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3.23. 농사일, 통일특별위원회 특별법문 녹화
“가짜 뉴스, 편중된 보도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하루 종일 농사일을 했습니다. 통일특별위원회 특별법문을 촬영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 오후에는 잠시 시간을 내어 녹화를 했습니다.

해가 뜨자마자 스님은 밭에 나와 상추를 뜯었습니다. 상추가 하루가 다르게 싱싱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진짜 싱싱하게 잘 자라죠?”

상추는 잎을 솎아주면 훨씬 더 잘 자랍니다. 그동안 다른 일이 바빠서 상추 솎아주는 일을 며칠 미루다가 오늘에서야 시간을 내었습니다.

장미가 밭 옆에 있어서 일 할 때마다 가시에 찔려서 늘 불편했는데 이번에 담장 옆으로 장미도 옮겨 심었습니다.

“오늘 숙원 사업을 하나 해결했어요. 장미 가시에 찔려 일하기가 불편해서 늘 옮겨 심어야겠다 생각했거든요.”

옮겨 심은 장미가 잘 자리 잡도록 물을 듬뿍 주었습니다.

곳곳에 봄소식이 가득합니다. 자목련은 꽃망울을 틔우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밭 주위에 수로를 정비하고, 허물어진 울타리를 보수하기로 했습니다. 수로가 울퉁불퉁하게 파져 있어서 군데군데 물이 계속 고였습니다. 수로에 막힌 낙엽을 걸러내어 물이 흐르게 한 뒤 그래도 고인 물은 바가지로 퍼내었습니다.


아랫 논과 윗 논을 오갈 수 있게 축대를 쌓아 건널 수 있게 했습니다. 밭에서 나온 큰 돌을 차곡차곡 쌓으니 어느새 건널 수 있는 다리가 되었습니다.

“아이고, 힘들다. 힘을 다 썼더니 기운이 하나도 없네요.”

땀을 닦으며 스님이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농사일은 정말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직 작물을 심기도 전에 해야 할 일이 참 많습니다.

스님이 축대를 쌓는 사이 행자님들은 무너진 울타리를 보수했습니다. 버려진 파이프와 그물망을 주워와서 연결했습니다.

“오전에는 여기까지만 합시다.”

점심을 먹고 나서 오후 2시에는 통일특별위원회의 요청으로 특별 법문을 촬영했습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정부의 방침이 오늘부로 한층 더 강화되었습니다. 전 국민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시기입니다. 원래는 통일의병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스님과의 즉문즉설 시간을 갖기로 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기 위해 온라인 강의로 대체했습니다. 밭 옆에 떨어진 목련꽃이 촬영 테이블보 위에 올라왔습니다.

촬영 장비 세팅을 마치고 오후 2시가 되어 녹화를 시작했습니다. 지난주에 이어서 두 번째 시간입니다. 첫 번째 온라인 강의가 방송된 후 추가 질문이 더 나와서 오늘은 추가 질문에 대해 답변했습니다.

먼저 스님은 코로나19로 인해 한자리에 모이지 못하고 있는 통일의병들을 향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안녕하세요. 지난번 강의 잘 들으셨어요? 여러분들이 많은 질문을 주셨는데 답변을 다 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여러분들이 듣고 만족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정말 그랬습니까. 여러분들이 토론한 뒤에, 또 이렇게 많은 질문을 보내주셨네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우리가 한자리에 모여 대화하지 못하다 보니 이런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자리에 모였으면 그 자리에서 질문하고 답변할 수 있었을 텐데요. 그래도 과학 기술의 발달 덕분에 멀리 있는 여러분과 이렇게 개별적으로 대화할 수 있으니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여러분들 질문에 대해서 하나하나 답변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총 14개의 질문이 올라왔습니다. 스님은 하나씩 답변을 해나갔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언론의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는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요즘 언론을 보면 정론보다는 그들의 입맛에 맞게 기사를 쓰고, 국민들은 그것에 휩쓸려 분열하고 대립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언론을 개혁할 수는 없는 건지요?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을 개혁한다는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인 건지요?”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법에 저촉이 안 되면 어떤 일이든 다 자유롭게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런 사회가 반드시 좋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때는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치는 것도 통제할 수 없을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통제를 허용하게 되면 또 정치적으로 악용될 때가 있기 때문에 부작용이 생깁니다. 그래서 통제를 못하도록 해 놓으니까 가짜 뉴스와 같은 이런 부작용이 또 생기는 겁니다. 어떤 일을 해도 늘 거기에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100퍼센트 부작용이 없는 것은 없어요. 프레온 가스가 무색, 무취, 무해하다고 다들 좋아했지만,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부작용이 나타났잖아요.

