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11.27 농사일, 평화재단 창립 16주년 심포지엄, 정기법회
“남과 자꾸 비교를 하니까 위축이 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오전에 농사일을 하고, 오후에는 평화재단 창립 16주년 기념 심포지엄에 온라인으로 참석한 후 저녁에는 금요 정기법회를 생방송했습니다.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산 윗밭으로 올라갔습니다. 오늘은 지난주부터 계속 심고 있었던 겨울 채소를 마저 심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다 심어서 마무리를 지어야 다시 여기까지 안 올라와도 될 텐데요.” (웃음)

산 윗밭은 지대가 높아서 오르고 내리며 자주 와서 일하기가 어렵습니다. 오늘 겨울 채소 심기를 마무리하기로 하고 모두가 바짝 힘을 모았습니다.

먼저 한 행자님이 관리기를 몰고 밭을 갈았습니다. 스님은 옆에서 돌멩이가 나오면 삽으로 파내서 옆으로 치우는 일을 했습니다.


산을 개간한 밭이라 돌멩이가 끝도 없이 계속 나왔습니다. 관리기가 지나간 자리에는 행자님들이 갈퀴로 평탄하게 땅을 고르었습니다.

밭을 정비한 후 비닐 멀칭을 씌웠습니다.

“오늘 오전에 다 심을 수 있을까요?”

“네!”

다들 익숙해진 채소 심기 솜씨에 자신 있게 대답했습니다.

“자, 그럼 선수들 입장하세요.” (웃음)

어떻게 심을지 역할분담을 했습니다.

“스님은 손이 가장 빠르시니까 가운데를 맡아 주세요. 저희는 양쪽 가를 맡아서 스님을 따라가겠습니다.”

역시 스님이 가장 빠르게 심었습니다. 행자님들이 스님을 쫓아가려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속도를 못 쫓아오는 행자님들을 보며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어제 배추 뽑으러 가서 동네 사람들 이야기 들어보니까 할머니들은 하루 만에 150평 밭을 심는대요. 그에 비하면 이 밭은 얼마 안 되잖아요.” (웃음)

3인 1조로 해서 2개의 조가 양쪽 끝에서부터 가운데를 향해 채소를 심었습니다. 채소를 심고 간 자리에는 삽으로 흙을 덮어 주었습니다. 흙 속에 돌멩이가 많아 돌을 한 번 고른 후 비닐 위에 뿌렸습니다.

4분의 1 정도를 남기고 씨앗이 다 떨어졌습니다.

“씨앗 가지러 가는 사이에 잠시 쉽시다.”

참을 먹으면서 한숨을 돌린 후 다시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제 얼마 안 남았어요. 그래도 오전에 일을 끝내고 내려가야죠.”

점심이 다 되어서 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우와! 다 심었어요.”

“수고했어요. 저는 산수유 따러 먼저 이동하겠습니다. 뒷정리 끝나면 저를 따라오세요.”

행자님들이 뒷정리를 하는 동안 스님은 산수유를 따기 위해 밭 아래 경사면으로 조심히 내려갔습니다.

아주 경사가 심한 비탈면에 빨간 산수유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습니다.

“제가 나무 위에 올라가서 가지를 잘라줄 테니까 여러분이 밑에서 열매를 따서 포대에 담아 주세요.”

스님은 원숭이처럼 나뭇가지를 옮겨가며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가지를 하나씩 잘랐습니다.

“자, 나뭇가지를 던질 테니까 받으세요.”

행자님들은 혹시 스님이 나무에서 떨어질까 봐 걱정이 되어서 말했습니다.

“스님, 너무 높이 올라가지 마세요. 위험합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니 그만 내려오세요.”

“괜찮아요. 감나무는 딱 부러져서 다치기가 쉬운데, 이 나무는 바로 부러지지 않고 찌익 하고 갈라지기 때문에 다른 가지로 금방 옮겨가면 돼요.”

스님이 잘라준 나뭇가지를 하나씩 붙잡고 산수유 열매를 포대 안에 담았습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하니 순식간에 포대가 가득 찼습니다.

“스님, 말려서 차로 마시기에는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아요.”

빨간 열매가 더 이상 눈앞에 보이지 않자 울력을 끝마쳤습니다.

