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10.22. 정토대전 편찬 회의
“직장동료에게 계속 화가 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하루 종일 정토대전 편찬 회의를 했습니다.

어제 새벽 1시에 도착해 잠깐 눈을 붙였습니다. 어제 병원에서 10일간은 농사일을 하지 말라는 의사의 권고를 받고 오늘은 울력 시간에 휴식을 했습니다. 실내에서 업무를 보다 오전 10시부터는 공동체 법사단과 정토대전 편찬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다들 잘 지냈습니까?”

일주일 만에 다시 모인 스님과 법사님들은 먼저 현안을 논의했습니다. 스님은 3일간 서울에서 보낸 일정을 공유하고, 온라인 남산순례, 연말 온라인 명상수련 진행에 대해 점검했습니다.

점심식사를 하고 1시 30분부터 다시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현안 몇 가지를 더 처리한 후 정토 성전팀에서 발표한 내용을 듣고 토론을 했습니다.

“정토 성전팀 발표를 듣겠습니다.”

‘전생담의 배경과 역사적 의미’를 다시 점검하고 지난주에 이어서 부처님이 청소년으로 성장해 올바른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부분부터 찬찬히 경전을 살펴보았습니다. 정토 성전팀에서 ‘인간 붓다’에 수록된 내용과 경전 내용을 발췌하여 정토성전에 최종적으로 넣을 원고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태자가 점점 장성하여 19세가 되자 정반왕은 태자를 위하여 세 때에 기거할 궁전을 지었다….’

“여기까지가 인간 붓다에 인용된 부분인데요. 태자의 출가를 막기 위한 정반왕과 석가족들의 노력을 묘사한 부분을 추가하면 좋겠습니다.

또 인간붓다에서는 작병천자의 게송 부분을 경전이 아닌 소설에서 인용했습니다. 그러므로 현재 인용된 부분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경전 내용으로 대체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경전에는 고대 인도인들의 세계관이 반영되어있었습니다. 줄곧 등장하는 신과 전생 이야기를 어떻게 넣으면 좋을지가 과제였습니다. 또 인도어가 중국어로, 중국어가 한글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그 의미가 달라진 부분도 있었습니다. 경전에 자주 등장하는 ‘동산’은 실제로 인도에서는 평지거나 숲입니다. 국어사전을 찾고, 한자사전을 찾아본 결과 숲을 뜻하는 팔리어 ‘바나(vana)’를 한자 ‘원(園)'으로 번역했고, 한자 ‘원’을 한글 ‘동산’으로 번역한 데서 생긴 오해였습니다.

같은 사건도 경전마다 부처님의 나이가 달라 어떤 관점에서 나이를 정리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도 과제였습니다.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결론이 나지 않는 기나긴 회의 중에 스님은 웃으며 말했습니다.

“헷갈리긴 하지만 2,600년 전 이야기가 지금까지 내려온 것만 해도 대단한 거예요. 10년 안에도 맞춤법이 몇 번씩 바뀌는데요. 번역에 번역을 거쳐 온 것이니까 당연한 문제예요.”

10분간 쉬었다가 다시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이제 이야기는 장성한 싯다르타 태자가 사문유관을 하고 출가를 결심하는 장면으로 이어졌습니다. 정반왕은 이런 아들을 보고 몹시 슬퍼하며 말렸습니다.

“태자여, 진정코 네가 원하고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자세히 말하라. 나는 왕위와 나라와 모든 재물과 온갖 것을 버리더라도 네가 집 떠나는 일을 그만둔다면 아까울 것이 없다. 네가 집 떠나는 일만 그만둔다면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리라.”

이때에 태자는 즉시 부드러운 말로써 왕에게 아뢰었다.

“왕이시여, 저에게 몇 가지 소원이 있사오니 만일 이를 저에게서 들으시고 곧 자재롭게 하신다면, 제가 이 소원을 얻은 뒤에는 결코 출가하지 않겠나이다. 이 네 가지 소원이라 함은 첫째, 언제까지나 늙지 않음이요, 둘째, 병듦이 없음이며, 셋째 죽지 않음이요, 넷째 서로 이별하지 않음입니다.

만일 부왕께서 이 소원을 들어주신다면 다시는 출가하고자 하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이 경전을 해석하려면 이런 대목에서 자신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나는 과연 늙음, 병듦, 죽음, 이별에 대해서 얼마나 자유로워졌는지를 살펴보아야 해요.

