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검색
원하시는 검색어를 입력해 주세요
잠자리가 바뀌어서인지 쉽게 잠들지 못했습니다. 잠을 쫓던 찰나 저 멀리서 목탁소리가 들려옵니다. 잠 대신 새벽 4시가 온 것입니다.
침낭을 정리하고 고양이 세수를 한 후 천일결사 기도를 위해 대웅전으로 이동했습니다.
지금 여기, 200명의 참회와 200명의 발원이 죽림정사를 꽉 채우고 있습니다.
아침공양 전, 잠시 613대법회장인 물빛공원을 둘러보기로 합니다.
용성교를 건너면 물빛공원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다리를 건너려니 과연 물빛이 아름답습니다.
용성교 난간에 야무지게 묶어둔 깃대에서도 부지런한 도반들의 수고를 만납니다.
아침안개가 내린 물빛공원은 여여하게 일만의 보살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땅의 주인다운 주인으로 발로 다지고 끈을 묶은 이 곳에서, 우리는 곧 만날 것입니다.
울력 시간입니다. 죽림정사에서 물빛공원으로 이어지는 길가 잡초를 뽑았습니다. 이 곳 그늘에서 잠시 쉬어갈 누군가를 위한 자리라고 생각하니 울력을 대하는 마음이 진지해 집니다.
여럿이 함께 하니 뽑은 잡초가 금새 수북히 쌓였습니다. 누군가 “한 단에 천 원~”이라며 농담을 던집니다. 농담 한 마디로 울력은 일이 아닌 도반들과의 즐거운 놀이로 바뀌어 버립니다.
첫 인터뷰까지 1시간 정도 시간이 남아 휴식을 취해볼까 하는 찰나, 행당 2층에는 갑자기 좌식 책상이 펼쳐지고 색종이와 풀이 전달됩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무대팀원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사슬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풀을 어느 정도 발라야 색종이가 밀리지 않는지, 풀을 조금 말려 붙이면 한번에 착 붙는다든지 각자 체득한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10미터 짜리 사슬 4개를 만들고 나서야 색종이 작업이 끝났습니다.
9시 무렵, 교육관 한 쪽에서는 퍼포먼스팀이 출석체크를 하고 있었고, 다른 한 쪽에서는 의전팀이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옆에 다가서기도 힘들만큼 의전팀 봉사자들의 눈빛이 뜨겁습니다.
퍼포먼스팀을 따라 물빛공원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미 공원에는 팀별 봉사자들이 각자의 구역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깃발이 달리지 않은 깃대를 들고 만장대가 정렬합니다.
처음엔 발걸음조차 맞지 않아 어수선해 보였던 행진이 서너번 연습을 하면서 제법 모양새를 갖춰 갑니다. 퍼포먼스 키워드를 선정하고 율동과 구호, 배경음악을 정하기까지 ‘엄청난’ 회의의 연속이었다고 하네요.
그 옆 무대에서는 무대방송팀 리허설이 한창입니다.
총무팀이 서울에서 물빛공원까지 옮겨다 준 무거운 촛대와 법상, 법좌가 같이 나와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빠르고 정확하게 무대위에 셋팅해 놓을 수 있을지 반복 연습합니다.
전날 내빈석 위치가 무대에서 다소 먼 곳으로 변경되어 내빈들이 무대까지 걸어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다시 재고, 입장 동선을 수정합니다. 퇴장 순서를 정하고, 다음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퇴장 동선도 일일이 시연하며 고민합니다.
사회자 멘트의 부자연스러운 부분을 수정하고, 영상과 음향을 체크하고, 무대 큐시트를 보며 전체 흐름을 연습, 또 연습합니다.
무대 오른쪽에서는 50여 명 정도 되는 인원이 의자에 앉았다 흩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내부안내팀입니다.
물빛공원 입구부터 걸어오면서 자리에 앉는 시간을 재어보고, 의자 배치를 바꿔가며 앉아 봅니다.
내부안내팀 옆 잔디밭으로 긴 줄이 격자모양으로 만들어졌다 없어졌다를 반복했습니다. 의전팀 공동체 봉사자들이 구획을 짜고 있었습니다. 격자 한 칸이 100명이 앉을 크기입니다. 대법회 참석자 1만 명중 의자 놓을 자리만해도 8000석이니 이 격자 만드는 작업을 최소 20번을 해야 합니다.
반복되는 작업과 후덥지근한 날씨에 봉사자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멀리서도 보입니다.
아까 잡초를 뽑았던 물가 옆 돌의자에 앉아 의전팀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외부 내빈들이 행사장에 들어서서 만나는 첫 정토행자들이기에 의전팀 이미지가 곧 613 만인대법회의 이미지이기도 합니다.
의전팀은 대법회에서 하늘색 티셔츠를 입습니다. 내빈들은 안내를 받거나 질문을 할 때, 하늘색 티셔츠를 입은 봉사자만 찾으면 됩니다. 이런 편의를 위해 의전팀 봉사자들은 내빈들의 질문에 답할 수 있도록 모든 상황을 두루두루 알고 있어야 합니다. 회의를 거듭하며 필요한 봉사자 수가 늘어났지만 반드시 입어야 하는 봉사자 티셔츠 주문이 끝난 상태라 기존 160명 봉사자에게 두세 가지 역할이 추가되었다고 합니다.
의전팀과 인터뷰를 막 시작했을 때, 갑자기 죽림정사 안에서 예초기 돌아가는 소리가 울려퍼졌습니다. 인터뷰에 방해가 될까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리포터와 달리 의전팀 봉사자들은 담담하게 인터뷰를 이어갔습니다.
