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11.18 수행법회, 부산경찰청 초청 즉문즉설 강연
“방 안에서만 지내고 있는 28살 아들, 어떡하죠?”

안녕하세요. 오늘은 온라인 수행법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부산지방경찰청 초청으로 즉문즉설 강연이 있었습니다.

기도와 공양을 마치고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동네 어르신의 벼를 정미소에 옮겨주었습니다.

40kg이 되는 벼포대를 트럭에 차곡차곡 엇갈리게 쌓았습니다.


트럭 가득 벼포대를 싣고 줄로 잘 묶어준 다음 정미소로 가서 방아를 찧어다가 다시 가져다 드렸습니다.


쌀포대 나르는 작업을 마친 후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온 스님은 온라인 수행법회를 하기 위해 생방송 카메라 앞에 앉았습니다.

1200여 명의 정토회 정회원들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10시 정각에 수행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먼저 따뜻해진 날씨 이야기로 인사를 건넸습니다.

“날씨가 많이 춥더니 요즘은 날씨가 다시 풀려서 마치 봄날씨 같습니다. 매년 11월 중순에는 날씨가 너무 추워서 손을 호호 불거나 발을 동동 구르며 김장을 하곤 했는데, 올해는 김치가 상할까 싶어 그늘로 가져가서 김치 속을 넣어야 할 만큼 날씨가 포근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시대에 국민들의 우울감을 덜어주기 위해 진행되고 있는 행복학교와 정토불교대학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분들의 노고를 격려해 주었습니다.

오늘은 5명이 화상으로 연결되어 스님과 즉문즉설을 했습니다. 그중 한 분은 대학 졸업 후 방 안에서 나오지 않고 사회생활을 못 하고 있는 아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방 안에서만 지내고 있는 28살 아들, 어떡하죠?

“저는 아들이 7살 때 남편과 이혼을 하고, 지금까지 아들 하나 딸 둘을 키웠습니다. 딸 둘은 모두 시집을 갔지만, 아들은 대학 졸업 후 4년 동안 대화를 않고 방 안에서만 지내고 있습니다. 학교 다닐 때와 달리 사회생활도 못하고 있습니다. 아들이 저와 대화를 안 하고 피하니 저도 아들에게 말을 안 시키고, 해줄 수 있는 반찬과 먹을 것을 사놓고 저는 동생 집에 가서 산지 1년이 되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자식이 20세가 넘으면 자기 인생 살도록 참견하지 않아야 한다고 하셨는데, 사회생활도 못하고 있는 아들을 위해 제가 무엇을 해야 될까요?”

“우선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이미 치료를 어릴 때 받았다면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고요. 병원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만약 본인이 병원 치료를 거부해서 강제로 입원시킬 수가 없다면 그냥 두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들은 지금 환자입니다

아들이 어린애 같이 군다고 야단치면 안 돼요. 이건 정신질환입니다. 다시 말해 병이에요. 질환을 가진 환자에게 ‘스무 살이 넘었으면 독립을 해야 하지 않느냐’라고 요구하면 안 돼요. 이런 말은 정상적인 사람에게 해당하는 것인데 아들은 지금 환자잖아요. 다리나 팔처럼 눈에 보이는 신체 부위가 아픈 것만이 환자가 아니에요. 이런 경우는 정신적으로 중병에 속합니다.

치료를 안 하고 가만히 두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병이 악화되어 결국은 자살을 하게 되거나, 자연 치유가 돼서 몇 년 그렇게 있다가 조금씩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아들을 어떻게 치료하느냐는 질문자가 할 일이 아니라 의사가 할 일입니다.

그러면 나는 수행자로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요? 아들이 그렇게 살다가 생을 마감해도 ‘그래, 그동안 힘들게 살았는데 이제 자유롭게 지내거라’ 이렇게 보내줘야 합니다. 그렇게 살다가 방에서 나와 세상살이를 시작하면 ‘아이고, 고맙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감사 기도를 해야 해요. 아들이 어떻게 되는 게 수행이 아니라, 아들이 어떻게 되든 내 삶이 흔들리지 않는 게 수행입니다.

수행자는 운명을 점칠 필요가 없어요. 점치는 것은 좋은 일과 나쁜 일을 따지는 것이라면, 수행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거기에 구애받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행자는 자기 인생에 대해서도 남의 인생에 대해서도 점을 치거나 관상을 보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불교는 수행이라는 것을 놓쳐버렸기 때문에 그저 복을 비는 종교가 되었어요. 그래서 이러면 좋은 일이 생기고, 저러면 나쁜 일이 생긴다는 식의 운명을 점치는 이야기를 자꾸 하게 된 거예요.

