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6.8 농사일, 지부장 온라인 간담회
“남편인 제가 육아휴직을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오늘도 스님은 농사일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상추와 깻잎을 수확했습니다. 이제 막 해가 구름에서 벗어나고 있었습니다. 상추에는 이슬이 방울방울 맺혀 있었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울력을 하는 스님을 보고 행자가 물었습니다.


“스님, 어제 백신을 맞으셨는데 괜찮으세요?”

“원래 골골하니까 특별히 나쁜지 모르겠네요. 무리하지 말라고 해서 상추 뜯는 일을 하고 있어요.”


작은 텃밭에서 상추가 꽤 많이 나왔습니다.

“이걸 먹고 공동체 대중이 건강해져야 할 텐데...”

상추는 물에 두 번 씻어 물기를 탈탈 털었습니다.




앞다투어 자라고 있는 화단의 나무들도 이발을 해주었습니다.


“아이고, 시원하다!”

발우공양을 할 시간이 다 되어 울력을 마치고 사용한 도구를 정리했습니다. 한편, 동네 사람들이 마을 앞길에 풀 베는 울력을 하고 있었습니다.

공동체에서도 행자 두 명이 가서 함께 풀을 벴습니다. 스님은 백신을 맞은 후 무리하지 말라고 해서 참외만 씻어서 마을 사람들에게 갖다 드렸습니다.

울력을 마치고 9시부터는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여래응량기 아금득부전 원공일체중 등삼륜공적(如來應量器 我今得敷展 願共一切衆 等三輪空寂)”
(부처님께서 주신 적당한 양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내 지금 받아서 펴니, 원하옵건대 일체중생이 함께, 보시하는 사람, 보시받는 사람, 보시 물건이 모두 청정하여지이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두북 공동체 대중이 스님에게 한 말씀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농사일을 할 때도 항상 깨어있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여기는 시골이기 때문에 우리가 일하면서 얘기하는 소리가 온 동네에 다 들려요. 그러니 농사일을 할 때 너무 큰 목소리로 사람을 부르거나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수행자는 항상 소란스럽지 않아야 해요. 멀리 있는 사람을 불러야 할 때는 전화를 하도록 합시다.

저는 어제 코로나19 예방 백신을 맞고 왔는데, 생각보다 통증이 심하지는 않아요. 그래도 무리해서 일하지 말라고 해서 오전에는 주로 상추 뜯고, 정원 가꾸는 일을 했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휴식을 취한 후 실내에서 여러 업무들을 처리했습니다.

오후 2시에는 외부에서 손님이 찾아와서 차담을 나누고, 오후 4시부터는 정토회 지부장 간담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했습니다. 지부장들은 삼귀의와 수행문을 낭독한 후 스님에게 삼배로 인사를 올렸습니다.

먼저 지부장 소개 시간을 가졌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대구경북지부장입니다. 지금 마음은 약간 긴장이 됩니다.”

“부산울산지부 지부장 소임을 맡았습니다. 지난 50일 동안의 운영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게 될지 기대되는 마음입니다.”

“저는 국제지부 지부장 소임을 맡았습니다. 워싱턴에서 한국과 회의를 하다 보니 새벽 1시까지 회의를 했는데 방금 2시간 자고 일어났습니다. 지금 워싱턴은 새벽 3시인데 많이 졸립니다.” (웃음)

이어서 정토회 대표 김은숙 님이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한 이후 지난 50일을 평가한 결과를 보고 했습니다. 그리고 쟁점 사항에 대해서는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스님은 평가 결과를 경청한 후 그에 대한 의견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온라인 정토회 50일 운영에 대한 평가

“대표님의 발표를 잘 들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올린 평가 항목의 양이 너무 많아서 아직 다 못 읽었습니다. 아침부터 읽고 있는데 중간에 손님이 찾아와서 대화하느라 다 못 읽었어요. (웃음)

읽은 것까지만 내용을 보면, 예상했던 것보다 어려움이 더 많지는 않네요.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하는 것은 엄청난 변화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려했던 것보다는 어려움이 많지 않다고 보입니다.

