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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명상을 따라 한지 1년 반 정도 되었습니다. 스트레스가 쌓인 날 저녁에는 명상을 하며 머리도 몸도 가벼워졌습니다. 잠깐 잠깐 하는 명상으로 마음도 편안해지고 머리도 맑아지는데 4박 5일은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 두 번 생각하지도 않고 이번 명상수련을 신청했습니다. 초등학생 두 딸이 있는 집보다는 친정이 나을 것 같았습니다. 아버지는 여행을 갔고, 어머니는 평일에 일을 하기에 친정 집에서 명상수련이 더 잘 될 거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명상 첫날부터 스님께서 말씀하신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졸음과의 사투를 벌이다 하루가 지나갔고, 둘째 날은 더위와의 사투를 벌이다 제가 명상하는 방문을 열었습니다. 그때부터 어머니의 질문이 시작되었습니다. 셋째 날 일요일은 어머니께서 일을 나가지 않으니 제가 글로 '묵언을 해야 한다. 음료를 마시면 안된다.' 적어두었지만 어머니는 저를 향해 "점심은 뭐 먹을래? 국수를 먹을까?" 같은 질문을 계속 했습니다. 어머니의 전화 통화 내용이 들렸는데 명상하는 저 때문에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다는 내용을 듣고 죄송했습니다. 그래서 그때 묵언을 포기하고 어머니의 대답에 "네." 짧은 답변을 했습니다.
셋째 날은 마음이 편해서 그런지 호흡에 집중하기가 조금 수월했고 '이런 식으로 하면 되는 구나.' 하는 들뜬 마음도 들었습니다. 넷째 날 어머니가 평소보다 일찍 퇴근을 하시고는 대놓고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대충 짧게 답도 하고 명상을 계속 하는데 망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어머니가 살며시 제방에 들어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제가 명상하는 걸 보고만 있겠다 합니다. 보통 저 같으면 한숨 쉬고 짜증내며 잔소리를 실컷 했을텐데, 오늘은 어머니가 궁금해 하는 것이 이해갔습니다. 제가 친정에서 명상을 하려고 했던 것이 '나만 생각했구나' 싶었습니다.
75세 어머니에게 따라해 보되 다리가 저리면 그만하고 거실로 가시라 했습니다. 다리가 너무 저려서 '또 통증이 다시 있기도 하네, 어머니가 계서서 그런가.' 하며 망상을 피웠습니다. 제가 포행을 할 때 어머니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제가 눈치를 주니 일어나서 유유히 거실로 나갔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제가 첫 주말명상을 해보다 다리가 저려서 바닥을 뒹굴었던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협착증이 있는 어머니가 저렇게 멀쩡히 30분을 앉아있으니 너무나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상수련 마지막 날, 물 마시러 나가니 어머니는 오늘 일도 쉬고 제가 고생한다며 닭을 삶아준다 합니다. '어머니의 자식 사랑은 끝이 없다.'는 걸 느끼며 감사했습니다.
일 하는 것도 아니고 가만히 앉아 있는데, 더위도 못 참고 불평하는 제 모습이 참 부끄러웠습니다. 4박 5일 명상을 제대로 못한 것 같고 묵언도 지키지 못하였지만 조금 아쉬울 뿐 후회되지는 않습니다. 어머니와의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후로 매일 꾸준히 명상하고 다음 4박 5일 온라인에 참여해 지금보다 조금 부끄럽지 않은 시간을 만들겠습니다.
다사다난한 6박 7일 명상이었다. 정토회 들어와서 10번도 넘게 명상을 했지만, 이번 여름 같이 100% 프로그램에 참여 못하고 중간에 중단한 것은 처음이었다. 명상수련 직전에 외국에 있던 가족이 한국에 와서 지내니 내가 혼자 차지할 방이 없어지면서 명상수련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결국 어찌어찌해서 이 휴가 시즌에 비싼 돈을 주고 서초법당 앞에 있는 유원 호텔에 4박 5일을 예약했다. 6박 7일을 묵고 싶었지만 내가 가진 돈에 비해 턱없이 비싼 가격을 요구했고, 6박 7일 명상 기간 중 4박 5일이라도 참여하자는 마음으로 호텔 숙소를 예약했다. 오래된 도심 가운데 호텔 숙소 묵으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힐끗힐끗 봐왔던 유원호텔은 유흥업소를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서초법당 다니면서 호텔 앞을 지날 때면 '저런데 다니는 사람도 있네, 쯧쯧.' 하며 혀를 차곤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청정한 사람이 묵으면 이곳이 절이라는 마음으로 명상에 집중했다.
옆방에 투숙객들의 소음과 서초동 밤거리의 취객들 소리에 마음이 팔려 불편한 순간들이 많았다. 하지만 우면산을 바라보며 '그래 여기가 백제 초전법륜 성지다!'라며 외롭고 힘든 마음을 돌이키며 순간순간 명상수련에 집중했다. 외부 소음과 에어컨 소리에 이전처럼 호흡에 집중할 수 없었지만, 불편하고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명상을 하니 내 모습이 더 잘 보였다.
완벽한 환경이나 조건에서만 뭔가 하려는 '통제광'의 면모나, 음식과 사업 구상, 이성에 대한 관심 등 세 종류의 망상을 무한 반복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조금만 내 뜻대로 안되면 화를 내면서 공양 시간에 밥을 빨리 먹으며 스스로 몸을 해하는 나의 어리석은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4박 5일 명상을 마치고 나오며 서초법당과 정토사회문화회관을 바라보며 눈물이 났다. 나의 인생에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주는 정토회와 지도법사님이 계셔서, 내가 괴롭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구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유원호텔을 나와 집에서는 명상을 지속할 수 없었지만, 저녁 법문을 듣고 오늘 아침 명상에 참여하며 회향수련을 들을 수 있어 감사하다. 6박 7일 명상을 완벽하게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불편함이 있지만, 부족하지만 이대로 배울 수 있어 감사하다. 그리고 10년전 공동체를 회향하고 별다른 돈벌이 없이 반상근으로 자원 활동을 해 왔는데, 그동안의 내 자원 활동의 모습이 서초법당 앞 유원호텔에 있는 내 모습이구나 돌이켜진다.
수행 봉사하며 에어컨 빵빵 나오는 호텔방같은 부모님집에서 10년 이상 살아왔다. 하루에 10만원씩 책정하면 3억이다. 내가 잘 나서가 아니라 부모님 공덕으로 내가 수행자로 살 수 있구나, 감사한 마음으로 돌이키며 일체중생의 은혜에 보답하는 보살로 살 것을 마음 내어본다.
저는 명상수련을 오해하고 있었습니다. 그저 혼자만의 공간에서 혼자서 '조용하게' 마음을 닦는 것이라고요. 도반들의 오늘 이야기를 들어보니 명상수련은 '소란한' 수련이었습니다. 소란할수록 내가 더 잘 보이는 신기한 수련입니다.
계속해서 말을 거는 어머니가 나의 수련을 망치는 방해꾼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순간 관점을 바꾸니 딸의 안위를 살피고 좋아하는 끼니를 챙겨주려 하는 어머니의 사랑이 보입니다. 왁자지껄 취객들의 말소리, 윙윙대는 에어컨 소리와 싸우기도 합니다. 이 소리들을 수련 돕는이들이라 생각하니 그 또한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부족한 이대로 배울 수 있어 감사하다는 도반의 말이 저에게 전하는 법문 같습니다.
글_이지숙(부산울산지부 해운대지회), 최시은(서울제주지부 서대문지회)
편집_김난희(강원경기동부지부 원주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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