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2.26. 발우공양, 정토회 행정처 이사, 금요 정기법회
“남편이 죽고, 이제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도 스님은 서울 정토회관에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새벽 예불을 정성껏 한 후 천일결사 기도를 했습니다.

역할을 나누어 구석구석 청소를 한 후 6시 30분에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코로나 방역 수칙을 지키기 위해 묵언을 하며 소심경을 음원으로 들으며 발우를 폈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친 후 계율을 어긴 것에 대해 참회하는 대중공사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참회가 끝나고 공동체 대중은 스님에게 말씀을 청했습니다.

“어제도 하루 종일 이삿짐 나르느라고 다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스님은 대중공사 때 대중들이 참회하는 내용을 경청한 후 참회를 어떤 자세로 해야 하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방금 대중공사 시간에 각자 참회를 많이 하셨는데요. 제가 며칠 지켜보니까 취침 자리에 누웠을 때 핸드폰을 봤다고 참회하는 분도 있고, 산책하느라 저녁 예불을 못했다고 참회하는 분도 있고, 같은 참회를 어제도 하고, 오늘도 하고, 계속 반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같은 계율을 반복해서 어길 때

참회란 계율을 지키려고 했지만 오랜 습관 때문에 나도 모르게 계율을 어긴 것에 대해 하는 겁니다. ‘그런 계율은 지킬 필요가 뭐 있나? 그냥 어기고 살면 되지’ 이런 생각을 갖는다면 그것은 계율을 무시하는 것이지 참회가 아니에요. 어쨌든 정신을 차려서 계율을 지키려고 하는데 잠깐 놓쳐서 계율을 어겼을 때 하는 것이 참회입니다.

물론 참회를 하지 않고 속이는 것보다는 참회를 하는 것이 낫습니다. 하지만 반복해서 같은 계율을 계속 어긴다는 것은 ‘왜 이것까지 못하게 하느냐?’ 하는 의식이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대중이 같은 계율을 계속 어기고 있다면 그 계율은 아예 파해서 허용을 하든지, 안 그러면 반드시 지키도록 하든지, 분명히 하면 좋겠습니다.

법문을 들을 때 깜빡 졸았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아예 잠을 잤다는 것은 참회를 넘어서는 문제예요. 자기도 모르게 놓쳐서 ‘아, 내가 놓쳤구나’ 하고 자각하는 것이 참회입니다. 계율을 무시하는 것은 참회라고 할 수 없어요.”

그리고 어제 이삿짐을 함께 나르면서 들었던 생각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각 부서마다 짐을 너무 무겁게 포장한 부서도 있었고, 줄을 약하게 묶어서 이동하는 중에 줄이 풀려버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스님은 이런 문제들은 모두 깨어있지 못해서 생기는 일이라며 생활 습관을 바르게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절에서 3년이라도 살았으면 능력이 커지거나 인물이 바뀌지는 않더라도 생활 습관은 바르게 가져서 어디를 가든 잔소리를 안 듣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가게에 종업원으로 일해도 생활 습관 하나는 똑바르다는 칭찬을 듣거나, 회사에 취직을 해도 일 하나는 깔끔하게 처리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정토회 와서 몇 년을 살았는 데도 생활 습관이 제대로 안 잡혀 있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수행자가 가장 먼저 배워야 하는 것

도대체 법사님들이 어떤 교육을 시키기에 그런 것인지 모르겠어요. 법사님들은 자꾸 지식 같은 것만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게 행자님들을 가르쳐야 해요. 샤워를 하고 나올 때 하수구 구멍에 걸린 머리카락은 손으로 싹 쓸어서 담고, 물건을 사용하고 나면 본래 있던 자리에 딱 두고, 이렇게 생활을 바르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군대처럼 강제로 하도록 해서는 안 돼요. 강제로 하면 절 밖으로 나가면 원래대로 돌아가 버리니까요.