첫째,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아들에게 권유를 해서 병원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그렇다고 ‘병원 치료를 받으면 나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안 돼요. 어떤 분은 ‘몇 년을 치료했는데도 안 낫습니다’ 이렇게 하소연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치료는 병이 다 낫는 것만 치료가 아니에요. 치료에는 네 가지가 경우가 있습니다. 첫째, 치료를 했더니 병이 낫는 경우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여러 가지 치료 방법 중 하나일 뿐입니다. 이 외에도 둘째, 완전히 낫는 것은 아니지만 병의 증상을 조금 완화시켜주는 치료가 있습니다. 셋째, 더 이상 악화가 안 되도록 현상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치료가 있습니다. 넷째, 나빠지기는 하지만 나빠지는 속도를 좀 늦춰주는 치료가 있습니다. 이런 것들도 다 치료예요.

그러니 ‘치료’라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알아야 해요. 우리는 병이 꼭 낫는 것만 치료라고 생각합니다. 자꾸 이런 생각을 하면 ‘약을 3년 먹어도 안 낫더라. 그러니 먹을 필요가 없다’ 이런 말을 하면서 치료를 중단하기 쉽습니다.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은 아주 초기에 발견해서 치료를 하면 낫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지금 질문자의 아들 같은 경우는 만성화가 되었어요. 이런 경우는 악화되는 것을 막는 치료를 해야 합니다. 자살을 하는 것 같은 돌발 사태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약을 먹으면 돌발 사태는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약을 안 먹으면 이러다가 어느 순간에 돌발 사태가 일어날 수 있어요. 그래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거예요.

그런데 만약 본인이 병원 치료를 거부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법률로 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보호자의 독단으로 강제 입원을 시킬 방법은 없습니다. 본인이 다른 사람에게 위해가 되는 행동을 해야지만 강제 입원을 시킬 수 있어요. 남을 때리거나 물건을 부수거나 누가 봐도 이상한 행동을 해야 해요. 그러지 않는 한 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입원시킬 방법이 없어요. 지금은 아들이 그런 발작 증세를 보이는 것도 아니고, 그저 집에 가만히 들어앉아 있는 것이니까, 발작을 일으키는 것에 비하면 좋은 상태예요. 그러니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가만히 놔두면 됩니다.

가만히 놔두면 두 가지 중에 하나의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조금씩 자연 치유가 되어서 4년 내지 5년쯤 지나면 스스로 밖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고, 악화가 되어서 발작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있어요. 어느 쪽이든 좋은 일입니다. 발작 증세를 보이면 강제 입원을 시킬 수 있게 되고, 점점 나아져서 스스로 밖으로 나오면 치유가 어느 정도 되어가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상황에 처해도 나는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어느 쪽이 되든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병원에 데려갈 수 있으면 데려가는 게 최선이고, 병원에 안 가겠다고 하면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가 그에 맞게 대응하면 됩니다. 어떤 경우든 나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세요.

‘그래도 발작하는 것보다는 낫다. 그래도 대학이라도 졸업했으니 다행이다. 중학교나 고등학교 때 저랬으면 어떡했겠느냐.’

그래도 대학은 졸업했으니 이만하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사실은 어리석은 생각이에요. 정신적으로 저렇게 병이 났는데 대학을 나오면 뭐하겠어요? 그런데 대부분의 부모들이 어리석습니다. 만약 저런 병이 고등학교 때 발병했다면 곧바로 학교를 그만두고 치료를 해야 하는데, 어리석은 부모들은 ‘그래도 고등학교는 졸업해야 하지 않느냐’,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 하지 않느냐’ 이러다가 치료시기를 놓칩니다. 그런데도 부모들은 아이의 건강보다 학교 졸업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에 바보 같은 짓을 합니다. 지금이라도 바보 같은 짓을 안 하려면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이런 아들을 둔 나도 웃으면서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결혼을 잘못했거나, 아들이 잘못됐거나, 부모를 잘못 만나면, 나는 평생 불행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바보 같은 생각이에요. 어떤 상황에 처해도 나는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질문자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관점을 바꾸는 것입니다. 아들과 같이 집에 있어도 괜찮아요. 다만 ‘28살이나 먹은 아들 뒤치다꺼리를 내가 다 해준다’ 이렇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아들은 지금 환자이기 때문에, 질문자가 집에서 하는 역할은 다 큰 아들을 돌보는 게 아니라 환자를 돌보는 거예요. 그런데 이 경우는 환자이긴 해도 손발을 다친 환자와는 달라서, 돌본다고 해도 기본적인 것만 딱 해주고 나머지는 질문자가 일체 간섭을 안 해야 해요. 걱정도 하지 말고 간섭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냥 아들이 좋을 대로 하게 해줘야 해요.