늙음에 대해 아무런 두려움이나 싫음이 없는가.
병듦에 대해 아무런 두려움이나 싫음이 없는가.
죽음에 대해 아무런 두려움이나 싫음이 없는가.
이별에 대해 아무런 두려움이나 싫음이 없는가.

그런 두려움이나 싫음이 없다면 그 문제로부터 해탈한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 다음으로 넘어갑시다.”

어둑해질 무렵 싯다르타 태자가 출가하는 대목에 이르렀습니다.

그때 태자는 성문에서 나와 바깥에 이르자, 몸을 돌려 카필라 성을 바라보면서 사자처럼 외쳤다.

“나는 이제 차라리 스스로 절벽 위에서 이 몸을 던져 큰 바위에 떨어질지언정, 모든 독약을 마시고 목숨을 끊을지언정, 또한 스스로 아무것도 먹고 마시지 않아 죽을지언정, 만약 내가 마음에 다짐한 대로 중생들을 고통의 바다에서 해탈시키지 못한다면 결코 카필라 성에 다시 돌아가지 않으리라”

스님은 이 대목을 읽고 안타까워하며 말했습니다.

“부처님의 출가 동기가 경전에 이렇게 분명하게 나와 있는데 불교가 왜 개인주의화됐을까요?”

법사님들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6시가 되자 준비한 발표가 모두 끝이 났습니다.

“경전을 사실감 있게 편집을 해야 합니다. 부처님이 단칼에 결심해서 출가하신 게 아니잖아요. 엄청난 번뇌와 가족들의 반대, 장애 속에서 재결심을 거듭해서 출가하셨다는 게 더 보충되면 좋겠네요.

변경된 내용을 추가해서 전체를 다시 한번 살펴보는 작업을 합시다. 한 달 내내 부처님의 일생만 붙잡고 있겠네요. 아직 출가까지 밖에 못했어요. 속도를 내보세요. 수고했습니다.” (웃음)

회의를 마치고 원고 교정 및 업무를 본 후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으므로 즉문즉설 한 편을 소개해드리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직장동료에게 계속 화와 짜증이 납니다

“직장동료 한 명에 대해 화와 짜증이 계속 납니다. 처음에는 말이 좀 안 통하는구나 싶었는데, 이제는 얼굴만 봐도 짜증이 나고 말 한마디 한마디에 화가 납니다. 동료가 10월 말까지만 근무하고 그만두기로 했는데, 그때까지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새로 오는 동료가 제 성격 때문에 마찰을 빚어 금방 그만둬 버릴까 걱정이 됩니다. 어떤 마음으로 동료와 지내야 할까요?”

“속된 말로 성질이 더럽네요. (웃음) 그 정도로 심하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해요. 화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이면 일단 병원에 가서 의사와 상담을 하고 검사를 해봐야 합니다. 의사가 ‘일단 약을 한 번 먹어 보세요’ 하고 안정제를 주면, 그것만 조금 먹어도 훨씬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산후 우울증 같은 것도 견뎌도 되긴 하지만,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 훨씬 도움이 되거든요. 그것처럼 스스로 느끼기에도 증상이 좀 심하다 싶을 때는 우선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아요.

감기 들었을 때도 그냥 꾹 참고 견뎌도 열흘이면 낫습니다. 그러나 병원에 가서 주사 한 대 맞고 약을 며칠 먹으면 사흘 만에 나을 수 있어요. 굳이 열흘간 끙끙대며 앓을 필요가 없잖아요, 그런 것처럼 병원에 가서 한 번 검사해보고, 의사의 도움을 얻는 게 좋습니다. 꼭 병이 아니라도 확인을 한번 해보는 것이 좋다는 말이에요. 의사가 ‘괜찮아요’ 하면 질문자도 ‘이 정도면 괜찮구나’ 하고 안심이 되잖아요. 안심이 되면 화가 덜 납니다. 의사가 밀가루로 약을 지어주더라도 훨씬 도움이 됩니다. 의사의 말 한마디에 심리적인 안정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에요. 일단 이것은 응급치료입니다.

