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3.23. 농사일, 공동체 나들이 이틀째
“나이가 드니 자신감이 사라져요.”

안녕하세요. 깜깜한 새벽 5시, 두북 정토수련원은 새벽예불을 드리는 행자들의 목소리로 먼저 깨어났습니다. 새벽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를 마친 대중은 아침식사를 하고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절반은 밭에서 돌을 고르거나 울타리를 고치고, 절반은 비닐하우스에서 나온 쓰레기를 치웠습니다.

꽃샘추위로 날이 찼지만, 햇살을 받으며 일을 하다 보니 금방 더워졌습니다. 도반들과 손발을 맞추니 일이 놀이처럼 즐거웠습니다.

비닐하우스는 마을의 어르신께서 더 이상 농사를 짓지 못하겠다며 올해부터 스님에게 농사를 지어도 된다고 허락해준 곳입니다. 다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지난주부터 덩굴에 쌓여있던 비닐하우스를 청소하기 시작했는데요. 예상치 못한 쓰레기가 엄청 많이 나왔습니다. 농사를 지으며 사용했던 비닐, 부직포, 각종 농자재 등 다시 사용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점심공양 시간이 되어 일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스님은 행자들에게 수고했다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제가 지난주에 여길 치우면서 현대 문명의 종말을 보는 것 같았어요. 밭에 쌓인 쓰레기가 이렇게 많아요. 이 집만 그런 게 아니고 모든 들판이나 집집마다 다 이렇습니다. 제가 30년 전에 미국에 갔을 때도 쓰레기가 엄청 나오는 것을 보고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사나’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 우리나라도 그렇습니다. 시골에서도 사람들이 힘 있을 때 시설을 해놓고는 노인이 되면 전부 폐허가 되는 거예요. 우리가 마치 한 세기 후에 태어나서 폐허가 된 전 문명을 청소하는 기분이네요.(모두 웃음) 어쨌든 내일까지 정리를 해보고요. 우리가 여기서 새롭게 한번 시작해봅시다. 수고 많으셨어요. 일 하니 좋았어요?”

“네!”

“쓰레기 치우는데 뭐가 좋아요.”(모두 웃음)

농사짓는 집집마다 이렇게 많은 쓰레기가 나온다고 생각하니 아찔합니다.

농사 울력을 할 동안 행자들 중 일부는 점심식사 준비를 했습니다. 음식도 잘했지만, 일한 뒤에 먹는 밥이라 더욱 맛있었습니다.

점심식사 후 다 함께 강당에 모였습니다. 스님은 _“어제 대화할 때 살펴보니까 공동체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_라고 하면서, 공동체에 들어온 지 5년 미만인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했습니다. 다수가 손을 들었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_“원래는 진달래 구경하면서 산책만 하려고 했는데, 공동체에 갓 들어온 사람들이 많으니까 오늘은 경주 남산에 대해 제가 자세히 안내를 해드릴게요.”_라며 유물이 가장 많은 삼릉골과 용장골로 나들이를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스님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습니다. 스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차를 타고 경주 남산으로 출발했습니다. 용장골 주차장에 세워진 경주 지도 앞에서 스님은 경주 주위의 산들과 그중 남산의 위치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경주 시내를 중심으로 멀리 동쪽에 토함산, 서쪽에 단석산, 북쪽에 구미산, 남쪽에는 남산이 있습니다. 경주 시내를 중심으로 가까이는 동쪽에 명활산, 서쪽에 선도산, 북쪽에 소금강산, 남쪽에 남산 그리고 가운데에 낭산이 있습니다. 이 다섯 군데를 신라의 오악(五嶽)이라고 합니다. 신라에서 이름난 5개의 명산이라는 뜻이에요.

