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5.1 온라인 결사 행자 회의
“정토회를 생각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화상채팅으로 결사행자 회의가 열렸습니다. 10차 천일결사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열리는 결사 행자 회의였습니다.

스님은 새벽 2시 30분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원고 교정 업무를 보다가 해가 뜨자 텃밭 농사일을 했습니다. 고수에 쫑대가 올라와서 씨를 받을 것만 제외하고 모두 잘라주니 한 바구니가 되었습니다.

10시가 되자 스님은 가사와 장삼을 수하고 생방송 카메라 앞에 앉았습니다. 전국의 결사행자들도 컴퓨터를 켜고 생중계 화면 앞에 앉았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5월 5일까지 하기로 했기 때문에 정토회도 20명 이상 모이는 행사는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결사 행자들도 10명씩 5군데에 흩어져서 온라인 화상채팅 방식으로 하루 종일 회의를 했습니다.

두북 수련원에는 공동체 법사단이 모여 있고, 나머지 결사행자들은 수도권, 중부권, 영남권에서 각각 그룹별로 모여서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삼귀의 반야심경을 봉독 한 후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스님에게 입재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스님은 지난 4월 한 달 동안 공동체 법사단이 논의한 내용에 대해 경과보고를 하며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결사행자 여러분!

코로나19로 인해 2월 중순부터 시작해서 3개월 가까이 대중 모임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처음 한 달은 그냥 시간을 보냈고, 그러다가 이렇게 시간을 보낼 게 아니라 우리가 꼭 해야 하는 일인데 그동안 바빠서 못했던 일을 집중적으로 해보자고 논의가 되었습니다. 특히 깨달음의 장 수련이 모두 취소되는 바람에 공동체 법사단은 어차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많은 논의를 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27년 동안 처음 출발할 때부터 정토행자들의 정신적 구심이 될 수 있는 정토 대전을 만들자는 계획을 늘 세웠지만 지금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정토 대전을 한 번 만들어보자는 제안도 있었고요. 뿐만 아니라 정토회의 장기적인 미래도 함께 설계해보자고 논의가 되었습니다. 특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전반적인 사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면 어떤지 검토를 해보았습니다.

공동체 법사단 모두가 머리에 열이 나도록 애를 썼습니다. 그러나 한 달 정도의 논의로는 손에 잡힐 만한 성과는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우선 4월 한 달 동안 논의한 결과를 결사 행자 여러분께 발표한 후 이 중에서 도저히 안 되겠다는 내용은 아예 제외하고, 조금만 노력하면 가능하겠다 싶은 내용들만 선별해서, 앞으로는 결사행자 여러분과 함께 논의를 확대해 나가려고 합니다.

정토회를 시작하기 전에도 우리가 한 방에 같이 살면서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서 30년 계획을 세웠는데, 이번에 다시 미래 30년을 대비한 계획을 우리가 함께 세워보았으면 합니다.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할 수 있는 것들은 시행에 옮겨보기도 하고요.”

이어서 각 분과별로 담당 법사님이 앞으로 나와 연구한 결과를 하나씩 발표했습니다. 먼저 향광명 법사님이 앞으로 온라인 방식으로 운영 체제를 전환한다고 할 때 어떤 문제점이 생길 것이며, 어떤 것을 보완해야 하는지, 정토불교대학을 하나의 예로 들어서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차례대로 법사님들이 앞으로 나와 연이어 발표를 계속했습니다.

온라인 방식이 도입되면 수행 법회, 경전반, 7대 행사는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이렇게 되었을 때 법당은 어떻게 운영이 될 것이며, 온라인으로 전환되면 사람은 어떻게 챙겨야 하는지, 공간을 이용하지 않고 온라인 방식을 주로 이용하게 될 때 있는 공간 중에 어떤 공간이 필요 없어지고, 앞으로 어떤 공간이 새로 마련되어야 하는지, 대중부 활동가들과 공동체 활동가들은 어떻게 역할분담을 할 것인지, 연수와 교육은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에 대해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온라인 정토회에 대한 발표가 모두 끝나고, 다음은 개원 기념법회와 정토 대전, 불교의식 문화 개혁에 대해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스님도 메모를 꼼꼼히 하면서 발표 내용을 경청했습니다.

