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2.25 발우공양, JTS 이사, 온라인 즉문즉설 LIVE
“남편이 화가 나면 며칠 동안 말을 안 해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즉문즉설 Live 방송이 유튜브 채널 ‘희망세상만들기’에서 열렸습니다.

새벽 4시, 공동체 대중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시간. 스님은 혼자서 조용히 명상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천일결사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공동체 대중과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적당한 양을 발우에 담아 식사를 한 후 각자 자신의 발우를 김치 조각으로 깨끗이 닦아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공동체 대중은 스님에게 말씀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어제 하루 종일 평화재단 이사를 하면서 느낀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어제 하루 종일 이사한다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사하면서 느낀 점을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가 수행자의 생활 원칙에 대해 여러 번 강조해서 말씀드렸는데, 자꾸 잊어버리는 것 같아서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최대한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사용하기

시골에서 농막을 하나 지으려고 하면 나무판 하나조차 전부 돈을 주고 사야 합니다. 여러분은 자꾸 그동안 사용하던 헌 가구는 버리고 다른 곳에서 사용하던 좀 괜찮은 가구를 받아서 사용하고 싶어 하는데 그것은 재활용이라고 할 수 없어요. 부서져서 도저히 못 쓰는 것은 제외하더라도 모든 것은 현재 사용하던 것을 그대로 가져가서 사용한다는 원칙을 꼭 지켜 주세요. 지금 ‘폐기’라고 딱지를 붙인 물건들도 정말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인지 다시 한번 점검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멀쩡한 데도 여러분이 안 쓰겠다고 하는 것은 차라리 전부 제 방으로 가져오세요. 제가 사용할 테니까요.

재활용이란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것을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사용하는 것을 뜻합니다. 새로 구입하지 않고 남이 주는 것을 받아서 쓰는 것만이 재활용이 아닙니다.”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한 명이 질문을 했습니다.

“저희 부서에서는 그동안 사용하던 책상이 너무 작아서 이번에 큰 책상을 새로 받았거든요. 그동안 사용하던 책상은 작긴 하지만 멀쩡한 책상인데 다른 부서에서 사용하겠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이럴 땐 어떡해야 하나요?”

“그 책상을 정말 사용하지 못하는 것인지 다시 한번 점검을 해주세요. 부서져서 도저히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 이상은 교체하지 말고 가능한 사용하라는 겁니다. 특수한 목적으로 큰 책상이 꼭 필요하다면, 그동안 사용했던 작은 책상은 ‘폐기’가 아니라 ‘필요 없음’이라고 딱지를 붙여야 해요. 폐기하지 말고 지금 필요 없는 것은 두북 수련원으로 보내세요. 그러면 나중에 다른 곳에서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또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저희 부서는 수납장을 다 폐기하려고 했는데요. 모든 시스템이 온라인으로 바뀌다 보니까 수납장이 필요한 부서가 아무 데도 없어요.”

“그래도 절대 버리지 마세요. 두북 수련원으로 가져가세요. 나무로 된 가구는 해체해서 화목 난로에 연료로 사용할 수도 있고, 농막을 지을 때 깔판으로도 사용할 수 있어요. 자꾸 더 좋은 책상을 사용하고 싶어서 헌 책상을 버리지 말라는 겁니다. 여러분이 보기에는 버려야 할 물건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하나하나가 정말 귀한 물건입니다.

어제는 블라인드도 필요 없다고 버리려고 하던데, 색깔이 좀 시커멓긴 하지만 농막에 창문을 가리는 용도로 쓰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부서진 가구도 해체해서 바닥에 까는 나무판으로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이사를 가더라도 가구는 전부 다 새로 구입하지 않고 현재 사용하던 것을 재활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스님은 반복해서 재활용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공동체 대중들은 스님의 말씀을 듣고 ‘폐기’라고 딱지 붙인 것을 모두 떼어내고 모두 재활용하는 것으로 조정하기로 했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이사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원래는 오늘까지 평화재단 이사를 하는 날인데 어제 다들 너무 열심히 해서 하루 만에 끝이 났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JTS와 여행팀, 청년정토회, 불사위원회가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자원봉사자들도 소수의 인원으로 조를 짜서 이삿짐 나르는 일을 도와주었습니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부지런히 짐을 날랐지만, 많은 짐들이 끝날 듯 말 듯 쉴 새 없이 계속 나왔습니다.