남산은 남북으로 8킬로미터, 동서로 4킬로미터 크기의 산입니다. 금오봉, 고위봉이라는 두 봉우리가 쌍을 이루고 있는데 순 우리말로 수리메라고 해요. 금오봉과 고위봉 사이를 흐르는 골이 용장골입니다. 남산의 골짜기에는 불상이 많은데, 가장 많은 곳은 삼릉골입니다.”

스님의 설명을 듣고 나서 대중들은 금오봉과 고위봉 사이에 있는 가장 큰 골짜기인 용장골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자, 출발하겠습니다. 천천히 가겠습니다. 너무 힘든 사람은 쫓아오려고 하지 말고 천천히 오세요. 중간중간에 불상이 나오면 기도를 하고 있을 테니까 그때 합류했다가 올라가고, 또 뒤쳐지면 기도할 때 다시 합류하면 돼요.”

천천히 가자는 스님의 이야기에 대중들의 마음도 편안해졌습니다. 용장골 입구에는 진달래가 곳곳에 만발해 있었습니다.

“아따~ 오지게 피었다!”

스님의 구수한 사투리에 한바탕 웃었습니다.

“오지게라는 말뜻이 뭔지 알아요? 감이 오지게 달렸다는 말은 감이 주렁주렁 달렸다는 뜻이에요.”

용장골을 오르는 내내 곳곳에 진달래가 활짝 핀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진달래 꽃잎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은 정말 예뻤습니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계곡을 건널 무렵 산꼭대기에 탑이 우뚝 서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스님은 용장사 3층 석탑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탑의 모습이 아주 늠름해 보였습니다. 길이 많이 가파르기도 했지만, 스님이 천천히 걷는 덕분에 대중들은 진달래를 배경으로 삼삼오오 모여 사진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중턱에 이르자 머리가 없는 좌불이 나타났습니다.

“이곳은 연꽃을 새긴 3개의 바퀴 위에 부처님을 모셨다고 해서 ‘삼륜대좌불’이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머리 부분이 현재 없습니다. 삼국유사에 보면, 용장사에 계시는 대현스님이 이곳을 뱅뱅 돌면서 기도를 하니까 부처님의 머리도 뱅뱅 돌면서 그 스님을 계속 내려다보았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 불상은 미래에 오실 미륵 여래불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래서 미륵 여래불을 부르면서 기도하겠습니다.”

스님은 기도가 끝날 무렵에는 항상 한반도 평화와 남북의 통일을 발원했습니다. 대중들도 간절한 마음으로 함께 기도한 후 다시 산을 올랐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니 방금 전 밑에서 보았을 때 산꼭대기에 세워져 있는 것처럼 보인 용장사 3층 석탑이 나타났습니다. 삼배를 한 후 석가모니불 정근을 하며 다 함께 탑돌이를 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의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탑을 세울 때는 반드시 기단을 만듭니다. 이 탑은 산 전체를 기단으로 삼은 거예요. 그래서 어쩌면 이 탑은 세상에서 가장 높은 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선조들의 지혜에 절로 감탄이 나왔습니다. 스님은 이 탑뿐만 아니라 남산 전체에 있는 불상들이 대부분 이렇게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남산에 있는 불상의 특징은 자연의 바위를 그대로 유지하고 그 위에 인공적인 것을 만든 점입니다. 불상을 새기더라도 바위 전체를 다 깎아서 만든 것은 극히 드물고, 원래 바위 속에 부처님이 계셨는데 우리가 와서 인사하니까 바위 속에서 잠시 나온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요. 몸 아랫부분은 바위 속에 있고, 몸 윗부분만 앞으로 드러내도록 해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산을 깎아서 어마어마하게 불상을 세우는 게 아니라 자연의 상태를 그대로 살려서 불상을 만들었어요. 바위가 깨진 것도 그대로 살려서 불상을 조각했습니다. 자, 다시 올라가겠습니다.”

숨이 차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가고 있을 무렵 드디어 금오봉 정상에 올랐습니다. 정상에 세워진 비석에는 ‘해발 468m’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에도 많은 불상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능선을 걷고 있는 중에 저 멀리 상선암 대불이 보였습니다.

