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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동안 다른 곳에서 마음공부를 하다 쉬고 있었습니다. 일 년 쯤 마음공부를 놓고 있다 보니 마음의 때가 묻는 것 같고 불안감이 올라왔습니다. 그때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연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스님이 쓰신 책도 찾아보고 인터넷도 검색하면서 정토회를 알았습니다. 남편과 함께 부산 kbs 홀에서 열린 즉문즉설 강연에 갔습니다. 스승의 날이었는데, 강연 후 케이크의 촛불을 밝히고 스님께 스승의 노래를 불러드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절에 가 본 적도 없고 절을 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절에 다니던 동생과 함께 몇몇 절에 가봤지만, 부처님께 무작정 절하는 모습이 어딘지 마뜩잖았습니다. 동생은 정토회를 알고 있었고, 함께 부산 동래법당을 찾아가 법문을 들었습니다. 두 달 후 다시 수행법회에 갔고, 불교를 기본부터 배우고 싶었던 저는 불교대학을 추천받자 그 자리에서 원서를 썼습니다. 마음공부단체를 그만 두고 정토회에 들어오기까지 일 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마음공부를 처음 시작했던 건 남편 덕분이었습니다. 교사 연수 프로그램에서 마음공부를 만난 남편이 괜찮다고 하길래 “그럼 나도 해볼까” 하며 시작했던 마음공부를 13년 동안 성실히 했습니다. 그곳에서 큰 소임을 맡아 봉사하다 지쳐 쉬었지만, 마음공부를 그만두자 어딘지 허전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마음공부를 했기에 정토회에 잘 정착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어떤 일을 한다고 했으면 별 의심 없이 그냥 죽 하는 편입니다. 정토회의 기본 사상에 동의하고 또 정토회의 사회실천 활동이 제가 해야 할 일 같았기에 그냥 꾸준히 해왔습니다.
저는 삼 형제의 막내로 바로 위의 언니보다 열 두 살 어립니다. 어릴 적 부모와 형제에게 귀여움을 받았고, 누구에게도 꾸지람 받지 않은 채로 컸습니다. 대학 졸업 후 지금의 남편을 만났습니다. 남편의 교사 월급은 많지 않았지만 저는 그냥 ‘월급이 적구나’라고 생각했을 뿐 큰 불편을 못 느꼈습니다. 남편이 직장을 다니는 동안, 저는 저 나름대로 제 생활을 했습니다. 남편은 사회평등을 지향하는 사람이며, 전교조 활동을 열심히 했습니다. 저도 남편의 행보에 발맞춰, 교육의 자주화, 민주화, 인간화를 통해 아이들에게 행복한 교육 환경을 만들어 주려는 참교육학부모 활동을 했습니다. 제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추구하는 목표가 정토회가 지향하는 바와 잘 맞기에 정토회 활동을 오래 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정토회 활동을 할 수 있는 건 남편이 잘 맞춰주고 인정해주는 덕분입니다. 남편이 저보다 스님 법문을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압니다. 제가 뭐라고 말하면 “스님은 그렇게 말씀 안 하시던데?”라고 웃으며 말합니다. 제 회의를 먼저 고려해 주고, 가족모임도 저의 정토회 일정에 맞춰줍니다.
저는 할 수 있는 건 그냥 합니다. 정토회에서 소임이 주어지면 거절하지 않고 다 합니다. 해보고 안 되면 안 하면 되지, 미리 겁먹을 게 없습니다. 처음에는 컴퓨터로 문서 다루는 일에 능숙하지 못했지만, 소임이 맡겨졌기에 연습하고 또 연습하며 익혔습니다. 잘 안되면 친한 도반에게 늦더라도 전화해 물어봅니다. 일을 잘 못한다고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습니다. 그러다 ‘아 하니까 되네?’ 하면서 내 것으로 체득했을 때의 기쁨이 큽니다. 어떤 소임이든 어려움 없이 재미있게 합니다.
누가 이 나이에 컴퓨터 앞에서 구글 시트를 다루고, 줌으로 회의를 할 수 있을까요? 정토회니까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정토회에서 활동하니까 가능한 겁니다. 그래서 저는 스님이 읽으라는 책을 읽고 정토회에서 보라는 문서들을 봅니다. 정토회 활동을 하면서 사실 저는 어깨에 힘이 들어갑니다. 정토회에서 사회 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그러한 자부심이 제 의식 속에 차곡차곡 저축되고 있습니다. 정토회를 만나 반듯한 정신으로 지낼 수 있는 건 큰 재산입니다.
저는 동래지회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의 진행자와 모둠장 소임을 거쳐 지금은 지원담당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문서를 다루는 일이 많기에 젊은 사람이 해야 하는데, 얼마나 할 사람이 없으면 내게 소임이 오겠나 싶으면서 소임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재미있습니다. 물론 완벽하게 잘하지 못합니다. 틀릴 때도 있지만, 틀리면 사과하고 다시 하면 됩니다. 소임을 받아 힘들다는 생각은 안 해봤습니다.