어떤 박스는 무게가 40kg이 넘는 것도 있었습니다. 박스를 도저히 들 수가 없어서 스님이 한 마디 했습니다.

짐을 포장할 때도 깨어있기

“짐을 이렇게 무겁게 만들어 놓으면 사람들이 어떻게 나를 수 있겠어요? 가벼운 물건들을 큰 박스에 담고, 무거운 물건들은 작은 박스에 담아야죠. 이렇게 짐을 싸면 옮기는 사람들이 다칩니다. 일하는 요령이 없네요. 깨어있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책은 끈으로 묶어 놓았는데 제대로 묶지 않아서 이동하다가 바닥에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이것도 무책임하게 일을 하는 겁니다. 대중들이 와서 울력을 해주는데, 이렇게 짐을 싸는 것은 수행자로서 바람직하지 않아요. 절에서 조금이라도 살았으면 능력이 좀 부족하더라도 생활 습관은 똑바르게 잡혀 있어야죠.” (웃음)

“네, 죄송합니다.”

중간중간에 일의 효율이 떨어질 때마다 스님의 제안으로 다시 원활하게 일이 진행되었습니다.

점심 식사 후 스님은 12시 30분부터 이사 관련해서 긴급회의를 소집했습니다. 각 부서 책임자들이 모두 온라인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고, 스님은 작업복을 입은 채로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사무실 공간 사용

“이사를 가게 되면 새로운 공간에서는 냉난방비과 화장실 사용 등과 관련해서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해서 전기료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면 좋겠어요. 실제로 사용해 보면 넓은 공간에 하루 종일 한 두 명만 근무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에너지 낭비입니다.

그래서 상근 봉사자들은 한 곳으로 전체가 모여서 공간을 사용하면 좋겠어요. 온라인으로 전환되면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적어지니까 우선 행정처와 대의원, 통일특별위원회는 하나의 사무실을 사용하면 어떨까요?

사회활동 관련 부서도 모두 한 곳으로 전체가 모여서 공간을 사용하고요. 평화재단 부엌이 너무 넓은데, 부엌에 싱크대를 사용하지 말고 부엌도 사무 공간으로 사용하면 좋겠어요. 사무실 공간이 부족하다는 부서도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공간이 부족한 것인지 다시 점검을 해주세요. 가능한 밀집 해서 공간을 사용하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거든요. 아무튼 사무실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의논해 주세요.”

“한 공간으로 모이는 방향으로 조정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일주일에 하루 출근하는 사람을 위해 책상을 배치하는 것도 낭비입니다. 봉사자가 최대로 많이 나올 때를 고려해서 책상을 다 배정하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워요. 일주일에 두 시간만 나오는 봉사자들은 한 곳에 모여서 일할 수 있게 하고, 실무자가 거기로 가서 미팅만 짧게 하면 되잖아요.

“네, 스님의 제안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온라인 회의가 많아졌기 때문에 온라인 회의용 부스가 많이 필요합니다.”

“네, 그것도 감안해서 다시 조정을 해봅시다. 오히려 화상회의를 할 수 있는 부스를 많이 설치해야 할 것 같네요. 사무 공간을 좁혀서 사용하는 것에 대해 모두가 동의하신다면 다시 공간 배치를 해주세요. 우리는 환경 운동을 하는 곳이고 수행공동체인데, 그에 맞게 다시 조정하면 좋겠습니다. 수행자는 불편한 것을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해요.”

“네, 조정해 보겠습니다.”

사무실 공간 배치를 다시 조정하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이어서 다시 이사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어제처럼 계획보다 하루를 더 단축해서 하루 만에 JTS와 여행팀, 청년정토회, 불사위원회의 이사를 모두 마쳤습니다.

“다들 수고하셨어요.”

