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11.22.~23 온라인 일요명상, 봉화 정토수련원 방문
“명상에 능숙해지면 어떠한 장애도 극복할 수 있게 되나요?”

안녕하세요. 스님은 전국대의원회의를 마친 후 저녁 8시 30분에 생방송 카메라 앞에 앉았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33번째 진행되는 온라인 일요명상입니다.

추위가 찾아온 두북 수련원의 날씨 소식을 전하며 온라인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있는 이곳은 지금 좀 춥습니다. 내일 아침에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것 같습니다. 이제 가을도 마지막으로 가고 있고, 겨울의 초입에 들었습니다. 그럼 오늘도 여러분들의 질문을 받아 보겠습니다.”

지난주에 온라인 명상을 마치고 2명의 외국인이 질문을 올렸습니다. 그중 한 명은 명상이 어떠한 외부 환경과 감정적인 장애도 극복하게 해주는지 질문했습니다.

명상이 능숙해지면 어떠한 장애도 극복할 수 있게 되나요?

“만약 우리가 마음 챙김과 명상에 매우 능숙해진다면, 우리의 다른 행동과 환경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나요? 명상은 어떠한 감정적인 장애물도 극복할 수 있게 해 주나요?

If we become very skilled at mindfulness and meditation, do our other actions and circumstances matter anymore? Can mindfulness allow us to overcome any emotional obstacles?”

“주위 환경이 어떻든 구애받지 않을 수 있느냐고 묻는 것이라면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질문자가 ‘어떠한 경우에도’라고 했는데, 이럴 때는 아주 특수한 예를 들려고 하기 때문에 ‘꼭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라고 말씀을 드릴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농사를 지어보면 병충해 때문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만약 유전자를 조작해서 병충해에 매우 강한 종자를 만들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 종자는 농약을 치지 않아도 병충해를 입지 않고, 거름을 주지 않아도 잘 자랄 수 있다고 해요. 그런데 이 종자를 불에 넣어도 자랄 수 있을까요? 바위에 놓아도, 허공에 매달아도, 물속에 넣어도 잘 자랄 수 있냐고 묻는다면 그건 불가능해요. 최소한 땅에는 심어야 합니다.

어떤 환경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경지에 이를 수 있느냐, 이 질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사람은 불에 태워도, 칼로 베어도, 밥을 안 먹어도, 숨을 못 쉬어도 괜찮습니까?’ 이렇게 묻는다면 그건 어렵다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은 되어야 하겠죠. 그러나 음식이 좀 부족하거나, 누가 나를 욕하거나, 일반 사람들이 못 살겠다고 느끼는 정도에서는 여여하게 살 수 있다는 거예요.

유전자를 조작한 종자라도 밭에 뿌려야 병충해를 이겨낼 수 있듯이 자유로워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는 괴로움 없이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그를 시험하기 위해서 일부러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면 말이죠.

의도적인 어떤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상적인 어려움에 대해서는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설령 내가 암에 걸렸다고 하더라도 두려움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고, 죽음이 다가온다 하더라도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치를 연습하면 여러분도 어떤 조건이 주어지든 삶의 주인이 되어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어서 한 명의 질문에 더 대답한 후 직접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명상을 할 때 가장 기본은 몸과 마음을 편안히 하는 것입니다. 조급해 하거나, 어떤 의도를 갖거나, 애를 쓰거나, 긴장하지 않아야 합니다. 하기 싫은 데 억지로 하거나, 잘해야지 하고 결심하는 마음도 다 놓아야 합니다. 모든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앉습니다.

명상을 시작하면 졸릴 수 있습니다. 졸음은 몸에 나타나는 하나의 증상이기 때문에 ‘졸면 안 된다’ 하고 신경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다리에 통증이 있으면 그것도 있을 만한 일이라서 생기는 거니까 통증을 그냥 알아차리면 됩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일어나는 것도 정신적인 작용이니까 ‘생각이 있어야 한다’, ‘생각이 없어야 한다’라는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해요. 졸음이 오든, 통증이 일어나든, 이런저런 생각이 일어나든, 그것은 일어날 만하니까 일어나는 겁니다. 어떤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거나 마음을 뺏기지 않아야 합니다. 오직 마음을 콧구멍 끝에 딱 두고 숨이 들어가고 숨이 나가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오늘은 35분간 명상을 했습니다.

탁! 탁! 탁!

죽비 소리와 함께 명상을 시작하고, 죽비 소리와 함께 명상을 마쳤습니다.