“이야. 여기서 보니 잘 보이네!”

상선암 대불은 정말 스님의 설명처럼 부처님이 바위 속에서 몸을 앞으로 살며시 내밀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거북 바위에 이르러 간식을 먹었습니다. 땀을 흘려서 그런지 차가운 샌드위치가 꿀맛처럼 맛있었습니다. 넓은 바위 위에 서니 경주 시내 전경이 한눈에 펼쳐졌습니다.

삼릉골에 접어들자 다양한 불상과 마애불이 나타났습니다. 석조여래좌상을 지나 마애불에 도착하자 다 함께 석가모니불 정근을 했습니다. 기도가 끝날 무렵 스님은 다시 한번 한반도 평화를 발원하는 기도를 했습니다.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없는 평화가 자리 잡고, 남북이 하루 속히 통일이 되기를 발원드리옵니다. 이 발원이 성취될 때까지 저희 정토행자들은 물러서지 않고 용맹 정진할 것을 굳게 다짐하나니, 이 발원을 증명하여 주옵시고 옹호하여 주옵소서.”

조금 더 내려가니 선각육존불이 나타났습니다. 아미타불 정근을 함께 한 후 역시 한반도 평화를 발원하는 기도를 하고 다시 내려갔습니다.

관세음보살상을 본 후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머리가 없는 석불 여래좌상입니다. 스님은 청소년 시절에 불교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이 불상의 사라진 머리를 찾기 위해 계곡을 헤매다가 크게 깨우친 것이 있었다며 그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여러분 앞에 보이는 불상은 옷매무새가 조금 특이합니다. 이 불상은 가슴이 땅을 향하고 등허리가 위로 드러난 채로 개울 속에 있었어요. 사람들이 불상 인지도 모르고 그냥 밟고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돌을 뒤집어 봤더니 아주 섬세한 불상이었습니다. 만약 모습이 온전히 남았다면 석굴암 불상에 버금가는 조각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였어요. 아주 훌륭한 조각가가 남긴 불상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옷 모습이 아주 특이한데, 석가모니불이나 아미타불보다는 미륵보살상이나 미륵부처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어릴 때 친구들과 이 불상을 보고, 부처님 머리를 찾아서 복원시키려고 온 계곡을 뒤지고 다녔어요. 그러던 어느 날 이 불상의 모습이 지금 한국불교의 모습을 몸소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머리 부분이 없다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 즉 지혜가 없는 것을 보여주고, 팔다리가 없다는 것은 부처님의 실천, 즉 자비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저 불교라는 몸뚱이만 남아있고, 지혜도 없고 자비도 없는 현실 같았죠. 그래서 이 불상을 복원하는 것은 부처님의 머리를 찾고, 손발을 찾아 붙이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처님의 원래 가르침을 깨닫는 것이 곧 머리를 복원하는 것이고, 부처님께서 보여주신 사랑과 자비를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것이 곧 두 손을 복원하는 것이구나.’

그렇게 저는 바른 불교, 쉬운 불교, 생활 불교를 주창하게 되었습니다. 이 불상의 모습이 오늘 우리 정토회 활동이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불상은 비록 파괴된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이 남산에 있는 불상 가운데 우리가 가야 할 길,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보여준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스스로 자기 몸을 희생해서 오늘의 한국 불교를 보여준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발원을 잘 하셔서 훌륭한 수행자가 되어, 부처님의 모습에 다시는 이런 파괴가 없도록 하는 불자가 되길 바랍니다.”

정토회를 시작할 때의 정신이 이곳에 서려 있다는 이야기가 가슴 깊이 남았습니다. 경주 남산 순례를 마치고 내려오는 길, 젊은 행자 한 명은 _“이런 깊은 뜻이 담겨 있는 장소인 줄 처음 알았다”_며 소감을 말했습니다.

