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7.21~22 여름 명상수련 2일째와 3일째
“아내와 별거 중인데, 다시 잘해보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스님은 명상수련 2일째와 3일째를 보냈습니다. 국내와 해외에서 1천여 명의 대중이 스님과 함께 온라인 명상수련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번 온라인 명상 수련은 기존에 문경 수련원에서 명상을 할 때와 똑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밤 9시 반에 취침할 때까지 40분 동안의 명상이 하루에 12번씩 진행됩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매일 스님의 법문이 온라인 생방송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또 명상하다가 생기는 어려움에 대한 질문에 응답도 해주고 있습니다.

오늘은 명상수련을 진행해서 지난주 즉문즉설 내용 중에 일부를 소개합니다. 아내와 별거 중이지만 다시 잘해보고 싶다는 남성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입니다.

아내와 별거 중인데, 다시 잘해보고 싶어요

“아내가 몇 개월 전에 다섯 살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가서 현재 별거 중입니다. 아내는 아이 때문에 이혼을 하지는 않지만, 저랑은 완전히 끝났다고 합니다. 저의 가부장적인 태도와 과격한 언사에 매우 질린 것 같습니다. 저는 저희 가정이 다시 행복해지기를 원합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될까요?”

“질문자가 어떻게 해야 되는지는 아내한테 물어보면 됩니다.

‘난 너하고 다시 같이 살고 싶다. 어떻게 하면 되겠니? 네가 원하는 대로 한번 해볼게’

이렇게 아내한테 물어보는 게 제일 좋아요. 그래서 아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면 됩니다. 아내가 질문자에게 ‘당신은 너무 가부장적이다’ 이렇게 말했다는 건 너무 뻣뻣하다는 말이잖아요. 질문자가 잘난 척하거나 권위주의적으로 행동했다는 것을 뜻합니다. 배추에 소금을 팍 뿌려서 절여지면 야들야들하게 되듯이 아내와 같이 살고 싶으면 내가 좀 겸손해지고 부드러워져야 합니다.

뻣뻣하게 살고 싶으면 절에 들어오세요. 혼자 살면 얼마든지 뻣뻣하게 살아도 괜찮아요. 요즘은 스님도 뻣뻣하면 대중에게 문제가 되는데 결혼까지 해서 뻣뻣하게 살겠다는 건 이혼당하기 딱 좋은 형편에 있는 거예요.

아내와 같이 살고 싶은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 그것은 스님한테 물어보지 말고 아내한테 물어보세요.

‘당신이 원하는 대로 내가 하겠다. 원하는 대로 다 하기가 어려울 땐 요만큼까지는 하겠다. 당신은 내가 어떻게 하길 원해?’

그런데 아내가 원하는 걸 도저히 못하겠다 싶으면 포기를 하셔야 돼요. 미련을 가지시면 안 됩니다. 아내와 다시 같이 살고 싶으면 아내가 원하는 걸 100% 들어주고, 100% 못 들어준다면 80%까지 제의해 보는 겁니다. 그런데 아내가 그것 갖고는 안 된다고 하면 포기를 하셔야 돼요.

그럼 혼자 살아야 하느냐, 그건 아닙니다. 질문자 본인이 아내와 못 살겠다고 쳐내고 다른 사람과 살겠다고 하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 되지만, 아내가 싫다고 갔으니까 꼭 내 잘못이라고는 할 수 없어요. 아내랑 안 맞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니 다른 분을 만나서 이렇게 물어보세요.

‘내가 이런 조건에 있다. 내 성질이 자란 환경 때문에 가부장적인 요소가 있는데 같이 살면서 어느 정도 수용을 해줄 수 있는가? 물론 나도 고치겠지만 쉽지 않으니 당신은 어느 정도나 나를 수용해 줄 수 있는가?’

이렇게 다른 상대를 만나려면 이번에는 인물도 보지 말고, 학벌도 보지 말고, 다만 나의 가부장적인 성격이라든지 말투라든지 이런 것을 수용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셔야 됩니다. 그걸 상대가 수용하려면 내가 상대보다 돈이 좀 많든 지, 학벌이 더 높든지, 지위가 더 높든지, 그 사람한테 뭔가 이익을 줄 게 있어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같이 살다 보면 정이 들어서 손해도 보고 살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처음 만나 살 때는 손해 볼 짓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대부분이 나에게 이익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살펴서 행동합니다. 그러니 내 약점을 수용할 만한 사람을 찾는 대신 나는 나의 장점을 상대에게 줘야 됩니다. 이렇게 상대의 부족한 점을 내가 수용해주면서 다시 결혼해서 살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만한 양보도 싫다고 하면 혼자 살아야 해요.

세 가지 길 중에 하나를 선택하며 됩니다. 첫째, 지금 아내하고 같이 살려면 아내가 하자는 대로 하면 됩니다. 그렇게는 내가 도저히 못하겠다면 양해를 구하세요. 이 점은 잘 안 되니 시간을 좀 달라고 요청하고, 양해를 해주면 노력을 하고, 안 된다고 하면 아무리 자식이 있다고 해도 아내가 싫다니까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가 없어요. 시대가 달라졌어요. 결혼했고 아이가 있다 해도 상대가 싫다고 하면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나와 같이 살기 싫다고 별거를 하고 있다면 그것은 이혼 사유가 됩니다. 아내가 이혼은 안 하고 아이만 키우겠다고 하는 것은 아내의 사정입니다. 이때 질문자가 아내를 기다릴 수 있으면 기다리면 됩니다. 그동안 절에 와서 사세요. 스님도 혼자 사는데 혼자 사는 게 뭐가 문제예요.

둘째, 나는 혼자 사는 것이 싫고 같이 살고 싶어서 아내에게 원하는 것을 해주겠다고 했지만, 아내는 그것도 싫다고 한다면, 이혼을 청구할 수 있어요. 별거 기간이 1년이 넘으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혼을 하시고, 아이는 아내가 돌보겠다고 하면 양육비를 지불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인물을 본다든지 성격을 본다든지 내가 원하는 조건만 보지 말고, 내 조건을 수용할 만한 여성분을 만나는 겁니다. 사전에 대화를 충분히 해보고 나서 내 조건이 수용이 된다고 판단되면 새로 결혼을 해서 사시면 됩니다.

셋째, 그것도 싫으면 그냥 혼자 사시면 됩니다. 달리 길이 없어요.” (웃음)

전체댓글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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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요즈음은 시대가 많이 달라졌으니 남편분도 시대에 맞게 살아야 될 것입니다.

2020-07-28 22:03:51

송미해

쉽고도 어려운 선택입니다.
고맙습니다.

2020-07-27 15:06:05

배미령

답이 명쾌하십니다.
삶을 이렇게 간단 명쾌하게 살고 싶습니다.

2020-07-26 23:5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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