봉사자들과 공동체 대중들을 격려한 후 스님은 서울 정토회관으로 돌아왔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유튜브 ‘희망세상만들기’ 채널 구독자들과 함께하는 즉문즉설 Live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백여 명이 온라인 방청객으로 참여하고, 최대 6천3백여 명이 동시에 시청했습니다. 스님은 즉문즉설 강연을 하듯이 서서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마음의 봄

“올 겨울이 유난히 추웠죠? 35년 만에 가장 추웠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따뜻한 미국 텍사스 주에도 영하 18도까지 떨어지는 한파가 몰아쳤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는 봄은 막을 수가 없네요. 벌써 한국의 남부 지역에는 담장 밑에 난초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봄은 오고 있습니다.

‘봄이 왔건만 아직 봄이 오지 않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계절은 봄이 되었는데, 마음에는 봄이 오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계절의 봄은 해가 점점 길어지면서 어김없이 오지만, 우리 마음의 봄은 수행정진을 해야 맞이할 수 있습니다. 계절의 봄과 함께 마음의 봄을 맞이하기 위해 마음공부를 좀 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럼 마음공부는 어떻게 할까요?

괴롭지 않게 사는 길

부처님은 인생의 괴로움에 대해 스스로 탐구하신 분입니다.

‘사람은 왜 화내고 짜증내고 미워하고 원망하면서 인생을 괴롭게 살아갈까?’

부처님은 깊은 탐구 끝에 결국 화내지 않고,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근심 걱정하지 않고, 괴롭지 않게 살아가는 길을 찾았습니다. 괴로움 없이 편안한 상태를 인도어로 니르바나(Nirvana, 열반)라고 합니다. 부처님은 본인도 안온하게 사셨고, 또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괴롭지 않게 살아가는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철학도 아니고, 종교도 아닙니다. ‘괴로워하는 사람이 그 괴로움에서 어떻게 벗어나느냐’를 해결하는 가르침입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 가르침은 한쪽은 불교라는 종교로 흘러갔고, 다른 한쪽은 불교철학이라는 학문으로 흘러갔어요. 그러나 부처님의 원래 가르침은 어떤 것을 믿는 종교도 아니고, 사유하는 철학도 아니고, 바로 실천하고 체험해서 자기 삶을 괴롭지 않게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이것을 수행이라고 합니다. 즉 마음공부는 내 마음을 다스려 괴롭지 않게 살아가는 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불교가 무엇인지 이론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지금보다 내가 조금 더 가볍게 살아갈 수 있을지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 나눠보고자 합니다. 어떤 종교를 믿으라는 것도 아니고, 어떤 철학을 강의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현실의 삶 속에서 좀 더 가볍게 살 수 있는 길을 한 번 같이 찾아보자는 뜻으로 대화를 해봅시다.”

이어서 8명이 질문을 했습니다. 질문하신 분들의 마음의 계절은 다 달랐습니다. 그중 감정 기복이 심한 남편 때문에 괴롭다는 분의 질문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남편이 화가 나면 며칠 동안 말을 안 해요

“제 남편은 감정 기복이 매우 심합니다. 기분이 좋으면 말도 많이 하고 농담도 하지만, 화가 나면 화가 풀릴 때까지 며칠이고 말을 안 합니다. 예전에 화가 나면 너무 오랫동안 말을 안 해서 제가 풀어보려고 말을 걸어봤는데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제는 남편 성격을 알아서 화가 났다 싶으면 반발을 하지 않고 화가 풀릴 때까지 기다립니다. 그런데 그동안 저도 기분이 몹시 가라앉습니다. 며칠 지나서 남편이 화가 풀리면, ‘네가 어떻게 해서 내가 화가 났다’며 다시 말을 합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제 기분이 남편 기분에 따라 좋았다 나빴다 하는 것이 힘듭니다. 어떻게 하면 남편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질문자도 기분이 좋을 때가 있고 나쁠 때가 있죠?”

“네.”

“질문자도 기분이 좋으면 좀 친절해지고, 기분이 나쁘면 말하기 싫어지잖아요?”

“네.”