‘언제든지 너 좋을 대로 해라. 음식이 필요하면 얘기만 해라. 엄마가 해줄게.’

이렇게 말하고 아들이 딱 필요로 하는 것만 해주세요. 내가 알아서 먼저 ‘이러저러한 게 필요하지 않느냐’라고 하면 아들은 엄마가 귀찮게 여겨집니다. 반대로, 해달라는 걸 안 해주면 엄마가 자기를 버렸다고 생각해요. 지금 아들은 자기만 집에 놔두고 다들 집 밖에 나가버렸다고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누나가 시집가고, 엄마가 동생 집에 간 것이 아들이 생각할 때는 자기를 버렸다고 느낄 거예요. 그런 상태에서 질문자가 집에 올 때마다 어쩌고 저쩌고 잔소리를 하면 ‘나를 못살게 군다’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이 아이는 환자이고 나는 간호사다

그러니 딱 해달라는 것만 해줄 뿐 일절 간섭하지 말아야 해요. 엄마라는 생각을 탁 버려버리고 그냥 간호사라고 생각하세요.

‘이 아이는 환자이고 나는 간호사다’

관점을 이렇게 가져 보세요. 그래도 몸이라도 건강하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자기 손으로 밥을 먹을 수 있고, 용변도 혼자 힘으로 보니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그러니 ‘어떻게 해주세요’ 하면서 부탁하는 기도를 하지 말고, ‘부처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감사기도를 하세요. 이 아이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데는 부부간의 갈등이나 부부가 이혼하는 과정에서 어떤 상처를 받은 것이 원인일 수 있어요. 그렇다고 죄의식을 가지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래, 네가 이런 어려움을 겪는 것에는 내 잘못도 일부 있구나. 그러니 네가 병원에 가거나 나을 때까지 내가 간호사 역할을 하겠다’

이렇게 딱 마음을 먹으세요. 회피하거나 도망가려고 하지 말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임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항상 ‘그래도 이만하기 다행입니다’ 하면서 감사 기도를 해야 합니다.”

“네. 사실은 중학교 때 병원 데려갔더니 의사가 약을 먹으라고 했는데, 약을 먹고 나면 아이가 하루 종일 잠만 자고 활동을 더 안 하게 되어서 제가 약을 안 먹이고 상담치료만 해왔습니다.”

“그게 잘못됐어요. 약을 먹고 하루 종일 자는 게 치료예요. 하루 종일 자서 예민한 신경을 쉬어줘야 아이가 낫습니다. 약이라는 게 별다른 게 아니라 신경안정제가 주성분입니다. 그냥 잠을 푹 자라고 주는 게 약입니다. 질문자가 의사도 아니면서 의사 처방을 무시하고 혼자서 결정했기 때문에 아이의 병이 만성이 된 거예요. 약을 끊는 것도 다 의사하고 상의해서 진행해야 합니다. 의사에게 ‘아이가 잠을 너무 많이 잡니다’ 이러면 의사가 약을 조금 줄여줄 것이고, 그러다가 ‘아이가 약간 발병을 합니다’ 그러면 약을 조금 늘려 줄 것이고, 이렇게 해서 약을 조절해 가는 거예요. 의사에게 보고를 계속해야 합니다. ‘요즘은 상태가 괜찮습니다’ 하면 약을 더 줄이고, ‘요즘 방에서 잘 안 나옵니다’ 이러면 약을 조금 늘리고, 이렇게 3개월이나 6개월마다 병원을 방문해서 상담하고 약을 조절하는 것이거든요. 이렇게 하는 가운데 상담 치료도 필요하면 병행해서 받아야 하고요.

첫째, 치료를 하되 의사 선생님과 의논하는 게 중요합니다. 둘째, 병원에 안 간다고 하면 그냥 집에 두세요. ‘아들은 환자이고, 나는 간호사다’ 이런 입장을 갖고 항상 감사 기도를 하면서 아들을 돌보는 게 필요합니다.”

“잘 알겠습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화가 나네' 하고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보다는 '내 마음이 짓는구나' 하고 돌이키는 것이 시간도 훨씬 빠르고 마음도 자연스럽게 흘러가서 저는 이 방법이 더 좋습니다. 이렇게 수행해도 될까요?

