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정토행자의 하루
나를 내놓는 용기
희망리포터의 나 인터뷰 첫 번째

2차 만일결사에 들어서며 70여 명의 희망리포터들이 소임을 시작하였습니다. 지난 3월 발심하여 4주 간의 교육을 마친 희망리포터들은 다른 이들을 취재하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을 취재해본다는 취지로 '나 인터뷰'를 작성했습니다.
정토회을 만난 인연, 불법으로 새롭게 만난 나의 모습, 일상에서 깨달은 이야기 등을 주제로 '나'를 탐구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희망리포터들은 '나'를 들여다보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나의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는 것도 큰 용기와 가벼운 마음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고 합니다.

수행담 주인공 못지 않은 재미와 감동이 있는 희망리포터들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저는 예쁜 여자를 좋아합니다

광명지회 인기영 님

아주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은 자주 싸웠습니다. 부모님의 싸우는 모습을 보기 싫어 이불속에 들어가도 그 소리는 계속 들렸습니다. 싸우는 소리. 다그치는 소리. 서로 혼내는 소리... 집안 어디에 숨어도 소리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이불속에서 내일이 오길 기다리다 잠이 들면 조용한 아침이 찾아왔습니다.

나중에는 부모님이 방문을 절대 닫지 못하게 하여, 소리로 상황 파악하고 눈치 보면서 자랐습니다. 그러면서 소리에 점점 예민하게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상대방 얼굴이나 표정보다는 억양과 목소리, 말투의 변화에 반응했고, 얼굴이 예쁜 것보다 목소리가 나긋나긋한 여자가 좋았습니다. 음향기기를 사서 모아 내가 원하는 소리를 듣고, 듣기 싫은 소리를 차단하고 통제하는 것에서 안정감을 느꼈습니다.

부모님께 참회와 감사기도를 올리고 마음속 응어리가 풀리자, 소리에 대한 반응이 점점 약해졌습니다. 비싼 돈 주고 사서 모으던 음향기기에 흥미가 떨어져서 팔았습니다. 나한테 향하던 짜증과 다그치는 소리에 마음 흔들림이 줄었습니다.

어느 날 길을 걷다가 그냥 마주친 여자를 보고 ‘예쁘다’는 생각에 행복했습니다. 말 걸지도 않고 다른 마음 품지도 않고 그저 ‘예쁘다’라는 생각으로 봤습니다. 마음이 차분하고 평온했습니다. 여태까지 욕구가 억눌려 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느끼기만 해도 이렇게 마음이 편안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목소리가 차분하고 나긋나긋한 여자를 선호한 것은 괴로움을 피하고자 만들어 낸 것이고 원래는 예쁜 여자를 더 좋아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욕구를 인정하고 느끼고 언제든 숨기지 않고 드러낼 수 있는 상태에서 찾아오는 편안함이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예쁜 여자를 좋아합니다.

2022년 9월 정토사회문화회관내에서 저수조 탱크 청소교육받는 보리수 멤버들(오른쪽 두 번째 인기영 님)
▲ 2022년 9월 정토사회문화회관내에서 저수조 탱크 청소교육받는 보리수 멤버들(오른쪽 두 번째 인기영 님)

아, 그냥 코를 고는구나!

화성지회 정수경 님

정토불교대학을 다니면서 법사님에게 질문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왜 108배는 하기 싫고 명상하는 건 좋은지 질문했습니다. 전에는 단지 가만히 있는 걸 더 좋아해서 108배보다 명상이 더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크게 궁금하기보다 질문거리가 없어 가벼운 마음으로 물었습니다. 108배는 나 자신이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는 것이라는 말씀에 '아! 그동안 내가 옳다는 생각이 강했구나!' 하며 제 모습을 알고 나니 기뻤습니다. 저의 고집을 내려놓기 위해 108배를 꾸준히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꾸준히 해나가는 것은 힘들었습니다. 108배가 고통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계속하니 예전에 비해 힘들다거나 하기 싫다는 마음이 많이 줄었습니다. 잘해야 한다거나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으니 자책하지 않습니다. 놓치면 다시 합니다.