“수고했어요. 오늘은 남은 과제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했어요. 겨울 채소를 심는 일도 끝냈고, 산수유 따는 일도 끝냈어요.”

장작불을 지필 수 있는 소나무 가지를 주워서 안고 산을 내려왔습니다.

곳곳에 늦가을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오늘 따온 산수유는 채반 위에 가지런히 펼쳐서 햇빛에 말렸습니다.


농사일을 마치고 나서 오후에는 평화재단 창립 16주년 온라인 심포지엄에 참석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심포지엄도 온라인으로 열게 되었습니다. 오늘 토론의 주제는 ‘동아시아 질서의 대전환과 한반도 평화’입니다. 미국에서 바이든이 다음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의 급변하는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 하는 주제로 여러 전문가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생방송 카메라 앞에 앉은 스님은 먼저 발표자들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서울에 올라가서 직접 심포지엄에 참석해야 하는데, 수도권에 코로나 사태가 더 심각해지면서 이렇게 온라인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괜찮습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저희가 스님을 찾아뵙겠습니다.”

발표자 중에는 확진자가 참석한 행사에 참석했다가 자가 격리를 당한 사람이 두 사람 있었습니다. 자가 격리를 당한 분도 집에서 온라인으로 심포지엄에 참석했습니다. 코로나가 우리 가까이에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발표자들과 안부를 주고받은 후 2시 정각에 온라인 심포지엄을 시작했습니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국제 질서가 다시 한번 요동칠 것으로 보입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의 발표를 듣기에 앞서 먼저 스님이 기조 발언을 10분 간 했습니다.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에 입각해 그 향방을 전망하면서 한국 정부는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지금이 큰 전환의 시대인 이유

“동아시아 질서의 대전환에 앞서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기는 지구의 긴 역사에서 봤을 때도 큰 변화의 시대로 기록될 것입니다.

그 첫 번째가 기후변화입니다. 기후변화는 생물학적 진화가 일어나는 중요한 원인이기 때문에 수십 만 년에 한 번 닥치는 큰 변화의 계기가 됩니다. 이것이 지금 우리 삶의 바탕에 깔려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세계적 확산은 소위 현대문명이라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었습니다. 그 작은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전 세계가 대혼란에 빠질 만큼 우리들의 삶의 방식이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특히 근대 백 년 동안 서구 사회는 의심할 여지없는 실현 가능한 가장 이상적인 사회 모델이라고 여겨져 왔는데 이번 코로나 사태의 대응에서는 매우 취약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민주주의는 미국이나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포퓰리즘에 취약함을 보여주었고, 특히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는 개인주의적인 이기주의에 바탕을 둔 자유주의가 얼마나 공동체의 전체 이익을 훼손시킬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자본주의 역시 우리 인류가 선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경제체제가 아닌가 생각했는데, 근래에 일어나고 있는 극심한 빈부격차는 자본주의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중요한 의문을 던질 수가 있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어떤 사회를 새롭게 만들어 갈 것인가?’

그동안 디지털 문명의 발달로 인해 새로운 사회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많이 나왔지만, 코로나 사태는 그것을 급속도로 앞당기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막연한 동경이나 미래가 아니라 현실에서 경험할 수 있는 사회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것 같아요.

세 번째는 이런 기반 위에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동아시아 지역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세 가지의 변화 요인 중에 가장 직접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은 미국 대통령 선거라고 봅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한반도에 미칠 영향

첫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협약에서 탈퇴하는 바람에 기후 위기에 대한 국제적 협력이 매우 어려웠는데, 바이든이 당선됨으로 해서 미국도 기후 위기에 대한 국제 협력에 함께 갈 수 있겠다는 점입니다.

둘째,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에 대해서도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이를 방치하고 국제 협력도 매우 소극적이었는데, 바이든 정부는 국제적인 협력과 더불어 자국 내에서도 코로나 확산 방지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이에 대해 우리는 조금은 희망을 갖게 됩니다.

셋째, 바이든 정부가 미국과 중국의 갈등 관계를 어떻게 풀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트럼프는 거칠게 풀었다면 바이든은 예의를 갖춰 풀지 않겠느냐 하는 차이만 있지, 미국과 중국 간의 대립과 갈등은 미국의 정권 변화에도 변함이 없다고 예측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당연히 한반도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고, 우리는 그 사이에서 나라의 진로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 결과 남북 관계는 지금 큰 어려움에 부딪혀 있습니다.