  • 왜 행복학교를 널리 확산시키려고 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 직장인들은 온라인 법회 시간이 퇴근 시간과 맞물려 운전하면서 차 안에서 수행법회에 참석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분에게 어떤 안내가 필요할까요?

  • 홍보를 할 때 포스터나 현수막을 부득이하게 전봇대나 담벼락에 불법으로 붙이게 되어 마음이 편치만은 않습니다. 홍보를 어떤 마음으로 하면 좋을까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치고 나니 예정보다 일찍 법회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10분 일찍 법회를 마치겠습니다. 마음 나누기 시간이 늘어났으니까 마음 나누기 많이 하세요. 환절기에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합장으로 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스님은 곧바로 부산으로 향했습니다. 오후 2시부터는 부산지방경찰청 초청으로 경찰 분들과 즉문즉설을 했습니다.

1시 40분에 부산지방경찰청에 도착해 진정무 경찰청장님과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작년 11월에는 경남지방경찰청에서 초청 강연을 했었는데, 당시 스님을 초청했던 바로 그 청장님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부산지방경찰청장에 새로 부임한 후 다시 스님을 초청한 것입니다.

먼저 스님이 두북 수련원에서 직접 농사지은 고춧가루와 책을 선물했습니다.

“제가 직접 농사지은 고춧가루입니다.” (웃음)

청장님은 스님에게 안부를 물었습니다.

“어떻게 농사를 짓고 계십니까?”

“요즘 농사짓느라고 코로나가 있는지도 모르고 살고 있어요. 촌에서 농사지을 때는 마스크를 쓰는 경우가 잘 없으니까요.”

“저희 경찰 직원들도 코로나 때문에 현장에 나갈 때마다 공포에 질리기도 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감염이 되니까요. 여러 가지 이유로 지금 경찰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데, 스님의 강연을 통해 조금이라도 위안을 주고자 이런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 코로나 사태 때문에 외부에서 요청하는 강연은 일절 안 가고 있어요. 그런데 경찰분들은 특수한 상황에서 어려움이 많다고 해서 이렇게 왔습니다. 함께 대화를 나눠보겠습니다.”

청장님과 기념 촬영을 한 후 대강당으로 이동했습니다. 입장하기 전 발열 체크를 하고, 거리두기를 하기 위해 한 자리씩 띄어서 앉았습니다. 대강당에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은 모두 사내 방송을 통해 강연을 함께 보았습니다.

큰 박수와 함께 스님이 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여러분과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으니 마스크를 벗고 이야기하겠습니다.”

스님은 마스크를 벗고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질서 유지를 위해 애쓰고 있는 경찰들을 격려하면서 처벌이 복수가 아니라 교화의 기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인생을 어떻게 사는 게 바르게 사는 것인지는 쉽사리 정의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정의합니다.

‘네가 좋은 대로 살아라.’ (모두 웃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정답이 없어요. 자기가 만족하면 됩니다. 그런데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하면 자기 좋을 대로 살되 다섯 가지만큼은 유의를 해야 합니다.

첫째, 우리는 스스로를 보호하며 살아갈 권리가 있지만, 그 권리에는 한계가 있어서 남을 해칠 권리는 없습니다. 둘째, 이익을 추구할 권리가 있지만 남에게 손해 끼칠 권리는 없어요. 셋째, 즐거움을 추구할 권리가 있지만 내 즐거움을 추구하느라 남을 괴롭힐 권리는 없습니다.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비롯한 성폭력이 다 이런 경우에 속합니다. 넷째, 자유롭게 말할 자유가 있지만 말로 남을 괴롭힐 권리는 없습니다. 이 말은 욕설이나 거짓말 같은 걸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다섯째, 뭘 먹든 자신의 권리지만 술을 먹고 취해서 남을 괴롭힐 권리는 없습니다.

어떻게 살아도 좋은데, 우리는 혼자 사는 게 아니라 더불어 살기 때문에 남을 괴롭히거나 남을 해치거나 남에게 손해 끼치는 정도까지 가면 안 된다는 거예요. 남을 괴롭히거나 남을 해치거나 남에게 손해 끼치는 사람들을 단속하는 일이 바로 여러분과 같은 경찰 분들이 하는 일이겠죠. (웃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을 가르치기만 해도 잘 지킵니다. 그게 윤리와 도덕이죠. 그런데 그걸 안 듣고 멋대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법으로 정해서 제재를 가하고 처벌을 하는 거죠. 그 사람이 미워서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공동체 전체를 지켜내기 위해서 처벌을 하는 겁니다. 이게 바로 질서 유지입니다.

