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5.23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 불교대학과 경전반 즉문즉설
“회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직원을 다그치게 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날입니다. 새벽 4시 45분에 두북 수련원에 울려 퍼지는 종성과 함께 기도가 시작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기도는 두북 수련원에서 하겠습니다. 아침 종성을 먼저 듣고, 예불을 하겠습니다.”

한 시간 동안 새벽예불, 108배, 명상, 경전 독송을 했습니다. 동시에 전국과 해외에서 4천7백여 명이 함께 기도를 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스님은 30분 동안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기도 잘하셨죠?”

“네.”

“오늘은 제10차 천일결사 기도가 시작되고 그중 제1차 백일기도 76일째가 되는 날입니다. 앞으로 25일만 더하면 1차 백일기도를 마치게 되는데요, 빼먹지 말고 매일 아침 일어나서 부지런히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아침에 독송한 경전은 즐거움과 괴로움 속에서 윤회하는 중생이 괴로움의 바다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불법승(佛法僧) 삼보(三寶)에 귀의하고, 계정혜(戒定慧) 삼학(三學)을 닦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자꾸 이렇게 묻습니다.

‘저분은 수행이 어느 정도 되었습니까?’
‘저는 어느 정도 수행이 되었습니까?’

그런데 방금 읽은 경전에 근거해서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는 자세를 확실하게 가지면 이렇게 찾아와서 하나하나 물어볼 필요가 없습니다.

괴로움이 없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부처님께 귀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부처님은 위대한 분이니까 내가 뭐든지 빌면 나를 도와주실 분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부처님께 귀의하는 자세가 아닙니다. 부처님은 분명하게 깨달은 분이고, 그 깨달음을 실천하신 분입니다. 즉, 앎과 행이 일치했습니다. 또한 그분은 중생의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신 분입니다. 여기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나도 부처님처럼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나아갈 수 있습니다.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겠다는 것이 우리의 첫 번째 목표입니다. 이것이 바로 귀의불(歸依佛)입니다.

물론 여러분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는 돈, 지위, 지식, 건강 등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 모두는 부분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아무리 지위가 높아도, 아무리 지식이 많아도, 아무리 건강해도, 그것이 자유와 행복으로 가는 데 도리어 장애가 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것이 장애가 될 때는 다 버리라고 말합니다. 그것이 나쁘기 때문에 버리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와 행복으로 나아가는 데 장애가 될 때는 버리라고 말하는 겁니다.

왜 돈, 지위, 지식 등이 자유와 행복으로 나아가는 데 장애가 될까요? 삶의 목표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돈, 지위, 지식, 건강 등이 목표라고 착각하기 때문에 돈 때문에 괴롭고, 지위 때문에 괴롭고, 지식 때문에 괴로워지는 겁니다. 지식 때문에 교만해지기도 하고, 지식 때문에 열등감을 갖게 되기도 하는 겁니다.

‘항상 지금 여기에 깨어있어서 괴로움이 없는 사람이 되겠다.’

이렇게 목표를 분명히 해야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귀의불(歸依佛)’의 의미입니다.

지금, 여기, 나에게 깨어있겠습니다

이 길로 나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마치 어두운 밤에 불이 확 켜지는 것처럼, 눈 감은 자가 눈을 뜨는 것처럼, 꿈속을 헤매다가 잠에서 깨는 것처럼, 실재(實在)를 알아차리면 됩니다. 어떤 환영이나 욕심에 휘둘려 흥분된 상태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어떠한지에 관점을 두는 것입니다. 지금, 여기, 나에게 깨어있으면 어둠의 그림자는 저절로 사라집니다. 우리가 어두움 속을 헤맬 때는 지금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 여기가 아니라 저기에, 내가 아니라 남에게 생각이 흘러갈 때입니다. 그렇게 생각이 흘러가면 사실을 알지 못하고 괴로움이라고 하는 부정적 감정이 일어나게 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겠습니다

자기를 자유롭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수행하는 사람, 그리고 조금이나마 다른 사람도 행복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 수행자입니다. 이런 수행자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소중한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수행자들이 모인 공동체의 소중함을 알고, 도반을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고, 한 사람 한 사람이 귀한 줄 알고 함께 나아가는 것이 ‘귀의승(歸依僧)’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도반이 자기와 성격이 조금 다르거나 자기 마음에 안 들면, 도반이 귀한 줄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 사람은 없는 게 낫겠다’, ‘저 사람은 빼는 게 낫겠다’ 이렇게 나에 견주어서 그 사람을 빼고, 이 사람에 견주어서 또 빼고, 저 사람에 견주어서 또 빼면, 아무도 남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우리가 정토세상을 이루어나갈 수 있겠습니까.