예를 들어 방 안에 세균이 없도록 하면 병에 걸릴 위험이 없어집니다. 그러면 우리 몸에 면역력이 생기지 않게 됩니다. 갑자기 어떤 환경에서 세균이 침입하면 큰 병에 걸리게 돼요. 어떤 일이든 다 장단점이 있습니다. 다만 좋은 점이 많고, 부작용이 적은 걸 선택을 하는 것이지, 부작용이 없는 건 없어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인 피해를 주는 가짜 뉴스와 같은 것들은 강력하게 통제하는 게 좋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통제하는 게 좋다고 법으로 정하면 나중에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일부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의도에 안 맞는다는 이유로 사회적 해악이 있다는 명분을 만들어서 언론을 통제하게 될 수 있습니다. 예수님도 혹세무민(惑世誣民) 했다는 이유로 사형선고를 받았고, 최제우 선생도 혹세무민 했다는 이유로 순교했잖아요.

그런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통제하는 게 나은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합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는 자유롭게 어떤 말도 할 수 있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런 부작용이 있는 거예요. 종교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혹세무민 하는 경우도 많이 생기잖아요. 그러나 실제로 사람을 현혹시키는 것도 있지만, 정치적 탄압을 할 때도 혹세무민(惑世誣民)이라는 명분을 붙여서 탄압하는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반면 이에 따른 많은 부작용도 함께 있는 겁니다.

요즘 같은 정보화 사회에서는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니까 사람들이 어떤 정보가 사실인지 다 알 수가 없습니다. 가짜 뉴스도 많이 나오잖아요? 이런 가짜 뉴스로 인한 폐해가 큰 경우 현행법에 저촉되는 것은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건 처벌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정보에 대한 판단력을 키워서 가짜 뉴스를 선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카톡 단톡방에서 돌고 도는 메시지나 유튜브에 올라오는 영상들이 다 옳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중에 사실에 근거한 합리적인 뉴스를 선별할 수 있는 개개인들의 판단력을 키워야 됩니다. 진위를 알 수 없는 수많은 뉴스들이 범람하는 가운데 사실에 입각한 뉴스는 무엇인지 판단하고 분별할 수 있는 자신만의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자유라는 것은 스스로의 판단력이 있어야 의미가 있지, 외부에서 주어진다고 해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자유는 너무 풀어놓으면 방종이 되고, 질서를 잡기 위해 제재를 가하게 되면 독재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자유로운 속에서도 스스로 자제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도 중국은 우한시를 폐쇄하는 강제 조치를 취해서 조기에 감염 확산을 막았던 반면 유럽은 그렇게 못하니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지금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그 중간에 위치해 있어요. 정부가 강제력을 동원하지는 않았지만, 그러나 시민들에게 지속적으로 감염예방 수칙을 준수하도록 협조 요청을 해서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자발적인 강제라고 할 수 있죠. 저는 이런 방법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런 때일수록 정치인들이 자신의 이해를 넘어서서 진실하게 대응을 하면 문제 해결이 한결 쉽죠. 그런데 정치인들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면 강제력을 동원해서 통제해야 된다고 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하면 바람직하지 않은 것도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다 보니 이 과정에서 많은 정치적 갈등이 발생해서 사회가 더 혼란해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종교계에도 종교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혹세무민하는 종교가 늘 나타나고 있거든요. 그러나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자유를 주되 그 속에서 자발적 정화를 해나가는 자세를 갖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통일에 반감을 가지는 사람도 남북 경제 교류에는 찬성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통일을 다른 이름으로 불러서 현실적인 관점에서 국민들에게 통일의 필요성을 알려나가면 어떨까요?
  • 직장을 다니고 있는데 통일의병 활동에 얼마만큼 우선해서 활동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의욕은 있지만 직장을 다니다 보니 의욕만큼 활동에 참여하기 힘듭니다.
  • 통일의병은 평화와 통일을 가장 우선하는 자세로 투표에 임해야 한다고 스님이 말씀하셨는데, 개인적 정치 신념은 후순위로 둬야 할까요?
    ...

