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6.25. 두북 특별위원회 회의
“경전 강의에 실천적인 내용을 담으려면”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아침에 농사일을 한 후 하루 종일 두북특별위원회 회의를 했습니다.

스님은 아침 기도를 마치고 비닐하우스로 나갔습니다. 어제 비가 온 후 먹구름이 서서히 걷히며 날이 개고 있었습니다.

비닐하우스에는 작물들이 저마다 자기의 속도로 자라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상추, 열무, 배추를 수확했습니다.


비닐하우스 천장까지 줄을 타고 자라던 호박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습니다. 호박을 다시 세워주었습니다.

수확을 마치고 스님은 1동 가엣밭으로 가보았습니다.

“아이고!”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습니다. 스님은 웃으며 말했습니다.

“여기는 내 밭이라고 아무도 돌봐주지 않네. 나는 온갖 밭일을 돕는데 이렇게 괄시를 받아서 어떡해.”

스님은 차근차근 무성한 밭의 풀을 다 매주었습니다.

상추, 배추, 열무와 들깨 모종을 가지고 텃밭으로 갔습니다.

어제 비가 온 후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으로 쓰러진 상추가 많았습니다. 상춧대가 가늘고 길다 보니 생긴 일입니다.

먼저 쓰러진 상춧대에서 잎을 따고 상춧대 밑둥을 잘랐습니다.




상춧대를 말려서 달여 먹으면 빈혈, 잇몸질환, 변비에 좋고 통증 완화와 피로 회복도 돕는다고 합니다. 긴 상춧대를 따로 모았습니다.

“이 정도면 상춧대 중에는 최상품일 거예요.”


뿌리도 말려 차로 만들어 보려고 깨끗이 씻어두었습니다.

그래도 아직 많은 상추가 남았습니다. 상추를 뽑고 난 자리에는 들깨 모종을 심었습니다.

텃밭에 다른 상추도 다 솎아주었습니다. 비가 오고 나니 또 수북하게 자랐습니다. 낮게 자란 상추도 비가 오면 땅으로 처질 수 있기 때문에 잎을 따주었습니다.


농사일을 마치고 수련원으로 돌아와 10시 30분부터 두북특별위원회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이제 각 분과별로 연구 결과를 마무리하는 시기로 접어들었습니다. 먼저 30일에는 결사행자회의를 열어서 지난 3개월 동안의 두북특별위원회 회의 결과를 총정리하여 발표하기로 한 후 본격적인 안건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온라인정토회 분과에서 어제 진행된 가을불교대학과 경전반의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2020 가을불교대학과 경전반 개설에 대해 다음 두 가지 안 중 지지하는 항목을 선택해 주세요.”

이와 같은 질문에 60%가 “전면 6개월 과정 온라인 실시한다”에 투표를 했고, 30%가 “법당은 기존대로 한다”에 투표를 했습니다.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은 후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습니다.

오후 내내 개원기념법회 100일 동안의 행사 기획에 대해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먼저 개원기념법회의 커리큘럼 구성을 담당하고 있는 묘향 법사님의 발표를 듣고 열띤 토론이 있었습니다. 특히 경전반 강의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많았습니다.

묘향 법사님은 경전 강의를 듣고 학생들이 실천을 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조언을 구했습니다.

“경전반은 학생들이 실천과 활동을 할 수 있게 안내하는 과정으로 기획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님은 경전 강의에 대한 생각을 편안하게 이야기했습니다.

경전 강의에 실천적인 내용을 담으려면

“그런 취지라면 오히려 아함경을 강의 속에 넣는 것도 방법입니다. 금강경, 반야심경, 육조단경을 강의하고 나서 뒷부분에는 아함경을 강의하는 거죠. 경전이 만들어진 순서로 보면 앞부분에 아함경을 넣어야 하지만, 실천적인 부분을 마지막에 강조하려면 뒤에 넣어야 될 것 같아요.