300배를 처음 하는 날은 힘들다, 그만할까,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등등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신히 300배를 마치고 나니 내가 별거 아닌 존재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별거 아닌데 대단한 줄 알고 착각하고 살았구나! 그러면서 상대방에게는 엄격한 기준을 들이댔구나! 저도 상대방도 별거 아닌 존재인 줄 아니 기대감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이해하는 마음이 생겨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인도 성지순례 중 아침에 눈을 떠보니 옆에서 코 고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순간 저 사람이 매우 피곤한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아, 이거구나! 그냥 코를 고는 것일 뿐, 사실을 사실대로 보면서 피곤했나보다 이해하면 되는구나! 이렇게 살아있으니 들을 수 있구나! 감사하는 마음이 이런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인도 성지순례 중 힘들고 짜증 날 때마다 사실을 보고, 상황을 이해하고, 수많은 봉사자의 수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내니 편안해졌습니다. 성지순례를 다녀온 후에는 다른 봉사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쓰임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인도성지순례중(맨 왼쪽이 정수경님)
▲ 인도성지순례중(맨 왼쪽이 정수경님)

어린아이에 머물러 있던 나를 보다

성남지회 도유진 님

어렸을 때부터 최대한 빨리 돈을 벌어 독립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학교 들어가서는 장학금을 받거나, 아르바이트도 틈틈이 하였습니다. 졸업과 동시에 취직도 하였습니다. 제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다 보니 제가 원하던 꿈을 이루고, 결혼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행복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결혼 2년 차에 남편은 연애 시절과 너무도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저의 눈물조차 외면하는 남편을 보며 외롭고 서러운 마음에 결혼을 후회하며 자괴감도 들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유튜브에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찾아보며 결혼 생활을 주제로 한 법문을 계속 들었습니다.

용문사 템플스테이에서 도유진 님
▲ 용문사 템플스테이에서 도유진 님

법문을 들으면서 남편에 대한 원망과 슬픔에서 벗어나 비로소 저의 문제를 보았습니다. 부모님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남편에게서 받고 싶고, 의지하고 싶었기에 남편에게 사랑을 주지 못하고 바라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외로웠을 남편을 생각하니 지금도 마음이 아픕니다. 저의 이런 문제를 알고 나니 마음공부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이후 자연스럽게 불교대학을 신청했습니다. 이때부터 천일 결사를 시작하고, ‘부모님 감사합니다’를 수행문으로 108배를 하였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이혼하고 어머니가 직장을 다녔기 때문에 외할머니 손에 자랐습니다. 평범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라면서 제 존재를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3개월쯤 새벽기도를 하는 데 갑자기 눈물이 펑펑 흘러내리더니 아이처럼 엉엉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아닌 어머니의 삶이 가슴 아파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자기 연민에 빠져 부모님을 사랑하면서도 원망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자식을 돌보지 못하는 부모님의 심정이 얼마나 가슴 아플까’ 라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감정이 복받쳐 올라왔습니다. 자식이 없는 저는 헤아릴 수조차 없습니다. 이렇게 수행연습을 하면서 어린아이에 머물러 있던 제 마음을 발견하고, 괴로움의 원인이 다른 사람이 아닌 저에게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얼마 전, 친아버지에게 사랑받고 자란 결혼 앞둔 시누이가, 예비 시아버지에게도 이쁨받는 모습을 보면서 왠지 모르게 서글펐습니다. 저에게는 기억조차 사라진 아버지의 자리와 일찍 돌아가셔서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시아버지의 빈자리가 너무 허전하고 부러웠던 것입니다. 그렇게 슬픔이 지나가자,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잘 자라준 제가 기특하고 대견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누구를 괴롭혀 본 적 없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제가 사랑스럽고, 자랑스럽습니다.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이렇게 온 마음으로 자부심을 느낀 게 처음입니다.

오늘도 수행문을 잊지 않고 읽어봅니다.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나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 희망리포터들의 이야기 어떠셨나요?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힘으로 다른 도반의 수행담 역시 있는 그대로 잘 전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4주 간의 교육을 마치고 정토회 희망과 행복의 전달자로 나선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2차 만일의 시작을 우리 <정토행자의 하루>와 함께하기로 발심해준 희망리포터 여러분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글_인기영(인천경기서부지부 광명지회), 정수경(강원경기동부지부 화성지회), 도유진(강원경기동부지부 성남지회)
편집_윤정환(인천경기서부지부 안양지회), 이혜수(서울제주지부 성동지회)

전체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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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향심

뭉클합니다.

2023-05-05 20:33:53

서정숙

수행담 감동입니다. 나자신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된것에 정말 정말 박수를 보냅니다. 희망 리포터가 하시는 일들 잘 모르지만 멋집니다.

2023-05-05 08:01:12

강현화

어려운 시절에서 비롯된 아픔을 치유하고 부모님의 마음까지 헤아리며 자신을 사랑하게 된 도반님의 이야기에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입니다 감사합니다

2023-05-02 13:5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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