한 명 한 명이 정말 소중합니다. 물론 나와 조금 다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완성된 존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까르마가 조금씩 다르고, 인식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고, 행동이 달라요. 그러나 이 분들은 모자이크 붓다의 한 조각들입니다. 이 점을 늘 잊지 않으면 도반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해야 되겠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저절로 도반들의 소중함을 알게 됩니다. 막상 도반이 없어보면 그 빈자리를 알게 돼요. 그래서 사람 한 명 한 명이 소중하고 귀중한 줄 알아야 합니다.

집안에서도 가족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줄 알아야 합니다. 나도 모르는 무지로 인해 일어나는 분별심 때문에 마음에서 부정적 감정이 일어나고, 그러다 보면 사람을 내치게 됩니다. 그럴 때 ‘아!’ 하고 정신을 차려서 너무 정에 이끌려서 붙잡아도 안 되고, 너무 감정에 치우쳐서 내쳐도 안 됩니다. 우리에겐 그런 감정이 순간순간 일어납니다. 그러나 거기에 빠지지 말고, 그런 감정을 지켜보면서 존재들 하나하나가 소중한 줄 알아야 합니다.

진정으로 잘 사는 것이 무엇인가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사람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번 일을 봐도 이 세상의 모든 존재가 연관되어 있고 나와 한 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연기적 세계관에 기초해서 발전을 도모하지 않고, 나를 위해서 남을 죽이고, 내 이익을 위해서 남에게 손해를 끼치고, 인간을 위해서 자연을 파괴하는 세계관을 갖고 벌어진 일들로 인해 이제는 그 과보가 인간에게로 돌아오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앞으로 기후변화가 심해질수록 지금보다 더한 자연의 저항이 따르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이번 일을 한 번의 재앙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까지의 오류를 시정할 수 있는 좋은 계기로 삼는다면, 재앙이 도리어 복이 되는 새로운 문명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관점을 가지고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진정으로 잘 사는 것이 무엇인가?’ 하고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합장으로 인사를 하며 법문을 마쳤습니다.

“오늘도 부지런히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촬영을 마치자마자 김해 봉하마을로 출발했습니다.

차로 부지런히 달려 7시 30분에 봉하마을 정토원에 도착했습니다.

오늘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입니다. 먼저 묘소 가까이에 위치한 봉하 정토원을 찾아가 선진규 원장님을 찾아뵈었습니다. 선진규 원장님은 이곳에서 30여 년 넘게 포교 활동을 해오고 계십니다. 80년대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재가 법사로써 포교활동을 시작해 수많은 포교사를 양성하신 불교계의 어르신입니다. 스님이 인사를 드리자 선 원장님은 맞절을 하며 반갑게 스님을 맞이해 주었습니다.

작년에는 10주 행사가 크게 치러지는 바람에 스님도 본 행사에 참가하느라 원장님을 뵙지 못했습니다. 2년 만에 얼굴을 뵈었는데, 많이 수척해진 모습이었습니다.

“암이 재발을 했어. 갈수록 몸이 팍팍 나빠져. 목소리가 잘 안 나와.”

“그래도 허리를 곧게 세우시고 말씀을 하시는 걸 보니까 다행이네요.”

스님은 늘 이곳을 지켜주고 있는 원장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고, 원장님은 급히 핸드폰을 가져와서 기념사진을 찍어달라고 청했습니다.

“요래 가지고 요기를 누르면 돼요. 제 핸드폰으로 기록에 남을 사진 좀 하나 찍어 주세요.”

사진 한 장을 찍고 나서 아침 햇살을 받으며 대웅전으로 올라갔습니다.

대웅전 영단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위패가 모셔져 있었습니다. 고인의 뜻을 기리며 참배를 한 후 대웅전을 나왔습니다.


정토원에서 주는 식사를 간단하게 한 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습니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참배객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헌화를 한 후 묘소에 다가가 합장을 하고 기도를 했습니다. 그리고 묘소 주위를 천천히 한 바퀴 돈 후 다시 기도를 하고 천천히 걸어 나왔습니다.




봉화마을을 나와서 곧바로 삼랑진으로 향했습니다. 삼랑진에는 인도 쉬라바스티에서 천축선원을 운영하고 있는 대인 스님이 머물고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인도에 들어가지 못하고 요즘 한국에 머물고 있다고 해서 특별히 찾아가 보았습니다.

