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11 해외지부 온라인 정초 법회, 사회사상 강의 기획회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무엇이 중요해질까요?"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스님은 온라인으로 국내외 정토행자들과 정초 법회를 진행합니다.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해외지부 정회원들과 시간을 가졌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오전 7시에 해외지부 정초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문경 수련원 명상원에는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채 하늘에는 별이 총총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200여 명의 해외지부 정회원들이 속속 화상회의 방에 입장했습니다. 한국은 오전 7시, 북미 서부는 오후 2시, 북미 동부는 오후 5시, 유럽은 오후 11시, 호주는 오전 9시, 방콕은 오전 5시였습니다.

오늘 정초 법회가 있기 전까지 해외 대표단, 해외 총무단, 국제국, 2차 만일준비위원회가 세 차례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온라인 정토회 조직개편 방향과 그동안의 간담회 논의 결과를 2차 만일준비 위원장 전해종 님이 발표했습니다.

발표가 끝나고 나서 정회원들은 스님에게 삼배로 법을 청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지금 이곳 문경 수련원의 명상원에는 온라인 법회를 하기 위해 대형 모니터 열 개를 설치했습니다. 여러분의 얼굴을 핸드폰 크기 이상으로 모두 볼 수 있어서 여러분이 지금 무엇을 하는지 여기서 다 알 수 있어요. 그러니 토론할 때 딴짓하지 마세요. (웃음)

한 사람씩 모두 인사 나누면 좋겠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니 생략하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반갑습니다!”

화면으로나마 서로 손을 흔들며 인사를 나눈 후 스님의 기조 법문을 들었습니다.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해외지부에서 가장 크게 달라지는 점은 법회를 영어로만 진행한다는 점입니다. 스님이 한국말로 법문을 하면 영어 통역이 함께 나가거나, 영어가 자막으로 나가는 방식으로 법문이 방송됩니다. 한국 사람만 법회에 참가했다 하더라도 마음 나누기는 영어로만 해야 합니다.

해외에서는 이제 영어로만 법회가 열립니다

만약 독일 사람들이 모여서 법회를 듣고 마음 나누기를 한다면, 영어가 편하면 영어로 해도 되고, 독일어가 편하면 독일어로 해도 되지만, 한국어로는 나누기를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해야 외국인이 한 명이라도 법회에 참석했을 때 어색해하지 않고 계속 법회에 참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외국인이 아내를 따라서 법회에 왔다가 옆에 앉아만 있다가 그냥 가잖아요? 그런데 온라인 법회에서는 지금처럼 법당 개념이 없어지고 집에서 법회를 듣게 되니까 한국어를 못하는 가족들도 함께 영어 법회를 들을 수 있게 되고, 마음 나누기도 가족들과 함께 영어로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기본 방침입니다.

그럼 영어를 못하는 한국 사람들은 어떻게 법회를 듣느냐고 걱정을 하시는데, 스님이 한국말로 법회를 하고, 거기에 영어 통역이 들어가거나 영어 자막이 들어가는 방식이어서 법문을 듣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또 마음 나누기를 할 때 영어가 안 되는 사람은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 제기도 하시는데, 그것도 문제 될 게 없어요. 한국어로 마음 나누기를 하면 대부분 말이 길어집니다. 마음 나누기가 아니고 생각 나누기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어로 마음 나누기를 하면, 영어를 못하는 사람일수록 마음만 짧게 나누는 본래 취지의 마음 나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예를 들어, 법문이 어렵게 느껴졌다면 'Difficult!'라고 말하며 돼요. 주어를 붙일 필요도 없이 단어로만 표현하면 됩니다.

다만 연세 드신 분들이나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는데, 그런 분들을 위해서는 ‘한국어 나누기 모둠’을 별도로 편성하면 됩니다. 이것은 모둠을 하나 더 신설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모든 모둠은 지역별로 편재됩니다. 그래서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어 대면 모임이 허용될 경우 모둠별 또는 지회별로 만나면 됩니다.

이제 온라인으로 모두 전환되면 법당에서 도반을 만난다거나 법당을 관리한다는 개념이 없어져요. 정토회 회원이라면 각자 자신의 방에서 수행을 하는 동시에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방식으로 전법을 하게 됩니다. 해외에서도 진행자 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진행할 수 있어요.