비유하자면 지금은 온라인 정토회라는 건물의 골조만 세운 상태이고, 내부 인테리어는 앞으로 계속해나가야 됩니다. 평가를 해본 결과 과제로 남은 것들의 대부분이 내부 인테리어에 해당하는 세부사항인 것 같아요. 골조 자체가 잘못됐다는 평가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번 평가를 바탕으로 보완해서 100일 즈음에 2차 평가를 해보고, 2차 평가에 기초해서 9월 하순에는 1차 만일결사의 마무리까지 계획을 잘 세워보면 좋겠습니다. 1년 3개월 정도 진행해보고, 내년에는 앞으로 30년을 이어갈 2차 만일결사에 대한 설계를 함께 해봅시다.

아직 설계가 잘 되었는지 잘못되었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으뜸절과 실천 장소 운영 부분입니다.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나서 오프라인의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보충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오프라인 모임을 시행해봐야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비율을 어떻게 조정할지 수정해서 설계할 수 있는데, 코로나 사태가 지속되고 있어서 오프라인 모임에 대한 실험을 아직 진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부분은 다음 평가에서도 제대로 평가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합니다. 아마 내년 이후에 코로나 사태가 어느 정도 종결이 되고 오프라인 활동이 활성화되어야 이 부분은 평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평가에서 제일 많이 나온 의견이 중복 소임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스님의 생각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중복 소임은 한 사람이 두 가지 이상 소임을 맡게 되는 것을 말하는데, 저녁부 활동가가 직장을 다니면서 지회장이나 모둠장을 맡게 되었을 때 생기는 문제는 중복 소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국제지부에서는 언어를 번역하는 소임과 대중을 관리하는 소임을 같이 맡은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중복 소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실제로 상황이 어떠한지 더 파악해보고 개선해야 할 것 같아요. 저녁부 활동가라 하더라도 여유가 있는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은 소임을 맡은 것이 가능하기도 하거든요. 이번에 법사 수계를 받은 한 분은 10년 전에 이미 직장에다가 ‘월급을 절반만 받을 테니 대신에 근무 시간을 자유롭게 해서 정토회에서 봉사를 할 수 있게 해 달라’ 이렇게 미리 양해를 구하고 직장 업무와 정토회 활동을 병행해 오셨다고 해요.”

온라인으로 소통하다 보니 공지가 너무 많아서 힘들다는 평가와 그래서 소통이 잘 된다고 느껴진다는 상반된 평가도 나왔습니다. 이 사이에서 스님은 어떻게 중도적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이야기했습니다.

공지가 많다 vs 소통이 잘 된다

“공지가 너무 많이 올라온다는 문제는 소통이 잘 된다는 평가와 모순이 되네요. 뭐든지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은 공지를 많이 해달라고 합니다. 반면에 어떤 사람은 공지가 너무 많은 것을 귀찮아합니다. 이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는 게 필요해요. 상대방이 알아야 할 내용만 공지를 해야 하는데, 알 필요가 없는 사항까지 소통을 한다는 이유로 전부 공지하는 것은 개선이 되어야 합니다. 모든 내용은 다 공유한다는 식으로 운영을 하면 소통에 도움이 되는 면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공지가 너무 많아져요.

대다수가 공지가 많다고 느낀다면 소통이 좀 덜 되더라도 과감하게 제한을 하고, 반대로 꼭 소통이 필요한 내용이라면 양이 많더라도 공지를 해야 합니다. 이렇게 중도적인 관점을 가지는 게 필요해요.”

즉석에서 질문도 받았습니다. 여러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국제지부에서는 지회장들이 전 세계에 흩어져서 살고 있기 때문에 의결 회의 시간을 정하기가 어려운 점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해외는 밤늦게 온라인 회의를 하는 것이 힘들어요

“저희 국제지부는 의결 회의를 할 때 4개의 대륙이 한 날 한 시에 모여야 합니다. 한 곳은 꼭 밤 11시를 넘겨 밤늦게 회의에 참석하게 됩니다. 늦은 시간에 회의를 참석하는 게 너무 힘들다는 의견이 있어서 2개 지회씩 회의를 하고 그 두 회의 결과를 합쳐서 가결 여부를 결정해도 될까요? 정토회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지 질문드립니다.”

