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2.12 정회원 교육 (양천/서대문 정토회)
“인간관계에 끈끈한 맛이 없어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서울 서초법당에서 양천, 서대문 정토회 정회원을 위한 교육이 열렸습니다.

스님은 오전 8시부터 1시간 동안 법문 촬영을 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은 스님이 직접 수행법회에서 법문을 하는데 2월에는 연이어 정회원 교육이 있기 때문에 촬영한 영상을 법회에 내보내기로 했습니다.

법문 촬영을 마치고 인도에서 1년간 봉사를 마치고 돌아온 행자대학원 15기 행자님이 스님에게 인사를 드렸습니다.

“수고 많았어요.”

인도에서는 스님이 다녀간 후에 유치원 아이들 천여 명에게 신발을 지급했다고 합니다. 지난 1월 말에 발행되었던 스님의 하루 글에서 맨발로 다니는 어린이를 보고 JTS로 보시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스님도 그 소식을 듣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촬영을 마친 후 스님은 평화재단에서 기획위원들과 회의를 하고 찾아온 손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오후 2시와 저녁 7시에는 서초법당에서 양천, 서대문 정토회 정회원 교육이 있었습니다. 교육 순서는 같았습니다. 영상으로 10차 천일결사 사업방향에 대한 설명을 보고 정토회별로 참가자를 소개했습니다.

양천정토회에는 제주도에 있는 3개 법당도 소속되어 있습니다. 지난해 지역 정토회를 통합하면서 제주도에 있는 법당은 김포공항에서 가까운 양천정토회에 포함시켰습니다. 오늘 주간반 정회원 교육에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와 참석하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가장 적은 숫자가 일어나 인사를 했지만 가장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한 시간 동안 10차 천일결사 사업방향에 대해 다시 한번 자세하게 설명해주었습니다.

스님은 초기 정토회를 시작할 때 어떤 목표가 있었는지, 9천 일이 흐르는 동안 어떤 시행착오와 성과가 있었는지, 성과와 과제를 바탕으로 10차 천일결사의 사업방향이 어떻게 변했는지와 그 취지가 무엇인지 하나하나 알려주었습니다. 크게 바뀐 것 같지만 원을 이루어가는 꾸준함은 변함이 없습니다. 10차 천일결사 사업방향의 변화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었습니다. 정토회 27년의 역사를 이어 만일의 원을 완성시키기 위한 시도였습니다.

10차 천일결사의 변화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좋은 일을 할 뿐 아니라 그 일을 하는 과정도 민주적으로 하기 위해 지역 정토회 마다 대의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소수의 활동가가 법당의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정회원이 법당의 주인이 되기 위해 팀장 체제를 없애고 모둠으로 법당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10차 천일결사 사업에 대해 설명을 하고, 스님은 정토회별로 이번에 선출된 대표, 총무, 부총무, 대의원과 담당 법사를 소개해주었습니다. 스님은 법사, 대표, 총무에게 각각 인사할 기회를 주었습니다.

“지금 조직이 크게 바뀌어가고 있는데 처음에는 이 변화를 받아들이느라 화나고 짜증 나는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매일 아침 ‘화나고 짜증 나고 미워하고 원망하는 이 모든 것은 다 내 마음이 일으킨다’는 수행문을 읽잖아요? 적이 쳐들어올 상황을 미리 알고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모두 웃음)

화나고 짜증 날 일이 많을 거라는 제향 법사님의 인사말에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대표, 총무님들의 힘찬 인사말을 듣고 활동에 대해 묻고 답하는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은 ‘정토회에서 맺는 인간관계에 끈끈한 맛이 없어요. 친목도 필요한 것 아닐까요?’라는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인간관계에 끈끈함이 없어요

“정토회에 나오면 사람들 사이에 끈끈함이 없어 보여요. 제가 보기에 정회원 유지율이 낮은 이유가 그것 때문 아닐까 싶어요. 스님께서 수행자는 사적인 관계를 맺으면 안 된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인간관계를 어느 선까지 맺어야 하나요?”

