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7.14 정토불교대학 졸업식
"인생이 억울해지는 이유"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2018년 가을 정토불교대학을 졸업하는 천이백 여 명에게 수계를 하고 졸업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졸업식은 충주 호암체육관에서 열렸습니다. 스님은 어제 문경 수련원에서 묵고 오늘 아침 충주로 향했습니다. 호암체육관에 도착하니 졸업생들이 가운을 걸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오전 10시가 되자 먼저 수계식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수계식을 하는 이유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었습니다.

“오늘은 2018년도 가을에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해서 1년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졸업식을 하는 날입니다. 졸업을 하는 사람 중에서 본인이 원하는 사람에게 삼귀의와 오계를 수계 합니다. 수행자라면 최소한 지켜야 하는 계율이 있습니다. 이 계율을 지키겠다고 약속하는 시간이 수계식입니다.

수행의 목표

수행자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수행의 목표가 분명해야 합니다. 죽어서 천당이나 극락에 가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 수행자가 될 수 없습니다. 그건 죽고 난 후에야 알 수 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검증할 수 없는 일입니다. 수행자는 그렇게 막연한 목표를 갖지 않습니다. 수행자의 목표는 검증이 가능해야 합니다. 지금, 내가,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수행자의 목표는 우선 괴롭지 않게 사는 것입니다. 혼자 살든 둘이 살든,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든 없든, 침대에서 자든 나무 밑에서 자든, 음식을 먹든 한 끼를 굶든, 이 음식을 먹든 저 음식을 먹든, 이런 문제로 괴로워하는 수준이라면 아직 수행자가 아닙니다. 삶을 살아가면서 겪는 이런저런 문제로 괴로워하거나, 누구를 미워하거나, 슬퍼하거나, 방황하면, 그는 수행자가 아닙니다. 자신의 괴로움에 어떤 이유를 붙여서 ‘이렇기 때문에 괴롭다’, ‘누가 저랬기 때문에 괴롭다’ 하는 것은 수행자의 자세가 아닙니다. 오늘부터 수행자가 되겠다고 마음을 내었다면 이렇게 목표를 정해야 합니다.

‘괴로움이 없는 사람이 된다.’

설령 지금은 그러한 삶을 살고 있지 않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목표로 나아가는 과정에 있어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뿐 내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는 ‘괴롭지 않은 삶’을 사는 것입니다. 누구를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슬퍼하거나 외로워하거나 방황하지 않고,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 목표입니다. 수행자는 이런 목표의식이 분명해야 합니다. 이것을 불교 용어로 ‘열반(涅槃)’이라고 합니다. 수행의 목표가 뭐라고요?”

“열반을 증득하는 것입니다.”

정토불교대학의 졸업 요건

“정토불교대학을 제대로 공부했다면 최소한 이렇게 깨달아야 합니다.

‘그동안 내가 삶에 대한 관점을 잘못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괴로웠구나. 한 생각 바꾸니까 괴로움이 사라지는구나!’

이런 경험을 해야 오늘 졸업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겁니다. 여기 있는 사람 중에 불교대학에 입학하고 난 후 남편을 바라보는 관점, 자식을 바라보는 관점,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어서 괴로움이 많이 줄어든 것을 경험한 사람 손 들어봐요.”

“...”

“아직 이것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오늘 수계식에서 빠지면 좋겠네요.” (모두 웃음)

인생이 억울해지는 이유

“비유해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빨간색 종이에 주황색으로 보이는 글씨를 쓰고 싶다면 노란색으로 글씨를 쓰면 되잖아요. 그래서 노란색 펜으로 글씨를 썼더니 내 눈에는 분명히 주황색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이걸 보고 ‘그게 어떻게 주황색이냐? 그건 노란색이잖아’라고 말합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분명히 빨간 바탕에 노란색으로 썼기 때문에 주황색인데, 무슨 소리야?’라고 반응합니다.

만약 노란색을 선택하지 않고 파란색이나 빨간색을 선택했다면 분명 내 잘못입니다. 그런데 노란색을 바르게 선택해서 사용했는데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붉은색 안경을 쓰고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바탕화면이 내 눈에 붉게 보였지 실제로는 흰색이었다는 것이지요.