“원칙적으로는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갈마를 할 때 전원이 한 자리에 참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사람들이 회의를 해야 한다는 현실을 감안해서 예외를 둘 수는 있어요. 하지만 중요한 사안을 의결해야 하는 회의일 경우에는 반드시 전원이 참석해야 합니다.

회의 시간이 밤 10시에서 새벽 5시에 해당되는 지회가 4개 대륙 중에 1개 대륙만 되도록 하고, 그걸 돌아가면서 하면 밤늦게 회의해야 하는 경우가 각 지회 별로 1년에 1회 내지 2회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가능한한 회의 날짜를 토요일이나 일요일로 정해서 밤잠을 못 자더라도 일상생활에 지장을 덜 받도록 해야 해요. 이렇게 해서 가능하면 전원 참석하도록 해야 합니다.

중요한 사안은 아니지만 의사 결정이 필요한 경우는 2개 지회씩 나눠서 각각 회의를 해서 통합을 하는 방법도 1년에 한두 건 정도는 해볼 수도 있긴 합니다. 또한 의사만 물어도 되고 중요도가 낮은 사안의 경우는 사전에 동의를 받고 서류로 의견을 물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회의를 하는 방식이 아니므로 최소화 해야 합니다. 사안에 따라 지부장이 대표님에게 사전 승인을 받아서 예외적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질문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온라인 정토회를 새로 출범하고 나서 50일이 경과되었기 때문에 지부장들은 여러 가지 과제들을 고민거리로 갖고 있었습니다. 스님과의 문답을 마치고 소감 나누기를 했습니다. 한 분 한 분 회의하기 전보다 밝아진 얼굴로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다음 온라인 선거 때는 직장인 활동가들이 더 많은 소임을 맡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웃음)

“스님의 말씀이 좋은 참고서가 되었습니다. 지부를 운영하는 데에 지침으로 삼겠습니다.”

“막막했는데 스님 말씀을 듣고 나니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아, 저렇게 하면 되었었지’ 하는 시원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전법활동가 법회도 오늘처럼 간담회 방식으로 편안하게 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님 말씀을 듣고 나니 원칙을 지키면서도 현실을 수용해나갈 수가 있구나 하는 것을 배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첫 번째 지부장 간담회를 기념하며 다 함께 단체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온라인 정토회는 우리가 만들겠다는 자신감을 표현하는 뜻으로 승리의 빅토리를 손가락으로 표시했습니다.

“온라인 정토회는 우리가 만들겠습니다!”

사홍서원으로 지부장 간담회를 마쳤습니다.

해가 질 무렵 스님은 다시 농사일을 하러 나가려다가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코로나 백신을 맞고 나서 휴식을 취하라고 했는데...”

저녁에는 휴식을 하기로 하고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농사일을 하고 하루 종일 정토대전 사상팀과 회의를 한 후 저녁에는 수행법회를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주 금요 즉문즉설 강연에서 소개해드리지 못한 내용을 하나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남편인 제가 육아휴직을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저는 올해 34살이고, 동갑내기 아내와 세 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습니다. 아내는 첫째 출산 후부터 5년 동안 육아휴직 중이고, 내년 초에 복직을 원하고 있습니다. 양가 부모님의 도움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 복직을 하려면 도우미분을 알아봐야 하는데, 아내가 남에게 아이를 맡기는 걸 불안해 해서 저에게 1년 육아휴직을 권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저는 직장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이고, 한창 일할 시기에 1년 육아휴직을 하게 되면 회사 내에서 고용이 불안해질 것 같아 결심하기가 망설여집니다. 제가 육아 휴직을 하는 게 정말 좋은 선택일지 스님께서 조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내는 아이 셋이나 낳고 키우느라 5년간 휴직을 했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다시 직장인으로 살고 싶다는 열망이 있는 것 같아요. 보통의 경우 직장은 뒤로 미루고 아이를 키우는데 전념을 하기도 하는데, 질문자의 아내는 상황이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내의 권리를 인정해야 됩니다. 시대가 옛날하고 달라졌어요. 아내 입장에서는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나는 낳기도 하고 육아휴직도 5년이나 했는데, 당신은 아이를 낳은 것도 아니고, 육아휴직도 1년만 하면 되는데, 그것도 안 하겠다면 말이 안 된다.’