나는 화나지 않습니다

화가 나는 것은 일종의 미친 증상이에요. 예를 들어 보라색 꽃만 보면 성질이 난다면 그게 미친 증상이지 뭐겠어요? 그래서 기도문을 드릴 테니까 이렇게 되뇌면서 매일 아침 108배 절을 해보세요.

‘나는 화나지 않습니다.’

‘나는 화를 내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기도하면 안 돼요. ‘나는 화를 내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기도했는데 화가 나버리면 자기가 자기 결심을 지키지 못한 것이 되잖아요. 그러면 나는 문제라는 자괴감이 생기게 됩니다. 수행은 각오하고 결심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나는 화나지 않습니다’ 하면서 자꾸 절을 해보세요. 화가 나도 ‘나는 화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절을 하면 됩니다.

‘화내지 않겠습니다.’ 이 말은 화가 나는데 화를 밖으로 안 내겠다는 뜻이지만 ‘화나지 않습니다’ 이 말은 화 자체가 안 일어난다는 뜻입니다. 쉽게 말하면 ‘나는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입니다’ 이런 뜻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한 문장을 더 추가한다면 ‘저는 편안합니다’라고 자기에게 계속 암시를 주는 거예요.

‘저는 편안합니다. 저는 화나지 않습니다.’

한 번 절할 때마다 이렇게 되뇌어 보는 거예요. 화가 나더라도 ‘저는 화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자기 암시를 반복하면 무의식 세계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렇게 한번 정진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네. 속이 시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제가 성질이 더럽다는 것을 그동안 모르고 살았습니다.”

“특정한 꽃만 보면 계속 성질이 난다는 건데, 그게 성질이 좋은 거예요?” (웃음)

“그냥 어렴풋이 나는 성질이 좀 나쁘지 않을까 그렇게만 생각했었는데요. 확실하게 성질이 나쁘다는 것을 오늘 알게 돼서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입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상대를 원망하고 저 사람이 잘못한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스님의 대답을 듣는 순간 저한테 시선을 돌리게 됐어요.”

“아침에 천일결사 기도할 때 수행문을 매일 읽어요?”

“네, 매일 읽죠.”

“수행문에 화나고 짜증 나고 미워하고 원망하는 것은 밖으로 살피면 상대가 잘못해서 생긴 괴로움인 것 같지만, 안으로 살피면 내가 옳다는 주장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적혀 있잖아요. 매일 읽어도 공염불하는 거예요?” (웃음)

“읽어도 생각으로만 이해했어요.”

“그런데 이것은 꼭 수행으로만 해결될 문제는 아니에요. 병원에 가서 의사선생님께 ‘요새 자꾸 화가 나고 짜증이 나고 나도 모르게 감정이 주체가 안 되기도 하는데 검사 한번 해 주세요’ 하면서 상담을 받아보세요. 성질이 더러워서 그럴 수도 있지만, 호르몬 등에 약간 이상이 있을 수도 있거든요. 성질과 상관없이 계절에 따라 증상이 심할 때도 있고요. 또 스트레스가 좀 심해져서 그럴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의사의 처방이 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냥 참기만 하면 화병이 된단 말이에요.”

“네. 병원에도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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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단아

불교대학 수업을 듣는 중에 오늘 스님의 하루를 읽으니 부처님의 출가에 대한 말씀을 깊이 경청하게 됩니다. 위대한 인간 붓다의 삶을 따르고 배우는 하루를 발원합니다. #땡큐평화#땡큐법륜스님

2020-10-30 07:09:25

굴뚝연기

스님,혹시 커피는 잘안드시겠지요?저 외과쌤께서 커피가 위궤양을 일으킨다고 하시네요‥그리구 얼마전 레몬즙이 안좋다는 분의 댓글을봤는데ㆍ과일쥬스라 괜찮을거같은데ㆍ그 이유를 아시는분 계시면 답글좀 부탁드릴께요^^저도 배가 좀 쓰리다가 결국 갑자기 심하게 아파 배수술을했는데요‥스님께서두 혹시모르니,응급위기시 빨리 큰병원가실수 있게 서울에 계셔야하실거 같은데요

2020-10-28 01:36:24

역사덕

더할 나위가 없겠습니다. 스터디 불경이 출간된다면 역사지도는 물론 이런 각주들에 법륜 스님식의 이해하기 쉽게 말씀하시는 그런 불경, 정말로 기대해도 되겠습니까. 그럼 이만.

2020-10-27 13: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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