남산에 다녀온 후 저녁 8시에 다시 두북 정토수련원 강당에 모였습니다.

저녁예불을 드린 뒤 곧바로 스님과 둘러앉아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오전에는 함께 울력을 하고, 오후에는 산행을 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오늘 하루를 보내면서 자기 느낀 소감을 말해도 좋고, 마음 나누기를 해도 좋고요. 어떤 의문이 든 게 있으면 물어봐도 좋습니다. 어제는 주로 정토회의 활동과 방향에 대해 서로 질문도 하고 대답도 했는데 어제 못한 질문이 있으면 물어도 좋고요. 오늘은 자기 개인적으로 고민이 되는 게 있으면 물어도 좋습니다. 꼭 질문을 해야 하는 건 아니고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 됩니다. 얘기하고 나서나 얘기하기 전에 노래를 한 곡 해도 좋습니다. 자유롭게 하겠습니다.”

한 분이 노래 한 자락을 부르고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오늘 비닐하우스에서 싣고 온 많은 폐자재와 비닐 쓰레기를 보니 숨이 턱 막혔습니다. 남산 위에 올라가서 본 경주는 참 아름다웠어요. 그런데 곳곳에서 나오는 쓰레기 생각을 하니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 조용히 지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최근 쓰레기를 해외로 수출하는 것도 못한다고 하는데 이러다가 대한민국 전체가 쓰레기장이 될 것 같습니다. 농사를 지어도 어쩔 수 없는 쓰레기가 나오니 농사를 지으면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미래가 걱정되기도 하고, 대안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일을 하기 싫은 것은 아닌데, 나이가 드니 대중 앞에 서기가 꺼려집니다. 거동이 조금 불편하다 보니 물러서는 마음도 생겨요. 자신감을 가지고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는데 몸이 약해지니 자신감이 잘 생기지 않습니다. 제가 어떻게 활동을 해야 할지 스님께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나이가 드니까 그런 질문을 하시는데, 나이가 드는 걸 어떻게 하겠어요. 질문하실 때 가만히 보니 옆에 계신 보살님이 ‘그것도 나이라고 얘기하냐’는 듯이 웃으셨어요.(모두 웃음)

항상 ‘하는 데까지 한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죽은 뒤의 일은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내가 살아있을 때까지 한다는 자세를 가지면 됩니다. 내가 죽은 뒤의 일은 또 남은 사람들이 알아서 잘할 거예요. 그건 그들의 일이지 그 부분까지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살아있는 동안 하고, 늙으면 늙은 대로 하면 됩니다. 일을 벌였는데 몸이 아파서 못하면 아픈 대로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거예요. 천 년, 만 년 살 것처럼 욕심을 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이 중요해요. 크게 부담 가지지 마세요.

질문자가 ‘이제 나이가 들어서, 몸이 아파서 더 이상 못 하겠습니다’라고 하면 대책을 세우면 됩니다. 동네에 가보면 여든 넘으신 할머니들이 ‘아이고, 이제 올해가 마지막이다. 내년부터는 더 이상 농사를 못 짓겠다’고 하시는데, 이듬해 가보면 또 농사를 짓고 계세요. 그때 또 ‘올해가 진짜 끝이다’라고 하시지만, 그 이듬해 가서 보면 또 농사를 짓습니다.(모두 웃음) 그러니 살아있는 동안 꾸준히 해나가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환경문제는 저도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오늘 비닐하우스에서 철근을 제외한 비닐 계통의 쓰레기만 두 트럭이 나왔어요. 아직 남아있는 쓰레기를 다 치우면 한 트럭은 더 나올 거예요. 산 위에서 보이는 비닐 쳐진 논마다 이처럼 많은 쓰레기가 쌓여있을 거예요.