스님이 도착하자 대인 스님은 환한 얼굴로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늘 인도에 갔을 때만 얼굴을 뵐 수 있었는데 오랜만에 한국에서 마주 앉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안부를 주고받다 보니 자연스럽게 농사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대중 강연을 못하시지 않습니까?”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고 나서 강의가 다 취소되니까 처음에는 좀 한가하더니 온라인 방식으로 다 바뀌고 나서부터는 예전보다 더 바빠졌어요. (웃음)

요즘은 완전히 선농일치를 실현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강의하려면 차를 타고 몇 시간 가야 했는데, 지금은 농사일하다가 10분 전에 세수하고 생방송으로 강의를 하거든요. 강의가 끝나면 다시 작업복 입고 밭에 일하러 가요. 그래서 하루 종일 일을 합니다. 이제 저도 천장에 밧줄을 하나 매달아 놓아야겠어요. 한 번 앉으면 일어나는 게 힘들어요. (웃음)

방에 카메라 하나만 설치해 놓고 거기서 강연을 다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절을 크게 지을 필요가 없어진 것 같아요.”

“SBS 집사부일체에 나왔던 거기서 지내시는가 봐요?”

“네. 문경 수련원도 처음에는 천막을 치고 살았는데 자꾸 건물을 짓게 됐어요. 건물을 지으니까 편리함은 생겼는데, 불교를 새롭게 한다는 취지에는 어긋나게 된 것 같아요. 부처님은 버린 옷을 주워 입고 나무 밑에서 잤는데,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수행자라고 하면서 너무 좋은 처소에서 살고 있는 겁니다. 대중이 수련을 하기 위해서 건물을 쓰는 건 괜찮지만 수행자가 살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 수행자들은 가능한 두북에 있는 폐교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사는 쪽으로 준비를 해나가고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기도하고, 농사일하고, 법회는 온라인으로 하고요.

그래서 공동체 대중이 함께 실천하면 좋겠다고 제안된 것이 두 가지가 있어요. 첫째, 새 물건 사지 않기입니다. 둘째, 대중으로부터 보시받지 않기입니다. 우리가 먹는 것은 우리가 직접 생산하고, 농산물 생산과 재활용 유통으로 자립을 하고, 오히려 출가수행자인 우리들이 대중에게 보시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속옷은 새 것을 사서 입어야 하지 않느냐는 반론도 있었어요. 속옷조차도 만들어서 입으면 된다는 주장도 있었고요.”

“속옷은 새 것을 살 수 있게 해 주시지 그래요?” (웃음)

“실제로 실행해보면 어떤 물건은 도저히 새 것을 안 살 수가 없는지가 나오겠죠. 쓰레기 제로 운동을 직접 해보니까 수분을 방지하기 위해서 비닐 사용은 도저히 안 할 수가 없을 때도 있더라고요. 때 아닌 때에 안 먹는 것도 막상 실행해보니까 대중들은 커피 안 먹기가 잘 안 지켜졌어요. 반론으로 많이 나온 게 ‘왜 차는 허용이 되면서 커피는 허용이 안 되느냐?’ 하는 의견이었습니다.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차를 마시는 문화가 없습니다.

서암 큰스님이 살아계실 때 늘 두 가지를 야단치셨어요. 첫째, 콜라와 사이다를 사 와서 마시고 있으면 지나가다가 호통을 치셨어요.

‘왜 맑은 물 놔두고 썩은 물을 돈 주고 사 먹느냐?’

둘째, 선방에서 스님들이 아령이나 역기를 들고 운동을 하고 있으면 호통을 치셨어요.

‘밥 먹고 힘이 남느냐? 힘이 남으면 밭에서 일을 해야지 왜 쓸데없이 힘을 엉뚱한 곳에 쓰느냐?’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차 마시는 문화와 운동하는 문화가 없어요. 요즘은 운동과 농사를 일치시키려고 호미 들고 밭일하면서 운동하는 것을 개발 중입니다. (웃음)

호미질을 하면 팔운동만 되니까 다리 운동도 되려면 어떤 농사일을 할 것인가, 오전에 팔을 쓰는 일을 했다면 오후에는 다리를 쓰는 일을 하고, 이렇게 노동이 헬스가 되도록 해보고 있어요. 명상도 꼭 앉아서 할 필요가 없잖아요. 고추 심을 때 그 동작에 깨어 있으면 그게 명상이죠. 말 그대로 선농일치를 개발하고 있는 중이에요. 그래서 요즘 제가 농사 팀장이에요.” (웃음)

즐겁게 담소를 나누다 보니 1시간 30분이 훌쩍 흘렀습니다. 스님은 다음에는 대인 스님을 두북 수련원으로 초대해 식사 대접을 하기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다시 차를 타고 자재요양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어제 비닐하우스에서 수확한 배추, 양배추, 호박을 박스와 포대에 담아와서 병원에 전달했습니다.