“정토회는 ‘수행자의 모임’을 추구합니다. 수행자의 모임이라는 질을 담보하는 범위 안에서 양적 확대를 추구하지, 양적 확대를 위해서 질을 포기한다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개인이 인간관계를 끈끈하게 맺고 싶거나, 하고 싶은 다른 일이 있다면, 굳이 정토회에 와서 그것을 하려고 하지 말고 다른 모임에 가서 하면 돼요.

정토회에서 발심행자가 된다는 것은 내 괴로움을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는 사람이 된다는 의미예요. 그런 수행적 관점을 가진 사람이 발심행자예요. 물론 실제로 해보면 그렇게 잘 안 됩니다. 잘 안 되지만, 짜증을 내고 화를 내고 원망을 하다가도 ‘아, 내가 놓쳤구나’ 이렇게 돌이키는 마음이 있으면 수행자입니다. 이런 원칙을 포기하고 ‘너 때문에 죽겠다!’ 이렇게 원망하거나, 옆에서 ‘너 지금 사로잡혀 있다’라고 얘기해줘도 도리어 더 화를 내면 수행자가 아니에요. 이런 사람은 발심행자가 될 자격이 없습니다.

발심행자와 서원행자의 차이

어떤 사람이 나에게 계속 ‘당신 때문에 죽겠다’라고 얘기한다고 합시다. 이럴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발심행자와 서원행자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발심행자는 그런 항의가 내 책임은 아니라고 여깁니다. 내가 남을 탓하는 건 내 책임이지만, 남이 내 탓하는 것까지는 책임지지 않는 사람이 발심행자입니다. 그런데 서원행자는 달라요. 남이 나를 탓하면 그것도 고려해서 ‘나를 탓하는 그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하면 좀 풀어줄까’ 이렇게 관심을 갖는 사람이 서원행자입니다.

‘스님이 나부터 행복해야 된다고 말했다. 남이 어떻게 되든 나는 모르겠다.’

발심행자는 이렇게 생각해도 되지만, 서원행자는 그러면 안 돼요.

‘괴로워하는 이 세상 사람들에게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야겠다.’

이런 마음을 내는 게 서원행자예요. 그래서 발심행자가 되려는 사람은 불교대학을 졸업했는지 확인하지만, 서원행자가 되려는 사람은 경전반을 졸업했는지 확인하는 거예요. 왜냐하면 금강경에 이런 가르침이 나와 있기 때문입니다.

‘남을 이해하는 마음을 내는 것이 곧 내가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

그래서 서원행자는 이 세상에 필요로 하는 일을 하겠다는 마음을 내야 해요.

‘이 좋은 가르침을 세상에 전파하는데 필요하다면 내 능력껏 무엇이든지 하겠습니다.’

이런 마음을 내어야 서원행자예요. ‘당신이 총무 하세요’ 하는데 ‘나 안 할래요!’ 이러면 이 사람은 발심행자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서원행자가 될 자격은 없어요. 몸이 아프다든지, 외국에 나가야 한다든지, 대중이 그 사정을 들어보고 이해가 돼서 ‘아, 그 정도면 못 하겠구나’ 하고 받아들이면 상관없지만, ‘직장 다니느라 바쁩니다’라고 사정을 말했더니 대중이 ‘당신만 직장 다녀요? 다 바빠요. 왜 서원행자가 그것도 안 하려고 해요?’ 이렇게 반대를 한다면 그 사람은 서원행자가 될 자격이 없습니다. 정토행자가 될 자격이 없다는 말이 아니라 서원행자가 될 자격이 없다는 뜻이에요.

수행자 모임에서 친목 도모를 바라보는 관점

정토회는 수행공동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이 아무리 헌신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정토회가 나를 알아주거나 나에게 뭔가 보상을 해주길 바라면 수행자가 아닙니다. 정토회가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원망하면 수행자가 아니에요. 아무런 기대 없이 봉사를 하는 것이 수행자의 자세예요.