아함경 중에서도 보살의 실천적 삶에 해당하는 내용들만 뽑아서 강의하는 겁니다. 금강경도 실천적 삶의 모습이 첫 페이지만 나오거든요. 그 외에는 모두 사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육조단경도 혜능 대사가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 나와 있는 부분은 감동이 크지만, 그 뒷부분에는 실천적 행위는 안 나와요. 기존 불교의 학문이나 믿음에 치우쳐 있는 사람들의 관념을 깼다는 내용이 핵심이지 실천적인 모습은 안 나와 있어요. 그런 면에서 아함경에 나오는 이야기에는 부처님의 인격과 구체적인 실천행이 담겨 있습니다. 부처님의 경우 로히니 강에서 서로 싸우려고 했던 두 나라의 전쟁을 막았다든지, 서로 싸우는 비구들에게 육화합을 이야기했다든지, 많은 사례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경전반을 공부하고 나서 수행, 보시, 봉사하는 삶을 살게 할 수 있을까요?”

“그러려면 숫제 경전 강의를 없애고, 일과 수행의 통일이라든지, 원효대사의 깨달음이라든지, 용성조사의 독립운동이라든지, 이렇게 구체적인 삶을 배우는 게 좋습니다. 금강경이나 반야심경에는 구체적인 삶의 내용은 없거든요. 경전을 통해서는 사상을 배우게 할 수 있을 뿐이고, 구체적인 실천행을 가르치려면 깨달음 의장이 나눔의 장 등 정토회의 수행, 보시, 봉사 프로그램이 따로 필요한 겁니다. 만약 강의 내용을 통해 변화를 가져오려면, 지금 하고 있는 경전 강의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안 그러면 법화경 속에 있는 보살의 모습 중 일부분을 소개한다든지, 경전 속에 보살행에 해당하는 부분만 전부 발췌를 해서 모으든지, 이렇게 다시 편재를 해야 합니다.”

“그러면 제가 경전반 커리큘럼을 과감하게 바꾸어 봐도 괜찮을까요?”

“경전반 커리큘럼을 바꾸는 게 아니고, 서원행자대학 프로그램을 새로 만드는 거죠.” (웃음)

“불교대학 교과에 있는 불교의 변천사를 경전반으로 가져오면 어떨까요?”

“어떻게 수정해도 상관은 없는데, 불교대학 교과과정을 만든 원래의 취지는 이렇습니다.

정토불교대학을 만든 취지

‘불교란 깨달음의 가르침이다. 해탈과 열반이 목표라는 것이 실천적 불교사상 교과의 요지입니다. 그런데 그 가르침을 설하신 분은 이런 삶을 살았다는 것이 부처님의 일생 교과입니다. 그 가르침의 요지가 무엇이라는 것이 근본불교 교과입니다.’

그런데 현실의 불교를 보면 ‘지금 불교는 왜 이렇게 변했냐?’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겁니다. 그래서 왜 그렇게 변화되어 왔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불교의 변천사 교과입니다. 그럴 때 원래의 부처님 가르침으로 돌아가기 위해 새롭게 불교를 시작한 사람들은 어떤 문제의식을 가졌느냐는 것이 금강경에 잘 담겨 있습니다. 그 핵심 내용이 바로 ‘법집’을 타파하는 것입니다. 그다음에 새롭게 불교를 일으킨 사람들은 ‘불립문자’라는 것을 주장하면서 혁명을 이뤄냈습니다. 그 핵심 내용이 담긴 것이 육조단경입니다. 이렇게 해서 경전반 교과 과정을 만들게 된 겁니다.

그래서 실천적 불교사상 강의를 듣고 나서는 깨달음의장을 다녀와야 합니다. 부처님의 일생을 듣고 나서는 인도성지순례를 다녀와야 합니다. 근본 교설을 듣고 나서는 명상 수련을 다녀와야 합니다. 불교 변천사를 듣고 나서는 경전반을 다녀야 합니다. 이 전체가 하나로 연결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칼로 딱 자를 수가 없어요.

정토불교대학의 첫 번째 강의 시간에 금강경의 핵심, 육조단경의 핵심이 이미 다 들어가 있어요. 실천적 불교사상 10강만 들으면 사실은 핵심을 다 배웠다고 할 수 있어요. 경전을 배우는 이유는 그 내용을 부처님의 말씀에 근거해서 확인하는 작업인 겁니다. ‘법륜 스님이 말한 내용이 실제로 경전 속에 들어 있느냐’ 하고 들여다보는 거죠. 첫 강의에서 말한 내용이 너무 쉽다 보니까 그 말이 엄청난 내용이라고는 아무도 생각을 못하는 거예요.