그런데 질서 유지가 지나쳐서 질서 유지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면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이 괴로워집니다. 그래서 부처님을 비롯한 옛날 성인들은 보복한다는 개념을 갖지 않으셨어요. 남에게 해를 주는 사람에게 ‘해를 줬기 때문에 벌을 준다’라고 하는 것이 보복의 개념입니다. ‘사람이 벌을 안 주면 하늘이 벌을 준다’라고 하는 게 인과응보잖아요. 그런데 성인들은 보복한다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내버려 두는 것도 아니었어요. 그 사람이 반성을 해서 새로운 사람이 되면 과거는 묻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사람이 새로운 사람이 안 될 때예요. 그 사람이 죄를 지었기 때문에 처벌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사람이 죄를 지을 위험이 있는 것에 대해서는 대책을 세워야 하잖아요. 그냥 놓아줘 버리면 제 3자가 또 피해를 입는 일이 발생하니까요. 위험이 없을 때까지 격리를 시켜야 합니다.

그러나 성인의 말씀은 확실하게 깨우치고 뉘우쳤다면 용서하라는 것입니다. 물론 보복을 해야 한다는 개념을 갖고 있는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그놈을 그냥 둬?’ 하고 난리가 나죠. 그러나 그 사람이 정말로 새 사람이 됐다면 죽이거나 복수한다고 해서 그게 세상에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만약 그 사람이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 격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복수한다는 뜻에서 격리하는 게 아니라 또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서 격리를 하는 거예요.

구금의 목표는 ‘교화’ 또는 ‘교도’입니다. 즉, 사람을 바꾸는 것입니다. 그래서 구금하는 장소를 ‘교화소’ 또는 ‘교도소’라고 이름 붙인 거예요. 그러나 실제로는 대부분이 ‘너는 나쁜 일을 했으니 벌을 받아야 해!’라는 복수의 개념을 갖고 있다 보니까 교도소나 교화소에 가서 교화되는 사람이 드뭅니다. 대부분이 자기가 처벌받은 것에 대해 억울하게 생각하거든요.

애들도 키워보면 마찬가지입니다. 자기가 잘못해서 야단을 맞거나 벌을 받아 놓고도 모두 하나같이 억울해합니다. 자기가 아예 잘못하지 않았는데 야단맞았다고 억울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는 자기가 한 잘못 보다도 벌이 더 세다는 이유 때문에 억울해합니다. 그래서 잘못했다는 생각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자기가 억울하다는 생각만 가득해집니다. 이렇게 되면 야단을 치거나 벌을 줘도 교육 효과가 없어요.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이 점을 굉장히 유의해야 합니다. 부모가 자식을, 선생님이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굉장히 유의해야 할 일이에요. 우리는 때리거나 야단을 치는 게 ‘너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아이들에게 실제 교육 효과는 거의 없습니다. 아이는 백이면 백 야단을 맞고 나서 억울해합니다. 우리는 ‘네가 이 정도 잘못을 했으니까 이 정도 야단을 맞아야 하지 않느냐’라고 하지만, 아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자기가 한 것보다 열 배는 심하게 야단 맞거나 처벌받았다고 생각해서 억울해해요. 억울하면 복수를 하려고 하는 게 사람의 심리잖아요. 결국 ‘나중에 두고 보자!’ 이렇게 되는 겁니다.”

여기까지 이야기한 후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손을 들고 한 질문이라 생동감이 넘쳤습니다. 질문 내용만 듣고도 공감이 가서 박장대소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스님은 한 명 한 명에 답변을 한 후 다음을 기약하며 강연을 마쳤습니다.

경찰청 내에 불자회가 있어서 스님이 한 번 방문해 주었으면 한다고 해서 청사 내 법당에도 잠시 들렸습니다. 경찰청 불자회 회장님과 인사를 나눈 후 청사를 나왔습니다.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공동체 법사단과 불교사상서 준비에 대해 논의한 후 저녁에는 행복학교 관계편 이수자들을 위한 특강을 온라인으로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60

0/200

김영호

감사합니다 스님 : )

2020-12-06 23:45:41

이태웅

잘 보았습니다 스님

2020-11-26 06:57:26

서정임

스님 일정을 뵈니
아, 스님이 건강하시구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건강 하셔야 되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2020-11-26 06: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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