장장 3시간 동안의 발표를 마치고 휴식 시간과 점심시간을 가졌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스님은 공동체 법사단을 모두 불러 모아 각각의 발표 내용 중에 보완할 점에 대해 피드백을 해주었습니다.

수도권과 중부권, 영남권에서는 각각 분과별 토론 시간을 가졌습니다. 발표 내용을 듣고 나서 의문이 나는 점에 대해 1시간 동안 토론하고 묻고 싶은 공통된 질문 2가지씩을 선정했습니다.

오후 3시 30분부터는 화상 채팅 방식으로 쌍방향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회의가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스님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식사 잘하셨습니까? 권역별로 소감 올린 것을 잘 보았습니다. 놀랍다는 반응도 있는 반면에 ‘한 달 동안 고작 그것밖에 못했냐’ 하고 비판하는 반응도 있네요. (모두 웃음)

여러분의 질문을 받고 보니까 우리가 아직 정리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부족한 부분에 대해 같이 연구를 해나갑시다.”

이어서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먼저 수도권으로 카메라를 넘겼습니다.

“수도권 나오세요. 질문이 있으면 해 보세요.”

질문에 대해 충분히 답변을 한 후 다시 카메라를 중부권으로 넘겼습니다.

“중부권 나오세요.”

질의응답을 마치고 다시 카메라를 영남권으로 넘겼습니다.

“영남권 나오세요.”

마지막에는 2차 만일결사의 캐치 프레이즈를 무엇을 하면 좋을지에 대해 의논된 내용이 있는지에 대해 질문이 나왔습니다. 스님은 간단하게 대답해 주었습니다.

정토회를 생각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면 좋을까요

“2차 만일결사 때는 정토회 정체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 대중들과 합의가 필요합니다. 브랜드를 일관성 있게 구축하면 좋겠습니다. 자율과 연대, 모자이크 붓다 등 어떤 이미지가 가장 정토회를 잘 드러낼 수 있을까요? ‘정토회’ 하면 사람들이 무엇을 떠올리게 하고 싶은지 논의된 내용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1차 만일결사의 원은 ‘민족중흥과 불교중흥’이었는데, 2차 만일결사는 어떤 캐치프레이즈를 가져가면 좋을까요?”

“정토회의 정체성은 우리가 앞으로 만들어나가야 할 과제입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첫째,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이미지를 가지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들보다 행복하다’

이것이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토회 회원들을 보면 대부분이 얼굴이 밝고, 어려운 일을 당해도 매사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르게 하면 가장 좋겠어요.

둘째, 검소한 사람들이라는 이미지를 가지면 좋겠어요.

‘정토회 회원들은 굉장히 검소하게 산다. 요즘 사람들 같지가 않다.’

자본주의 사회 안에 살지만 옷도 검소하게 입고, 생활도 검소하게 하는 사람들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르게 하면 좋겠어요.

셋째, 겸손한 사람들이라는 이미지를 가지면 좋겠어요. 잘난 체하는 게 아니라 겸손한 자세를 가진 사람들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르게 하면 좋다고 생각해요. 옷도 꾀죄죄하게 입고, 사람도 겸손해서, 별 볼 일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봤더니 훌륭한 법사님이더라, 이렇게 되면 참 좋겠어요.

여기까지는 수행자로서의 모습입니다. 정토행자는 한 발 더 나아가야 합니다. 넷째, 사회적 실천력을 겸비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가 사회적 정의에 대해서도 상당한 실천력을 갖고 있더라’

정토회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미지는 사회적 실천력입니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문제든, 인권의 문제든, 민주주의의 문제든, 평화의 문제든, 환경의 문제든, 사회적인 가치에 대해서 굉장히 실천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되면 좋겠어요. 그래서 비교적 언행이 일치하는 사람들이라는 이미지를 가지면 좋겠습니다.

이런 이미지를 가진 곳이 태국에는 어떤 공동체가 있고, 대만에는 어떤 단체이고, 유럽에도 어떤 단체가 있다면, 우리는 그런 단체와 연대를 할 수도 있습니다. 기독교 안에도 그런 단체가 있다면, 무슬림 안에도 그런 단체가 있다면, 서로 연대해서 자본주의 이후 사회에 대해서 공동으로 대응을 해나가는 운동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미래 문명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지금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큰 과제가 바로 한반도의 평화 문제입니다. 지금 한반도는 불안정합니다. 내일이라도 전쟁이 일어나면 지금까지 이루어놓은 성과가 모두 물거품이 되는 겁니다. 이것을 외면하고 우리가 어떤 발전을 이룬다면 그것은 ‘모래 위에 쌓은 성’처럼 일순간에 무너질 확률이 높습니다.