영어로만 법회가 열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근심 걱정이 많아졌다고 하는데, 제가 볼 때는 아무 일도 아닌 걸 갖고 자꾸 옛날 생각을 해서 생긴 문제입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 끼리끼리 모여서 어울리던 시절과 비교를 하니까 그렇지 걱정할 이유가 없어요.

그리고 한국과 해외가 온라인으로 연결됨으로 인해 불교대학과 경전반에 해외 교민들의 참가가 많아진 것을 보면, 온라인 방식은 교민 전법에도 매우 효과적입니다. 그동안 대면 방식으로 전법을 할 때보다 온라인 방식으로 바꾸면 더욱더 널리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지난 6개월 동안 온라인 불교대학의 성과만 봐도 이미 확인이 되었습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어떻게 하면 전 세계인들에게 전법을 할 것인가?’입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외국인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영어 법회로 바꾸고 영어로 나누기를 하면서, 외국인이 들어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자는 거예요. 그리고 남는 시간에는 불교대학과 경전반에 진행자로 참가하고, 불교대학과 경전반 졸업생들을 국제지부 회원으로 가입시키고 활동가로 키워내서 점차 역량을 강화해 나가면 됩니다.

이 제안은 해외 정토회 대표들이 낸 여러 아이디어를 듣고 나서 스님이 그것을 종합했을 뿐입니다. 스님이 해외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이런 계획을 다 세우겠어요. 여러분이 낸 아이디어를 종합해서 교민 전법과 세계 전법을 통일적으로 해 나가는 방안을 새롭게 제안한 겁니다. 여기까지 말씀을 드리고 질문을 받겠습니다.”

이어서 궁금한 점이 있거나 건의하고 싶은 내용을 자유롭게 묻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시애틀, 뉴저지, 뮌헨, 시드니,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파리, 버지니아에서 총 8명이 법문을 듣고 나서 궁금한 점을 질문했습니다.

그중 파리에 살고 있는 분은 프랑스인들은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큰데, 불어로 법회를 먼저 시작해도 되는지 질문했습니다.

영어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 언어로 어떻게 법을 전할 수 있을까요

“저는 스님의 제안을 듣고 나서 가슴속에서 나비가 날아오르는 듯 설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처음 불교대학 수업을 듣고 집에 가서 프랑스인 남편에게 저의 짧은 불어 실력으로 한 시간 동안 설명했던 기억이 났기 때문입니다. 4년 동안 정토회 활동을 하면서 한국어 실력이 늘고 불어 실력이 오히려 줄어들었는데, 다시 불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님께서 모든 법회를 영어로 하고, 마음 나누기는 영어나 현지어로 한다고 하셨는데, 프랑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영어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이 큽니다. 제 남편도 기본적인 영어밖에 못합니다. 오늘도 일요 명상을 함께 했는데 영어를 알아듣기 어려워했습니다. 현재 불어 자막이 있는 즉문즉설이 80여 개가 있는데, 먼저 이걸로 불어 법회를 시작하고, 프랑스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 시작하면 그때 새로 만들어지는 즉문즉설을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스님의 의견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법문을 불어, 독어, 중국어, 일어 등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하는 것은 아직 능력이 안 돼서 못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몇 년 만 더 지나면, 한국어를 곧바로 40개국 언어로 자동 번역해주는 번역기가 개발이 될 겁니다. 지금 우리가 일일이 번역해서 만든 콘텐츠들도 3년 내지 4년 정도 사용하는 용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이런 과도기에도 우리는 세계 전법을 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일단 방침은 해외에서는 모든 법회를 영어로 진행해 보자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직은 각국 언어로 다 번역을 못하기 때문입니다.

영어 먼저, 그 다음에 각 나라 언어로

태국 사람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우리가 아직 태국어 번역까지 서비스해 줄 수는 없기 때문에 영어가 가능한 태국 사람에게만 영어 법회를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어로도 다 번역을 해줄 수 없기 때문에 일본인 가운데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에게만 법회를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프랑스인 가운데서도 영어를 할 줄 아는 프랑스인이 전법의 대상이지 영어를 못하는 프랑스인은 현재 우리가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아직 법문을 영어로만 제공할 수준밖에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단 법문은 영어로 듣고, 나누기는 영어로 하거나 본인의 모국어로 하라는 거예요.