“본인이 그렇듯 남편도 똑같아요. 남편도 자기가 기분이 좋으면 온갖 이야기를 다 하고, 기분이 나쁘면 며칠간 말을 안 하는 거예요.”

“똑같긴 한데 남편이 너무 오래 동안 말을 안 하고 화를 내면 제가 많이 힘듭니다.”

“오십보백보란 말이 있잖아요. 오십보 가나 백보 가나 비슷비슷하다는 얘기예요. 기분이 좋으면 입 안에 있는 것도 내줄 듯이 하고, 기분이 나쁘면 줬던 것도 도로 뺏는 것이 사람입니다. 질문자 이야기를 들어보니, ‘남편이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개도 아니고 소도 아니고, 나무도 아니고 돌도 아니고 사람이에요. 사람이니까 화를 낼 줄도 알고, 사람이니까 말을 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하는 겁니다. 질문자도 사람이니까 감정이 올라오는 거예요. 질문자가 남편을 볼 때, ‘왜 그만한 일에 화를 내고 말을 안 하지?’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죠?”

“네, 자주 그렇습니다.”

“그런데 저는 또 질문자를 보고, ‘왜 그만한 일에 괴롭다고 그러지?’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잖아요.”

“네, 알겠습니다. 스님께서 예전에 한 즉문즉설에서 자기를 괴롭히는 상사가 말을 하면 개구리가 운다고 생각하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남편을 개구리라고 생각해도 괜찮을까요?”

“안 괜찮죠.(웃음) 개구리 하고 같이 산다고 하면 질문자가 창피하죠. 질문자가 아무리 못났더라도 개구리 하고 살 수준은 넘지 않아요?”

“네, 넘습니다.”

“질문자가 남편을 개구리라고 하면 남편을 욕하는 게 아니라 질문자 본인을 욕하는 셈이에요. 자기 가치를 좀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편은 부처님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기분이 어떨까요?”

“네, 기분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남편을 볼 때 법륜스님이다 이렇게 생각하겠습니다.”(웃음)

“질문자가 매일 제 법문을 듣는다고 했잖아요. 그러면 남편 말을 제 말처럼 믿고 받아들이면 어떨까요?”

“노력해 보겠습니다.” (웃음)

“노력하면 안 돼요. 항상 이렇게 기도하세요.

‘남편은 부처님입니다’

남편이 감정에 기복이 있는 것은 남편이 사람이라는 증거예요. 그런데 남편이 내가 원하는 수준은 안 되는 거예요. 남편은 특별히 훌륭한 사람도, 나쁜 사람도 아니고 그냥 사람인데, 내가 남편에 대한 기대가 큰 겁니다. 그래서 질문자가 마음이 좀 언짢은 거예요. 남편이 화도 좀 덜 내고, 갈등이 생겨도 빨리 풀고, 먼저 미안하다고 사과도 해 주면 좋겠죠?”

“네.”

“그런데 내 남편이 그만큼은 안 되는 거예요. 그렇다고 남편이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단지 내가 원하는 만큼 안 될 뿐입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기분이 좋으면 뭐든지 줄 것처럼 하고, 기분이 나쁘면 토라져요. 토라지는 시간이 조금 긴 사람도 있고 짧은 사람도 있습니다. 오십보백보로 큰 차이가 없어요. 그러니 첫째, ‘우리 남편은 사람입니다’ 이렇게 생각하세요.

둘째, ‘남편은 사람 중에도 부처님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남편의 말을 부처님 말씀을 듣듯이 들으면 남편이 진짜 부처가 됩니다. 그 남자가 부처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내 마음속에 있는 남편은 부처인 거예요. 남편을 부처로 보면 질문자도 덩달아 훌륭해집니다. 기독교인에게 불상은 부처일까요, 우상일까요?”

“우상으로 볼 것 같습니다.”

“불교인에게는 불상이 뭐예요?”

“부처님입니다.”

“그 불상이 부처인지 우상인지는 본래 정해져 있는 거예요,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거예요?”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러면 우상으로 보는 것이 나에게 좋을까요, 부처로 보는 것이 나에게 좋을까요?”

“부처로 보겠습니다.”