그렇다고 ‘정토회는 수행자들을 위해 아무것도 안 해주느냐?’라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에요. 정토회는 개개인이 가능하면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고, 개인이 어려우면 지원도 해줘야 합니다. 이런 건 개인이 요구할 것은 아니지만, 정토회 차원에서는 늘 그런 배려를 하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정토회는 이런 원칙을 갖고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인간관계에 친목이 부족해서 정토회에 못 다니겠다’ 이렇게 말해서는 안 돼요.

예를 들어 총무님이 보기에 ‘초파일 행사 끝나고 다들 지쳐 있으니까 밥 한 끼 먹으면 도움이 되겠다. 아무리 수행자라지만 오늘 저녁 한 끼는 같이 먹자’ 이렇게 판단해서 식사를 같이 하는 정도는 괜찮습니다. 그런데 일주일마다 사람들을 집에 초대해서 불고기 파티를 여는 것은 안 돼요. 사람들을 파티에 너무 자주 초대하거나, 취미 모임을 만들어서 친목을 도모해보자는 건 정토회 회원들에게 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파티는 일 년에 한두 번, 특별한 이유가 있을 때에만 해야 합니다. 초파일 행사가 끝난 뒤나 어떤 출발을 기념해서 밥 한 끼 먹는 정도는 괜찮지만, 그냥 힘들어 한다고 늘 밥 사주고 위로하는 건 안 돼요. 친목 도모는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이 모임을 오래도록 유지시켜주는 요인은 되지 못해요.

언제가 술을 입에도 못 대던 착실한 분을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렇게 말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불교대학 다니신다면서요?’
‘네, 스님. 이번에 졸업했어요.’
‘잘하셨어요.’
‘스님, 제가 원래 술을 입에도 못 댔는데 불교대학 다니면서 술을 배웠어요.’ (모두 웃음)

나쁜 의도로 말한 건 아니었어요. 무슨 얘기냐고 물어봤더니, 불교대학을 주관하는 사람이 술을 좋아하다 보니까 1년 내내 자기 집에서 불교대학이 끝나는 날 저녁마다 맥주 파티를 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조금씩 같이 마시다 보니 술을 배웠대요. 이런 친목 덕분에 한 명도 안 빠지고 불교대학을 다 졸업했다고 자랑스러워하셨어요. 그러나 이런 친목 때문에 불교대학 졸업생들이 정회원으로 남게 되지는 않습니다. 불교대학을 졸업하면 그걸로 끝이에요.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졸업까지 시켰다는 장점도 있지만, 친목 때문에 남은 사람은 졸업한 다음에 정토회 정회원이 되어 수행자로 나아가지는 않습니다.

대가를 바라는 마음 vs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정토회의 구성원들은 두 가지 큰 원(願)을 갖고 모인 사람들입니다. 첫째, 내가 괴로움이 없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둘째, 내가 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물건을 나누든지, 돈을 기부하든지, 봉사를 하든지 해서, 내가 남한테 이익을 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남에게 이익을 주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수행도량 안에서는 개인이 어떤 이익을 추구해서는 안 됩니다. 이익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했더니 어떤 거사님이 이런 질문을 했어요.

‘스님은 누구한테는 고춧가루를 선물하고, 누구한테는 스카프를 선물하시지 않았습니까? 우리는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를 하라고 배웠는데 왜 보상을 합니까?’ (모두 웃음)

이런 사람은 색(色)이 공(空)이고 공이 색인 도리를 모르고 색이 공하다고만 주장하는 사람이에요. 본인이 대가와 보상을 바라면 안 되지만, 본인이 아닌 타인을 위해서는 도움을 요청하는 게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걸식할 때 ‘내가 이게 필요합니다’라고 말하면 안 되지만, ‘어떤 분이 지금 몸이 많이 아프니 약을 좀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런 말은 해도 된다는 거예요. ‘나를 위해서 돈을 주세요’라고 하는 건 구걸이지만, ‘인도의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보시하십시오’라고 하는 건 괜찮다는 겁니다.