지금까지는 법문 번역을 한국 사람이 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영어가 가능한 프랑스인이나 독일인이 영어 법회에 점점 많이 참가하게 되면, 그들이 법문을 자신의 모국어로 번역하기는 쉬울 겁니다. 이것이 1차 확대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자신의 모국어로 법문을 번역하여 영어를 못하는 자기 나라 사람들에게 법회를 열게 됩니다. 이것을 2차 확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는 그들에게 전법을 맡기면 됩니다. 우리가 태국 사람을 위한 전법을 하는 게 아니고, 태국 사람이 태국 사람을 위해서, 프랑스 사람이 프랑스 사람을 위해서, 독일 사람이 독일 사람을 위해서, 전법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기 전에 지금은 영어가 가능한 태국 사람, 영어가 가능한 프랑스 사람, 영어가 가능한 독일 사람만 전법의 대상이 되는 겁니다.

질문자가 현재 불어로 번역된 즉문즉설을 갖고 불어 법회를 열 수는 있지만, 그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가 않아요. 앞으로는 매주 영어로 법회를 해야 하는데, 이걸 질문자가 매번 불어로 번역을 할 수 있겠어요? 그래야 프랑스 사람들도 새로운 법문을 매번 들을 수 있잖아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누군가가 열심히 번역해야 한다는 거예요.

지금처럼 교민을 위해 한국어로만 법회를 여는 것은 세계 전법에는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온라인 시대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한국에서 담당해도 된다고 보는 거예요.

프랑스에 살면 불어로, 독일에 살면 독일어로, 미국에 살면 영어로 해줘야, 앞으로 외국인이 참석해도 자연스럽게 섞여서 대화가 가능해져요. 그래야 세계 전법이 자리 잡혀 나갈 수 있습니다.

영어를 하지 못하는 한국 교민들은

오늘 대화는 ‘세계 전법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첫 번째 주제입니다. 두 번째 주제는 ‘영어 법회로 전환하면 해외 교민은 어떻게 할 것인가?’입니다. 해외 교민에 대한 한국어 법회 지원은 해외에서 담당하지 말고, 필요하다면 한국에서 맡아줄 테니 해외에 계신 분들은 불교의 세계화에 역량을 투여해 달라는 겁니다.

물론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생길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을 딛고 나가야 합니다. 여기에 외국어로만 법회를 진행할 때의 어려움을 어떻게 보완해서 나갈 것인가를 더 고민해 주시면 좋겠어요. 이를 위해 국제지부에서는 한국어 나누기 모둠을 소수로만 운영하든가, 그 수가 많으면 한국 서울지부에서 담당하든가, 두 가지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해 주셔야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질문한 것처럼 열 개의 모둠 중 여덟 개를 한국어 모둠으로 운영한다면 그것은 세계 전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 정도라면 한국어 모둠을 전부 한국 서울지부 소속으로 옮겨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 국제지부에 소수의 한국어 모둠만 두겠다고 한다면, 해외에 계시는 분들도 모두 국제지부에 소속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일본에 계신 한국 교민들이 국제지부에 소속되지 않고 한국 정토회 직할로 소속되겠다고 하면, 한국 서울지부에 소속이 되고, 한국 교민들만 하나의 모둠을 구성하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일본인을 위한 전법은 새로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일본인 전법을 할 사람을 새로 발굴해서 다시 계획을 세워야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 국제지부 산하에 비한국인을 위한 온라인 법당을 하나 마련해서 그곳에서 집중적으로 세계 전법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 영어를 못하는 해외 교민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영어로만 법회를 진행하면 이분들이 이번 조직개편 과정에 일순간에 날아갈까 염려가 됩니다.
  • 저는 독일어권에 살지만 아직 법문이나 나누기를 독일어로 할 수준이 못됩니다. 영어나 독일어를 못하는 저 같은 사람은 어떻게 관계를 맺고 활동해야 할까요?
  • 영어로 나누기를 할 수 있는 교민들 비중이 매우 낮습니다. 도반들과 속 편하게 나누기를 하는 시간만큼은 영어로 바꾸지 않았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외국인 전법은 점차적으로 확장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갑작스러운 개편이 더 큰 혼란을 야기할까 걱정됩니다.
  • 세계 전법을 중점으로 조직개편이 시행된다면 세계 전법 소임을 우선적으로 배치하게 되나요? 겸임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세계 전법 업무에 영향이 있을 것 같습니다.
  • 국제지부 안에 영어법회를 하는 날도 있고, 한국어 법회 하는 날도 있어서, 영어법회 참석자가 많아질 때까지 두 언어를 병행하면서 가면 어떨까요?
  • 앞으로는 한국어만 가능하신 분들은 더 이상 법회에 함께하지 못하게 되는 건가요? 너무 급격한 변화라서 지역 법당 회원들이 뿔뿔이 흩어질까 봐 걱정됩니다.
  • 외국인은 영어 불교대학을 졸업해야 영어 정기법회에 참석할 수 있나요? 외국인은 예외 규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즉문즉설을 마치고 다수의 여론이 어떠한지 거수를 한 번 해보았습니다.