“불교를 안 믿는 기독교인은 불상을 우상으로 봐도 상관이 없죠. 절에 안 다니니까요. 그런데 매일 절에 다니는 불교인이 불상을 우상이라고 보면 본인이 불행하겠죠. 다른 사람은 질문자 남편을 나쁜 남자라고 해도 괜찮아요. 같이 안 사니까요. 그런데 질문자는 그 남자하고 같이 살잖아요.”

“네. 평생 같이 살 것 같습니다.

“평생 같이 살아야 하는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누구 손해예요?”

“제 손해입니다.”

“질문자가 남편과 같이 못 살겠다고 했으면 다른 이야기를 해주었을 거예요. 남편 성격이 내 마음에 안 들어도 다른 것이 괜찮으니까 같이 사는 거죠?”

“네. 맞습니다.”

“남편이 건강도 안 좋고, 돈도 못 벌고, 성격도 안 좋고, 애들한테도 잘 못 하고 다방면으로 나쁘다면, 저에게 이런 신세타령을 안 하겠죠. 스님한테 묻지도 않고 벌써 이혼해 버렸을 거예요.”

“네. 벌써 이혼했을 것 같습니다.”

“남편이 성격 빼고는 그래도 괜찮으니까 ‘남편이 이것만 고치면 참 좋겠는데’라는 생각을 하는 거예요. 그런데 빈대 잡다가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있잖아요. 한 가지 고치려다가 전부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절에 가서 불상을 보고, 부처로 볼 거냐 우상으로 볼 거냐 하는 문제와 같아요. 기독교인들이 우상 숭배라고 할 때, 왜 우상이냐고 논쟁할 필요가 없습니다. ‘불상을 우상이라고 보는 것은 네 자유다. 그래 봐야 네 마음만 허전하지 나는 매일 봐야 되니까 부처님으로 본다’라고 하면 돼요. 그처럼 질문자에게 남편은 내가 매일 같이 살아야 할 사람이고 아이들에게는 아버지잖아요. 아이들 아버지가 훌륭한 사람인 게 좋아요, 나쁜 사람인 게 좋아요?”

“훌륭한 사람이 좋습니다.”

“그러니까 남편에게 ‘당신은 부처님입니다’ 이런 마음을 내어보세요. 설령 아이들이 ‘아빠 성격이 문제야’ 이렇게 얘기를 해도, ‘성격 빼고는 다 훌륭한 분이다’라고 얘기하시면 됩니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그런 관점을 가지면 누구한테 좋다고요? 남편한테 좋아요, 질문자에게 좋아요?”

“저한테 좋습니다.”

“‘훌륭한 남자하고 산다’ 이런 관점을 가지면 자기에게 자긍심이 생기는 거예요. ‘남자가 성격이 나빠서 잘 삐지고 화를 낸다’ 자꾸 이렇게 생각하면 자기 자존심이 상하는 거예요. 그러면 ‘내가 오죽 못났으면 저런 사람하고 평생 살아야 되나’ 이런 생각까지 듭니다. 남편 성격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런 성격은 나하고 좀 안 맞지만 다른 건 다 훌륭하다고 생각하세요. 나하고 안 맞는 거지, 그 성격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에요. 내가 원하는 만큼 안 될 뿐입니다. 행복하려면 긍정적으로 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긍정적인 마음을 내면 질문자에게도 좋고 아이에게도 좋고 남편에게도 좋아요. 나도 좋고 너도 좋고 우리도 좋은 거예요. 이 좋은 길을 함께 가면 좋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결혼할 때 왜 상대의 성격이나 생활습관은 안 보는지 모르겠어요. 여러분은 결혼할 때 주로 무엇부터 봅니까? 첫째, 인물을 보죠. 그런데 막상 결혼해서 살면 인물은 더 이상 안 봐요. 아침에 눈 떠서 남편이나 아내를 딱 보니 인물 때문에 진짜 구역질이 나서 같이 못 살겠다는 사람은 없습니다. 둘째, 능력을 보죠. 어느 대학을 나왔냐, 월급은 얼마냐, 재산이 얼마냐, 집안은 어떠냐, 이런 것들을 따지는 게 능력을 보는 겁니다. 물론 연애를 좀 오래 하면 성격을 보긴 합니다. 그런데 생활 습관은 아예 안 봐요.