뒷정리를 깔끔하게 하고, 사용하던 물건은 제자리에 두고, 짐을 포장할 때 들기 쉽게 가볍게 만들고, 이렇게 생활과 관련된 훈련을 수행자는 제일 먼저 해야 합니다. 절에서 오래 산다고 해서 더 좋은 옷을 입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능력이 커지는 것도 아니고, 인물이 바뀌는 것도 아니잖아요. 절에 살면서 배워야 할 것은, 첫째, 마음을 잘 다스려서 괴롭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둘째, 생활 습관을 바르게 갖는 겁니다. 짐을 포장할 때 용도에 맞게 포장하는 요령, 단체 사진을 찍을 때 질서를 지키는 요령, 배분을 받을 때 줄을 서서 순서를 지키는 요령, 신발을 벗을 때 신발장에 제대로 넣는 요령, 이런 건 배우기만 하면 누구나 다 할 수 있어요.

특히 절에 들어온 사람이라면 아껴쓰는 것을 배우든지, 검소한 생활을 배우든지, 이런 생활 자세를 가장 먼저 배워야 합니다. 꼭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그렇게 생활해 보는 자세를 가져야 해요.”

이 외에도 스님은 이삿짐을 나를 때의 요령에 대해 여러 가지 제안도 해주었습니다. 특히 이사 때문에 주위에 피해를 끼치지 않을 것을 당부했습니다.

“이사를 할 때 다른 층에 출입하는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도록 유의를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계단이나 복도에 짐을 쌓아 놓아서 다른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을 막거나, 주위에 민폐가 되지 않도록 해주세요.”

이어서 8시 50분부터 이사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이삿짐을 옮길 때 엘리베이터에 흠집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도맡았습니다. 건물 주인에게 민폐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엘리베이터에 흠집이 생기기 않도록 조심히 짐을 실어 주세요.”

사무실에서 짐을 내어주는 사람, 엘리베이터에 짐을 싣는 사람, 1층에 도착한 짐을 트럭에 싣는 사람, 트럭을 운전하는 사람, 도착한 짐을 다시 내리는 사람, 트럭에서 내린 짐을 엘리베이터에 싣는 사람, 사무실에서 짐을 받는 사람까지 역할분담이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오전에 정토회 행정처 이사를 모두 끝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오후에는 서울정토회 이사를 시작했습니다. 서울정토회는 2층에서 1층으로 계단을 통해 짐을 내려야 합니다. 스님은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연구했습니다.

“계단에 나무판을 깔고 미끄럼틀을 타듯이 짐을 이동시키면 어떨까요?”

스님의 제안에 따라 계단에 나무판을 깔고 짐을 미끄러지듯이 흘려보냈습니다. 이전보다 훨씬 쉽게 박스를 나를 수 있었습니다.

“내일 영상팀과 출판팀이 이사를 할 때도 계단에 나무판을 깔고 미끄럼틀을 타듯이 짐을 이동시킵시다.”

물이 흘러가듯이 물건들이 속속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스님은 오후 3시 30분까지 함께 짐을 날랐습니다.

“저는 화상회의가 있어서 여기까지만 하고 빠지겠습니다. 양해해 주세요.”

대중들은 오후 6시까지 이삿짐을 계속 날랐습니다. 스님은 작업복을 벗고 법복으로 갈아입은 후 화상회의를 시작했습니다.

2차 만일준비위원회에서는 정토회가 온라인으로 전환했을 때 모둠 구성과 지회, 지부 구성을 어떻게 할지 초안을 마련했습니다. 해외지부와 국제지부, 청년특별지부 운영안도 준비했습니다. 그에 따른 법회 및 활동 시행세칙, 소임자 임명절차까지 방대한 양의 안건들을 만준위 위원장이 발표했습니다.

“스님, 아직도 쟁점이 많습니다. 조언을 듣고 싶어서 급하게 화상회의를 요청드렸습니다.”

“네, 이야기해 보세요.”

오후 5시에 시작한 회의는 7시 10분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오늘 회의한 내용이 부족하면 내일 오후 5시에 또 회의를 합시다.”

스님의 조언을 듣고 나서 더 보완이 된 내용에 대해 내일 다시 점검을 하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곧바로 이어서 저녁 7시 30분부터는 금요 정기법회를 시작했습니다. 2000여 명의 회원들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스님은 얼마 전 미국 텍사스에 불어닥친 한파 피해를 언급하며 여기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이야기하며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미국 중남부에 있는 텍사스라는 아주 따뜻한 지역이 있어요. 얼마 전 텍사스에 영하 18도의 한파가 몰아쳐서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겨울마다 눈도 오고 추위도 자주 찾아와서 난방장치가 되어 있던 지역은 큰 사고가 없었어요. 그런데 텍사스는 일 년 내내 따뜻하다 보니 추위를 대비한 아무런 난방장치가 안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피해가 엄청나게 커진 거예요.