우리는 타인을 배려해야 해요. 그러나 본인을 위해서 ‘스님 법문을 들어보면 남을 배려하라고 하는데 정토회에서는 왜 나한테 배려를 안 하냐?’라고 항의하는 건 수행자가 아니에요.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면 서원행자가 아니고, 자기를 배려해 달라고 요구하면 발심행자가 아닙니다. 물론 이것은 정토회가 지향하는 바입니다. 우리는 이미 그렇게 된 사람이 아니라 그렇게 되어가는 사람입니다.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

우리 주변에는 종교를 믿는 사람이 많습니다. 종교를 안 믿는 사람은 대부분 조금 의심이 많거나 성격이 좀 까다로운 경향이 있어요. 속된 말로 좀 별난 사람들입니다. (모두 웃음) ‘그게 말이 되나?’ 이렇게 의심이 많습니다. 그런데 순한 사람은 ‘그렇군요’ 하면서 쉽게 받아들입니다. 교회에 다니면서 목사님이 하는 말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절에 다니면서 스님의 얘기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어쨌든 조금은 성격이 까탈스러운 사람이에요. 까탈스럽다는 것이 나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런 성향이 있는 사람들이 주로 정토회에 모입니다. 아니에요?” (모두 웃음)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정토회에 모인 사람들은 보통 절에서 하듯이 목탁 치면서 복을 빌고, 죽어서 극락 간다고 얘기하면 잘 안 믿습니다. ‘그런가 보다’ 하는 사람이 정토회 안에는 거의 없어요. 교회에 다녔더니 죽을병이 나았다거나 부자가 되었다고 하면, 대부분 ‘저거, 사기 아니야?’ 이렇게 반응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까탈스러운 측면이 있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순응시키기 어려운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여러분이 다 그런 사람들인 줄 저는 알고 있어요. (모두 웃음)

그런데 부처님의 가르침은 워낙 논리적으로 분명하고 앞뒤가 딱 들어맞기 때문에 시비를 걸려고 해도 걸 수가 없는 겁니다. 조금만 시비를 걸 거리가 생기면 벌떼처럼 덤벼들어서 자기들끼리 부딪쳐요. 본인은 뭐 굉장한 줄 알죠? (모두 웃음)

정토회에 나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래요. 밖에 나가면 어디 가서든 한자리하거나 자기주장을 하는 사람들이에요. 다들 똑똑한 사람들인데 여기 와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보니 기회만 생기면 들이받으려 하는 거예요. (모두 웃음)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같이 일하면 부딪칠 수밖에 없어요. 스님 법문이 좋아서 수긍은 해도 현실에서는 그런 기질이 있기 때문에 늘 부딪치는 거예요. 서로 갈등하는 것은 수행의 원칙에는 안 맞지만 스님이 그것을 수용하는 이유는 여러분의 기질이 원래 그렇기 때문입니다. 그런 기질이라야 정토회에 오는데 어떡합니까? (모두 웃음)

갈등을 하지 않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좀 찌그락 대는 정도는 용인을 하는 겁니다. 아무리 정토회가 좋아 보여도 막상 다니다 보면 불만스러운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불만이 생기니까 사람들이 도중에 떨어져 나가는 거예요.

일반 절이나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은 우리 눈에는 엄청나게 불만에 차 있고 모순적이지만 중간에 떨어져 나가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정토회에 나오는 사람들은 별로 의리가 없는 것 같아요. 본인한테 안 맞으면 당장 내일이라도 고개를 돌리고 떠납니다. 교회나 절에 다니는 사람들은 앞뒤가 안 맞는데도 그냥 다니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그게 좋기도 하지만 그게 또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하죠.

반면에 정토회에 나오는 사람들은 성격이 까탈스러워서 관리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그러나 이런 사람들이 있어야 사회에 대해 비판의식도 생기고, 시민 사회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각각 장단점이 있는 거예요.

