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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을 시작하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지' 하는 목표 같은 것은 없었지만, 어떤 위기감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먹고 싶으면 그냥 먹는 습관 같은 일상의 사소한 것들을 다잡고 싶었습니다. 이번에 생활의 틀을 잡지 않으면 나이가 들어서도 욕구를 다스리는 연습을 일상으로 만들기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늘 겪는 졸음과 통증은 이번 명상수련 3일 째부터 조금 나아졌습니다. 4일째부터는 마법이라도 부린 듯 수없이 많은 증상들이 사라지고 가볍고 개운해졌습니다. 모두 오롯이 알아차림으로 사라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명상 내내 열도 나고, 진땀도 흐르고, 떠오른 생각으로 울컥하기도 하고, 창피하고, 미안함도, 억울함도 올라왔습니다. 이것들을 그저 바라보며 호흡으로 돌아와 멈추고, 다시 멈추기를 반복했습니다. 하다 보니 안될 것 같은 것이 되었습니다.
끝까지 어찌할 수 없는 것은 계속 떠오르는 망상이었습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내가 옳다는 생각이 강해 쌓인 것이 많은가 보다 하면서 명상을 마칩니다. 언젠가는 즉시 알아차려서 내 관념에 가두지 않고 훨훨 날아올라 사라져서 늘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될 것이란 희망을 가져봅니다. 명상을 왜 하는지 명확하게 알게 된 것만으로 벅찹니다.
4일째부터는 밤에도, 낮에도 잠이 오지 않아서 어려웠습니다. 그 전날까지 공양 시간마다 잠자느라 그랬던가 봅니다. '남는 공양시간에도 명상을 하거나 잠을 자지 않고 깨어있어야 했나? 빈둥거리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하면서 이번 여름명상은 끝났습니다. 겨울 명상을 다시 해보려 합니다.
그래도 '잘했어! 빠지지 않고, 30도 넘는 방에서 땀 흘리면서, 엄청나게 울어대는 매미소리 속에서, 지킬 것 지키면서 잘했어!' 하고 나를 칭찬합니다. 이 모두가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명상 수련을 하고 나면 항상 푹 쉬었다는 느낌이 들어 좋았습니다. 이번에도 몸이 무척 피곤하고 마음도 산만한 상태여서 내심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생각지 않게 영어 강연 일정이 잡히면서 강연 준비를 도와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며 갈등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수행자라는 생각을 하니 결정이 쉬웠습니다. 막상 결정을 하고 나니 오히려 내가 없어서 준비팀이 더 빨리 자리를 잡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명상을 시작하자 강연과 관련된 일들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다른 정토 일, 집안일까지 정말 계속 망상 속에서 일을 했습니다. 무리를 하여 몸은 긴장할 대로 긴장되고 경직되었습니다.
이틀 후 드디어 집중이 되어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그러나 공양 시간에 정원에 바람 쐬러 나간 사이, 남편이 밖에 있는 저를 보지 못하고 문을 잠가 버렸습니다. 평소에도 제가 마당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문을 잠그는 일이 다반사라 당황하지 않고 여유 있게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명상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도 문을 열어주지 않으니 마음은 점점 다급해지고 서서히 짜증이 났습니다.
제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옆집 남자가 남편한테 전화를 해서 1시간 만에 집으로 들어 올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공양 시간이 넉넉해서 명상 시간에 늦지는 않았지만 마음이 심하게 출렁거렸습니다. 묵언을 지키느라 말도 못하고, 시작 시간이 다 되어서 얼른 자리에 앉았습니다. 첫 타임은 호흡을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집중이 안되었습니다. 하지만 남편이 산책을 나가서 그 시간에 집에 없었으니 문을 열어 줄 수가 없었다는 것이 수긍이 되자, 빈집에 대고 문을 두드리는 내 모습이 더 웃겼습니다. 덕분에 전모를 모르고 사소한 일에 분별하는 내 모습을 구경하였습니다.
오후 공양 시간은 미국서부에서는 밤 11시입니다. 이때 식사를 하면 위에 부담이 되어 하루 한 끼 공양만 했습니다. 속이 편하고 졸리는 것도 덜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명상 때는 배고픔을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배고픔을 느껴서 처음으로 요리하는 망상을 했습니다.