우선 국제지부(외국인 담당)와 해외지부(교민 담당)를 통합하는 것이 좋겠는지, 기존대로 분리하는 것이 좋겠는지 손을 들고 각자 의사를 표현해 보았습니다. 통합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다수 의견이었습니다.

이어서 한국어 나누기 모둠을 국제지부 산하에 둘지, 한국 서울지부 산하에 둘지, 각자 손을 들고 의사를 표현해 보았습니다. 한국 서울지부 산하에 두자는 의견이 다수였지만 반대 의견도 3분의 1을 넘었습니다. 이 안건은 조금 더 토론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스님은 각 지역별로 더 많은 토론을 해볼 것을 제안했습니다.

“여론이 이렇다는 것만 아시고, 지역별로 다시 한번 더 토론해 보시기 바랍니다. 토론을 해 본 뒤에도 전체 여론이 분명하게 모아지지 않으면 24일에 다시 온라인 공청회 시간을 갖겠습니다.”

법회를 끝마칠 무렵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며 팔십이 넘은 노보살님이 손을 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정토회의 모든 사업이 온라인으로 바뀌고, 조직개편이다, 공청회다, 제가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남편은 저에게 차라리 일주일에 한 번 정토회에 나가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합니다. ‘집에서 하루 종일 앉아서 뭔 짓이냐’ 이렇게 불평이 많습니다.” (웃음)

“한국에서 어떤 분은 남편이 두꺼비집을 내려버렸다고 해요.”

“사실은 질문이 있었는데, 스님께서 자세히 말씀해주셔서 질문이 없어졌습니다. 대신에 반가운 소식을 전하고 싶어요. 제가 처음으로 다음 주에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맞으러 갑니다. 그래서 너무 좋습니다.”

“네. 박수 한 번 쳐 드립시다.” (박수)

“제 나이가 80이 넘었습니다. 고령자를 위한 계획이 있으시다고 하셨는데 가까운 시일 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네. 75세가 넘은 분들을 위해 명예 회원제를 도입하려고 합니다. 회비는 내고, 봉사는 면제합니다. 본인이 자발적으로 봉사하는 것은 언제든 할 수 있지만, 봉사를 의무 사항에서는 면제해 주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나이 드신 분들은 스마트폰으로 법회를 보기 힘드니까 중고 노트북을 지원해서 법회도 보고 나누기도 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우고 있어요. 또 온라인 정토회가 되면서 봉사를 하고 싶어도 컴퓨터를 다룰 수 없어서 봉사를 못 하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이런 분들을 위해 천룡사나 아도모례원 등 실현지에서 봉사할 수 있는 여러 곳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그곳에 오셔서 머무시거나 여러 가지 봉사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고맙습니다.”

노보살님의 힘찬 목소리에 아주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다함께 화면 캡쳐 방식으로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스님은 손을 흔들며 해외지부 활동가들과 인사를 나눈 후 법회를 마쳤습니다.

곧이어 10시부터는 평화재단 사회사상강의 준비팀과 화상회의를 시작했습니다.

행복한 백일 프로그램이 연기가 되긴 했지만, 강의 준비는 그대로 계속해나가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미래사회를 어떻게 내다볼 것인지에 대한 여러 가지 강의 기획안을 준비해서 발표했습니다. 지금까지 스님이 여러 강의에서 말한 내용을 토대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지향해야 할 가치가 무엇이 되어야 할지 초안을 마련해 왔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지향해야 할 가치관

발표 내용을 경청한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질문 내용에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스님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지향해야 할 가치관으로 행복, 창조, 자율, 공유, 연대, 다섯 가지를 이야기했습니다. 먼저 왜 모든 사람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문제 제기를 했습니다.