이 한반도 평화문제야 말로, 좋게 말하면 지난 20년 동안 정토회의 정체성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정토회의 발목을 잡았던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발언을 하면 좌파와 우파로 나뉜 한국 사회에서는 찬반이 엇갈립니다. 북한과 평화롭게 지내야 한다고 하면, 국민의 절반은 ‘스님이 정치에 자꾸 관여한다’라고 비난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정치에 관여하려는 게 아니라 평화를 어떻게 정착시킬 것인가에 관심이 있는 겁니다.

한반도 평화 문제만 빨리 해결되면, 이제 우리는 세계적인 문명 전환을 향해 일을 해나가면 되는데, 지금 한반도 상황은 평화 문제가 답보 상태에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아무리 이상이 있더라도 가족이나 자식 때문에 발목이 묶이듯이, 저도 제가 태어난 한국에 발목이 묶여서 앞으로도 이 문제를 안고 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질의응답을 마치고 나니 오후 5시가 다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참석한 결사 행자 모두가 1분씩 소감을 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대부분 셀레고 기대되는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인도에서는 보광 법사님이, 워싱턴 DC에서는 국제국 김순영 님이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새로운 것을 구상하고 준비하는 모습에 감동받았고, 저도 함께 마음이 설레었습니다.”

“쉽게 설명을 잘해주셔서 쏙쏙 이해가 잘 되었습니다.”

“우리가 수행자로서 어떻게 일을 해나가야 하는지 방향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

코로나 바이러스 덕분에 법사단 수련을 할 수 있게 된 것을 아주 재미있게 표현해서 모두 크게 웃기도 했습니다.

“2차 만일 준비위원 중에 한 명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모두 웃음)

나이가 많으신 자재 법사님도 기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1차 만일결사 시작할 때는 만일결사 끝나는 걸 못 보고 죽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잘하면 만일결사 끝나는 걸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쁩니다.” (모두 웃음)

소감을 다 듣고 마지막으로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서암 큰스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마음이 청정한 자가 수행자이고, 그 수행자가 머무르는 곳이 절이고, 그것이 불교다.’

이 말씀은 정토회가 가정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는 출발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가정에서부터 정토회가 시작이 되었는데, 계속 확장이 되다 보니까 법당이라는 공간을 확보하는 쪽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가겠다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대중들이 괴로움이 없는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고 있는 겁니다. 경제적으로도 돈이 적게 들고, 효율적인 방법을 계속 찾아가다 보면, 온라인 시스템을 더욱더 확대하는 쪽으로 갈 수도 있겠죠. 가야 할 길을 정해놓고 지금 논의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 다음 결사행자 회의 때 뵙겠습니다.”

오전 10시에 시작한 회의는 온라인 생방송으로 서울과 부산을 넘나들다가 저녁 6시 30분이 되어 끝이 났습니다.

화면을 보며 서로 작별 인사를 한 후 사홍서원으로 회의를 모두 마쳤습니다.

밤새 발표 준비를 했던 법사님들은 저녁을 먹고 일찍 휴식을 했고, 스님은 7시 30분부터 농사팀 행자님들과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오늘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마음 나누기를 마치고 스님은 내일 새벽에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을 위해 두북 수련원 법당을 한 번 둘러보았습니다.

내일은 천일결사 기도를 온라인 생방송으로 진행한 후 하루 종일 법사님들과 농사일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8

0/200

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과 회의참가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2020-09-25 23:27:39

서은정

오늘 스님의하루의 제목에 대한 저의 답은 ‘가족같은 편안함, 미소’였습니다.
우리는 하루빨리 평화문제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저도 이 바램을 위해 기도해 봅니다. 검소한 사람의 정토회 사람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스님 말씀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스님..

2020-05-08 00:56:11

실비아

마음이 청정한 자가 수행자이고, 그 수행자가 머무르는 곳이 ~ rkatkgkqslek절이고, 그것이 불교

2020-05-06 20:33:40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