스님이 볼 때도 질문자가 1년간 육아휴직을 내고 아이를 키우는 게 이치에 맞아요. 부부 사이의 평등성에 기초해서 보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런 점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빠가 아이를 키우는 게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 아니면 본인의 아이는 아니더라도 육아 경험이 있는 여성이 아이를 돌보는 게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

현재 아내는 자기가 키우든지, 아니면 애 아빠가 키우든지, 둘 중에 하나만 생각하고 남에게는 아이를 안 맡기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아이를 잘 키우는 전공자에게 맡기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유아교육학과를 졸업한 게 전공이 아니고, 직접 아이를 두 명 정도 키워본 경험이 있는 게 진짜 전공자라고 할 수 있어요.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있는 분 중에서 그 아이들이 비교적 잘 자랐다고 평가할 수 있는 그런 분을 찾아서 아이를 맡기는 겁니다.

여기서 아이들이 잘 자란다고 하는 건 공부를 잘한다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런 사람을 찾아서 아내와 의논해 보는 겁니다.

‘부모가 키우는 것보다는 못하다 하더라도 이 분이면 그래도 아이에게 반 엄마 노릇은 하지 않겠느냐.’

이렇게 제안해서 아내가 동의하면 보모에게 아이들을 맡기는 거예요. 그리고 질문자는 직장에 나가는 겁니다. 대신에 직장이 끝나면 빨리 집에 들어오고, 가능하면 야근은 하지 말고, 휴가를 자주 쓰는 방식으로 가능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노력을 해야 해요. 그리고 보모에게도 ‘돈 줬으니깐 알아서 잘해주겠지’ 이렇게만 생각하지 말고 항상 이렇게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내가 키워야 하는데, 대신 아이들을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런 자세로 항상 고맙다고 보모에게 말해야 됩니다. 왜냐하면 그 여자분이 아이를 키우면 아이의 무의식 세계에서는 그 여자분이 엄마가 되기 때문이에요. 만약 내가 그 여자분이 아이를 제대로 안 돌본다고 의심하게 되면 아이에게는 심리적으로 자기 부정이 일어나게 됩니다. 비록 이름은 엄마와 아빠라고 부르지만 아이의 무의식에서는 항상 자기 곁에 있는 사람이 엄마예요. 할머니가 키우면 할머니가 엄마가 되는 겁니다. 실제 불리는 이름하고는 관계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보모를 굉장히 소중하게 대해주어야 됩니다.

이런 자세를 갖고 부부가 잘 의논해서 보모에게 아이를 맡기는 방법을 찾아보는 길이 있습니다. 이 길을 선택하기가 어렵다면, 질문자가 아이를 보면 됩니다.

아내의 경우 5년간 직장을 포기하고 아이만 키웠다면 경력 단절이 돼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요. ‘여자는 이런 어려움을 감수해야 하지만 남자는 감수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설령 직장을 잃더라도, 승진이 안 된다 하더라도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나에게는 승진이나 직장보다 아이가 더 소중하다.’

그렇다고 직장을 일부러 버릴 건 없지만 설령 육아휴직으로 인해 나중에 그런 일이 생긴다고 해도 그걸 갖고 아내를 원망하지 말아야 합니다.

‘내가 막노동을 해서라도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겠다.’

이런 생각을 갖고 육아휴직을 내야 합니다. 만약 지금부터 벌써 경력 단절이 될 것을 두려워하면, 나중에 그런 일이 실제 벌어지게 되었을 때 질문자는 아내를 원망하게 됩니다. ‘내가 너의 말을 들어서 내 인생 버렸다’ 이렇게 후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부부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갈등이 생기면 아이들에게 더욱더 정신적으로 나쁜 영향을 주게 됩니다. 직장 일이 너무 걱정이 된다면, 보모를 구해서 아이들을 돌보게 하고, 아내에게는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당신은 아이들 문제에 신경 쓰지 마. 내가 직장에서 일찍 퇴근하고, 주말에는 내가 돌볼게. 보모에게 월급을 주는 것도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당신은 이 문제에 대해 신경 쓰지 말고 마음 편히 직장에 다녀.’