워크숍은 행사준비의 주춧돌과 같습니다. 봉사자들을 직접 만나고 현장을 직접 둘러봐야지만 행사의 기초가 단단하게 준비되니까요. 이렇게 중요한 워크숍을 총무팀이 지원합니다. 총무팀이 준비한 봉사자 공양과 숙소 덕분에 오늘 취재 온 리포터들도 편하게 소임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총무팀은 오늘 내빈석 그늘을 만드는 작업을 했습니다. 원래 설치되어 있는 차광지붕에 구멍이 뚫려 있어 그 구멍을 가리는 차광막을 설치해 보고 최종 결정이 되면 옆 지붕에도 차광막을 설치한다고 합니다.
613공양팀은 워크숍 내내 쉼없이 공양간을 운영했습니다. 죽림정사에서 오랫동안 공양소임을 맡아온 한 도반은 "이렇게 많은 손님을 접대하는 행사는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워크숍을 진행하는 동안 약 200명의 봉사자가 전국에서 모였습니다. 봉사자 수도 계속 바뀌어 공양간에서는 급하게 밥을 더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공양간 봉사자도 여러 날을 죽림정사에 머물며 공양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긴 시간을 낼 수 있는 사람이 몇 없었습니다. 겨우 7명 정도의 봉사자가 한 두 시간 안에 그 많은 인원의 공양을 준비해야 하니, 공양간은 쉴 틈 없이 돌아갔습니다.
모두가 공양을 마친 후에도 공양간은 두세 시간 이상 지나고 나서야 닫는 나누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3월, 상황본부부터 총무팀, 의전팀, 무대방송팀, 퍼포먼스팀, 내빈공양팀, 내부안내팀, 외부안내팀 등 11개 팀에 속한 약 200여 명의 스태프들이 본격적인 대법회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회의, 현장점검, 리허설, 봉사자 교육 등으로 약 2시간의 행사를 위해 3.5개월을 준비한 것입니다.
613행사준비부서는 매일 밤 9시 30분에 모여 여러 차례의 회의와 간담회를 거쳐 대법회의 윤곽을 잡아나갔습니다. 또 4월부터는 한 달에 한 번, 총 3차례의 워크샵으로 부서별 진행상황 소통과 리허설로 모양을 갖춰갔습니다.
5월부터 장수군청을 비롯한 경찰서, 면사무소, 소방서, 번암마을 주민들과의 협조를 원활하게 이어갔습니다. 613대법회 준비팀들은 매 주 내 집 드나들듯 죽림정사와 물빛공원을 다니며 현장을 둘러보거나 리허설을 하면서 각 팀별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지점을 하나하나 살폈습니다.
외부안내팀 총괄인 박진현 님을 만났습니다. 직접 버스 240대와 1만 명의 사람을 세워볼 수 없으니 가상 시나리오만을 가지고 현장에 대응해야 합니다. 어려운 업무를 맡고 있어 매우 지쳐보일 것 같았던 상상과 달리 처음 만난 박진현 총괄님의 표정은 밝았습니다. 다른 팀을 취재하며 스치듯 보았던 총괄님의 표정은 그때도 밝았습니다.
박진현 님은 행사 준비하는 지금이 참 좋다고 했습니다.
“회사 일에 지쳐있을 때 정토회 봉사를 추천합니다. 회사 일은 내가 할 일이 정해져 있고 대표가 시키는 일을 하면 됩니다. 하지만 정토회 봉사는 다릅니다. 내가 안해본 일을 하면서 여러 명과 의견을 맞춰가야 합니다. 그러면서 계속 바뀝니다."
"실행계획서도 최종, 진짜 최종, 진짜진짜최종 버전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어제 불가역적 최종을 만들면서도 ‘이게 최종이 아닐거다’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딘가 틀려서 바꾸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행사를 잘하기 위해서 바꾸는 걸 보면서 제 공부를 많이 합니다. 행사준비를 하면서 오히려 직장일은 참 쉽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하하.”
인터뷰 때마다 어떤 점이 가장 힘드냐는 질문에 모두가 같은 대답을 하기로 약속한 것처럼 ‘계속 바뀌는 점’이라고 했습니다. 심지어 3시간 회의를 거쳐 나온 결론이 원래 계획으로 돌아갔을 때는 허탈하기까지 했습니다.
공양팀은 행사 한달 전인 2차 워크샵 때까지도 내빈 공양 메뉴가 바뀌었고, 안전을 고려한 퇴식구 위치로 길고 긴 회의를 했습니다. 총무팀은 식수로 20리터 큰 물통을 행사장 곳곳에 설치할 계획이었다가 개인별로 나누어줄 종이팩 생수로 바꾸기까지 환경문제를 생각하며 마음이 무거웠다고 합니다.
자잘한 것들이 계속 바뀌는 상황에 우리는 분별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압니다. 모두가 ‘더' 잘하기 위해 더 나은 의견, 사소해서 놓칠 뻔한 것들을 찾아 의견을 보태다보니 바뀌고 바뀐다는 것을요.
지난 2일 무대팀 리허설에서 들었던 무대 총괄님의 '여는 나누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미리 죄송합니다. 저희가 오늘 꼼꼼히 리허설한다고 해도 행사 당일 날 많은 부분이 바뀔 것입니다. 그럼 이렇게 반문할 분도 계실 겁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우리가 그렇게 수많은 연습을 한 것이냐고. 그러나 연습을 되풀이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또 바뀔지라도 지금 이렇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의 준비입니다."
글과 사진_613만인대법회 행사기록파트(김난희, 이승준, 허인영)
전체댓글 40
전체 댓글 보기정토행자의 실천 ‘[특집]613만인대법회’의 다른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