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5.10. 총무·대표·법사 연수교육, 온라인 일요명상 5주째
“명상이 깊어지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문경 정토수련원에서 지역정토회의 총무·대표·법사 연수교육을 한 후 두북 정토수련원으로 이동해 온라인 일요명상을 진행했습니다.

비가 내린 후 안개가 자욱한 문경 수련원은 짙은 신록으로 싱그러움을 더했습니다. 전국에서 새벽 일찍 출발한 지역 정토회 총무, 대표, 법사님들은 서로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며 10시까지 모두 문경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하는 순서대로 한 명 한 명 발열 체크를 한 후 손소독제로 손을 씻고 나서 대강당으로 입장했습니다.

10차 천일결사가 시작되고 나서 처음으로 국내외 33개 지역 정토회의 법사단, 대표단, 총무단, 그리고 청년정토회, 그리고 온라인으로 참여하고 있는 국제정토회까지 35개 정토회가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먼저 법사단 단장인 무변심 법사님의 인사 말씀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돌아다니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오늘은 이렇게 멀리까지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랜만에 여행하는 기분이지 않으셨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오늘 하루는 마음 편안하게 신록도 즐기시고, 마음의 긴장도 푸시고, 그리고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것을 대비해서 대중이 헤매지 않도록 조금 더 미래를 바라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접촉이 차단되면서 그동안 서로 만나지 못했는데, 거의 3개월 만에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긴 했지만, 눈만 마주쳐도 너무나 반갑기만 합니다.

이어서 33개 지역 정토회별로 앞으로 나와서 인사하고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서초정토회, 서대문정토회, 양천정토회, 노원정토회, 송파정토회... 차례대로 나와서 한 줄 인사를 했습니다.

“깨달음의 장을 처음 하러 왔던 그날처럼 문경수련원의 풍경이 새롭고, 오늘 어떤 논의들을 하게 될지 기대되는 마음입니다.”

“지역 법당은 초파일 준비로 이미 발동을 걸었습니다. 오늘은 총무와 대표님들이 발동을 거는 날인 것 같습니다. 힘찬 출발이 기대됩니다.”

“다들 마스크를 끼고 있어서 얼굴이 잘 안 보이긴 하지만, 너무 반가운 마음입니다.”
...

해외 정토회에서도 생방송으로 함께 했습니다.

대부분 설레고 기대되는 마음을 내비쳤습니다. 전체 소개를 마치고 활동가들은 5일 후 스승의 날을 맞아 스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감사한 마음은 꽃과 노래가 되어 스님께 전달되었습니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스님은 꽃을 불단 앞에 올린 후 입재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오늘 모임의 목적은 법사와 대표, 총무가 어떻게 역할을 나누고 상호 협력을 하느냐를 논의하고 교육하는 것입니다. 10차 천일결사를 출발하기 전에 이런 자리를 가졌어야 하는데,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계속 모임이 연기가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여러분을 만나 뵙게 되어서 매우 반갑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오늘 모임은 어떤 결정을 할 수 있는 모임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그렇지만 다양한 의견을 마음껏 내어 정토회의 더 나은 미래를 이야기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난 후 한 곳에 사는 공동체 법사님들은 수련이 모두 최소가 되는 바람에 한마디로 직장을 잃어버린 격이 됐습니다. (모두 웃음)

대중 법사님들은 온라인으로 대중들과 소통이라도 하는데, 수련을 진행하는 공동체 법사님들은 온라인으로 수련을 진행할 수가 없으니까 처음에는 그동안 밀린 일을 좀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막연히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릴 때까지 기다릴게 아니라 오히려 이 시간을 특별하게 써보자고 합의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현안에 급급해서 설계하지 못했던 미래의 계획들을 같이 세워보게 되었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많은 연구와 논의를 했는데, 그 내용을 지난주에 결사행자들에게 공유를 하니까 결사행자들이 이걸 좀 더 연구하고 다듬기 위해서는 두 달을 더 연기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다시 합의를 했습니다. 연구를 하는 김에 더 집중하고 보완해서 전국 대의원 회의에 제출을 하기로 한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논의한 내용은 제일 먼저 전국 대의원 회의에 보고해야 합니다. 전국 대의원 회의에서 결론이 안 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대의원을 거쳐서 회원들에게 보고가 되어야 합니다. 순서가 이렇게 되어야 하는데, 방금 전에 ‘법당으로 돌아가서 회원들에게 얘기할 생각을 하니 기대가 된다’ 이렇게 말씀하셔서 제 머리가 띵 했어요. (모두 웃음)