“명상을 해 보니 어땠습니까? 채팅창에 여러분들의 소감을 올려주세요. 매주 한 번씩 하긴 했지만 이제 명상을 한 지 오래되었으니까 좀 편안해지셨는지 모르겠어요.” (웃음)

수십 개의 소감이 한꺼번에 올라왔습니다. 스님은 눈에 보이는 대로 한 줄씩 소감을 읽어준 후 질문 내용에는 간단히 답변도 해주었습니다.

“가볍게 잘했습니다.”
“I just went well, it was a little lite.”

“피곤했는데 잘 쉰 것 같습니다.”
“I feel well rested after being fatigued.”

“들숨은 잘 느껴지는데 날숨에서의 감각은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I can sense the breath coming in but not as well the breath going out.”

“졸음이 쏟아졌습니다.”
“I was overwhelmed by sleep.”
.
.
.

스님은 여러 가지 증상과 소감들을 읽은 후 어떻게 하면 명상을 올바른 방법으로 꾸준히 해나갈 수 있는지 다시 관점을 잡아주었습니다.

“이렇게 여러분이 경험한 것만이 현실입니다. 졸리면 졸리는 게 현실이고, 다리가 아프면 아픈 것이 현실입니다. 호흡을 놓치기도 하고 알아차리기도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무엇이 일어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어떤 상황에서도 호흡이 알아차려지느냐가 중요합니다. 이런저런 장애가 많은 가운데에도 호흡을 계속 알아차릴 수 있다면, 일상에서 누가 나에게 욕을 해도 그 말에 끄달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마치 호흡을 알아차리듯이 그저 ‘아! 저 사람이 화가 났구나’ 하고 상대의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어요. 상대의 말에 휘둘려서 나도 같이 화를 내지 않고, 그 상황에서 내가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보지 않고, 듣지 않고, 냄새 맡지 않고, 맛보지 않고, 감촉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도(道)가 아닙니다. 도(道)란 보기도 하고, 듣기도 하고, 냄새 맡기도 하고, 맛보기도 하고, 감촉하기도 하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런 경계에 끄달리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합장으로 인사를 하고 방송을 마쳤습니다. 통역을 해준 제이슨과 국제국 활동가들과 다음 주에 진행될 평화재단 심포지엄 준비와 관련해 간단히 의논을 했습니다. 바이든 당선인의 동북아 정책을 자문해온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 재단 대표가 평화재단 심포지엄에서 발표를 하게 되는데, 이와 관련된 준비 사항을 점검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11월 23일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아침 7시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봉화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지난 9월 15일에 공동체 법사단과 함께 봉화 수련원을 전체적으로 정비하고 왔지만, 겨울을 앞두고 더 정비할 것들이 생겼습니다.

스님은 9시에 봉화 수련원에 도착해 내년에 농사지을 밭을 정비했습니다. 문경 수련원에서 묘당 법사님과 행자님들이 와서 함께 도왔습니다. 봉화는 아침 기온이 영하 5도로 떨어져서 오전 내내 손발이 시릴 정도로 무척 추웠습니다. 오전 내내 밭에서 지난 태풍 때 넘어진 나무를 정리한 후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오후에는 앞으로 어떤 곳을 더 정비해야 할지 파악하며 다른 밭을 둘러보았습니다. 다녀온 후 먼저 대강당 뒤편 공터에 가보았습니다.

“여기는 밭으로 다시 정비해서 채소를 심으면 좋을 것 같아요. 햇살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이거든요.”

아직 농사를 짓지 못하고 있는 땅도 점검했습니다.

“여기는 토질 자체가 감자를 심으면 잘 되는 곳이거든요. 전체적으로 감자를 대량으로 수확할 수 있게 준비를 합시다.”

오랫동안 농사를 짓지 않아 잡목이 많이 자라 있었습니다. 잡목을 어떻게 제거할지가 관건이었습니다.

“옛날 같았으면 불을 지르면 되는데, 요즘은 불을 지르지 못하도록 하니까 여기를 정비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네요.”

점심을 먹고 나서 오후에는 도량 정비를 했습니다. 장작으로 사용할 수 있게 나무를 가지런히 쌓아 놓은 후 도량 정비를 마쳤습니다.

“수고했어요.”

해가 질 무렵 상현달이 보였습니다. 땀을 많이 흘려서 간단히 씻은 후 봉화수련원을 출발해 서울로 향했습니다.

저녁 8시 30분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해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저녁에는 원고 교정 업무를 본 후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아침에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한 후 하루 종일 평화재단에서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온라인 일요명상 전체 내용은 아래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보기 하실 수 있습니다.

▲ 영상 보기

전체댓글 54

0/200

반야지

감사합니다 🙏

2020-12-11 06:13:52

혜당

감사합니다 ♡
고맙습니다 ♡
사랑합니다 ♡

2020-12-10 09:22:43

명상

스님 말씀 감사합니다.

2020-11-29 16:4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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