지난주에 처음 비닐하우스를 치우려고 갔을 땐 수풀이 우거져 있어서 막막했어요. 수풀을 걷어내고 나니까 농사짓다 버려진 많은 폐자제가 보였습니다. 그걸 보며 우리 문명의 미래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깔끔해 보이는 숲, 비닐하우스도 그 안을 파헤쳐보면 오늘 우리가 경험한 것과 마찬가지로 많은 쓰레기들이 있을 거예요. 이것이 현대문명의 편리함과 효율성이 잉태하고 있는 미래의 문제입니다. 저 쓰레기가 바다로 조금씩 흘러가서, 요즘은 바다 생명체를 잡아보면 뱃속에 플라스틱 병이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북태평양으로 흘러간 폐자재와 비닐로 만들어진 쓰레기 섬은 한반도 면적의 10배가 넘는다고 합니다.

앞으로 100년이 지나면 우리가 만든 쓰레기를 수거하고 제거하는 비용이 새로운 것을 만드는 비용보다 더 들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한 대 사는 비용보다 자동차 한 대를 처분하는 경비가 더 드는 시대가 올지도 몰라요. 지금도 플라스틱을 재활용해서 페트병을 만드는 것보다 석유로 새로운 페트병을 만드는 비용이 저렴합니다. 재활용하는 것이 환경에는 좋지만 경제적으로 손실인 거예요. 그래서 재활용하기보다 새것을 더 많이 만들고 있습니다. 이것이 계속 누적되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요. 이렇듯 쓰레기 문제는 모든 곳에서 발생되는 문제입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만들어지는 핵폐기물만 걱정할 것이 아니에요. 우리는 오늘의 경험을 통해서 이 문제를 직시하고, 농사를 지으면서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계속 고민해야 합니다.”

오늘 본 비닐하우스의 쓰레기가 지구의 미래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인간이 만들어 내는 쓰레기 속에서도 여전히 봄이 오고 꽃이 피니 감사한 일입니다.

이어서 두 명의 질문을 더 받았습니다. 부서를 옮기고 난 후 내내 긴장된 상태로 지내고 ‘네’ 하고 대답하지만 다른 일을 하고, 싫은 마음이 들어서 힘들다는 질문에 스님은 “이렇게 수행생활을 하고 있는 것도 대단하다.”라고 먼저 격려했습니다. 그리고 자기를 긍정하는 바탕 위에 자신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낮은 목표를 세우고 성취해나가는 것이 좋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질문을 시작할 때 울먹이던 행자는 스님의 격려에 밝은 얼굴로 감사 인사를 드렸습니다. 이 외에도 업무의 특성상 사람을 평가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쉽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할 때가 있어 고민된다는 질문, 공동체 생활을 하며 자기를 온전히 드러내기 어렵다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두 명의 질문을 받고 나자 밤 10시가 넘었습니다. 아침부터 일하고, 산행을 다녀와서인지 자기도 모르게 꾸벅꾸벅 조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피곤하죠? 오늘은 이 정도로 공부하겠습니다. 산에도 다녀오고 일도 했으니까 푹 자고요. 내일 아침에 울력하고 시간이 있으면 나누기를 좀 더 하겠습니다.”

하루 종일 함께 하며 귀한 법을 일러주신 스님에게 대중은 삼배로 인사를 드렸습니다. 봄기운을 흠뻑 받은 대중들은 곤한 잠에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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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데오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없는 평화가 자리 잡고, 남북이 하루 속히 통일이 되기를 발원드리옵니다. 이 발원이 성취될 때까지 저희 정토행자들은 물러서지 않고 용맹 정진할 것을 굳게 다짐하나니, 이 발원을 증명하여 주옵시고 옹호하여 주옵소서.”
감사합니다.~~^^

2020-04-11 08:20:16

임규태

감사합니다!!!^_^

2019-04-04 22:41:06

정지나

순간순간 나를 다그침니다 그리고 움추립니다
괜찮다,괜찮다 이만하길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2019-03-29 10:5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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