이렇게 저는 좀 큰 주제의 이야기를 했다면, 구체적인 이야기는 전문가 분들의 발표를 들으면서 입장을 정리해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바이든 정부를 바라보는 긍정적 시각과 부정적 시각

그런데 현재로서는 앞으로 들어설 바이든 민주당 정부에서의 한반도 평화 정책과 북미 관계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첫째, 바이든의 민주당 정부는 트럼프의 공화당 정부가 지금까지 해 온 정책 대부분을 다 뒤집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특히 외교 정책 가운데 북미 관계에 관한 정책들을 다 뒤집을 것이라는 전망은 한반도 평화에 있어서는 부정적입니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은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북미 협상을 진행했다면, 바이든 정부는 실무자 중심으로 바텀업(Bottom up) 방식으로 협상을 해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것이 미국 입장에서는 좋은 방식일지 몰라도 북한의 권력구조와 의사결정 방식으로 볼 때는 협상에 효과적이지 않은 방식일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북미 관계의 개선이 어렵지 않을까 하는 부정적인 견해가 많은 상황입니다.

그런 바탕 위에서 저는 긍정적으로 보는 것도 있습니다. 첫째, 민주당 정부가 이란이나 북한, 쿠바 등의 나라들과 어떤 문제를 풀려고 하면 항상 보수적인 공화당에서 제동을 걸고 강력히 반대했습니다. 그래서 늘 국내 여론에 눈치를 봐야 했고 제대로 진행을 못 시켰는데, 트럼프 정부가 이미 북한과 두세 차례에 걸쳐 정상회담을 진행해 놓았기 때문에 바이든 정부가 북미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바이든 정부가 북미 관계를 어느 정도 진척시켜도 정치적 반대 여론이 적지 않겠나 하는 것은 유리한 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둘째, 바이든 정부는 한미 간의 동맹을 중시하는 관점에서 한국 정부의 입장을 경청할 것이라고 봅니다. 만약에 한국 정부가 남북 간의 대결을 주장한다면 이 점은 북미 간의 관계를 푸는 데 장애가 될 것이지만, 지금처럼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 때는 이 점이 북미 관계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즉 한국 정부의 역할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 정부가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서 이런 장점을 살려내는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면 좋겠습니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서 한반도 정책이 새롭게 시행되려면 적어도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북한에서 그 기간을 참지 못하고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도발적인 행동을 하게 되면, 과거의 예를 봤을 때 바이든 정부 4년 내내 어려운 국면으로 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이런 일이 없도록 한국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을 한다면 예측과 달리 한반도의 평화 문제가 빨리 해결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면 전문가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어서 전문가들의 발표를 차례대로 들어보았습니다. 먼저 바이든 당선인의 동북아 정책을 자문해온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 재단 대표가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한 생각과 향후 한반도 정책에 미칠 영향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My name is Frank Januzzi and I'm here to offer you some thoughts about the U.S. presidential election and what it means for the future of U.S.-Asia policy and the future of U.S. engagement on the Korean Peninsula.
저는 프랭크 자누지입니다. 저는 오늘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한 제 생각과 그 선거 결과가 향후 아시아와 한반도 관련한 미국의 정책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트럼프는 자국 중심주의를 표방한 비즈니스 맨이라면 바이든은 스텝들을 잘 활용하는 공직자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트럼프는 동맹 관계에서 미국의 역할을 축소하면서 동맹을 부담으로 여겼지만, 바이든은 부담이 아닌 자산으로 여길 것입니다. 트럼프는 중국을 적으로 보았다면, 바이든은 경쟁자로 볼 것입니다. 제로섬 게임으로 보지 않고 필요한 부분에서는 협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에 대해서 세 가지의 시그널을 보냈습니다. 첫째, 규칙대로 하겠다는 것입니다. 둘째, 중국의 괴롭힘과 공격적 행위에 대해 무관용 정책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입니다. 셋째, 인권을 중시하겠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한국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입니다.”

이어서 중국 전문가인 김흥규 아주대 미중 정책연구소장님이 발표하고, 일본 전문가인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가 발표하고, 김준형 국립 외교원장이 바이든 당선 이후 한미관계의 과제와 전망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님은 토론에 참석해 한국의 외교안보 전략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70분 동안의 발표와 110분 동안의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스님은 토론의 전 과정을 지켜보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했습니다.