이틀은 심하게 졸았고, 다리는 아플 만하면 죽비 소리가 들렸습니다. 가장 큰 장애는 역시 시차의 극복이었습니다. 자야 할 때 못 자고 잠이 안 올 때 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누워서는 2~3시간 밖에 못 자고, 조는 것으로 쪽잠을 잤습니다. 그 또한 3~4일이 지난 후에는 졸지 않고 여유 시간에도 명상을 했습니다.
이제 안정이 되었나 했더니 이번에는 다른 장애가 나타났습니다. 귀와 코가 지나치게 예민해져서 집에 있는 남편이 움직이는 모든 소리가 웅장하게 들리고 스피커 폰으로 통화하는 상대방의 소리까지 너무 크게 들렸습니다. 호흡에 집중이 되면 새소리처럼 신경이 쓰이지 않는데 집중이 어려웠습니다. 거기다 남편이 먹는 음식의 생강 냄새가 강하게 느껴지고, 평소에 고소하다고 했던 곰탕이 역하게 느껴졌습니다. 진드기처럼 그 느낌이 계속 살아있어 메스꺼웠습니다. 이때 시장통의 호객행위에 끌려가지 말라는 스님 법문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법을 만난 기쁨으로 감사한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3일은 정말 편안하게 쉬었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기’ 참 좋습니다. 특히 일주일 동안 눈을 안 써서 안구건조증으로 뻑뻑하던 눈이 촉촉해져서 더 좋습니다. 지금 마음 사뿐합니다. 불볕더위에 진행하고 지원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할 수만 있다면 시원한 수박을 백통이라도 보내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든 일정 잠시 멈추고 일주일 잘 쉬었습니다. 작년에 참여한 온라인 명상은 숙소에서 혼자 참여해 계율을 잘 지켰었는데, 이번 명상은 6박 7일로 기간도 길고 더구나 식구들이 있는 집에서 참여하니 계율이 잘 지켜질지 걱정이었습니다. 예상대로 남편은 시도 때도 없이 방문을 벌컥 열고 물어보는 일이 잦았습니다. 처음에는 분별이 좀 있었지만, 명상중이니 묵언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진중하게 부탁을 했습니다. 나는 부탁을 하고 안 되는 것에 더 이상 흔들리지 않기로 하니 내 마음은 좀 편했습니다.
‘아무 할 일이 없는 사람처럼 한가하게, 지금 이 순간 호흡에만 집중해 봅니다’ 라는 스님의 안내가 이어졌지만, 명상 첫날은 졸기에 바빴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명상 2일째에는 몸에 통증은 크게 없었는데 스님의 안내에도 아랑곳없이 호흡에 집중하는 건 잠시고, 과거와 미래에 끌려 다니기 일쑤였습니다. 망상만 피우는 나를 보며 현재 걱정과 근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일 스님께서 해주시는 법문을 들으며 편안하게 쉬는 것이 조금씩 익숙해졌습니다. 명상 5일째에는 할머니의 화와 집착으로 상처가 되었던 어릴 적 일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눈물이 펑펑 쏟아졌습니다. 그렇게 싫어했던 할머니의 집착, 미워하면서 닮는다고 그건 또 다른 나의 업식이 되었습니다. 내가 큰아이에게 상처를 주었던 기억도 함께 올라와 가슴이 너무 아팠고 참회가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할머니의 알 수 없는 화도 누군가에 의해서 업식이 되었겠구나! 저항하지 못하고 약한 나에게 그렇게 하셨구나 하는 생각에 미치자 할머니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것은 형성된 것이기에 상처가 소멸되는 것도 가능함을 알고 부지런히 정진하겠습니다. 아직도 코끝에 집중하는가 싶으면 숨이 거칠어지고 놓치기를 반복하지만, 그렇구나! 하면서 그래도 괜찮다! 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해 나가겠습니다. '명상은 잘되고 못 되는 것이 없다'는 스님의 안내 말씀에 안도하는 마음입니다. 무엇보다도 명상 기간 동안은 더운 날씨에도 에어컨 한 번 틀지 않고 마친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뿌듯한 마음입니다. 이번에는 계율을 잘 못 지켜 아쉬운 마음이지만 다음번에는 잘 지키며 해보겠습니다. 명상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도와준 가족들, 더운 날씨에 명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애써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고맙습니다!
글_김정미(대전충청지부 천안지회), 김일숙(국제지부 북미지회), 백은숙(서울제주지부 성동지회)
편집_서지영(강원경기동부 수원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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