“저희가 농사지은 거예요. 직원분들과 환자분들이 먹을 수 있게 요리해서 드세요.”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온 스님은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2시부터 생방송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경전반 학생들을 위한 온라인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학생들은 금강경, 반야심경, 육조단경까지 공부했습니다. 6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상태에서 스님은 반가운 얼굴로 인사말을 건네며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경전반 공부를 1년 동안 잘 배웠습니까. 중간에 여러분과 직접 만나서 수련을 해야 하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그러지 못했습니다. 이러다가 얼굴도 한 번 보지 못하고 졸업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졸업하기 전에 오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그동안 공부하면서 의문 나는 점이 있었다면 질문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매일 영상으로만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오늘은 스님에게 직접 궁금한 점을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미리 질문을 신청받았고, 그중에 10개의 질문에 대해 답할 수 있었습니다.

금강경에서 배운 ‘상’, 반야심경에서 배운 ‘공’, 육조단경에 대한 질문이 많았습니다.

  • 금강경 수업에서 ‘절대적인 진리는 없다’라고 배웠습니다. 주어진 조건 안에서 정답은 항상 존재하는 것 아닌가요?
  • ‘무아’에 대해 질문이 있습니다. 판단하고 인식하는 나조차 착각이고 환상일 뿐인가요? 그렇다면 ‘참 나’는 무엇인가요?
  • 반야심경에서 색즉시공과 공즉시색은 같은 뜻인가요?
  • 육조단경 2강 법문 중에서 ‘가치 또한 실체가 없다’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며 살아왔는데, 실체 없는 것에 의미를 두고 살아온 것일까요?
  • 깨달음을 얻으면 그 이후에는 수행을 더 할 필요가 없나요?
  • 금강경에서 상을 짓지 말라고 배웠는데 정토회 안에 내 법당, 네 법당 이렇게 인상을 갖고 있는 분들을 보면 불편한 마음이 듭니다. 이것 또한 제 상일까요?
  • 스승에게 인가를 받는다는 의미가 무엇인가요? 제가 배우고 느끼고 생각하고 본 것이 오해인지 진리인지 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 육조단경의 핵심이 무엇입니까?
  • 상을 짓지 말라고 하셨는데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을 어떻게 나눌 수 있습니까?
  • 무릎 때문에 절 수행을 못합니다. 절 수행과 맞먹는 수행 방법을 가르쳐 주세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다 한 후 3시 45분에 촬영을 마쳤습니다.

“체했는지 눈이 감겨서 혼났네요.”

속이 체했지만 생방송 강의이기 때문에 중간에 방송을 중단할 수가 없었습니다.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인 후 4시부터 곧바로 불교대학 온라인 즉문즉설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생방송이라 잠깐 쉴 수도 없네요.”

카메라에 빨간 불이 들어오자 다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불교대학 교과과정을 이제 마칠 때가 다 되어 갑니다. 공부 잘하고 있습니까? 여러분이 수업을 들으면서 느낀 점이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채팅창에 올려주세요. 그러면 강의가 끝날 때 제가 읽어보고 답변도 드리겠습니다.”

학생들이 바로 앞에 앉아 있는 것은 아니지만 카메라 속에 1200여 명이 접속해서 스님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1년 동안 불교대학 수업을 들으면서 궁금했던 점에 대해 수백 개의 질문이 올라왔습니다. 아쉽지만 10개의 질문에 대해서만 답변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 한 분은 목표 달성을 위해 직원을 다그치게 되는 것이 고민이라며 수행자는 이때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회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직원을 다그치게 됩니다

“팔정도 중 정념(正念)에 대해 여쭙고자 합니다. 회사에서 목표가 설정되고 그것을 달성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목표 의식에 빠져 직원을 다그치게 됩니다. 일의 압력에서 벗어나고 싶으나 일하면서 그 영향 아래에 있으면 계속해서 압력을 느낍니다. 수행적 관점을 유지하면서 깨어있고자 하지만 서로 부딪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하면서 계속 갈등을 겪는 이런 모습이 정상적인 수행자의 모습인가요?”