오후 5시가 넘어서 마지막으로 스님이 마무리 인사를 했습니다.

“프랭크 자누지(Frank Jannuzi) 맨스필드 재단 대표는 저와 20여 년 동안 관계를 맺어오면서 북한에 인도적 위기가 심할 때 인도적 지원을 하도록 유엔과 미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북한에 많은 난민이 발생했을 때도 난민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애써 주셨습니다. 지금 미국 대선 이후의 바쁜 와중에도 이렇게 영상으로 의견을 보내주신 것에 대해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심포지엄을 진행하는 내내 500명 이상이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걸 보니 프레스센터에서 하는 것보다 더 많은 분이 참여한 것 같습니다. 내용도 너무 좋았고요. 발표하고 토론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다음에는 더 좋은 내용을 준비해서 만나 뵙겠습니다.”

확진자가 500명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어렵사리 온라인 방식으로 심포지엄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진 후 저녁 7시 30분에 스님은 다시 생방송 카메라 앞에 앉았습니다. 오늘은 금요 정기법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1600여 명의 정토회 회원들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오늘은 11월 마지막 정기법회입니다. 가을의 마지막 정기법회이기도 하네요. 지금 밖에는 바람이 많이 불고 있어요. 제가 있는 이곳은 남부지역인데도 내일 아침에는 영하권으로 떨어진다고 합니다. 겨울이 바로 코앞이네요.

저는 오늘 오전에 겨울 채소를 좀 심었고, 산수유를 따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오늘 하루를 보내셨는지 궁금하네요. 저는 시골에 살다 보니까 법회가 없는 날은 늘 농사일을 합니다. 오후에는 평화재단 온라인 심포지엄에 참석해 동아시아의 새로운 질서와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전문가들과 대화를 나누었어요.” (웃음)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5명의 화상으로 연결되어 스님과 직접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1명은 영상으로 녹화하여 질문을 보내왔습니다. 그중 한 명은 시기 질투하는 마음 때문에 상대가 미워지기까지 했다며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남과 자꾸 비교를 하니까 위축이 됩니다

“저의 고민은 남편의 사촌 시동생과의 관계입니다. 남편이 시골에서 자라다 보니 사촌 시동생도 거의 형제나 다름없고 자주 만납니다. 그리고 저희 부부와 사촌 시동생 부부가 비슷한 시기에 결혼했고, 첫째 아이가 동갑이고 같은 여자아이이다 보니까, 처음에는 서로 육아 정보도 주고받으며 사이가 좋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제가 아이의 언어발달, 아이의 옷 등에 대해 비교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그 사촌 시동생이 좀 꺼려지고 그 아이까지 미워하는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아이까지 미워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조금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드는데, 비교하는 말을 듣게 되면 듣기도 싫고, 우리 아이가 그 아이보다 더 잘났으면 하는 마음도 들고, 사촌 시동생의 고모까지 싫어하는 마음이 일어나서 질문을 드립니다.”

“그런 마음이 든다고 하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누구나 비교하는 습관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래서 뭐가 문제라는 거예요?”

“미워하는 마음이 좀 많이 올라옵니다.”

“미워할 이유가 없는데 미워하면 ‘내가 잘못됐구나’ 하고 미워하지 않으면 되죠.”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괜찮다 싶다가도 ‘그 아이가 더 잘하네’, ‘걔는 잘하더라’ 이런 말을 들으면, 제가 유치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좀 밉더라고요.”

“유치하네요. 유치한지 모르겠다가 아니라 그런 것을 유치하다 그래요.” (웃음)

“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그렇게 남과 자꾸 비교하는 것은 질문자에게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고 질문자의 아이들에게도 문제가 돼요. 엄마가 자꾸 남하고 비교해서 ‘그 집 애는 공부도 잘하는데 너는 왜 못하냐?’, ‘그 집 애는 말도 잘 듣던데 너는 왜 말을 안 듣느냐?’ 이런 말을 자꾸 하면 애들이 힘들어 합니다. 누군가가 나를 온전하게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해주지 않고 자꾸 누구하고 비교하는 말을 들으면 아이들은 대부분 상처를 입습니다.