그런데 같이 살아 보면 서로 제일 많이 부딪히는 것이 생활 습관입니다. 두 번째로 많이 부딪치는 것이 성격이고 세 번째가 능력입니다. 인물은 아예 해당도 안 돼요. 그러니까 결혼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보는 조건과 살면서 부딪히는 조건이 정 반대입니다. 같이 살기 좋은 사람보다 보기에 좋은 사람을 골라서 결혼을 하니까 어려운 거예요. 같이 살려면 생활 습관이 잘 맞는지가 중요한데 다른 조건만 맞춰보고 결혼을 하니까요.

우리 일상도 그렇습니다. 경치 좋은 바닷가나 계곡에 가면 여기 집 하나 지어 살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잖아요. 한번 살아봐요. 습기도 많고 바람도 많고 소리도 시끄럽고 여러 가지가 안 좋습니다. 그래서 보기에 좋다고 반드시 생활에 좋은 것이 아니에요. 빛 좋은 개살구라는 속담이 있잖아요. 물론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을 때도 있습니다.

결혼 생활의 갈등은 대부분 내가 선택한 조건이 아닌 다른 것을 자꾸 문제 삼기 때문에 생깁니다. 상대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에요. 내가 상대를 선택했을 때 인물을 봤다면 평생 인물만 논하고, 능력을 봤으면 평생 능력만 논해야지, 정작 같이 못 살겠다고 불평할 때는 성격이나 생활 습관을 논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겁니다. 그러니 질문자도 남편의 성격을 자꾸 논하지 말고, 남편의 그런 성격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해요. 남편은 그렇게 생긴 걸 어떡합니까. 남편의 성격을 받아들일 수만 있으면 사실 큰 문제는 아닙니다.

남편에게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아서 정 못 살겠다면 저한테 이런 질문을 안 합니다. 묻기 전에 알아서 결정을 해버리죠. 저한테 물었다는 것은 ‘남편에게 좋은 점이 많지만 내 마음에 안 드는 이런 점이 있는데, 이걸 어떻게 하면 내 마음에 들도록 할까요?’ 이것이 고민이 되어서 묻거든요. 자기 힘으로 안 고쳐지니까 저에게 묻는데, 남을 고치기는 쉽지 않습니다. 자기 관점을 조금만 바꿔보세요. 산에 가면 나무가 많지만 기둥하기에 좋은 나무는 드뭅니다. 목수가 가져와서 필요에 맞게 조금 다듬어야 됩니다. 결혼생활도 서로 맞춰가면서 사는 것이지, 딱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은 구하기 어렵습니다. 결혼뿐만 아니라 룸메이트나 친구도 마찬가지예요. 그렇기 때문에 상대를 긍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맞춰가며 살아보면 좋겠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둘째가 태어난 후 아직 어린 첫째에게 화를 내게 됩니다. 7년을 기도하다가 시험관으로 얻은 아이에게 욱하지 않고 평온한 엄마가 되어주고 싶습니다.
  • 일을 하다 보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집착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많은 일을 계획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일을 하면서 수행을 할 수 있나요?
  • 한 달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저의 실수 때문인 것 같아 괴롭습니다. 어떻게 마음을 추슬러야 할까요?
  • 중학생 딸이 인터넷 채팅으로 성적 피해도 입고 가해도 했습니다. 현재 정신과 치료와 경찰 수사를 의뢰한 상태지만 엄마로서 어떻게 아이들을 잘 보호할 수 있을까요?
  • 3년 전 저의 모든 것이었던 아들이 사고로 제 곁을 떠나버렸습니다. 제 업이 두터워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성실하게 살았던 아들이 부처님 품에서 잘 지내고 있을까요?
  • 올여름 결혼하는 예비신부입니다. 코로나19, 각종 환경문제, 원전 문제 등 미래가 걱정되는 사회에서 아이를 꼭 낳아 키워야 할까요? 또 마음이 건강하지 못한 제가 아이를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키울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 별로 살고 싶은 마음이 안 듭니다. 매일 새벽에 108배와 명상을 하며 극복해보려고 하는데 어릴 때 자란 환경이 안 좋아서인지 점점 마음이 더 여려집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8명의 질문을 다 받고 질문한 사람들의 소감을 들어본 후 스님은 마음공부를 할 수 있는 두 가지 길에 대해 알려주며 방송을 마쳤습니다.