왜냐하면 이렇게 가면 자칫 정토회의 의사결정구조가 뒤집어지는 일이 벌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주 특수한 의식집이라든지, 정토대전이라든지, 이런 일들은 공동체 법사단에서 의사 결정을 하지만, 나머지 행정 업무는 대의원회가 최종 결정을 하고, 서원행자대회에서 그것을 인준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오늘 법사, 대표, 총무들이 전국에서 모였지만, 여러분들이 어떤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점을 꼭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주된 교육 내용인 총무, 대표, 법사가 어떻게 화합해야 하는지에 대해 법문을 했습니다.

“얼마 전 행정처와 회의를 했는데 ‘법사가 왜 대의원회를 참관하지?’ 하면서 좀 시끄러움이 있었다고 해요. 정토회에서 역할을 분리한 이유는 서로 협력을 잘하자고 분리한 거지, 영역 싸움을 하자고 분리한 게 아니에요. 지역 정토회 사업을 결정하는 것은 대의원회입니다. 대의원회가 하원이라면, 상원처럼 결정을 심사하는 권한은 법사단에게 있습니다. 이때 서류만 달랑 보내서 심사를 받는 방식보다는 법사가 대의원회를 참관할 수 있게 허락해주면 더 효율적이지 않겠느냐는 것이 저의 제안입니다. 왜냐하면 법사가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으면 결정하기가 보다 쉽기 때문입니다.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별 문제가 없으면 그대로 승인해주면 되고, 문제가 있다 싶으면 다른 법사님께 연락해서 물어보는 겁니다.

‘우리는 이런 문제가 있는데 이게 정토회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가요?’

이렇게 다른 법사님들의 의견도 들어본 후 최종적으로 심사를 하고 승인해주면 됩니다. 이렇게 대의원회를 참관함으로써 법사님들이 심사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대의원들은 법사님들이 정토회 활동을 오래한 분들이시고,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분들이기 때문에 간섭할까 봐 걱정인 것 같아요. 부총무부터 총무, 국장도 역임했고, 대의원과 대표도 역임하고, 이런 과정을 다 거쳐서 법사가 된 사람들이 많다 보니까 법사가 회의에 오면 ‘그건 아니다’ 이렇게 간섭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서로 화합하는 방법

법사님들이 나이도 많고, 경력도 많고, 아는 것도 많으니까, 대의원들이 스스로 결정을 못하고 법사님이 하자는 대로 할 위험이 점점 커진다는 것인데, 그것은 대의원회가 만들어진 취지를 훼손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법사 중심으로 모든 걸 해버리지 뭐 때문에 복잡하게 이런 대의원 제도를 만들었느냐는 거죠.

효율성을 봐서는 법사가 대의원회를 참관하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법사님들이 자꾸 말을 하다 보면 대의원들이 주로 법사님 의견을 따라서 결정하게 되어서 대의원 제도의 취지가 안 살아날 위험이 있어요. 그래서 법사님이 대의원 회의를 참관하는 게 좋겠다, 참관을 안 하는 게 좋겠다, 두 의견이 있습니다.

제 제안은 대의원 회의에 법사님이 참관하도록 해서 효율성을 높여주는 쪽으로 가고, 대신 법사님들은 회의에 가서 절대로 입을 열지 않고 대의원회가 갖는 고유한 기능을 행사하도록 협조를 해주면 좋겠다는 겁니다.