‘너는 똑같이 밥을 먹었는데 왜 키가 작냐?’
‘너는 그 집 애보다 과외를 덜 시킨 것도 아니고 참고서를 덜 사준 것도 아닌데 왜 공부를 못하냐?’

이런 말들이 다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들이에요. 그래서 아이를 키울 때는 언니와 동생도 서로 비교해서 말하지 말아야 합니다. 엄마라도 아이들을 비교해서 말하면 안 됩니다. 그냥 ‘네가 공부를 안 하면 성적이 떨어지니 공부 열심히 해라’ 이렇게 말해야지, ‘너 그렇게 공부해서 언니 발뒤꿈치나 따라가겠니?’, ‘동생은 그렇게 잘하는데 너는 왜 그러니?’ 이렇게 비교해서 말하면 안 돼요. 엄마는 그냥 하는 소리일지 몰라도 그것으로 인해 아이들은 마음에 상처를 입기 때문입니다.

애들이 상처를 입는 것은 애들이 아직 어리니까 그렇다 치고, 질문자는 다 큰 어른인데 왜 자꾸 시기 질투를 해요? 그 사촌 하고 우리 남편을 자꾸 비교한다든지, 그 부인하고 자기를 비교한다든지, 그 집 아이하고 우리 아이를 비교한다든지, 이런 것을 심리적으로 시기 질투라고 해요. 시기 질투를 하면 자기가 점점 초라해져요.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지금 이대로 온전합니다. 큰 돌은 큰 돌 대로, 작은 돌은 작은 돌 대로, 큰 나무는 큰 나무대로, 작은 나무는 작은 나무대로, 이 사람은 이 사람대로, 저 사람은 저 사람대로 온전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 비교를 합니다. 키가 누가 더 크냐, 달리기를 누가 잘하냐, 수학은 누가 잘하냐, 영어는 누가 잘하냐, 이렇게 비교를 해서 상대화시킵니다. 이 세상의 어떤 것도 서로 비교하면 어떤 면은 낫고, 어떤 면은 부족한 부분이 생깁니다. 그런데 그것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입니다.

학교에서도 아이들을 상대평가하죠. 어느 정도 이상의 지식을 알면 합격이라고 하는 게 아니고, 한 반이 30명이라면 이 30명을 가지고 상대평가를 합니다. 그래서 전국에서 공부 제일 잘하는 아이 30명만 모아서 한 반을 편성하면 꼴찌가 나올까요? 안 나올까요?”

“나와요.”

“전국에서 공부 제일 못하는 아이 30명만 모아서 한 반을 편성하면 1등이 나올까요? 안 나올까요?”

“나와요.”

“그러니 꼴찌가 무슨 의미가 있고, 1등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이게 상대평가의 현실이에요. 그것처럼 질문자도 계속 남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평가하면서 자기가 조금 나으면 목에 힘주고, 자기가 조금 못하면 비굴하게 굴고 그러는데, 그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질문자의 행위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어리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채송화를 갖고 봉선화와 비교해서 ‘봉선화는 키가 저렇게 큰데 너는 왜 키가 이것밖에 안 되냐?’라든지, ‘해바라기는 꽃이 저렇게 큰데 너는 왜 꽃이 이렇게 작냐?’ 이렇게 말하는 것과 똑같아요. 채송화는 채송화대로, 봉선화는 봉선화대로, 해바라기는 해바라기대로 자기 색깔이 있고, 자기 꽃 크기가 있고, 자기 모양이 있는 겁니다. 그런데도 자꾸 크기로 비교하든지, 모양으로 비교하든지, 색깔로 비교하든지 하는 것은 다 사람이 하는 겁니다. 꽃에는 원래 좋은 꽃, 나쁜 꽃이 없습니다. 사람이 그렇게 인식할 뿐입니다.

질문자는 지금 자꾸 남과 비교를 해서 스스로 열등의식을 만들고 있어요. 남보다 자기가 낫다 싶으면 우월의식을 갖고요. 그것은 어리석은 행동이에요. 우월감과 열등감은 어리석음의 소산입니다. 이렇게 살면 평생 헐떡거리면서 살다가 죽게 됩니다. 자기보다 조금 나은 사람에게는 시기 질투하고, 자기보다 못한 사람은 무시하고, 이러면 인생살이가 피곤해져요.”