난방장치도 제대로 안 되어 있었고, 제설차도 없었습니다. 집에 수도파이프가 모두 얼고, 풍력발전기도 얼었습니다. 추운 지역에 있는 풍력발전소는 추울 때를 대비해서 어는 걸 방지하는 한파피해 방지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는데, 텍사스는 따뜻한 지역이니까 그런 장치도 없었어요. 가스발전기는 가스관이 얼어서 중단이 되었습니다. 폭풍우 때문에 전봇대가 넘어져서 전기가 안 들어온 것이 아니고, 발전 시설이 멈춰서 전기가 제대로 안 들어온 거예요. 이 사태를 보면서 풍력발전기는 안전하지 못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잘못 이해한 겁니다.

그리고 텍사스에는 석유가 아주 많이 납니다. 텍사스 아래에 멕시코만이라는 바다에서도 석유가 아주 많이 나와요. 다른 지역들은 전력망이 전국적으로 연계가 되어 있는데, 텍사스는 에너지 자립이 될 뿐만 아니라 다른 주에 늘 에너지를 파는 입장이다 보니 전력망도 다른 주와 연계를 시키지 않고 독자적으로 운영해 왔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전기가 부족해졌기 때문에 피해가 더 커졌어요.

텍사스 한파에서 배울 수 있는 인생의 지혜

날씨가 춥기 때문에 못 사는 것이 아닙니다. 날씨가 덥기 때문에 못 사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피해를 크게 입는 이유는 어려움에 대한 아무런 방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의학적으로 표현하면 ‘면역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 주위에 세균이 없어서 병에 안 걸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면역력이 나에게 있기 때문에 건강한 겁니다. 그런데 면역력이 없는 사람은 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항상 무균상태 안에서만 생활해야 해요. 병이 없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지만 갇혀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인생을 살면서 욕도 얻어먹고, 손해도 입고, 온갖 어려움을 겪은 사람은 어지간한 일이 일어나도 눈도 하나 깜짝 안 하죠. 다 겪어본 일이기 때문에 지나 놓고 보면 별거 아닌 줄 미리 압니다. 그런데 인생에서 어려움을 겪어보지 않고 편안하게 산 사람일수록 어려움이 닥치면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고, 땅이 꺼지는 것 같은 고통을 겪습니다. 그런데 어리석은 중생은 면역력을 키워서 어디든지 다닐 수 있는 건강한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고, 무균실 안에서 갇혀서 살려고만 해요. 여러분들은 늘 아무 일도 안 생겼으면 좋겠죠?

‘남편도 내가 원하는 대로 되고, 아내도 내가 원하는 대로 되고, 자식도 내가 원하는 대로 되고, 친구도 내가 원하는 대로 되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내가 원하는 대로 되기만을 바라고 사는데, 그런 곳은 온실과 같은 곳입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되었다고 기뻐하는 것은 진정한 자유가 아닙니다. 진정한 자유는 이런저런 일이 생겨도 거기에 구애받지 않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늘 봄날 같은 날씨를 좋은 날씨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진정한 자유가 아닙니다.

‘비야! 오려면 와라, 날씨야! 추워지려면 추워져라, 더워지려면 더워져라.’

겨울이 되면 옷 한 벌 더 껴입고 난방 장치하고, 여름이 되면 옷을 얇게 입고 선풍기를 틀고, 항상 조건에 맞게 적응해서 사는 것이 진정한 자유입니다.

텍사스 한파 피해도 잘 관찰해보면 텍사스가 특별히 추워서 큰 피해를 입은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그곳은 늘 따뜻한 지역이어서 추위에 아무런 방비를 안 했기 때문에 큰 피해를 입은 거예요. 그보다 훨씬 더 추운 영하 38도까지 떨어진 미네소타는 아무런 피해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그곳은 예년에도 영하 25도까지 떨어진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더 큰 추위가 닥쳤지만 이미 추위에 대한 방비가 되어 있었어요.