법사님들은 대의원 회의에 참관을 하더라도 묻지도 않는데 말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물어도 말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거예요. 물었을 때는 그 자리에서 같이 의논하는 게 제일 좋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어도 말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회의에서 말하고 싶은데도 꾹 참고 있기 때문에, 옆에서 질문을 하는 순간 쏜살같이 얘기를 해버려요. (모두 웃음)

그래서 초기에는 역할분담을 분명히 한 후에 서로 협력하는 게 좋겠습니다. 법사님이 회의를 참관하러 오면 ‘우리끼리 얘기하는데 옆에 그림자처럼 하나 놔놓는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돼요. 법사님들도 회의 때 말을 하려고 하지 말고, 나한테 회의 결과가 넘어왔을 때 심사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효율성과 역할 분할을 다 같이 추구해 나갈 수 있게 하자는 거예요.

그리고 일상적으로 집행 내용을 파악하려면 법사님들이 총무단 소통방에도 들어가서 오고 가는 얘기를 좀 지켜보도록 해주셔야 합니다. 대신에 법사님은 대화 내용에 끼지는 마세요. 있는지 없는지 표 안 나게 지켜봐야지, 거기에 껴서 ‘그거 안 돼!’ 이러시면 안 됩니다. 법사의 권한을 행사할 자리가 주어졌을 때 그 역할을 해야지 아무 때나 안 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서 총무단 회의에서는 법사님들이 소통방에 참가하도록 허용하고, 법사님들은 참관하되 관여는 하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그렇게 하고 있어요?”

“네.”

“총무단 소통방에도 법사님들이 들어가는 것이 허용이 됐어요?”

“네.”

“대의원회 소통방에도 법사님들이 들어가는 것이 허용이 됐어요?”

“네.”

“이렇게 역할분담을 한 상태에서 서로 상호협력을 해야 합니다. 너무 법사님에게 의지해도 안 되고, 많은 경험을 가진 법사를 허수아비로 만들어도 안 됩니다. 법사, 대표, 총무가 역할 분담을 정확히 해서 자기 역할을 하고, 그 다음에 협력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지역 정토회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늘 중앙 하고만 연결해서 일을 했는데, 이제 지역에서 서로 협력해서 일을 하려니까 여러 가지 문제가 나타날 겁니다. 그런 문제들을 명확하게 해결하려고 오늘 연수교육을 잡은 거예요.

그런데 마침 공동체 법사단이 한 달 동안 연구한 결과가 있다고 하니까 만난 김에 그 내용을 브리핑해 드리는 겁니다. 그러니 설명을 듣고 나서 질문도 많이 해 주시고,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후 미래의 정토회를 어떻게 하면 더 발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좋은 의견을 많이 내어 주시기 바랍니다.”

입재 법문을 마친 후 곧바로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각자 집에서 싸 온 도시락을 꺼내 마주 보지 않고 등을 보고 앉아 밥을 먹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삼삼오오 산책 시간을 가졌습니다. 문경 수련원에는 곳곳에 철쭉이 만발해 있었습니다. 빗물을 머금은 철쭉이 땅에 떨어진 모습도 참 운치가 있었습니다. 신록을 실컷 감상한 후 다시 오후 프로그램을 이어갔습니다.


오후 1시부터는 공동체 법사단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지난 한 달 동안 9개 주제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에 대해 참석한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도 수렴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앞으로 나와 궁금한 점에 대해 묻고 답하는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총무, 대표, 법사가 어떻게 화합을 할지에 대해, 공동체 법사단이 연구한 결과에 대해,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약 3시간 동안 대화가 오갔습니다.

그중 한 분은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방식으로 수행법회, 불교대학, 경전반, 천일결사 기도가 진행되고 있는데, 과연 온라인 방식으로 사람이 변화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는 질문을 했습니다. 또한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을 하고 나서 법당 수익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행사를 마치면서 스님은 이에 대해 스님의 생각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온라인 방식으로의 전환은 앞으로 더 연구를 해봐야 합니다. 여러분들도 좋은 안을 제안해주세요. 만약에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이 된다면, 법문 듣고 수행하고 절하고 이런 건 다 자기 집에서 할 수가 있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대중이 모이는 시간과 법문을 듣는 시간도 다 조정을 해야 돼요.