가령 내가 바람을 피우거나, 큰돈을 날리게 되어 부부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면, 분명히 내 잘못인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직장에 성실히 다니면서 돈도 벌고, 다른 마음이 들어도 늘 남편이나 아내만 생각하고, 아이도 열심히 키우고, 살림도 착실히 잘 살았는데도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나는 바르고 성실하게 살았는데, 내 인생이 왜 이런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억울해집니다. 그래서 ‘하느님도 무심하시지’,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궁합이 안 맞는 건가’ 이런 말을 하게 됩니다. 여러분 중에도 지금 그래서 억울한 사람이 많을 거예요. 그래서 ‘남편이 문제다’, ‘아내가 문제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우리가 ‘업식’을 통해 사물이나 상황을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이 업식은 마치 붉은색 안경과 같습니다. 붉은색 안경을 끼고 흰 종이를 바라보면 종이의 색이 붉게 보이듯이 업식을 통과해서 사물이나 상황을 인식하기 때문에 우리는 바깥에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지 못해요. 객관적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업식으로 인해 왜곡된 인식을 하게 됩니다. 그때 정작 나는 잘못 인식하고 있는 줄도 모릅니다. 나는 잘한다고 했는데 결과가 다르게 나옵니다. 그래서 인생이 억울해지는 거예요.

안경을 벗고 보면 종이가 더 이상 붉은색이 아니라 흰색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나의 업식 때문에 붉게 보였다는 것을 깨닫게 돼요. 안경을 벗으면 흰 종이가 있는 그대로 보이기 때문에 붉은 글씨를 쓰고 싶으면 붉은색을 선택하면 되고, 노란 글씨를 쓰고 싶으면 노란색을 선택하면 되고, 주황색 글씨를 쓰고 싶으면 주황색을 선택하면 됩니다. 그때는 내 의도와 결과가 일치합니다.”

의도와 결과가 맞지 않는 현실

“삶을 살다 보면 나의 의도와 결과가 일치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우선 내가 잘못해서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고, 내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인생이 괴로운 겁니다. 이 괴로움은 하느님 탓도 아니고, 궁합 탓도 아닙니다. 다만 내 인식 상의 오류로 인한 것입니다. 이 인식 상의 오류를 시정하면 누구나 다 괴롭지 않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아, 인식 상의 오류였구나, 꿈속에서 헤맸구나, 내가 잘못 봤구나, 내가 관점을 잘못 잡았구나, 내가 한 생각에 사로잡혔구나’

이렇게 자각하는 것을 깨달음이라고 합니다. 깨달으면 인식 상의 오류로 생긴 괴로움이 사라집니다. 여러분들은 지난 1년 동안 이렇게 괴로움이 없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1년 동안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이 요점을 몰랐다면 그저 가방만 메고 왔다 갔다 한 거예요. (모두 웃음)

이렇게 우리는 인식 상의 오류 속에서 삶을 살아갑니다. 모든 게 다 의도된 대로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때는 소 발에 쥐잡기 식으로 의도된 대로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어떤 때는 노란색을 선택해서 잘한다고 했는데도 결과가 잘 안 나올 때가 있고, 어떤 때는 실수로 주황색을 선택했는데도 결과가 잘 나올 때가 있습니다. 제대로 했는데도 결과가 안 나올 때도 있고, 잘못 선택했는데도 결과가 잘 나올 때도 있으니까, 마치 세상이 뒤죽박죽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해서 생긴 괴로움은 누구한테 빌거나 구걸을 한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인식 상의 오류를 시정해야 없어집니다. 이 오류만 시정하면 괴로울 일이 없어요.

수행자는 자기를 괴롭히는 어리석은 행위를 멈추고, 남을 해치거나, 손해 끼치거나, 괴롭히는 나쁜 행위를 멈추어야 합니다. 수행자라면 남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최소한 다섯 가지 계율은 지켜야 합니다.

첫째, 남을 때리거나 죽이지 말라.
둘째,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빼앗지 말라.
셋째,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하지 말라.
넷째, 욕설하거나 거짓말을 하지 말라.
다섯째, 술 먹고 취하지 말라.

이 다섯 가지 계율만 잘 지켜져도 세상이 좋아질까요, 안 좋아질까요?”

“좋아져요.”

“오늘 계를 받으면서 ‘이제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인생은 오늘로서 끝이다’ 이런 마음을 내야 합니다. 소승 계율은 밖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만 지키면 돼요. 말과 행동만 잘 지키면 계율을 어긴 게 아닙니다. 그러나 대승 계율은 마음만 먹어도 계율에 어긋납니다.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고 ‘저 놈을 한 대 때려 줘야지’ 이렇게 속으로 마음만 먹어도 계율을 어긴 것이 됩니다.

