 인지하는줄 알았는데 지금도 품고 살아가고 있었네요..

2021-06-22 11:2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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