예를 들어, 새벽에 집에서 기도를 하고, 집에서 10시부터 12시까지 법문을 듣고, 점심을 먹고 나서 법당에 출근을 하게 되는 거죠. 이렇게 되려면, 자기 방을 전부 법당으로 꾸며야 해요. 방에 방석을 가져다 놓고, 앞에는 생방송을 볼 수 있는 컴퓨터를 놓고, 그러면 컴퓨터가 부처님처럼 앞에 딱 있는 거예요. (모두 웃음)

명상을 하는 시간에는 내 방에서 명상을 하고, 기도를 하는 시간에도 내 방에서 방송을 보면서 기도를 하고요. 그래서 내 집에 별도의 기도 방이 있으면 제일 좋습니다. 기도 방이 없으면 아침에 일어나서 한쪽에 이불을 정리해서 수행할 수 있도록 세트를 갖춰야 돼요. 그래서 집에서 모든 수행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수행은 집에서 다 하기 때문에 법당에서는 수행을 할 필요가 없어지는 거예요. 법당에 나와서는 회사에 출근하듯이 일만 하면 되는 거예요. 퇴근해서 집에 가면 모든 수행을 할 수 있게 꾸며져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는 명상수련도 집에서 할 수 있겠죠. 문경 수련원에 와서 명상수련을 하는 게 아니라 자기 집에서 자리를 정리해놓고 생방송을 보면서 명상을 하는 겁니다. 집에 남편이 있어서 명상에 장애를 받는다는 사람은 문경수련원에 와서 명상을 해야 하고요. 앞으로 1인 가구가 수행을 하기에는 점점 더 조건이 좋아져요. 혼자 사는 사람이 좋은 시대가 도래한다니까요. (모두 웃음)

이렇게 되면 여러 공간과 시설이 필요하지 않아요. 불교대학을 졸업하면 수계식을 한다고 큰 강당 빌려서 3천 명씩 들어가는 행사를 해왔는데, 앞으로는 전부 바뀔 수가 있는 거예요. 100명 내지 200명 정도만 한 공간에 모여서 행사를 하고, 나머지 수천 명은 전부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법당 별로 또는 모둠별로 모이면 됩니다. 생방송 주소줄을 공유해주고, 나머지는 모둠별로 밀착해서 활동하도록 하는 방식의 운영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이렇게 바뀌면, 재수가 없을 경우 읍면동에 수행자 모임을 만들자는 만일결사의 목표가 이번 3년 안에 달성이 되어버릴 수도 있어요. 코로나 때문에 만일결사 목표가 달성되는, 소발에 쥐 잡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거예요. (모두 웃음)

이런 변화는 많은 장점과 단점이 있어요. 그래서 면밀하게 검토를 해봐야 합니다. 저희는 이런 가능성만 갖고 검토했던 것이고, 여러분은 실제로 해보시면서 다양한 의견을 주셔야 합니다.

‘스님이 말씀하신 온라인 방식이 집에서도 가능합니다.’

‘에이 스님,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온라인 방식으로 수행법회를 해보니까 우리 도반들은 실제로 수행을 안 하고 있습니다. 보시도 안 하고, 봉사도 안 하고, 그냥 클릭만 합니다.’

‘불교대학 학생들은 온라인 방식으로는 공부를 더 안 합니다.’

‘와, 스님. 그렇게 하면 딱 우리 생활에 맞습니다.’

‘그거 실제로 해보니까 꿈입니다.’

이런 걸 여러분들이 계속 모니터링해서 올려주셔야 됩니다. 아시겠죠?”

“네.”

“오늘 이렇게 전국에서 모인 이유는 당장의 의문을 해소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이런 방향으로 갈 때 실제 현장에 있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입니다. 지지 발언도 좋고, 반대되는 의견도 좋습니다. 다양한 의견을 올려주세요. 그래야 더 구체적인 계획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스님의 정리 말씀을 끝으로 교육 연수를 모두 마쳤습니다.