마음에 욕심이 있으면 남에게 손해를 끼치기가 쉽고, 마음에 성냄이 있으면 폭언이나 폭행이 나오기가 쉽고, 마음에 욕망이 있으면 성추행, 성폭행하기가 쉽고, 마음이 어리석으면 자기도 모르게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탐진치 삼독(三毒)에 대한 참회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니까 마음이 일어나는 것까지는 봐줄게요. 원래는 마음으로도 지으면 안 되지만, 최소한 바깥으로 남에게 손해가 되는 말이나 행동을 절대 해서는 안 됩니다.

첫째, 자기가 괴롭지 않아야 합니다.
둘째, 남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되고, 이익이 주는 행동을 해야 합니다.

이것이 수행자가 가야 할 길입니다. 이것만 지키겠다고 약속하면, 직장을 갖고 결혼해서 세상 속에 살아도 괜찮습니다. 이렇게 수행자로서의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우선 괴로움이 없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절대로 남에게 손해 끼치는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졸업생들은 오계를 청정히 지킬 것을 약속하며 우선 지난 세월 동안 지은 허물을 참회했습니다. 1200여 명의 졸업생들이 일제히 오른손을 이마 높이로 올려서 합장 자세를 하고, 왼 팔은 팔꿈치까지 옷을 걷고 주먹을 살짝 쥔 채 앞으로 내밀자, 법사님들이 차례차례 따끔하게 연비를 해주었습니다.


스님은 연비를 마친 졸업생들에게 오계를 잘 지킬 것인지 하나하나 물었습니다. 졸업생들은 큰 목소리로 답했습니다.

“첫째, 산 목숨을 죽이지 말라. 자비로써 모든 생명을 살리고 사랑하라. 적어도 남을 때리거나 죽이지는 말라. 그대들은 몸과 목숨을 바쳐 능히 잘 지키겠는가?”

“잘 지키겠습니다!”

이어서 각 법당에서 대표로 한 명씩 부처님 앞에 꽃을 올렸습니다. 아름다운 장미꽃과 함께 오계를 지키겠다는 굳은 마음도 함께 올렸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수계를 마친 졸업생들을 위해 간절하게 축원해주었습니다.

“지금까지 어리석게 살아오면서 남편을 원망하고 아내를 원망하고, 부모를 원망하고 자식을 원망하며 나아가 하나님을 원망하고 전생을 탓하고 사주팔자를 탓하며 내 인생이 억울하고 분하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이제 부처님 바른 법 만나 이 모든 것의 원인이 나의 어리석음, 나의 잘못된 인식, 나의 지나친 바람 때문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 이렇게 나도 부처님처럼 되겠다고, 내 인생의 주인이 되겠다고 발심한 이들의 원이 성취될 수 있도록 옹호하여주옵소서.”

이어서 불명, 수계증을 수여했습니다. 먼저 졸업생 대표로 이보라 님이 무대로 올라와 가장 먼저 불명과 수계증을 받았습니다. 스님은 불명을 주는 의미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불명이란 부처의 이름을 뜻합니다. 한량없는 저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부처님이 출현하셨어요. 팔만대장경에 그 이름이 기록된 부처님이 만 명이 계세요. 그 만 명 가운데 나와 인연이 있는 부처님이 있습니다. 인연이 있는 부처님의 이름을 따서 불명을 지어준 거예요. 또 내가 비록 지금은 중생이지만 오늘 이렇게 발심하면 미래세에 성불을 하게 될 테니 그때의 부처님 이름을 오늘 미리 받은 것입니다.

이름이 좋다 나쁘다 말하기도 합니다만, 불명에는 좋고 나쁜 게 없어요. 여러분이 받은 모든 불명은 다 팔만대장경에 나온 부처의 이름입니다.”

이어서 모든 졸업생들이 법사님들에게 수계증을 받았습니다. 졸업생들은 설레는 얼굴로 수계증을 받고 얼른 불명을 확인했습니다. 도반들의 불명을 서로 불러주며 기뻐했습니다.

부처의 길로 한발 내디딘 졸업생들은 스님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삼배를 드렸습니다. 수계식을 마치니 12시 30분이 다 되었습니다. 체육관 바깥에 돗자리를 깔고 법당 별로 모여 도시락을 함께 나누어먹었습니다.

스님과 법사님들도 각자 싸온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잠깐 회의를 했습니다. 깨달음의 장을 하고 싶어 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지에 대해 의논했습니다.

