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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농사를 지으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움츠러드는 때입니다. 그래도 어김없이 봄꽃은 활짝 피어나고 있습니다.
원래 오늘은 서원행자대회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행사가 취소되었습니다. 다음 주에 예정된 행사들도 모두 취소되어서 스님은 당분간 두북 수련원에 머물며 농사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홍매화가 폈네요.”
매화가 피는지 지는지 이 도시, 저 도시 바쁘게 움직였던 스님의 일상에 빈틈이 생겼습니다. 꽃향기, 흙 내음이 빈틈을 메웁니다.
스님이 전국으로 정회원을 만나는 동안, 행자들은 오래된 비닐하우스의 비닐을 새로 교체하고, 땅도 갈아놓았습니다.
오늘은 비닐하우스 안에 밭고랑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동네에서 관리기를 빌려온 덕분에 한결 수월하게 고랑과 이랑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비닐하우스 끝에 물이 계속 고여서 물이 빠질 수 있게 땅을 파고 통을 묻었습니다. 묘당법사님이 포클레인을 사용하니 금방 땅이 파지고, 수로가 만들어졌습니다.
비닐하우스 옆 창고를 철거하기 위한 정리도 했습니다. 공동체 행자들과 봉사자들이 일을 나누어 작업을 했습니다. 힘을 합해 논두렁을 덮고 있던 무거운 철판도 걷어 내었습니다.
“저는 잠시 쉬겠습니다. 다들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오후에 다시 함께 일하겠습니다.”
아직 팔이 회복되지 않은 스님은 봉사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한 후 잠시 쉬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자라고 있는 상추, 시금치, 고소에 물을 듬뿍 주었습니다.
배추를 뽑은 자리에는 땅을 갈아엎고 다른 작물을 심을 수 있게 두둑을 다시 만들었습니다.
창고 앞에 잡초를 뽑은 것, 잔디를 깎은 것, 음식물 쓰레기를 1년 동안 말려서 쌓아 두었는데, 양질의 거름이 되어 있었습니다.
거름을 삽으로 퍼내자 지렁이들이 햇살을 받아 꿈틀꿈틀 했습니다.
거름은 소쿠리에 담아 텃밭으로 옮겨 골고루 뿌렸습니다. 거름을 푸고, 나르고, 뿌리고, 수십 번을 왔다 갔다 한 끝에 드디어 모아둔 거름을 모두 밭에 뿌릴 수 있었습니다.
시골에서는 잡초, 채소 찌꺼기 등 온갖 것이 다 퇴비가 됩니다. 플라스틱 같은 것만 쓰레기가 되지 음식물 찌꺼기 자체는 쓰레기가 될 게 없습니다. 냄새가 좀 나더라도 말려서 1년만 쌓아놓으면 전부 거름이 됩니다. 도시에 있느냐, 시골에 있느냐에 따라 똑같은 음식물 찌꺼기의 쓰임새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해가 질 무렵이 되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 상추, 고소를 심은 곳에 비닐을 새로 덮는 일까지 한 후 오늘 농사일을 모두 마쳤습니다.
“오늘은 이 정도만 합시다. 이제 일을 마쳐도 될까요?”
“네.”
흙이 묻은 삽과 호미를 깨끗이 물로 씻었습니다.
텃밭 일을 마무리짓고, 다시 비닐하우스로 가보니 행자님들이 밭고랑을 아주 반듯하게 잘 만들어 놓았습니다.
일을 좀 과하게 했는지 피로감이 몰려오지만, 반듯하게 정열이 된 밭고랑을 보니 마음이 뿌듯합니다. 흙 묻은 서로의 얼굴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납니다.
내일은 밭고랑에 점적 호스를 깐 후 비닐을 씌울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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