대청소를 하는 사이 스님은 곧바로 차를 타고 두북 수련원으로 이동했습니다. 저녁 8시 30분부터는 온라인 일요 명상 5주째 시간이 두북 수련원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바쁘게 차를 달려 저녁 6시 45분에 두북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하루 종일 농사일을 한 서울 공동체 대중들이 저녁 예불을 하고 있었습니다. 스님도 뒤에서 함께 예불을 했습니다.

“저녁에 명상수련 같이 할 거죠?”

“네.”

공동체 대중도 저녁에 함께 명상을 하기로 하고, 스님은 명상을 시작하기 전에 원고 교정 업무를 보았습니다.

저녁 8시 30분이 되자 스님은 생방송 카메라 앞에 앉았습니다. 오늘도 제이슨이 영어 통역을 맡아 주었습니다.

스님은 계절에 대한 이야기로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안녕하세요. 한국은 지금 5월 둘째 주여서 산과 들이 아주 푸릅니다. 신록의 계절이라 할 만큼 아주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어제부터 봄비가 촉촉하게 내려서 나뭇잎들이 더욱 빛나고, 농사를 짓기에도 아주 좋은 조건이 되었습니다.

Hello there all. Being a second week of May, South Korea is covered like a fresh green carpet with the newly budding plants and flowers. And last night when it's like spring drizzle which makes this morning's greenery much brighter much fresher and makes for a very good in priming for farming.”

이어서 지난주에 외국인이 영어로 질문한 내용에 대해 하나씩 답변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총 7명이 질문을 올려주었습니다. 첫 번째 질문자는 명상이 깊어지면 어떤 것이 달라지는지 물었습니다.

명상이 깊어지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저는 명상 초보자입니다. 어떨 때는 명상을 마치면 좀 편안해짐을 느낍니다. 명상에 숙련이 되면 질적으로 다른 경험을 하게 되나요? 예를 들면 깊은 명상을 하게 되면, 내 주변에 있는 모든 자극을 완전히 잊어버릴 수 있나요? 나라는 존재에 대한 심오한 통찰력을 가지게 되나요? 아니면 좀 더 편안해질 뿐 그 외에 별다른 차이는 없는가요?

So, second question is I'm just a beginner meditation sometimes when I finish meditation session I feel a little bit relax. Someones experience meditation is qualitatively different experience, for example become so deep into meditation that you completely forget all stimulate around you. Do you get some kind of profound insights your existence or is it more like a spectrum of experience like a little bit more relaxed than a beginner but nothing very different."

“명상의 목표는 편안해지는 데 있는 게 아닙니다. 편안함은 명상을 하는 기본입니다. 명상에서 중요한 것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몸과 마음을 편안히 한 상태에서 마음을 한곳에 집중을 해야 합니다. 이때 긴장하거나, ‘잘해야지’ 하고 의지를 표현하면 안 됩니다. 바닷가에서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가는 것을 보듯이 편안한 상태에서 그것을 주시하는 겁니다.

둘째, 파도의 상태에 대해서 뚜렷이 알아차려야 합니다. 밀려오면 밀려오는 줄 알고, 밀려 나가면 밀려 나가는 줄 알아야 합니다. 즉, 뚜렷한 알아차림을 유지해야 합니다.

셋째, 그런데 우리는 지나간 생각이나 미래의 구상에 가끔 마음을 빼앗겨서 집중이나 알아차림을 놓칠 때가 있습니다. 그때는 ‘놓쳤구나’ 하고 다만 알아차릴 뿐이지 후회를 해서는 안 됩니다. 놓치면 다시 하고, 놓치면 다시 하고, 다만 꾸준히 할 뿐입니다. 잘 된다, 안 된다, 이런 식으로 구분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효과가 있다, 효과가 없다, 이런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냥 편안한 상태에서 코끝에 딱 집중해서 호흡의 상태를 알아차릴 뿐입니다. 놓치면 다시 알아차립니다. 이렇게 꾸준히 연습하시면 사람과 대화하거나, 어떤 일을 할 때, 자기 마음에서 이런저런 감정이 일어나도 그 상태를 또렷이 알아차릴 수가 있습니다. 자기 상태에 대해서 또렷이 알아차림을 유지하고 있으면 감정 기복에 빠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옳다, 그르다, 잘한다, 못한다, 이런 시비 분별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화가 난다든지, 괴롭다든지, 미워진다든지, 이런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소멸한 상태를 ‘니르바나’, 즉 ‘열반’이라고 합니다.