오후 2시가 되자 신나는 공연으로 졸업식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울산정토회 옥교법당 주간 교실과 저녁 교실 졸업생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흥겨운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알록달록한 옷을 맞춰 입은 졸업생들이 무대에 오르자 큰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인생은 무상이야, 아모르파티!(운명을 사랑해)”

다음 공연도 일산법당 주간 교실과 저녁 교실 졸업생들이 함께 준비했습니다. 제목은 “싹 다 비워” 였습니다.

“번뇌 망상 싹 다 비워!
미움 원망 싹 다 비워!”

재밌게 개사한 노래와 함께 힘찬 동작을 보여주었습니다.

먼저 지난 1년간 정토불교대학을 다니면서 내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졸업 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나를 위해, 가족을 위해 성실하게 살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중년이 되도록 그렇게 선하게 살기만 하면 잘 사는 것이라 여겼던 제게 닥쳐온 시련은 너무 힘겨웠습니다

제가 정토회를 찾게 된 이유는 아내의 청천벽력 같은 이혼 요구 때문이었습니다. 실명할 뻔한 아내를 1년 넘게 수발했었습니다. 저는 아내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아내는 제가 자신의 삶만 중요하게 여기는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억울함과 분노로 새벽마다 바깥에 나가서 몇 시간을 걷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법륜스님의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라”는 법문을 들었습니다. 출퇴근 길 운전 중에, 출장 중 비행기에서 수 없이 듣고 또 들었습니다. 아내와 같이 법문을 듣고 저는 아내에게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이해하고 살자”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다름을 인정하고 자신을 놓아 달라”라고 했습니다.

저 혼자서는 더 이상 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매주 법회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도반이 깨달음의 장을 권해주어서 7월에 깨달음의장을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이혼은 아내가 그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선택한 최선의 방법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아내가 나를 괴롭히려는 게 아닌데, 내가 그리는 행복한 가정이라는 상에 집착해 불안해하며 아내를 탓했던 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여세를 몰아 가을 불대에 입학하였습니다. 많은 것을 배웠지만 “모든 괴로움의 원인은 나에게 있다”는 그 한마디 가르침만으로도 제가 얻은 건 너무나 큽니다. 가장 괴롭고 절실할 때 이런 가르침을 얻은 저는 정말 행운아입니다.

결국 아내는 저를 떠났습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했습니다. 웃으며 서로의 안녕을 빌었습니다. 더 이상 억울해하거나 원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내가 아프지 않고 나하고 지낼 때 보다 더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고 있을 걸 생각하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불교대학을 다니며 스승님과 도반으로부터 배운 결과입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더 이상 원망과 미움 속에서 살지 않는다는 이야기에게 대중은 박수를 보냈습니다.

졸업생들은 한 해 동안 바른 가르침을 주신 스님에게 꽃다발을 드리고, 두 손을 모아 ‘스승의 은혜’를 불렀습니다. 노래가 끝나자 스님은 꽃다발을 받아 불단에 올려두었습니다. 스님이 반배로 인사하자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습니다.

이어서 졸업장과 상장을 수여했습니다. 전국에서 개근상은 216명, 정근상은 100명이 수상했습니다. 개근상과 정근상 수상자들은 특별히 스님과 한 명 한 명 악수를 나누고,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담당자들은 무대에 오르는 학생들의 졸업가운을 다듬어주기도 하고 사진을 찍어주며 축하해주었습니다. 스님은 한 명, 한 명 손을 꽉 잡아주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다음으로 스님이 졸업기념 법문을 설해 주었습니다. 스님은 졸업과 동시에 지금부터는 본격적으로 수행, 보시, 봉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 여기 내가 괴로움이 없는 상태인가

“우리들이 괴로운 이유는 신이 분노해서 그런 것도 아니고, 내가 전생에 죄를 지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태어나는 생년월일시가 잘못되어서 그런 것도 아니에요. 괴로움은 내가 잘못 알거나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겁니다. 즉 ‘무지(無知)’로부터 괴로움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 무지로부터 벗어나면 괴로워할 일이 없습니다. 이것이 2600년 전 부처님이 발견한 깨달음의 길입니다.