그게 마땅치 않으면 질문자가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면 됩니다. 일 년 뒤에 복직하고 나서 승진이 잘 되면 다행이고, 승진이 안 되더라도 누군가를 원망하면 안 됩니다.

‘아이를 위해서는 내가 죽기라도 해야 하는데, 그까지 것 직장 그만두는 게 뭐 중요한 문제냐.’

이런 관점을 가져야 돼요. 그래야 나중에 아이들에게도 ‘아빠는 너희들을 사랑한다. 너희들을 위해 아빠는 직장도 그만뒀다’ 하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먼저 보모를 구해보는 대안을 찾아보고, 그게 안 되면 질문자가 육아휴직을 하면 됩니다. 육아휴직을 한다면 미련을 갖지 말아야 하고, 나중에 그것 때문에 아내를 원망해서는 안 됩니다. 아내를 원망하게 되면 아내 입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나는 5년이나 경력이 단절됐는데도 괜찮은데, 자기는 그까지 것 1년 경력 단절된 것 갖고 나한테 이러냐!’

이렇게 되면 심각한 갈등이 빚어지게 됩니다. 아시겠죠?”

“네.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장에서 잘리는 것까지는 감수할 수 있겠는데, 마음속에 이런 생각도 듭니다. 나중에 아이들이 집안 경제가 어려워진 것에 대해 ‘아빠는 그때 직장 다니지 괜히 휴직을 해서 집안을 어렵게 만들었느냐’ 이런 이야기를 할까 봐 걱정됩니다.”

“그건 어리석은 생각이에요. 아이들로부터 그런 얘기를 들을 때 후회를 하면 안 되고 오히려 이렇게 아이들에게 말해줘야 합니다.

‘그래. 너희들 말에도 일리가 있다. 나도 그런 고민을 했었다. 그런데 아빠 생각에는 나중에 커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보다는 너희들이 어릴 때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사실대로 얘기해주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지금 질문자는 실제로 그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그런 이유로 육아휴직을 결정을 하는 것이니까 사실 그대로 얘기해주면 됩니다. 질문자만 후회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그건 질문자가 후회를 하게 되었을 때입니다. 아이들의 그런 말에 질문자가 후회를 하게 되면 아이들도 상처를 입게 되는 거예요.”

“네. 감사합니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제 여성도 똑같이 아이의 부모로서, 한 남자의 아내로서, 그러면서 자기 인생도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시대가 된 겁니다. 그걸 꼭 나쁘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살아야 원망을 덜 하고 자기 인생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 결정에 대해서는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너 때문이다’ 이렇게 하는 순간 엄청난 갈등과 미움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런 질문 자체가 우리 사회가 남녀평등 사회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볼 수 있어요. 문화적으로 조금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질문자가 육아휴직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는 것은 참 훌륭한 일입니다. 저는 꼭 육아휴직을 하라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에요. 만약 육아휴직을 한다면 어떤 자세를 가져야 된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왜냐하면 이 일이 부부지간에 큰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명확해진 것 같아 좋았습니다. 참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요. 가장 핵심적인 걸 알았다면 어떤 선택을 하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이렇게 되면 여기에 맞게, 저렇게 되면 저기에 맞게, 그 결과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는 자세가 가장 중요합니다.”

전체댓글 32

0/200

보리

결정하고 선택한 것에 대해 책임지는 것은 상대 탓을 하지 않고 상대를 원망하지 않는 것이다.
휴~ 어리석은 중생으로서 힘들지만 꾸준히 수행하겠습니다.

2021-06-15 08:56:45

박신영

결정한 문제에 대해선 후회나 질책은 갈등의 원인이 된다는 스님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

2021-06-13 06:06:53

고원향

결과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 자세
중요하고 중요한 말씀입니다.
.....
스님 감사드립니다🙏🙏🙏

2021-06-12 20:59:16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