여러분들은 자꾸 ‘잘 된다’, ‘안 된다’ 하면서 뭘 얻으려 합니다. ‘이러면 뭐가 됩니까’, ‘저러면 뭐가 됩니까’ 이런 생각마저도 탁 놓는 게 명상입니다. 여러분들에게 명상을 안내할 때 제일 어려운 게 이 부분입니다. 그 어떤 것도 얻으려고 하는 그 자체를 놓아버려야 하는데, 그것을 이해시키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어서 6개의 질문에도 마저 답을 한 후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자세를 바로 합니다. 가부좌를 하고, 허리를 똑바로 펴고, 고개도 똑바로 듭니다. 두 손을 앞으로 가지런히 모으고, 눈을 편안하게 감습니다. 마음을 콧구멍 끝에 딱 집중해서 숨이 들어오고, 숨이 나가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숨이 길게 들어오면 ‘길게 들어오는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숨이 길게 나가면 ‘길게 나가는구나’ 하고 알아차립니다. 숨이 가쁘면 ‘가쁘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숨이 거칠면 ‘거칠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숨이 고요하면 ‘고요하구나’ 하고 알아차립니다.”

죽비 소리와 함께 명상을 시작하고, 30분이 경과한 후 죽비 소리와 함께 명상을 끝냈습니다.

탁! 탁! 탁!

생방송 카메라가 켜지자 스님이 다시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명상해 보니까 어땠습니까? 편안한 가운데 알아차림을 좀 유지했습니까. 여러분들 소감을 잠깐 보겠습니다. 채팅창에 올려주세요.

How was the meditation now that you experienced it. In the middle of relaxation were you able to maintain your focus on your breath. We’ll take a look at your comments shortly.”

수백 개의 소감이 올라왔습니다. 스님은 몇 가지만 읽은 후 코멘트를 해주었습니다.

“다리가 불편했습니다.”
“다리가 아파서 못 참고 풀었습니다.”
...

“네, 명상을 하면 이런저런 증상이 일어납니다. 졸리기도 하고, 다리가 아프기도 하고, 덥기도 하고, 옛날 생각하다가 미워하기도 하고, 미래의 좋은 구상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명상을 할 때는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것에 의미 부여를 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은 늘 일어나는 겁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호흡 알아차림을 유지하는 겁니다. ‘호흡을 놓치면 안 된다’라고 생각하지도 말고, 호흡을 놓쳤으면 그냥 ‘놓쳤구나’ 하고, 다시 호흡을 알아차리면 됩니다. 너무 쉬워서 안 되는가 봐요. (웃음)

여러분들은 항상 각오하고, 결심하고, 애를 쓰고, 성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러지 마시고 편안한 가운데 ‘이렇구나’, ‘저렇구나’ 하고 그냥 알아차릴 뿐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 주에 또 만나겠습니다.”

밤 10시가 되어 명상을 모두 마쳤습니다.

이틀 동안 문경 수련원과 두북 수련원을 오가며 바쁜 주말을 보냈습니다. 명상과 함께 마음을 고요히 하며 일주일을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정토불교대학 강의를 생방송으로 한 후, 오후에는 서울 공동체 실무자들과 함께 정토회의 미래 방향에 대해 대화를 나눌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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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행

알아차림 명심하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2020-05-17 15:43:51

정지나

아 그냥 내가 지금 이렇쿠나 저렇쿠나만 합니다
애쓰고,결심하고 무엇인가 얻으려 하는 그런 나를
그것 마저도 흘러가는 물처럼 무심히 자각만 합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2020-05-17 09:59:11

박상우

"너무 쉬워서 잘 안되는가 봐요 ㅎㅎㅎ"
그러게요. 쉬운 걸 쉽게해야 하는데 힘이 잔뜩 들어가니 어렵네요.!
스님의 말씀이 저의 명상의 목마름에 약수와 같사옵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

2020-05-16 10:3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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