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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생 때부터 불교학생회, 구도회 등 불교동아리 활동을 많이 한 시누이가 매월 정토지를 보내주고 정토회 활동 비디오를 보내주어 정토회를 알게 되었습니다. 불교TV에서 방영하는 즉문즉설을 감탄하면서 보고, 인터넷으로 즉문즉설을 찾아보며 좀 한가해지면 정토회에 가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법륜스님의 가을 강좌가 대구법당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퇴근하는 길에 바로 달려갔습니다. 맨 앞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스님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아들 일로 마음이 복잡했는데 즉문즉설을 들으며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가벼워지고 편안해졌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나오며 ‘수행일지’와 ‘수행법요집’을 받아와서 이튿날부터 새벽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오빠와 남동생 사이에 딸로 태어나 제게 올 사랑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랑 고파’ 병을 앓으며 자랐고, 엄마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컸습니다.
부유하게 살던 시댁은 시아버지가 오래 병환을 앓다 돌아가시면서 가산이 기울었고, 남편은 시아버지가 안 계신 집안의 맏아들로, 동생들 공부시키며 가계를 책임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면이 든든하고 대견스러워 결혼했습니다. 그런데 결혼하니 남편은 세상없이 귀하게 자란 이기심 가득한 철부지였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그랬습니다. 제 마음은 온갖 분별심과 피해의식으로 가득했습니다.
시어머니는 양반 집안 막내딸로 여종을 두고 자랐고, 여종을 데리고 시집와서 일하는 사람을 두고 살았다고 합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인 저를 새로 들어온 가정부 정도로 생각한다고 느꼈고 시어머니와의 갈등이 컸습니다.
가을 강좌에 다녀온 뒤부터 달서지역에서 행사가 열리면 봉사하러 오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불교대학 입학하기 전부터 스님 강연이나 JTS거리모금, 천일결사 백일기도 입재식 등에서 봉사했습니다. 봉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늘 뿌듯했고 행복했습니다. 정토회 선배 도반들의 표정은 온화하고 부드러웠고, 봉사하는 태도는 조용하고 겸손해 보였습니다. ‘나도 여기서 공부하고 봉사하면 저렇게 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졸업하면서 봉사 소임이 점점 커졌습니다. 저녁팀장, 대의원. 거기까지는 좋았습니다. 퇴직하면서는 시계도 안 보고 살고 싶을만큼 한가롭게 살고자 했는데, 도반들은 지회 대표를 하라고 떠밀었습니다. ‘그래 좋아, 여기까지는 한다.’. 그런데 급기야 지회장 소임까지 맡겼습니다. 피하고 싶었습니다. ‘이미 60대인데 젊고 추진력 있는 사람한테 맡기지.’라고 생각했지만, 소임이 복인 줄 알기에 큰 선물이라 생각하며 받아들였습니다.
엄마에 대한 원망과 미움은 언제 없어졌는지도 모릅니다. 어느 날 보니 미움과 원망은 말끔히 사라지고, 살갑게 대하지 못했다는 죄송함과 고마움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노인은 변하기 어렵다는데 시어머니는 현명하신 분이라 저에 대한 태도를 180도 바꾸었습니다. 태도만이 아니라 마음 밑바닥까지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가끔 사랑 가득한 편지도 써서 주었고 애틋하게 대했습니다. 제가 수행이 잘된 것이 아니라 시어머니가 변해서 시어머니와 갈등이 사라졌고 사랑과 고마움이 가득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남편에 대한 분별심을 내려놓는 게 저한테는 큰 과제였습니다. 아니 해결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남편이 워낙 성품이 온화해서 문제없이 지내는 것 같다. 그렇게 늘 옳은 소리를 하면 듣는 사람은 미친다.”라는 법사님 말씀이 충격이었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 마음이 달라진 탓일까요? 남편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수행은 제가 하는데 변화는 남편에게 일어났습니다. 남편과의 사이가 편안하고 온화해졌습니다.
‘발을 씻으면 손은 저절로 깨끗해진다.’라는 법문처럼 정토회에서 하는 수행과 봉사가 제 생활의 일부가 되어 제 삶을 가볍고 긍정적으로 만들었습니다.
돌아보니 도반들의 사랑을 참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작은 소임을 하며 안주하려는 저를 도반들은 더 큰 소임을 하라고 떠밀며 저를 키워주었습니다. 60대 중반의 나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정토회에서 활동하는 후배 도반들이 무척 사랑스럽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정토회 활동하면서 도반들과 어려움은 거의 없었습니다. 도반님들 고맙습니다.
보여줄 것이 없다며 주인공 선정에 민망해했던 이미나 님은, 긴 세월 소리 소문도 없이 변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꾸준한 실천이 내공의 힘인 걸 배웁니다. 먼 길 와서 인터뷰하느라 고생 많았다며 제 손을 꼭 잡습니다. 진심이 느껴지는 강한 내면의 힘이 정토회의 신뢰로 느껴졌습니다. ‘이 사람이 나한테 어떤 봉사를 맡기면 거절하지 못하고 그냥 예하고 할 수밖에 없겠구나.’
글_이미나(전 달서지회장)
정리_허승화 희망리포터(부산울산지부 사하지회)
편집_도경화(대구경북지부 동대구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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