그러나 이런 부처님의 가르침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변질되었습니다. 부처님은 신으로 변질되었고, 출가수행자는 사제 계급으로 전락하였고, 재가 수행자는 신자로 전락하면서 종교화의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 가르침이 매우 논리적으로 정리되어 철학화, 학문화의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는 불교라는 종교와 불교라는 철학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종교로서의 불교도 우수한 종교이고, 철학 중에도 불교철학은 매우 우수합니다. 그러나 이런 종교와 철학은 현실에서 겪는 우리의 고뇌를 해결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토회는 다시 당시 붓다가 가졌던 문제의식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으로 지난 30년 간 많은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러니 정토불교대학을 졸업하는 여러분은 이제 수행자로서의 목표를 분명히 가져야 합니다. 죽어서 천당 가고 극락 가는 것이 수행의 목표가 되면 안 돼요.

‘지금 여기 내가 괴로움이 없는 상태인가?’

‘내가 내 삶의 주인 역할을 하고 있는가?’

이걸 늘 점검해야 합니다.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바깥 경계에 끌려다니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해 보세요. 돈에 끌려다니고, 지위에 끌려다니고, 정에 끌려다니는 수준인지, 아니면 내가 결정하고 내가 과보를 받는 주인 된 삶을 살고 있는지 살펴보세요. 돈을 빌렸으면 이자를 쳐서 갚아야 합니다. 괴로워하고 있을 일이 아닙니다. 이렇게 우리는 다시 ‘수행’의 길을 가려고 합니다.

이 길은 이미 예전에 난 길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무너지고 막힌 길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유일한 길은 바로 이 길입니다. 원래 있었지만 무너지고 막혔기 때문에 마치 새 길을 개척하듯이 우리는 이 길을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하루를 살아도 가볍게 자유롭게

“인생을 전전긍긍하며 살 이유가 없습니다. 설령 내일 죽는다고 해도 별 일 아니에요. 암 걸렸다고 울고불고하는데, 암에 걸렸으면 수술해서 떼어내면 되지 그게 무슨 큰일이에요? 재발하면 한 번 더 떼면 되고, 그래도 안 되면 죽음을 맞이하면 돼요. (모두 웃음)

오래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하루를 살아도 가볍게 자유롭게 웃으면서 살아야 합니다. 마약 주사 맞은 것처럼 흥분된 즐거움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오늘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이제 어떻게 살 거예요? 인생을 가볍게 웃으면서 살 자신이 있어요?”

“네!”

“왜 남에게 얽매여서 울고 살아야 해요? 자식을 낳았으면 자식이 스무 살 될 때까지는 밥을 먹여줘야 합니다. 그러나 그 이상은 신경 쓰지 마세요. 늙은 부모는 모실 수 있으면 모시고, 못 모실 형편이면 모시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속이 시원하지 않아요?”

“시원해요!”

“인생을 가볍게 웃으면서 사세요. 그리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마세요. 그래야 나도 좋고, 남도 좋고, 지금도 좋고, 나중도 좋아요. 왜 에너지를 자기를 괴롭히는데 씁니까? 그건 바보가 하는 짓이에요.

만약 이 길을 혼자서 가면 예전에 살았던 습관 때문에 ‘이 길이 맞을까?’, ‘이렇게 살아도 되나?’ 이런 의심이 듭니다. 그래서 도반들끼리 자주 만나고 모여야 이 길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습니다. 불법승 삼보에 귀의한다고 할 때 ‘승(僧)’은 수행자가 모여 있는 공동체를 의미합니다. ‘스님들께 귀의합니다’라고 되어있지만 이건 스님들이 번역을 그렇게 해서 그렇지 승(僧)의 원래 의미는 수행자들이 모인 공동체를 뜻합니다. 승(僧)에 귀의한다는 것은 이런 수행자들의 공동체에 귀의한다는 의미입니다. 도반들과 함께 이 길로 나아가자는 뜻이에요.

불교대학을 졸업하면 꼭 해야 할 일 5가지

첫째, ‘나는 수행자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하루 24시간 중 아침에 일어나서 1시간은 수행 정진을 해야 합니다. 이것도 혼자 하려면 힘들기 때문에 ‘천일결사’라는 것을 만들어서 백일마다 함께 모여서 마음을 다지도록 한 거예요. 각자 떨어져서 살더라도 새벽 5시가 되면 다 같이 정진을 하는 겁니다. 그러니 천일결사에 꼭 입재를 하셔야 합니다.

둘째, 매주 수요일이나 일요일, 일주일에 한 번은 수행 법회에 꼭 참석해야 합니다.