“스님, 그런데 그 사촌도 우리 아이를 보면 비교하는 말을 많이 합니다.”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비교하며 살아요. 그래서 인생이 피곤한 겁니다. 그렇게 비교를 하지 않으면 인생을 훨씬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스스로 자존감이 생겨서 남을 무시하지도 않고 남을 존중하며 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비교하는 사람일수록 남을 무시하고 자존감도 없게 되는 거예요.

사촌의 좋은 점을 따라 해야지, 좋은 점도 아닌 것을 뭐 때문에 따라 해요? 사촌이 담배를 피운다고 나도 담배 피우고, 사촌이 성추행한다고 나도 따라서 성추행하고 그럴 거예요? 좋은 게 아닌 것은 따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남을 논할 필요가 없고 내가 잘못한 것에 대해서 ‘죄송합니다’ 이러면 되는 겁니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렇게 비교하면서 우월감과 열등감을 느끼며 괴롭게 살아가요. 그런 괴로움에서 벗어나고자 이렇게 수행정진을 하는 겁니다.

‘내가 어리석은 짓을 했구나’

비교하는 마음이 들 때마다 이렇게 받아들여 보세요.”

“네, 잘 알겠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마음공부를 하면서 내 감정을 먼저 알아차리기를 연습하다 보면, 주변이나 다른 사람들 상황 살피는 것이 소홀하게 됩니다. 쓸데없는 간섭을 안 해서 좋지만, 남의 일에 무감각 해지는 것 같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수행을 해 나가야 할까요?
  • 미국 대통령 당선인 바이든의 한반도 정책이 궁금하고 북미관계가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 저는 평소에 잘하던 일도 누가 시키면 하기 싫은 반항심이 생깁니다. 그런데 8살 아들도 무엇인가를 시키면 한 번에 '네' 하지 않습니다. 아이에게는 안 물려주고 싶은 이 업식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일체유심조라 하는데 육체적 아픔이 있음으로 정신적 아픔이 느껴지는 걸까요?
  • 한국과 미국 중 어디서 살아야 할지 고민입니다. 작년에 이혼을 했고 아이들은 다 컸습니다. 막내가 내년이면 대학 졸업이라 책임져야 할 사람도 없는 상황이고, 한국에는 보살필 치매 아버지가 있습니다

모든 질문에 답변을 다 하고 나서 스님이 질문자들에게 한 줄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시기 질투하는 마음 때문에 힘들다는 분도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저에게 비교하는 습관이 알게 모르게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습니다. 비교를 하게 되면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비교하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은 다시 한번 질문자에게 주의를 주었습니다.

“아이에게 야단을 칠 때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아이를 야단칠 때는, 아이가 한 행위 그것만 가지고 문제를 제기해야지, 누구와 비교해서 문제를 제기하면 아이에게 아주 큰 상처를 남깁니다. 그리고 그 아이가 사촌 하고 비교당하면 나중에 사촌을 미워하게 됩니다. ‘너 때문에 내가 야단맞았다’ 이런 생각이 들기 때문이에요.”

“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합장으로 인사를 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어느새 밤이 깊었습니다. 두북 수련원 하늘에는 달이 휘영청 밝아 있었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을 시작으로 하루 종일 불교대학과 경전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즉문즉설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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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희

스님의 가르침 감사합니다.
저두 어렸을때 부모님께서 사촌들과 비교를 했던 기억으로 제 무의식에 트라우마로 자리해있는거 걑습니다.
다큰 성인이 되었지만 저도모르게 남들과 제 자신을 비교하고 잘난자는 질투 시기하고 부족한자는 얕보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2021-12-19 15:46:01

박미랏

감사합니다~♡

2021-01-03 16:22:04

굴뚝연기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지금 이대로 온전합니다.…꽃에는 원래 좋은 꽃, 나쁜 꽃이 없습니다. 사람이 그렇게 인식할 뿐입니다.] 에공 스님~나뭇가지가 위태위태해 보이네요ㅠ두꺼운 작업복있으시면ㆍ진작입으시지요‥그래도 추워보이긴합니다만ㅜ얇고 넘낡은걸 입으시니ㅜ
산수유 씨가 독이라는 말을들었어요‥산수유마을에서도 씨를 뺀다는 인터뷰를들었어요‥씨빼고 차로 드십시오^^

2020-12-03 02: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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