지원담당을 처음 맡았을 때는 이 소임이 어떤 일을 하는 건지 잘 몰랐습니다. 지원담당은 지회의 여러 일을 지원하는 소임으로 총괄적인 이해가 필요합니다. 지회의 각 사업을 파악해야 하고 회원들도 잘 알아야 합니다. 또 회의 진행을 지원해야 하기에 계속 문서와 시트 작업을 해야 합니다. 지회에서 수행하는 대부분의 일에는 지원담당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소통방에서 잠시 눈을 떼면 메시지가 60개씩 올라와 있곤 합니다. 대부분 시간을 다투는 일이라 놓치면 곤란합니다. 지금 빨리 올려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자다가도 밤 12시에 얼른 찾아 보내줘야 합니다. 지원담당이 자료를 보내줘야 회원들이 자료를 읽고 또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을 다투는 일이 많다 보니 계속 소통방을 열어놓고 있어야 합니다.
지원담당 소임으로 총괄적 임무를 하다 보니 제 역량이 커지고 바라보는 시각도 넓어집니다. 그렇게 제 그릇이 커지고 있습니다. 가끔 ‘정토회는 일을 너무 많이 시킨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들리지만, 결국 제가 좋아서 하는 거고 제 이익이 되기에 합니다. 정토회를 위해서 희생하는 게 아닙니다. 소임이 복이라는 말이 이 말이구나. 저 자신을 위하고 저를 키우기 위해 소임을 해 나가는 것임을 최근에 확실히 알았습니다.
불법을 만나, 알아차림으로 업식을 극복합니다. 전에는 제가 어떤 말을 해놓곤 그 말을 했는지 안 했는지도 몰랐습니다. 요즘엔 무슨 말을 했을 때 ‘내가 상대에게 잘못 말했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잔소리가 나오다, '아 내 생각에 사로잡혀 있구나.' 하면서 탁 멈추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말실수나 남에게 상처 주는 행동을 덜 하게 되고, 내 주장을 할 때도 지금 내가 나를 고집하고 있구나 알아차립니다. 일상에서 알아차림이 조금씩 저축되는 게 불법 만난 큰 덕이고 저의 복입니다.
저는 수행과 보시, 봉사를 계속해 나가려 합니다. 사회실천활동을 통해 작은 나에게서 벗어나 더 큰 사회와 세계로 뻗어 나갑니다. 정토회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는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나도 잘 살고, 이웃과 세계 모두 잘 사는 길을 향해 갑니다. 처음부터 크고 거창하게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일단 제가 편안하면 제 가족이 편안할 거고, 제 가족이 편안하면 사회가 편안할 거고, 또 사회가 편안하면 세계가 편안할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가 선하게 생각하면 제 주위 사람들이 다 선한 사람들이 됩니다.
제가 친구들에게 정토회나 마음공부를 추천하면 “네가 뭐가 답답해서 마음공부를 하냐”는 얘기를 듣곤 합니다. 그럴 때 저는 “목욕할 때 나오는 때처럼, 네 마음의 때를 봤냐”고, “마음의 때가 얼마나 많은데. 네 마음의 때를 한번 벗겨 봐라. 그러면 마음이 정말 편하고 좋다”고 대답합니다. 정토회는 종교가 아니라고, 진리가 있고 철학이 있는 곳이라고, 종교를 떠나 마음의 때를 벗길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마음의 때를 벗기기 위해 정토회에 온 친구 중 한 명은 경전대학을 졸업하고 일반회원 활동을 하면서 제 덕분이라고 너무 좋아합니다. 다른 지인도 정토회에서 마음공부 한 후 편안하고 좋다고 합니다. 일반 마음공부 단체와 달리 정토회에서는 다양한 봉사를 경험할 수 있어 더 좋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늘 읊조리시던 “죽어서 썩어질 몸, 아껴서 뭐 할 거냐”는 말씀이 자주 생각납니다. 정토회에서 큰 행사가 있을 때 저는 몸을 사리지 않습니다. 공양간에서 음식을 만들 때도 ‘내가 한 번 움직이면 그만큼 다른 사람들도 편안하고 좋다’는 생각으로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봉사는 남을 위한 것이기보다 저 자신을 위해 합니다. 제가 좋고 제가 행복하니까 봉사를 합니다. 서원행자가 되어 마지막으로 해 보고 싶은 봉사는 <깨달음의 장>이나 <나눔의 장>에서 '돕는이' 소임입니다.
저의 서원이라면, 괴로움이 없는 삶, 세상 사람들이 모두 함께 잘 사는 삶입니다. 미래에 살 사람들을 위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제가 잘 살고 행복하면 그것이 행복 바이러스처럼 번져 전체가 다 잘살게 될 겁니다. 무언가 거창하게 하는 것보다 저와 제가 사는 사회가 조금이라도 나아지도록 한 발 한 발 내딛으려 합니다. 저는 현재 정토회 활동과 더불어 마을 학교 도서관에서 재능기부 사서를 하고 있습니다. 정토회 소임이 바쁘긴 하지만,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면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그곳에서 좋은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학교 행정실장님을 행복학교로 보냈습니다. 이것이 전법이고 봉사이지 크고 거창한 게 어디 따로 있겠습니까. 봉사하면서 좋은 인연을 만들고 그 인연이 다른 좋은 인연으로 이어지는, 작은 것에서 시작합니다.
밝은 미소로 진솔한 얘기를 편안하게 나눠주신 이옥희 님. 이옥희 님의 마음을 경청하며 행복한 사람이 더 행복하게 봉사할 수 있음을 느꼈습니다. 저도 작은 소임들이 큰 복인 줄 알고, 주변을 살피면서 방긋 웃으며 가볍게 실천하겠습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봉사해 주시는 정토회의 지원담당님들, 고맙습니다.
글_김정은 희망리포터(서울제주지부 구로지회)
편집_이혜수(서울제주지부 성동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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