마음의 병도 치료와 예방이 필요합니다

“몸이 아프면 치료를 받아야 하듯이 마음의 병도 치료해야 합니다. 그럼 건강한 사람은 아무것도 안 해도 될까요? 그건 아닙니다. 건강한 사람은 병이 들지 않도록 예방을 해야 합니다. 지금 괴롭지 않다면, 앞으로 괴롭지도 않도록 미연에 막아야 하고, 지금 괴로움이 있다면 그 괴로움을 치유해야 됩니다. 이것이 수행입니다.

여러분들이 오늘은 스님과 질문자의 대화를 듣기만 했는데,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연습을 지속적으로 하려면 혼자 힘으로는 조금 어렵습니다.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정토불교대학’을 개설해서 불교란 무엇인가, 부처님은 어떤 분인가, 그분의 가르침의 요지는 무엇인가를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정토불교대학에서 6개월간 공부해서 수행의 기본 원리를 바탕에 깔고 즉문즉설을 들으면 훨씬 더 이해가 쉬워집니다. 불교대학은 1년에 두 번, 봄과 가을에 개강하는데 이번 3월에 봄 학기를 시작합니다. 이번 주에 신청을 마감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신청해 보시기 바랍니다.

불교 공부는 하고 싶지만 6개월이나 시간을 내기 어렵거나, 법문은 좋지만 불교라는 이름 때문에 불교대학은 못하겠다는 사람은 ‘행복학교’에서 공부해 보시기 바랍니다. 행복학교는 한 달 동안 즉문즉설로 마음공부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마음공부를 종교적인 이름이나 어떤 단체 이름도 붙이지 않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마음공부를 통해서 여러분들이 어리석음과 괴로움의 바다에서 헤쳐 나와서 좀 더 밝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처럼 누구나 참여해서 스님과 대화하는 온라인 즉문즉설도 앞으로는 더 자주 할 계획입니다. 현재는 온라인 즉문즉설을 한 달에 한 번 하고 있는데요. 코로나 사태로 인한 비대면 시대라서 4월 중순부터는 매주 온라인 즉문즉설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자주 뵙도록 하겠습니다.”

10시가 다 되어 방송을 마쳤습니다. 내일도 하루 종일 이삿짐을 나르고 저녁에는 정기법회를 할 예정입니다.

자유롭고 행복하길 원하나요?

누구나 입학할 수 있습니다.
어디서든 수업 참여가 가능합니다.
당신의 인생을 바꿀 선택!
법륜스님의 온라인 정토불교대학으로 오세요~

▻ 신청마감: 2월 28일(일)
▻ 입학식: 3월 9일(화)

▼ 아래에서 신청할 수 있습니다
[클릭] https://www.jungto.org/edu/Jun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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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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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있는거 끝까지 잘 입고 잘 쓰겠습니다.
지금 괴롭지 않고..미래의 괴로움을 예방하기 위해서 수행정진하고 세상에 작게나마 보탬이 도는 오늘 을 살겠습니다

2021-03-02 08:00:08

세숫대야

남편은 부처님입니다
모든 주변사람들을 부처님으로 본다면 문제삼을일이 없을것같습니다

부지런히 수행정진하겠습니다()

2021-03-02 07:26:30

굴뚝연기

스님 연세드시는 모습에 가슴이 아픕니다ㅠ스님 대중강연 하실때가 엊그제같네요ㅜㅜ늘 처지가 초라해,다가서 악수한번 제데로 못해보고 ㅜㅜㅜ스님 많이 뵙고싶고 너무나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부디 건강유지 잘하셔서 어리석은 저희 대중들곁에 오래오래 계셔주세요~~

2021-03-02 00:3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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