왜 모든 사람이 반드시 일을 해야 하나요?

“왜 우리는 꼭 일을 해야 되는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예전에는 일을 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기 때문에 일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기계가 일을 대신하기 때문에 인간이 굳이 일을 하지 않아도 살 수 있잖아요. 모든 사람이 반드시 일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하는 문제입니다.

일거리가 있는 사람은 일을 하면 되고, 일거리가 없는 사람은 기본소득제를 통해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면 됩니다.

행복

인류가 욕망을 계속 추구하게 되면 소득불평등의 문제로 인해 사회적인 혼란이 오게 됩니다. 지속 가능한 인류의 삶을 위해서는 욕망은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까지만 만족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수행하고 봉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그래서 미래사회에는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수행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끝없는 모순 속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래 사회에는 ‘어떻게 사느냐’, ‘뭘 먹느냐’ 보다 ‘행복한가’ 이것이 제일 중요한 가치가 될 것입니다.

창조

미래사회에 필요한 능력은 창조력입니다. 창조력이 있으려면 자율적이어야 합니다. 자율적일 때 창조력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다 창조력이 있을 필요는 없어요. 전체 인구의 10% 정도가 창의력을 갖고 생산을 하면, 나머지 90%의 사람들이 소비를 하면 됩니다.

자율

이때 어떤 삶을 살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 자율적이어야 합니다. 어떤 일을 하든 자율적으로 해야 행복하게 일할 수 있습니다. 일을 하고 싶은데 일이 없으면 괴로움이 생기기 때문에 욕망을 스스로 절제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자율 속에는 절제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율이라는 말은 자기의 욕망을 스스로 통제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입니다.

공유

창조력이 있는 사람이 많은 부를 가지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개인의 소유라는 생각을 버리고 부를 공유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부의 공정한 분배를 위해서 세율을 상향하는 것이 필요하다면 그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연대

자율적이되 상호 연대를 해야 합니다. 앞으로는 개인의 창조성보다는 다수가 머리를 맞대어 짜낸 지혜가 미래사회에는 더 중요해집니다. 다수의 지혜를 모으기 위해서는 서로의 깊은 연대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중세 시대에는 사회가 독선적이고 복종적인 수직적 구조였습니다. 근대에는 자유롭게 욕망을 추구하는 자유방임주의를 중요한 가치로 여겼습니다. 자유방임주의는 결국 공동체를 어려움에 처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다시 공동체 질서를 중심에 두게 되니 개인의 자유가 억압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제는 자율과 절제가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자유롭되 공동체 전체를 위해서는 절제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절제는 타인을 배려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절제는 연대하고도 관계가 있습니다.

이런 것이 이루어질 때 지속 가능한 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과 문명이 발달한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아무리 풍요로워지더라도 빈부격차가 너무 심해지면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는 다수 대중에 의해 사회의 불안 요소가 커져서 결국 패망의 길로 갈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행복에 가치를 두고, 창조력을 키우되, 공유하고, 자율적이되, 연대하는 가치관이 뒷받침되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해나갈 수 있어요. ‘어떻게 하면 보람 있게 살 것인가?’ 이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보람 있는 삶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삶입니다.

결국 마지막 대안은 수행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한 일자리 부족 문제는 주 4일 근무제를 통해 일인당 근무 시간을 줄이면 일정 부분 해결이 되겠지만, 자동화로 인해 기계가 모든 노동을 대체하게 될 때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더 연구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일하고 싶은 사람은 일하고, 안 하고 싶은 사람 안 해도 되도록 과감하게 제도를 변경하고, 일을 안 하는 사람에게도 기본소득은 보장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일자리를 나눌 수 있는 데까지 나누고, 그래도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은 기본소득을 제공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은 결국 수행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어요. 자기실현을 위해서 꽃밭도 가꾸고 농사도 지으면서 욕심을 안 내면 기본소득만으로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정토회 실무자들은 개인 소득이 없어도 행복하게 살고 있잖아요. 지금도 국가에서 노인연금을 30만 원 주는데, 그 정도의 돈으로도 수행자인 여러분들은 잘 살 수 있잖아요? 여러분들이 노인연금을 받을 때 즈음에는 100만 원 정도가 나올 것이기 때문에 젊을 때 봉사만 하고 살아도 노후를 걱정할 게 하나도 없어요.