이런 까탈스러움도 조복을 시켜서 묶어 놓는 힘이 불법의 위대함입니다. 순한 사람들은 중간에 다른 곳에서 다 채가고 여기까지 안 와요. 그러나 정토회에 오는 사람들은 종교 시설에 아예 안 가봤든지, 여기 가보고 저기 가보고, 이 사람 얘기도 들어보고 저 사람 얘기도 들어보고, 유튜브 동영상을 이것도 보고 저것도 보고, 그런 끝에 그래도 여기가 좀 마음에 든다고 해서 온 거예요. 정토회 하나만 딱 보고 온 순한 사람들은 별로 없어요.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다 보니까 좀 시끄럽고 중간에 떨어져 나가기도 하는 거예요.

그런데 떨어져 나가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어요. 그건 인간의 자유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관리나 대응이 다소 부족해서 사람들이 그만두는 경우도 분명히 있어요. 그래서 그걸 어떻게 하면 보완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에요. 팀 중심에서 모둠 중심으로 가보자는 아이디어는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나온 제안이에요. 이게 더 효과적일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일 나누기를 해서 모두가 작은 참여라도 해보자는 취지입니다.

자원봉사 방식의 한계와 가능성

여러분은 민주 시민으로서 훈련이 잘 되어 있다 보니 이렇게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요.

‘정토회는 민주적으로 운영한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법당을 다녀보니까 위에서 지시만 내려오지 우리 얘기를 들어주는 데는 없다.’

특히 직장을 다니면서 저녁에 활동하는 분들이 이런 불만을 많이 얘기합니다. 정토회는 민주적인 운영을 지향하지만, 현실에서는 아직 한계가 있습니다. 개인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법당 수준까지는 민주적인 운영 시스템이 아직 덜 갖춰졌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수용을 해야 해요. 민주적이지 않다고 너무 발끈하지 말고요. 문제를 제기하는 분에게 오히려 이렇게 제안을 해야 합니다.

‘당신이 제기하는 문제가 맞습니다. 현재 우리 수준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방향으로 지금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조금 더 기다리면서 우리 함께 그 길을 만들어보지 않을래요?’

이때 ‘나는 싫어요’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같이 만들어 봅시다’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같이 만들어가는 거예요. 지금 정토회는 이런 과정에 있습니다.

정토회는 자원봉사자로 운영되는 조직입니다. 자원봉사 방식의 장점은 경비가 안 드는 것이에요. 그러나 자원봉사 방식은 사업의 연속성이 없고, 전문성도 부족하고, 책임성도 없습니다. 월급 받고 일하는 회사도 성질나면 그만둬버리는데, 정토회에서 자원봉사하는 사람들은 오죽하겠어요? 돈이나 명예, 직책을 주는 것도 아니고, 온전히 내 돈, 내 시간 내고 봉사하는데, 그런데도 일을 제대로 못 했다고 때론 비판받을 때가 많잖아요. 성질이 나니까 ‘안 나와 버리면 그만이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나 수행을 통해서 배우는 기쁨이 있었기 때문에 여러분 모두 이 고비를 넘어온 겁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이 고비를 넘어가지는 못해요. 넘어가는 사람도 있고, 못 넘어가서 그만두는 사람도 있어요. 그만둔 사람은 다른 곳들을 돌아다니다가 좀 있으면 오갈 데가 없어서 다시 돌아옵니다. 이 길에 한 번 맛들인 사람은 10년, 20년 정도 기다리면 본인이 죽지 않은 이상 대부분 다시 돌아옵니다. (모두 웃음)

제가 이렇게 큰소리를 치는 이유가 있어요. 그 사람의 기질로는 다른 데 가서 적응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모두 웃음) 물론 정토회도 문제가 많지만, 우리나라 종교계나 시민단체를 통틀어서 그래도 여기만 한 데가 별로 없습니다. 한 번 이곳저곳 다녀보세요. 스님이 너무 배짱을 부리는 것 같아요? 다녀보면 여기만 한 데가 별로 없어요. 여기 있을 때는 불만이지만 다른 곳에 가보면 정토회만 한 곳이 없습니다. 지금 부부관계가 불만이라고 배우자를 버리고 싶어도 정작 딴 남자나 딴 여자를 만나보면 그만한 남자나 그만한 여자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갔다가 금방 돌아오기는 민망하니까 조금 있다가 돌아오는 거예요. (모두 웃음)