종속된 삶에서 자유로운 삶으로

이렇게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냥 하나의 사건 사고로만 치부해버릴 것이 아니라 거기에서도 인생의 지혜를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가 시험에 떨어졌다, 부도가 났다, 돈을 빌려줬는데 못 받았다, 갑자기 모함을 받았다, 이런 일들은 날씨에 비유하면 폭풍우나 한파가 갑자기 몰아닥친 것과 같습니다.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괴로워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을 늘 예상하고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도 능히 대응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자유입니다.

남이 비난할 때도 빙긋이 웃을 수 있을 때 자유라고 합니다. 남이 비난할 때 화를 내는 것은 자동으로 반응하는 업식에 종속된 삶입니다. 업식에 종속되지 않는 것, 이것을 우리가 해탈이라고 말하는 거예요.

이렇게 일상생활 속에서 공부를 해나가는 것이 수행인데, 여러분들은 자꾸 ‘무균실에 들어가서 살고 싶다’ 이런 얘기를 해요. ‘천당에 가고 싶어요’, ‘극락에 가고 싶어요’ 이런 마음을 자꾸 갖는 것은 종속된 삶을 사는 것입니다. 천당이나 극락에 가는 것이 나쁘다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에요.

‘지옥에 가도 괜찮다! 천당에 가면 살기 좋은 곳이라 할 일이 없어 한가해서 좋고, 지옥에 가면 사람들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니까 일거리가 많아서 좋다’

이런 마음을 내는 것이 자유입니다. 사실은 천당에 가면 복을 까먹게 되고, 지옥에 가면 복을 짓게 되는 거예요. 지옥에서는 남을 도와줘야 하니까요.”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고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100여 명이 방청객이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가운데 5명이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부모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남편이 죽고, 이제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저는 남편이 돌아가시고 쌍둥이 형제를 키우고 있는 한 부모 가정입니다. 이번에 아이들이 중학교를 가는데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제가 어떻게 부모 역할을 해야 할까요?”

“청소년이 되든, 어린이가 되든, 성년이 되든,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질문자는 지금 아이들을 키우고 있잖아요. 강아지를 보세요. 수캐가 새끼들을 키우나요? 암캐가 새끼들을 키우나요?”

“암캐가 키웁니다.”

“혼자서 새끼들을 키우는 것이 힘들어서 암캐가 수캐 없는 것을 한탄하며 매일 우나요?”

“아닙니다.”

“수캐가 없어도 강아지는 잘 자라잖아요. 아빠 개가 없어서 잘못된 강아지를 본 적 있어요?”

“없습니다.”

“그런데 뭐가 문제입니까? 질문 자체가 저로서는 이해가 안 돼요. 자기가 낳은 아이를 자기가 키우고 있는데, 남편이 있든지 없든지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아버지 없이 자란 동명성왕도 한 나라를 창건하는 왕이 되었잖아요. 개와 비교해서 죄송합니다만, 개는 새끼를 키울 때 수캐가 없어서 힘들다는 생각을 안 하기 때문에 강아지에게는 아무런 상처가 없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왜 아버지 없는 집에서 자란 아이들이 약간 상처가 있을까요? 엄마가 남편이 없어서 힘들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이들을 키우기 때문에 아이들한테 마음의 상처가 생기게 되는 겁니다.

얼마 전에 어떤 연예인이 자기는 결혼을 하기 싫지만 아기는 갖고 싶기 때문에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구입해서 아기를 낳았다는 뉴스 보셨죠?”

“네.”

“그 사람은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에게 아빠가 없어서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할까요?”

“아니요.”

“그 아이에게는 아빠가 없는 것이 아무런 장애가 안 됩니다. 그러니 질문자도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아이들한테 아빠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질문자가 재혼을 하면 돼요. 아이들도 아빠가 필요하다고 자꾸 말하면 아이들에게 아빠를 만들어주면 됩니다.