이런 경전 강의는 불교 신자를 대상으로 할 때 필요한 겁니다. 제가 만약 미국에 가서 강의를 한다면 굳이 금강경과 반야심경을 강의할 필요가 없어요. 바로 ‘무엇이 고민인가’ 하고 들어가면 되죠. 성경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자꾸 기독교 사상에 대해 질문하면 성경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 것과 같아요. 어쩌면 미국인들에게 강의를 하게 되면 불교 경전보다는 성경을 더 많이 인용하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정말로 불교의 핵심이 무엇인지 미국인들이 이해하게 하려면 오히려 성경을 강의해야 할 겁니다. (웃음)

예전에는 불교신자들이 제 강의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법문을 듣고 감동이 컸는데, 지금은 불교신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 강의를 자꾸 듣게 되다 보니 그 감동이 좀 떨어지는 것 같아요. 즉문즉설에서 받은 충격에 비해 경전 강의는 좀 지루한 측면이 크거든요. 그래서 경전의 내용을 수행적 관점에서 해설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어떤 경전이 있는지 소개하는 내용은 굳이 강의할 필요는 없습니다.

경전 내용의 핵심

정토 대전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나중에 ‘정토회가 하는 일이 불교가 맞느냐’라고 문제 제기를 했을 때 ‘그래 맞다. 경전 속에 이런 말씀이 다 있지 않느냐’라고 대답을 할 수 있기 위해서입니다. 경전의 내용을 한 마디로 말하면 이겁니다.

‘왜 괴로운가. 괴로운 이유는 인식 상의 오류 때문이다. 오류가 발생하는 원인은 이렇다.’

금강경에 나오는 내용도 바로 그 이야기입니다.

‘범소유상 개시허망(凡所有相 皆是虛妄)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이 구절은 ‘인식 상의 오류가 발생해서 허황된 것을 보고 집착하는 데 있는 그대로 보게 되면 모든 괴로움이 사라진다. 그게 바로 부처를 보는 것이다’라는 뜻입니다. 부처를 본다는 것은 모든 고뇌가 사라진다는 의미예요.

부처님의 말씀에는 어려운 내용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교도와 논쟁을 해야 하다 보니까 자꾸 어려운 용어들이 생겨난 겁니다. 즉문즉설을 보고 어떤 사람들은 ‘스님이 왜 세속 이야기만 하고 있는가’ 하고 비판하는데, 이건 깨달음이라는 것이 생활과 분리된 별도의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외부의 공격에 비판을 하다 보니 아주 논리적인 교리 체계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2차 만일결사를 생각해서 너무 거창한 것을 만들어보려고 애쓰지 말고, 가볍게 해 보세요. 가장 대중적인 경전 강의는 금강경, 반야심경입니다.” (웃음)

개원기념법회를 잘 준비하고자 하는 법사님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님은 법사님들의 부담감을 덜어주며 준비에 도움이 되도록 큰 방향을 잡아 주었습니다.

공양을 하고 나서 저녁에는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하는 문제에 대해 집중 토론을 했습니다. 온라인정토회 분과에서 세 분의 활동가가 두북 수련원까지 내려와 온라인 불교대학 세부 진행 방안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법사님들은 발표를 듣고 나서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발표 내용을 다 듣고 나서 스님은 발표 내용을 준비한 세 분의 활동가를 격려해 주었습니다.

“만약 가을 학기부터 온라인 불교대학으로 전면 전환하자고 결정이 나면, 여러분들이 맡아야 하는 일이 아주 많아질 겁니다. 불교대학뿐만 아니라 경전반, 수행법회도 모두 온라인으로 전환해야 하는 문제가 있거든요. 수고 많으셨어요.” (박수)

저녁 8시까지 개원기념법회에 대해 더 논의한 후 회의를 모두 마쳤습니다. 햇살이 쨍쨍한 아침에 회의를 시작했는데 회의를 마치고 나니 어두컴컴한 밤이 되었습니다.

저녁 예불을 한 후 두북 농사팀 행자님들과 함께 마음나누기를 한 후 오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내일은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 주관으로 이웃 종교인분들과 함께 1박 2일 동안 통영을 다녀올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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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여래심

두북특별위원회 위원님들 강건하세요~

2020-07-18 00:53:47

정지나

난 왜? 괴로운가...
스승님에 말씀처럼 괴롭고 죽고싶을 만큼
삶이 그렇게 가치있는것이 아니라는 말씀이
다시 다가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2020-07-05 21:36:30

김은경

온라인 불교대학다니면서 경전반을 생각해보게됩니다
감사합니다

2020-06-29 13:3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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