여기 모인 여러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정토회 활동을 안 하겠다고 하는 사람도 총무나 팀장 정도의 지위를 주면 열심히 하게 됩니다. ‘그 정도 지위를 주면 하겠지만, 내가 지금 남 밑에서 다른 사람 치다꺼리하게 생겼나?’ 이런 마음이 들어서 소임을 안 맡는 사람들도 있는 거예요. 그래서 말로는 안 한다고 하면서도 지위를 주면 또 역할을 해요. (모두 웃음)

이런 인간의 심리가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현실을 인정하되 그걸 극복의 대상으로 삼는 거예요. 이걸 무시하고 수행자는 모든 걸 다 뛰어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친목을 금지하는 이유

질문자의 얘기는 친목적인 것을 가미하면 좀 낫지 않겠냐는 것인데, 그 의견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그런 심리가 있으니까요. 그러나 마약처럼 친목에 자꾸 재미 붙여서 하다 보면 우리가 애초에 왜 모였는지를 놓쳐버릴 소지가 있어요. 그래서 아예 친목을 금지하는 거예요.

오계를 설명할 때 ‘술을 마시더라도 취하지만 않으면 된다’라고 가르칩니다. 그러나 취해놓고도 자꾸 합리화해서 ‘나는 안 취했다!’ 하면서 계속 술을 마시잖아요. 그래서 나중에는 술을 아예 마시지 말라고 계율을 못 박은 겁니다. 사실은 마시지 말라고 금지하는 표현은 없습니다. ‘술을 마시고 취하지 마라’ 이렇게 되어 있죠. ‘고기 먹지 마라!’ 이렇게 안 되어 있어요. ‘맛에 탐닉하지 마라’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술을 마시다 보면 취하게 되고, 고기를 먹다 보면 맛에 탐닉하게 되는 거예요. 여러분도 실제로 음식을 먹어보면 고기에 탐닉하기 쉽지, 채소에는 별로 탐닉이 안 됩니다. 그래서 탐닉의 위험을 뿌리 뽑기 위해서 아예 ‘먹지 마라’라고 하게 되는 거예요.

친목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끔 친목을 도모해도 되지만, 거기에는 약간의 중독성이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까르마(karma), 즉 욕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하지 마라’ 이렇게 말하는 것이지, ‘절대 금지다!’ 이건 아니에요. 효율을 기하기 위해서 양념을 약간 치는 정도는 괜찮지만 그게 주식이 되면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외에도 주간반, 저녁반 교육에서 10차 천일결사 사업방향에 대해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모둠과 관련한 질문이 가장 많았습니다.

  • 항상 내려오는 일만 하다 보니, 지역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업이 무엇인지 예시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또 지역 정토회에서 결정한다고 하면 법당 차원에서는 결국 내려오는 일을 하게 되는 것 아닐까요?
  • 9차에 천일결사자 모둠은 백일마다 새롭게 구성했습니다. 앞으로도 백일마다 모둠을 바꾸면 사업의 연속성에 문제가 생길 것 같습니다.
  • 10차 천일결사에는 모둠의 역할이 커지고 모둠원 구성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은데요. 지금 법당에는 천일결사자로 모둠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모둠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나요?
  • 법당에는 봉사는 하지 않고 기도만 하거나 행사만 참석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모둠 구성에 대한 그림이 잘 안 그려집니다,
  • 모둠, 모둠장에 대한 용어 정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헷갈립니다.
  • 모둠장의 위상이 높아질 것 같은데 모둠장 교육도 하나요?
  • 모둠이 사적인 모임이 되어버리면 어떡하나요?

정토회를 운영하면서 느낀 어려움이나 건의사항, 질문도 있었습니다.