그러나 질문자가 혼자 사는 것이 아무 문제가 없다면 아이들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아이들한테 문제가 있다면, 자기가 속으로 남편 없는 여자로서의 애환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열등의식을 갖고 전전긍긍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뭐라고 하기만 해도 ‘아빠가 없어서 저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예요. 그러면 아이들한테도 나중에 아빠가 없는 것이 상처가 됩니다. 아이들이 ‘엄마! 우리 아빠는 어디 있어?’라고 자꾸 물으면 이렇게 대답하면 돼요.

‘엄마가 아빠 역할까지 다 해주고 있잖아. 아빠가 필요하면 얘기해라. 엄마가 아빠 데리고 와서 같이 살게.’

아이들이 아빠 모시고 와서 같이 살자고 한다면, 질문자에게도 좋은 일입니다. 아이들에게 아빠기 생기니 아이들을 위해서도 좋고, 질문자도 재혼을 할 수 있으니 질문자도 좋아요.

같이 살다가 갈등이 생겨서 남편과 헤어진 것이라면, 아이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 수 있어요. 그러나 남편이 병이나 교통사고로 죽었다면, 그것은 내 잘못이 아닙니다. 게다가 아이들도 잘 키우고 있는데, 열등의식을 가질 이유가 없어요. 아이들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질문자 혼자서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겁니다. 아이들이 아빠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해도 웃으면서 ‘아빠가 필요하면 아빠 하나 만들까?’ 이렇게 농담하면서 ‘나는 엄마 아빠 역할 두 개 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너희들이 아빠가 필요하다면 만들어줄게’ 이렇게 당당하게 나가야지요. 질문자는 아무런 죄를 지은 게 없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아빠에 대해 묻지 않았는데, 이제 청소년기가 되면 혹시 달라지는 게 있을까 봐 걱정이 됩니다.”

“아이들이 궁금해서 물으면 당당하게 대답하면 됩니다. 거짓말할 필요는 없어요. 아빠는 병으로 돌아가셨다고 말하면 됩니다. 이혼을 했다고 해도 당당하게 얘기하면 되는데, 돌아가신 것이야 더 얘기하기가 쉽지 뭐가 어려워요.

‘뭐가 부족하니? 부족한 게 있으면 얘기해라. 엄마는 아빠가 돌아가시면서 아빠 엄마 역할을 두 개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당당하게 말하세요. 지금 질문자가 엄마 역할만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전통적으로 가정일 하는 것이 엄마 역할이고, 바깥일 하는 것이 아빠 역할이라면, 자기는 두 가지 역할을 다 하고 있잖아요.

두 가지 역할을 다 할 수 있으니까 재혼을 안 했겠지요. 만약 두 가지 역할을 다 못했다면, 재혼을 해서 경제는 남편한테 맡겨야 했을 겁니다. 세월이 좋아져서 혼자서도 두 가지 역할을 다 할 수 있게 되었잖아요 그런데도 자꾸 아이들한테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을 보면, 질문자의 속마음은 혼자 사는 게 허전한가 봐요.” (웃음)

“그건 아닙니다.”

“재혼을 하고 싶으면 떳떳하게 재혼을 하세요. 아이들한테 아빠가 필요하기 때문에 재혼한다는 핑계를 자꾸 대지 말고요. 재혼을 하려면 떳떳하게 하고, 그게 아니면 아이들이 뭐라고 하든 당당하게 자기 인생의 길을 가면 됩니다.

결혼 안 하고 혼자 살아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수정란으로 혼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엄마도 떳떳하게 사는데, 남편이 병으로 돌아가셔서 혼자 사는 엄마가 아이들한테 나쁜 영향을 줄 것은 털끝만큼도 없어요.

아빠가 없기 때문에 아이들이 말썽을 피운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엄마와 아빠가 다 있는 집에서도 아이들은 말썽을 피워요.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어서 말썽을 피우는 것이라고 생각해야지 ‘이럴 때 남편이 있었으면 도움이 되었을 텐데’ 이런 생각을 하면 그만큼 빈자리가 자꾸 생기게 됩니다.

중국에 어느 소수민족은 아빠가 없는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엄마는 분명히 있지만 아빠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도 않고 정해져 있지도 않아요. 거기서 태어난 사람도 다 잘 살아요. 아무 문제가 없어요.