셋째, 1년에 한 번은 깨달음의 장, 나눔의 장, 명상수련, 인도 성지순례, 동북아 역사기행 등 수련에 며칠 동안 시간을 내서 참석해야 합니다.

넷째, 삼보 수호비도 내고, 때때로 보시금도 내야 합니다.

다섯째, 한 달에 적어도 하루는 시간을 내서 봉사를 해야 합니다. 한 달에 하루를 봉사해도 되고, 보름에 한 나절씩 두 번 나누어서 봉사해도 되고, 일주일에 두 시간씩 네 번 나누어서 봉사해도 됩니다.

이것만 하면 된다는 뜻이 아니라 적어도 이 이상은 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이 수행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정토회가 이렇게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법륜 스님 때문이 아니라 여러분들이 매일 수행, 보시, 봉사해서 수행자의 본분을 지켜주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 각자가 수행자의 길을 갈 때 정토회가 유지될 수 있습니다.

오늘 제가 여러분들에게 수행자의 길이 무엇인지 이야기했는데요. 몸은 조금 고단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 길이 내 인생을 행복하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느낀 사람은 한 번 손을 들어보세요.”

대부분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이제 정토회가 무엇을 하는 모임인지 이해하시겠어요?”

“네!”

“또한 우리는 정토회만 발전하도록 해서는 안 되고 사회적인 기여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정토회’, ‘불교’ 이런 이름을 다 없애고, 다른 종교를 가진 일반 시민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행복학교입니다. 행복학교는 종교 구분 없이 누구나 와서 행복해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곳입니다. 또한 우리는 북한에 식량이 부족해서 사람이 굶주리고 있다고 하면 모금을 해서 식량을 보내주는 일도 해야 합니다.

부처님은 한 번도 수업료를 받은 적이 없어요

여러분들은 마음공부를 하기 위해 불교대학에 다녔지만, 이 자리에는 여러분들이 마음공부할 수 있도록 매주 법당에 나와서 봉사한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 고마워요, 안 고마워요?”

“고마워요!”

“그분들께 박수 한 번 쳐주세요.” (대중 박수)

“이렇게 봉사하는 분들이 있어야 정토회가 유지될 수 있어요. 여러분들이 법당에서 만나는 총무, 부총무, 담당자 중 단 한 사람도 돈을 받고 일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앞에 앉은 법사님들도 모두 봉사자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도 돈을 받고 일하지 않습니다. 강연을 해도 강연료를 일체 받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워서 인생을 행복하게 살게 되었는데, 한 번도 부처님께 수업료를 드린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공짜로 배웠기 때문에 세상에 베풀 때도 공짜로 베풀어야 합니다. 그래서 정토회는 전부 봉사자로 꾸려져 있습니다.

여러분도 이 수행의 대열, 봉사의 대열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다시 한번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곧 경전반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법문을 마치고 졸업을 축하하는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경남지부의 담당자들이 ‘환희’라는 곡에 맞춰 경쾌한 춤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어서 1년 동안 정말 수고가 많았던 불교대학 담당자들을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담당자들의 정성 덕분에 오늘 이 자리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담당자들이 무대 위에서 학생들을 향해 손을 흔들자 다시 한번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스님은 담당자들 한 분 한 분에게 악수를 건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무대 앞으로 달려 나와 자신을 안내해 주었던 담당자가 스님과 악수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려 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조건 없이 불교대학을 열어준 담당자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습니다. 눈물을 훔치며 사진을 찍는 졸업생들도 많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산회가를 부르며 작별의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스님과 법사님들은 무대 위로 올라와 산회가를 부르는 대중들을 향해 높이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대중이 빠져나가는 사이, 스님과 법사님들은 다시 모여 점심에 못다 한 회의를 했습니다. 한 시간 정도 회의를 마치고 스님은 충주를 출발하여 저녁 7시가 다 되어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했습니다.

내일은 평화재단에서 아침 일찍 회의를 하고 두북으로 이동해 농사를 지을 예정입니다.

여러분도 정토불교대학 졸업식의 주인공이 되어 보세요. 지금 여기에서 행복해지는 법을 법륜 스님의 강의를 통해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 정토불교대학에서 2019년 가을 학기 신입생을 모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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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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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영

감사합니다

2020-01-04 09:46:28

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19-08-13 23:32:45

보디사트바

스님 큰 가르침 감사합니다. 기본을 망각하는 제 자신을 뒤돌아보게 됩니다.
매일 수행하고, 모든 생명을 행복하게 하겠습니다. _()_

2019-07-16 22:5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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