“당연히 아니죠, 뭐 이런 걸 물어요.” (웃음)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회사일과 수행을 부딪힘 없이 풀어갈 수 있을까요? 회사일에서 목표가 주어지면 욕망이 동시에 생기게 되는데, 이때 수행자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요?”

“수행이라는 것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마음에 부정적인 작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회사일이든, 부부지간이든, 어떤 상황에서라도 깨어있지 못하면 마음이 들뜨게 되거나 침울하게 되어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그래서 나타나는 현상은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나거나, 미움이 생기거나, 원망하거나, 초조하거나, 불안하거나, 근심이 되거나, 걱정이 되거나, 괴롭거나, 이런 부정적인 심리 작용입니다.

부정적인 심리 작용이 일어나는 이유

이런 부정적인 심리 작용이 일어나는 이유는 내가 지금, 여기, 나에게 깨어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생각이나 경계에 꽂히면 환영에 빠지게 되어 마음에서 부정적인 작용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그런 부정적인 작용이 왜 일어나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남을 탓하고, 원망하고, 초조하고, 불안함의 원인을 밖으로 돌리게 되는 겁니다.

‘내가 깨어있지 못한 상태였다’ 이것을 자각하고 지금, 여기, 나에게 깨어있으면, 즉 사실에 입각해 있으면, 초조하고 불안하고 미워지고 원망하는 마음이 사라지게 됩니다. 수행은 이렇게 내 마음에서 부정적인 작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일을 잘하는 것 vs 수행을 잘하는 것

일을 잘하고 못하는 것과 수행적 관점을 갖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물론 마음이 흥분되어 있는 상태보다 마음이 차분한 상태에서 일이 더 잘 된다면 수행을 하는 것이 일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테지만, 어떤 때는 흥분해야 일이 더 잘 된다면 꼭 수행적 관점과 일을 잘하는 것이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수행을 하면 일이 잘 된다는 말은 반드시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재앙을 자초할 때를 보면 대개 마음이 흥분될 때가 많기 때문에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으면 결과적으로 일에 도움이 된다고는 말할 수 있겠죠.

일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연구를 해야 합니다. 해보고 실패하면 ‘왜 실패했지?’ 연구해보고 다시 해보고, 또 실패하면 ‘이번엔 왜 실패했지?’ 또 연구를 하고, 또 시도해보면 됩니다. 그래도 안 되면 포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일은 잘 될 수도 있고, 못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수행은 일이 잘 되든 못 되든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일이 어떻게 되든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 수행입니다. 아무래도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면 일에 대해 연구를 하는 데 도움이 되니까 결국 일이 잘 될 확률이 높다고 말할 수는 있겠죠.

지금 질문자가 회사에서 업무가 많이 내려와서 조급해지거나 들뜨거나 힘들거나 괴롭다면 수행적 관점을 놓친 것입니다. 괴로워한다고 일이 잘 될 리가 없잖아요. 일이 많이 주어진 건 주어진 거고, 내가 할 수 있는 역량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면서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상사가 봤을 때 부족하다 싶으면 그에 따른 평가를 받으면 됩니다. 야단을 치면 야단을 맞고, 점수를 깎으면 점수를 깎이면 되고, 칭찬을 하면 칭찬을 듣고, 상을 주면 상을 받고, 승진을 시키면 승진을 하고, 잘리면 잘리는 거예요. 일은 내가 하지만 평가는 내가 하는 게 아닙니다.

어떤 경우에도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기

길을 가다가 넘어질 수도 있고, 모르는 일을 시키면 서툴러서 많이 틀릴 수도 있고, 잘하는 일을 시키면 익숙해서 잘할 수도 있어요.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가운데 마음의 평정을 늘 유지하는 것이 수행입니다. 일을 잘하고 못하고는 일종의 기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돈을 많이 벌거나 일을 잘한다고 해서 수행이 잘 된다거나 못 된다고 말할 수 없고, 일을 못한다고 해서 수행이 안 된 사람이라거나 잘 된 사람이라고도 말할 수 없습니다. 이 둘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입니다. 다만 평균적인 확률로 보면 수행적 관점을 유지하고 수행자의 원칙을 잘 지키면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지혜롭게 대응할 수 있다고는 말할 수 있습니다.

