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7.2 농사일
“올해 처음으로 빨갛게 익은 고추네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농사일을 했습니다. 아침 기도를 마치고 비닐하우스로 나오니 안개가 자욱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가 구름 사이로 고개를 내밀자 안개는 정말 안개처럼 사라졌습니다.



비닐하우스에 도착한 스님은 1동부터 4동까지 차례대로 둘러보았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빨갛게 익은 고추네요.”

스님은 고추를 들고 환하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고추와 고수가 심어진 1동을 둘러본 후 참깨와 열무, 오이, 호박 등이 심어진 2동으로 건너왔습니다.

“아이쿠, 열무를 뽑아야겠네.”

스님은 한쪽 끝에서부터 열무를 차곡차곡 뽑았습니다.

크기에 따라 김치를 담을 열무와 반찬으로 만들 열무를 바로 분류해서 따로 담았습니다.

기계처럼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금세 열무를 다 뽑았습니다. 그리고 농사 담당자에게 말했습니다.

“또 열무를 심어주세요.”

“네.”

그리고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던 법사님들과 행자들을 불렀습니다.

“요리를 하는 행자님이 힘들지 않게 발우공양 전에 열무를 다듬고 씻고 절여 놓읍시다.”

다 같이 열무를 다듬었습니다.

열무를 다듬는 동안 스님은 텃밭 이곳저곳에 필요한 일을 했습니다. 상추밭 사이 풀을 매주고 얼마 전에 심은 들깨 모종에 물을 흠뻑 주었습니다.


꽃 대궁이 빨갛게 된 고수는 뽑아서 널었습니다.

지난번에 뽑은 고수는 갈색으로 변한 채 마르고 있었습니다. 오늘 햇볕이 좋아서 다시 한번 말렸습니다.

“한 번 더 말리고 씨를 받아야겠어요.”

모종판에 뿌린 상추 씨앗은 우수수 싹을 틔웠습니다.

다 다듬은 열무는 물로 씻고 소금을 뿌려 절여 주었습니다.




소금에 절인 열무는 그늘에 옮겨두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오후에는 거름을 다시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마른 고수대에서 고수 씨앗을 털었습니다. 밭에 물을 주면서 큰 물통을 비우고 씻은 후 그 물통에 씨앗을 털었습니다. 선풍기 바람을 쏘여서 알맹이만 따로 골라내다 보니 먼지를 많이 마셔야 했습니다.

마른 고숫대는 땔감으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저녁 8시 마음 나누기 시간까지 일이 안 끝날 줄 알았는데 딱 맞게 일을 끝마쳤습니다.

저녁 예불을 한 후 두북 농사팀 전체가 모여서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1인당 3분 이내에 마음 나누기를 해보겠습니다.”

각자 일을 한 내용과 장소는 다 달랐지만 나누기를 들으며 웃고 박수 치며 공감했습니다.

“들깨 모종을 심었는데 2시간이 지나가니까 어깨가 아팠어요. 그런데 화광 법사님이 계속 제 옆에 모종을 갖다 놓으셔서 쉴 수가 없어서 마음이 좀 불편했습니다.”

“참회합니다. 행자님이 일을 하다가 힘들어서 중간에 가버릴까 봐 불안해서 제 나름대로는 계속 옆에 모종을 갖다 놓은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들깨 모종을 많이 심었는데, 나누기를 듣고 나니 미안하네요.” (모두 웃음)...

행자님들의 나누기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스님도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저는 아침에 열무를 뽑으면서, 요리하시는 분의 눈치를 좀 봤습니다. (웃음) 너무 많이 뽑으면 요리하시는 분의 일이 많아지니까요.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법사님들을 불러서 같이 열무를 다듬어서 가자고 한 거예요.

오후에 고수 씨앗을 털었는데 각자 자기 할 일이 바빠서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혼자 먼지를 마시면서 고수 씨앗을 다 받았습니다.” (웃음)

내일은 아침에 농사일을 한 후 점심에는 경주 남산 산책을 다녀올 예정입니다. 저녁에는 금요 정기법회가 온라인 생방송으로 진행됩니다.

전체댓글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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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여래심

마음 나누기로 서로의 입장과 상황들을 공유하며 이해할 수 있는 시간들이 참 좋습니다

2020-07-27 23:43:22

정지나

서로서로에 입장을 살피는 맘들이
참,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2020-07-16 22:10:08

배미령

공동체 생활이 쉽지 않음을 엿보았습니다.

2020-07-14 00:5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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