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2.23~24(오전) 이사 준비, 발우공양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립하는 삶”

2월 22일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하루 종일 이사 준비를 했습니다. 내일부터 정토회, 평화재단, JTS가 모두 정토사회문화 회관으로 이사를 가게 되기 때문입니다.

공동체 대중들은 각자 자신의 부서에서 하루 종일 짐을 싸고 포장하는 일을 했습니다. 너무 무겁게 짐을 포장하면 이동할 때 다칠 수가 있기 때문에 작은 박스에 물건을 나눠서 담았습니다. 아침에 시작한 이사 준비는 해가 지고 밤늦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스님도 짐을 나를 수 있게 하루 종일 물건을 정리하고 짐을 쌌습니다.

2월 23일(오전)

새벽 4시 30분, 새벽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를 드렸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을 위해 모든 예불 의식은 음원만 틀어놓고 있습니다. 스님은 맨 뒷자리에 조용히 서서 함께 예불을 하고, 108배를 하고, 명상을 했습니다.


오전 6시 30분에는 서울 공동체 대중과 함께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공양을 마치고 김치 조각으로 깨끗이 발우를 닦은 후 대중은 스님에게 말씀을 청했습니다.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은 정토회와 평화재단, JTS가 모두 이사를 하는 주간입니다. 스님은 이사를 앞두고 수행자가 살아야 하는 삶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수행자는 무엇이든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기 손으로 직접 해야 합니다. 수행자들끼리 힘을 합해서 자립하는 삶을 살아야 해요. 부처님께서는 잠은 나무 밑에서 자고, 옷은 주워 입고, 밥은 얻어먹었기 때문에 남의 손을 빌 일이 없었습니다. 후대에 제자들이 초막을 짓고 건물을 짓고 살게 되면서 남의 손을 빌리게 된 거예요.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립하는 삶

건물을 짓게 되면서 두 가지 길로 갈렸습니다. 첫째, 수행의 원칙을 지키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지을 수 있는 만큼만 건물을 짓고 살아가는 길이 있었습니다. 둘째, 왕이나 노동자들이 지어 준 건물에 들어가서 살아가는 길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태국에 가면 도시에 절을 짓고 사는 승려가 있고, 숲 속에 사는 승려가 있어요. 숲 속에 사는 승려는 일절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숲 속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정토회도 가능하면 우리가 사는 것은 남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필요한 일이 있으면 수행자들이 울력을 하는 방식으로 살아왔어요. 이 정토회관을 지을 때도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일만 전문가들이 역할을 했지, 대부분은 수행자들이 등짐을 지고 시멘트를 날라서 지었습니다. 문경 수련원도 초기에는 수행자들이 직접 손으로 집을 지어서 생활을 했어요.

대중을 위해 필요한 공간

그런데 참여하는 대중이 점점 많아진 거예요. 대중에게 필요한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기술로 건물을 지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중이 사용하는 건물만큼은 전문가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건물을 짓는 것까지는 전문가들에게 맡기더라도 건물 안에서 생활하는 것은 우리의 힘으로 살아가자는 원칙을 지키기로 한 겁니다.

그러니 이번에 새로 이사를 가게 되어도 생활하는 것은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우리가 역할분담을 해서 살아가는 원칙을 지켜나가야 합니다. 이사를 하는 정도는 굳이 전문가의 손을 빌리지 않아도 되잖아요. 대신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짐을 옮기면 됩니다. 앞으로 우리가 활동할 공간이니까 조금 힘이 들더라도 다 같이 힘을 합해서 이삿짐을 나르도록 하겠습니다.

발우공양을 하기 전에 자리에 앉을 때 조금 소란스러웠는데요. 남들도 지키는 질서는 질서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질서는 연습을 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지키는 것이니까요. 세상 사람들이 지키지 못하는 질서를 지킬 때 ‘수행자답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처럼 조용히 해야 될 상황에 계속 웅성거리고 떠들면 수행자라고 하기 어려워요. 그러니 이사를 할 때도 너무 큰 소리로 떠들지 않고 조용히 짐을 날라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계속 확산되고 있으니까 이사하는 동안에는 전원 다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가구는 재활용한다

건물을 짓는 것은 우리 손으로 지을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까 할 수 없이 전문가들에게 맡겨서 지었지만, 내부에서 사용하는 가구는 새로 구입하지 않고 전부 다 재활용을 하겠습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가구를 그대로 가져서 사용합니다. 두북 수련원에 재활용 가구를 많이 모아 놓았으니 부족한 가구는 거기서 가져와서 쓰면 돼요. 또 전국에서 지역 법당을 철거하면서 재활용 가구들이 많이 생기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더 기다리면 필요한 가구들을 얼마든지 재활용할 수가 있습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건물 안에 배치하는 모든 가구와 물품들은 재활용을 해서 사용한다는 원칙을 꼭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여기까지 법문을 한 후 발우공양을 마쳤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오늘 이사를 하게 되는 신축 건물로 이동하여 1층 입구에 마련된 불상 제막식을 했습니다.

법당에는 스님이 직접 불상을 안치했습니다. 조용히 기도를 하고 건물을 한 바퀴 둘러보았습니다. 수고한 불사팀 활동가들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수고했어요.”

조촐한 의식이 끝나자 평화재단 이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공동체 대중들은 마스크를 쓰고 정숙을 유지하며 천천히 짐을 날랐습니다.

오전 10시부터는 서울 정토회관에서 온라인 수행법회를 시작했습니다. 12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수행법회 소식은 내일 이어서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전체댓글 52

0/200

보각

정토사회문화회관, 스님 감사합니다

2021-03-03 11:12:55

굴뚝연기

네 스님~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립하는 삶을 살겠습니다^^새건물에 이사하시는 부처님도 특이하시네요^^이사에도, 모든 비치품들을 그데로 소박하게 재활용해 가져가 쓰신다는 알뜰하시고 소박하신 원칙을 배우겠습니다~어휴~상주대중분들,스님과 함께 공양하시면 떨려서 체할거같아요 ㅎ스님과 함께할 수 있는 용기?가 부럽네요^^

2021-03-01 19:45:22

김정희

저도 제 생활에서 작게 살아 자립하는 삶을 살겠습니다.

2021-03-01 07:43:04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