수행을 하면 부자가 된다거나, 수행을 하면 결혼생활에 좋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수행을 하면 그 사람이 갖는 능력의 범위 안에서는 마음이 부정적으로 작용하기보다는 긍정적으로 작용하도록 할 확률이 높아진다고는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9개의 질문이 더 있었습니다.

  • 부처님께서 살인자 앙굴리 말라를 제자로 받아주신 이유를 정확히 알고 싶습니다. 살인, 성폭행과 같은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종교라는 이름으로 용서하는 건 종교의 오만이 아닐까요?
  • 인과응보와 인연 과보가 같은 뜻인가요?
  • 불교의 변천사 2강 수행 연습 중입니다. 오계 중 불살생 실천을 하면서 육식, 해산물을 섭취할 때 의문이 생겼습니다. 육식은 안 되고 야채는 가능한 이유가 뭘까요?
  • 부처님께서는 가장 소박한 삶을 사셨으면서 장례는 전륜성왕처럼 하라는 하셨다는데, 여기에는 어떤 뜻이 담겨있는 건가요?
  • 저는 수업 끝나고 마음 나누기하는 게 참 힘듭니다. 마음 나누기가 너무 두려워서 그만둘까 생각까지 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 천일결사 기도 중 108배를 할 때 왜 관세음보살을 부르나요?
  • 수행을 하면서도 내 마음을 내려놓기가 너무도 어렵습니다 제게 상처를 준 그 사람을 보면 시간이 흘러도 두렵고 용서가 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 사람을 봐도 평정심을 가질 수 있을까요?
  • 적게 쓰고 적게 먹는 수행자는 경제적인 성공과는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 욕심을 내려놓으면 가난해질 것 같다는 걱정도 되고, 욕심을 내려놓으니 의욕도 없어지는 것도 같아서 헷갈립니다.
  • 부처님께서 어딘가에 의지하지 말고 나 자신을 등불로 삼으라고 하셨습니다. 기독교는 무슨 일이 생기면 ‘하나님 도와주세요’ 하면 되는데, 그럼 불교는 나 자신한테 어떻게 의지해야 하나요?

답변을 모두 마치고 나니 저녁 6시가 다 되었습니다. 채팅창에 소감을 올려보라고 하자 여러 개의 소감이 올라왔습니다.

“아주 쏙쏙 이해가 잘 되었습니다.”
“108배할 때 관세음보살을 부르는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명쾌하게 이해되었습니다.”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

마지막으로 스님은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어 좋았다며 간단히 소감을 말하고 강연을 마쳤습니다.

“방금 전에 경전반에서도 질문을 받았는데 아상, 인상, 무아 등에 대한 질문이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경전반에서는 이론적인 질문이 많았고, 불교대학에서는 공부하면서 생기는 이런저런 질문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저도 여러분들의 질문을 보면서 ‘이런 부분을 모르는구나’, ‘이런 점을 힘들어하는구나’, ‘이런 점에 대해 의문을 갖는구나’ 하고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부지런히 수행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오래 앉아 있어서 그런지 스님은 주춤하며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수련원 주위를 한 바퀴 돌아보며 농작물이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상황을 체크한 후 저녁 7시부터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해가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저녁 7시가 되었지만 아직 해가 떠 있습니다. 오늘도 스님의 환한 웃음과 함께 마음 나누기를 시작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무슨 일을 했는지, 소감은 어떤지, 무엇을 깨달았는지, 내일은 무슨 일을 할 것인지, 요령껏 조리 있게 충분히 3분 안에 이야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웃음)

차례대로 왼쪽부터 한 바퀴를 돌아가며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어제 농사 담당 행자님이 나누기 하면서 눈물을 보여서 오늘은 모두 힘을 합하여 소똥을 나르고, 모판을 날라서 행자님의 걱정을 다 덜어 주었습니다. 스님은 웃으며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운 공덕이 있네!”

명심문을 세 번 하고 오늘 하루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 종일 봄 경전반 특강 수련을 온라인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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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연

상대와 생각이 다르고 경험이 다르고 느낌이 다르고 가치관이 달라도 소중하고 함께 나아가는 도반들이 있음에 행복합니다

2020-10-19 06:57:17

정명

일은 사람이 하고 뜻은 하늘이 이룬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평가는 달게 받겠습니다.

2020-06-02 20:34:47

정지나

지금 여기서 당장 행복해지는 것이
삶에 목적입니다 수행에 이유는 부정적에서
긍정적으로 깨달아 지는것!!!.감사합니다 꾸벅^^

2020-05-30 22: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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