스님은 홀로 카메라 앞에서 14명의 질문에 모두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답변을 마친 다음 마지막으로 인사말을 했습니다.

“장시간 수고들 하셨습니다. 오늘 여러분들이 올려준 14개 질문에 대한 답변을 모두 드렸습니다. 이번 영상을 보시고 또 궁금한 점이 생기면 또 질문을 해주세요. 제가 다시 녹화를 해드리겠습니다. 같이 앉아서 이야기하면 금방 끝날 수도 있는데, 이렇게 답을 듣고 다시 질문을 올리니까 시간이 좀 더 걸리네요.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 나으니 이렇게 계속해나가겠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이런 상황들이 앞으로 일상이 될 겁니다. 그래서 우리들의 생활이 많이 바뀌게 될 거예요. 그러니 이 상황을 며칠만 참으면 지나갈 것이라고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이런 가운데서도 일상을 나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는 자세로 살아가는 사람이 수행자입니다. 특히 여러분은 통일의병이기 때문에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게 하는 작은 기회라도 생긴다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여를 하는 게 여러분이 해야 할 일입니다. 코로나19를 잘 극복해 나갑시다.”

녹화를 모두 마쳤지만 아직 오후 4시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촬영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진달래가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스님의 진달래 사랑은 해마다 봄이면 한결같습니다.

“진달래 앞에서 사진 하나 찍읍시다.”

스님은 곧바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농사일을 할 채비를 했습니다. 밭으로 걸어가는 길에 마을 어르신들을 만났습니다.

“해가 지면 곧 추워지는데 어디 가는교?

“일을 해야 밥을 얻어먹죠.” (웃음)

어르신들은 “그래 맞다” 하며 같이 웃었습니다. 행자님이 어르신들의 모습을 사진 찍어 드리려고 카메라를 들이밀자 어르신들은 손사래를 칩니다.

“사진 찍히면 혼 빠져요.” (웃음)

스님은 참으로 가져가던 빵을 마을 어르신들에게 하나씩 드렸습니다.

“안 먹는다. 일하는 사람들이 먹어야지...”

“그래도 하나씩 드셔 보세요. 맛있어요.”

“고맙다!”

어르신들은 거절을 하시다가 스님이 계속 손을 내밀고 있자 결국 다 받으셨습니다.

밭에 도착한 스님은 오전에 하던 울타리 정비 작업과 수로 작업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수로에 물이 계속 고이네요. 땅을 팔 때 고르게 안 파서 그래요. 일을 두 번 하게 만드네요.”

스님은 묵묵히 수로에 쌓인 찌꺼기들을 다 건졌습니다.

땅을 잘 고른 후 원형통을 넣고 물이 흐르게 하자 금세 물이 졸졸졸 흘려 내려갔습니다.

“고인 물이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았는데, 제법 많이 흘러가네요.”

스님은 며칠 동안 수로 만들기에 공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농사일을 하기 위해서는 수로 만드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깨닫습니다.

울타리 주변 정리를 지난번 공동체의 날에 한 번 했지만, 아직도 지저분하게 엉켜 있는 나무와 넝쿨이 많았습니다. 낫으로 하나하나 걷어 내었습니다.

구멍이 난 울타리에는 새로 그물망을 씌웠습니다. 주워 온 그물망을 재활용했습니다.

행자님들이 울타리를 보수하고 있는 사이 스님은 경사면에 있는 넝쿨과 가시나무를 정리했습니다.

저수지와 물탱크를 낙차를 이용해 연결해 놓았는데, 물이 잘 들어가고 있는지도 다시 점검했습니다.

“아이고, 버린 호스를 재활용했더니 낡았는지 중간에 물이 조금씩 다 새어 버렸어요. 내일 다시 연결합시다. 쯧쯧.”

스님은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습니다.

어느덧 해가 산 너머로 지고 있었습니다. 찬 바람이 불고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나머지 일은 내일 합시다.”

왔던 길을 돌아서 두북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내일은 저수지와 물탱크를 호스로 연결하는 일을 다시 보강해서 물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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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2020-07-12 15:28:58

하은실

늘!~스님말씀에 많은걸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

2020-03-27 19:05:13

최인숙

코로나 사태가 일상이 된다는 말씀에 걱정도 됩니다 만 상황을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받아 들이라는 말씀 새기겠습니다

2020-03-27 16:5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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