  • 제주지역에도 법사님을 배정해주면 좋겠습니다. 양천정토회 소속이라 양천 담당 법사님이 계시지만 제주도는 멀어서 오시기 어렵습니다.
  •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많은데 활동가는 적어서 고민이 됩니다.
  • 우리 지역 정토회 중에 저희 법당만 기존의 단칸방 형태로 남아있습니다. 교통편이 좋은 곳으로 이전할 곳을 찾고 있는데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 고민입니다. 제 기도가 부족한 걸까요? 좋은 장소를 찾을 때까지 기도 정진하면서 찾아봐야 할까요?
  • 정토회는 부처님의 본래 가르침에 따라 살려고 하는데 7대 행사에 너무 많은 에너지가 쓰인다고 생각합니다. 불대 입학생들도 보면 불교 신자가 아닌 사람이 50%가 넘습니다. 10차에는 더군다나 모둠으로 운영한다고 하니 7대 행사를 간소화하면 좋겠습니다.
  • 법당을 사용하는 기준이 무엇인가요?
  • 정회원 자격 유지를 하려면 수행법회를 70% 들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습니다. 이게 제일 당락을 많이 결정하는데요. 자격심사기간이 갑자기 바뀌어 복권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내용은 적용하기 전에 미리 공지가 되어야 하는데 분별이 나고 신뢰가 떨어졌습니다.

저녁반 정회원 교육을 할 때는 서울에서 진행한 교육을 제주도 법당으로 생중계했습니다. 제주도에서는 법당에 모여 영상을 보고 있는 모습을 촬영하여 보내주었습니다.

“교육 잘 들었습니다.”

스님과 정회원들도 화면을 향해 “영상 잘 보았습니다.” 하고 인사했습니다. 제주도에서도 질문이 있으면 받으려고 했지만 질문은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직급에 구애받지 말고 활동해 나가자며 법문을 마쳤습니다.

“10차 천일결사의 사업 방향에 대해 구체적이진 않았지만 대충은 이해하셨습니까?”

“네!”

직급에는 위 아래가 없습니다

“팀장, 담당, 모둠장, 이런 직급을 표현할 때가 많은데, 너무 용어에 구애받지 말았으면 합니다. 자꾸 직급을 만들다 보니 수행 단체인데도 마치 직급에 따라 승진되거나 좌천되는 것 같은 문화가 형성돼서 저도 문제를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지난번에 부장 직급을 없애고 전부 팀장으로 통일했지만, 팀장 역시 없애야 하나 고민입니다. 그런데 팀장이라는 용어를 없애면 다른 대안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대안이 없다 보니 세속 용어를 계속 쓰게 되고, 세속 용어를 쓰다 보니까 정토회 안에 마치 무슨 직위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겁니다. 이걸 극복하기가 쉽지 않아요.

왜 정토회의 행정 책임자를 ‘총무’라고 했을까요? 보통 절에서는 ‘회장’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회장’이라고 하면 무슨 기업 회장처럼 세속적인 의미가 딱 붙어버립니다. 그걸 없애려고 ‘총무’라고 한 거예요. 총무는 영어로 ‘secretary’라는 의미입니다. 실무 책임자라는 뜻이에요. 실무 책임자라는 의미일 뿐이지, 내가 다른 사람보다 위에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아래위가 있다는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총무’라는 이름을 붙인 거예요.

그러니 직급에 너무 구애받지 마시고, 모든 사람이 다 조금씩 참여하되 직급을 가진 사람들은 조금 더 전문성과 책임감을 가진다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자, 힘을 합해서 같이 해나가 봅시다.”

“네!” (모두 박수)

교육을 마치고 정토회별로 기념사진을 촬영했습니다. 정토회별로 다 함께 찍고, 스님은 특별히 제주에서 오신 분들과는 따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내일은 인천에서 일산/인천/부천 정토회 정회원 교육이 열립니다.

전체댓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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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과 참가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20-05-19 15:33:05

김애자

좋은일을 민주적으로할려고 한다

2020-02-17 19:51:12

금강화

감사합니다

2020-02-16 20: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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