재혼하는 것도 꺼릴 필요가 없습니다. 아이들한테 도움이 된다면 무슨 일을 못합니까. 어떤 부모들은 아이를 출세시키기 위해 성적을 대신 위조해 주어서 세상을 시끄럽게 하잖아요. 그런 부도덕한 범법 행위가 아니라면 아이들을 위해서 필요한 일은 뭐든지 해주면 됩니다. 제가 너무 강하게 이야기했나요?”

“네, 감사합니다. 잘 알겠습니다.”

“떳떳하게 사세요. 엄마가 열등의식을 갖기 때문에 아이들도 열등의식을 갖게 되는 겁니다. 엄마가 가난한 집에 사는 것에 대해 열등의식을 갖고 살면 아이들도 가난한 집에서 자란 것에 대해 상처를 간직하게 되고, 비록 가난하게 살아도 엄마가 떳떳하게 살면 아이들도 전혀 상처를 입지 않습니다. 도시에 사는 가난한 아이들은 상처를 많이 받지만, 농촌에 사는 가난한 아이들은 거의 상처를 받지 않아요. 농촌에는 온 동네가 가난해서 상처 받을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도시에는 부자들이 많은 곳에 살기 때문에 자꾸 비교를 해서 상처를 입게 되는 거예요. 부모의 상처가 아이의 상처가 되지 아이들 스스로는 상처를 입지 않습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활짝 웃는 질문자의 얼굴을 뒤로하고 다음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선불교에서 말하는 ‘참나’는 무엇을 의미하는지요? 선에서의 ‘참나’도 나라고 할 실체가 없는 무아의 다른 이름이라고 이해해도 좋은지요?
  • ADHD 진단을 받은 27살 아들이 게임과 유튜브에 빠져 있습니다. 이렇게 데리고 있는 게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에 며칠 전 집을 나가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려움이 있는 아들을 내보내는 게 맞나라는 생각과, 나갔을 때 혹 잘못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생깁니다.
  • 아버지께서는 대를 잇기 위해 두 번 결혼을 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나니, 첫 번째 부인과 두 번째 부인, 그리고 자식들까지 어떻게 재산분할을 해야 할지 걱정입니다.
  • 요즘 한국 스포츠계에서 학교폭력 때문에 시끄러운데요. 피해자가 10년 전에 당한 폭력 피해를 SNS에서 폭로하였고,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들은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질문에 대한 답변이 끝나고 스님은 질문한 분들에게 한 줄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한 부모 가정에 대한 걱정을 이야기한 분도 소감을 말했습니다.

“스님 말씀을 듣고 마음이 시원해졌습니다. 제가 몰랐던 제 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를 괴롭혔던 불편한 감정들이 남들의 시선 때문이 아니라 제 안에서 스스로 만든 편견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실타래가 풀린 기분입니다.”

스님은 다시 한번 질문자를 격려했습니다.

“대장부가 되세요. 오른쪽 팔에도 아이를 메고, 왼쪽 팔에도 아이를 메고, 금강역사처럼 당당하게 사세요. 그래도 스님보다는 낫잖아요. 질문자는 그래도 결혼을 한 번은 해봤잖아요. 아이도 키워봤고요. 저는 그런 걸 한 번도 못해봤는데요. 너무 기죽지 마세요.” (웃음)

방청객들도 박수로 질문자를 응원했습니다. 방청객 중에서도 한 줄 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저는 무슨 일이 있으면 항상 피하려는 마음이 많았거든요. 그것이 바로 인큐베이터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앞으로는 인큐베이터로 들어가지 않고 여러 경험을 하면서 살겠습니다.”

“큰 깨달음을 얻으셨군요.”

밤 9시가 넘어서 정기법회를 마쳤습니다. 스님은 내일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과 관련해 영상팀 활동가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오늘은 정월 대보름입니다. 하늘에는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떠 있었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을 한 후 하루 종일 영상팀과 출판팀 이사를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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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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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각

스님 말씀이 따끔하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감사합니다

2021-03-04 15:39:46

소영

감사합니다
떳떳하고 당당하게...
이말을 가슴속에 새기며 살아가야겠습니다

2021-03-04 12:47:05

장미정

일깨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1-03-03 18:5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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