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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명상수련에 참여 했을까?
수련이 힘들거나 지루해지거나 심심해서 못 견딜 것 같을 때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글쎄...
명상수련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명상하면 해결 못한 문제도 답을 찾게 되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생각과 의지심으로 수련에 참여해오곤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자발성 없는 참여는 곤혹스럽기 만하고 후회하며 계율과 끊임없이 타협한다. 그리고는 이렇게 끝날 때는 간신히 마치게 되고 이 후엔 명상에 대해서는 싹 잊어버리고 생각 속에서 생각으로 산다. 지금부터가 시작인데...
눈만 감으면 생각TV가 방영된다. 생각TV는 채널이 5억 개쯤 된다. 나는 분명 숨을 쉬고 있고 콧구멍도 있는데 도무지 그 콧구멍이 어딨는지 알 수가 없다. 생각TV 보느라 콧구멍을 느낄 새가 없다. 이 놈의 생각TV는 밑도 끝도 없이 채널이 돌아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이토록 생각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며 사는지 몰랐다.
이번 수련에는 69번 앉았지만 1번 콧구멍을 만났는데, 집중하고 있는 것이 힘이 들고 약간은 심심해서 그냥 생각TV 보는 게 쉽고 편하지 싶다. 살던 대로 살면 편할 텐데...
그리곤 생각TV와 싸웠다가 놀았다가 하다가 수련은 끝나버렸다. 좋기도 하고 쫌 더 마음을 다해볼 걸 하는 후회도 있다.
애쓰지 말라 하면 애쓰지 않으려 애를 쓰고 애쓰지 않겠다고 싸우고 싸우다 화딱지나고..
이렇게 끝나고 보니 그렇게 아프던 허리, 무릎, 엉덩이는 죽비 소리와 함께 통증을 잊은 지 오래다. 눈감고 있을 땐 죽겠더니 지금은 아주 먼 옛날일 같기만 하다. 앉아서 눈감고 있을 땐 이를 악물기도 하고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어디 해보자고 싸우려고만 하다가 '누가 누구하고 싸운단 말인가' 알아차리니, 숨도 저절로 쉬어지고, 귀도 저절로 들리고, 더운지도 저절로 느끼는데 '나는 누구고 나는 무엇인가?' 하다가 생각은 생각일 뿐하고 다시 콧구멍을 찾아 숨을 느껴본다. 또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생각TV 돌리고 생각의 바다를 허우적거리며 애쓰며 살겠지만 6박7일 명상수련을 간간이 떠올리며 콧구멍을 느끼며 한 숨 돌리게 되겠지.
수련을 지도해주신 법륜스님께 감사드립니다. 또 수련원 관계자 여러분들께도 고맙습니다.
매년 여름 명상에 참여하면서 내가 왜 또 명상을 신청했을까? '겨울은 할만하지만 여름은 진짜 아닌데'하면서도 명상수련에 어김없이 나는 신청을 하고 후회하며 명상을 시작한다. 이번에도 선풍기, 에어컨 없이 명상을 시작하였다.
이번 명상은 지난번과 달리 화가 엄청 났다. 호흡이 느껴지지 않아 화가 나고, 아이가 참치캔을 따달라고 하는 것도 화가 나고, 남편과 아이들이 선풍기를 가져와 내 얼굴에 돌려주는 것도 화가 났다. 내가 선풍기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그들은 모른다. 그들의 작은 배려에도 화가 났다. 날 그냥 가만히 내버려 두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나는 왜 결혼을 해서 명상도 내 마음대로 못할까 불평 불만 원망이 터져 나왔다. 3일째까지 호흡에 대한 알아차림 없이 화와 싸우고 있었다.
스님 법문 중에 지속적으로 화가 나면 병원에 가봐야 한다는 말씀이 있었던 것 같다. 정말 병원가서 치료받아야 하나? 왜 이토록 화가 치솟는 걸까? 더워서 명상의 질이 떨어지는 걸까? 내가 화나는 이유를 대라고 하면 끝도 없이 나왔다.
그러던 중 명상 중 망상에서 나와 가족이 감옥에 들어와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내가 옳다는 생각과 잣대로 가족을 가두고 있구나. 내 말이 정답이고 내가 다 옳으니 너희들은 내 말을 따라야 해' 하고 외치는 듯 했다.
'그래, 가족들이 내 말을 안 듣는다고 생각하니 내가 화가 치솟았구나. 그들을 로봇처럼 내 마음대로 조종하고 싶었구나.' 알아차리는 순간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내가 명상하는 방을 들여다 보고 "찜통이네." 하며 선풍기를 틀어 내 얼굴 앞에 가져다 주고 가는 아이는 사랑이고 배려였구나. 내가 몰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늘 명상은 후회로 시작해 감사로 끝이 난다. 나는 이걸 알기에 명상수련 공지가 나오면 어김없이 신청한다. 다음 명상에는 후회로 시작하지 않고 감사로 시작해보자는 마음을 가져본다.
명상을 할 때마다 느껴진다. 온라인 상으로도 스님이 우리를 포기하지 않게 이끌어 주시는 그 사랑이. 그 사랑 덕에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것 같다.
스님께 감사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써주시는 바라지 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자유롭고 행복한 수행자가 되어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_이미순(서대문지회), 박성아(수원지회)
편집_김난희(강원경기동부지부 원주지회)
사진_이승준(광주전라지부 전주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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