사회에 나가서 괜히 애쓰면서 살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겁니다. 지금 어디 가서 돈을 좀 번다고 해도, 화장품 좀 더 좋은 거 바르고, 좋은 옷 한 벌 입고, 커피 한잔 더 마시는 것 빼고는 아무런 차이가 없어요. 정토행자와 일반인의 가장 큰 차이는 정토행자는 돈을 안 벌고, 사회에 나가면 돈을 번다는 점인데, 어차피 사회에 나가서 생활해도 저축을 못하기 때문에 늙으면 차이가 없습니다. 국민연금을 납입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제공되는 기본소득이 높아지기 때문에 그 혜택을 모든 사람이 다 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제가 여러분들에게 항상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걱정하지 마라. 젊은 시절에 세상에 뜻있는 일을 많이 하면 그게 훨씬 보람 있는 인생이 된다’

앞으로 갈수록 행복이 가장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행복은 기분 좋음이 아닙니다. 보람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굉장히 중요한 행복 중에 하나입니다. 자기 스스로 선택한 의미 있는 일이야 말로 삶의 가장 큰 보람을 느끼게 해 줍니다.

미래 사회의 혼란과 고통을 줄이는 방법

이런 관점에서 미래사회에는 수행자만 이렇게 살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엄청난 고통과 혼란이 야기될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만 해도 겉만 보면 천국 같은데, 마음속을 들여다보면 괴로움이 가득하지 않아요?

노동 문제도 수행과 결합되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됩니다. 모든 것이 기계화되거나 자동화되는 시대에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나눠주려면 일주일에 하루만 근무하는 방법밖에는 없어요. 그렇게 되면 전문성이 떨어지겠죠. 특히 단순노동은 이렇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각 나라마다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고 서로 벤치마킹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해결책이 일자리 나누기와 기본소득제입니다.

그런데 아직 수행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 않습니다. 여기에 수행이 더해져서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바꾸는 것을 병행해 나가야 미래 사회의 혼란과 고통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술의 발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딜레마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발표하고 질문했습니다.

일본에서 진행된 로봇 장례식을 어떻게 볼 것인지, 인공지능이 직접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어서 가짜 뉴스를 만드는 문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만든 챗봇 '테이'가 성차별적인 발언을 쏟아낸 일, 유전자 조작 기술을 통한 무한한 생명 연장을 어떻게 볼 것인지 등 여러 가지 윤리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스님의 생각을 이야기해 준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모두 발표했습니다. 다음에는 이 내용을 모두 책자 형태로 정리해서 스님께 다시 공유해 드릴게요. 그때 다시 의견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네, 수고가 많습니다.”

화상회의를 마치고 12시 30분에는 평화재단 사회채널팀에서 요청한 오디오 녹음을 했습니다. 리더십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스님의 목소리를 3분 분량으로 녹음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늦은 점심 식사를 한 후에는 오후 내내 여러 업무들을 처리했습니다. 저녁에는 원고 교정을 보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손님이 찾아와 차담을 나눈 후 정토대전 사상팀과 오후 내내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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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율을 상향하는것은 국가 채무가 늘어났기 때문에 피치못한 것으로 , 전국민이 함께 그 곳간을 다시 채울 의무를 지자는 의민데요. 그게 부의 공정한 분배와 어떤 관련이 있나요? 특히, 창조력을 가지고 개인의 성공을 이루었다면 그가 이룬 결과물을 사회에 나누는가의 여부는 그 자신의 선택이지 강요할수있는것은 아니지 않나요? 다소 사회주의적인 사고인것 같아요

2021-03-02 23:22:01

임선영

기계가 대신 일하는 곳이 대표적으로 자동차생산공장이겠죠. 기계손들이 나사 돌리고 땜하고 끼워 맞추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상추재배 농장 자동으로 실내 온도를 맞춰 주고 자동으로 물 뿌려 주고요.

2021-01-24 04:10:05

실상

일자리나누기와 기본소득제가 미래사회의 대안, 여기에 수행까지 더해져서 삶의방식과 가치관이 바뀐다면 미래는 희망적이고 행복한사회가 될터.
정토회원이 먼저 시작해서 수행붐을 일으켰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2021-01-22 17:5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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